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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신화 '클래식 음악의 종말과 권력을 추구한 위대한 지휘자들’] - 노먼 레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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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신화  '클래식 음악의 종말과 권력을 추구한 위대한 지휘자들'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 김재용 옮김 | 펜타그램 | 2014년 07월 01일 출간 | 824P

    

 

노먼 레브레히트의『거장 신화』(펜타그램,2014)는 클래식 음악계와 애호가들에게는 악명 높은 책이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 중에서도 신적인 권위와 명성을 획득한 이들을 마에스트로(Maestro: 명지휘자)라고 하는데,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음악이라는 전당에 좌정한 20세기 거물 지휘자들의 온갖 추태와 비루함을 신상 털듯 까발긴다. 이 책은 “위대한 역대 지휘자들의 테크닉과 해석”을 다루는 “예술 비평”과 전적으로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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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이 책의 목적은 지휘자가 갖는 권력의 기원과 본질,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지휘계의 쇠퇴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책의 목표는 지휘의 메커니즘을 파고들어서 지휘라는 무한히 매혹적인 전문 분야의 사회적, 심리적, 정치적, 경제적 역학을 규명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지휘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의 폭력적인 환경에 의해 왜곡되어 온 개인적 노력과 야심의 연대기이다. 대부분의 영웅적인 행동과 마찬가지로 지휘라는 행위 또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권력의 남용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휘자의 권력 남용을 파헤치는 일은 그들의 치부를 들추는 일과 맞닿아 있지만, 나는 그 부분들을 건성으로 읽었다. 토스카니니가 “심술궂은 아이”와 같았던 데다가 자기 마음대로 악보를 난도질한 “정신분열적인 이중성”의 소지자였다거나, 푸르트벵글러가 나치와 공생을 꾀했던 수동적인 협력자였던데 반해 “카라얀의 혐의는 다른 어느 나치 음악가들보다 위중”했다는 사실, 그리고 음악적 재능을 뺀 스토코프스키의 나머지는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폭로는 재미있지도, 새롭지도 않다. 무성한 연예인 뒷담화가 연예인에 대한 우상화의 산물이며 타인의 사생활을 관음증적으로 즐기려는 태도에서 비롯하는 것이라면, 이 책 역시 그 두 가지를 충족시켜 준다.

 

여러 명의 연주자들이 음악을 합주할 때, 지휘자는 그 중 한 사람이 박자와 화음이 어긋나지 않도록 다른 연주자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구약성경『시편』을 보면 합창을 이끄는 사람이 속도, 분위기, 악기 편성 등을 전환하는 신호로 ‘셀라(Selah)’라는 말로 신호를 주었음을 볼 수 있다. 또 많은 유물들은 그리스인들이 선배 연주자의 손가락 신호나 춤추는 사람의 스텝을 보면서 연주를 했고, 수메르인 연주자들이 동료 중 일인자로부터 신호를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휘자의 존재는 음악의 역사만큼 길다. 하지만 바로크 시대까지만 해도 지휘는 연주자의 일원이거나 그 곡을 가장 잘 안다고 여겨진 작곡가의 몫이었지 독립된 분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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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본 카라얀

 

르네상스 말기와 바로크 시대 사이에 활약했던 몬테베르디는 물론이고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들에게는 자신의 곡을 지휘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륄리는 긴 나무 막대로 바닥을 내리치는 식으로 신호를 주었고, 비발디 ․ 바흐 ․ 헨델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과 같이 앉아 바이올린이나 건반악기로 협주곡을 이끌었다. 이런 관행은 하이든 ․ 모차르트 와 같은 고전주의 시대에까지 이어지는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전환기의 작곡가인 베토벤에 이르러 연주자와 지휘자 사이의 분화가 이루어졌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방대한 규모나 복잡성 탓으로 단일 악기 연주자의 관점으로는 일사불란한 조정이 불가능했다. “이전까지는 연주자들이 연주중 필요할 때마다 고개를 들어 수석 연주자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베토벤 이후로는 그렇게 호흡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자신은 직접 연주하지 않으면서, 가중되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내는 객관적인 사람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방대한 곡은 준비, 해석, 응용이라는 직업적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작곡가는 지휘자의 자리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음악사는 바그너 신봉자였던 한스 폰 뷜로에 의해 “지휘자라는 직업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최초의 전문 지휘자는 처음부터 승자이기를 포기한 존재였다. 창조의 재능은 거의 없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아차리는 현명함을 타고난 전문 지휘자는, 작곡가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계속 멀어져 가고 있던 의사소통의 틈새를 교묘히 파고들었다. 지휘자는 불멸의 작품을 창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작품을 다시 고쳐 쓰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자신을 이용하고 모욕한 더 위대한 사람, 즉 작곡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에 전념했다.” 하지만 지난 120년 동안 지휘자는 작곡가의 궁전에 있는 겸손한 하인에서, 음악의 운명을 좌우하는 주인으로 신분이 크게 상승했다.

 

거장이라고 불리는 지휘자들이 어떻게 지휘대의 권력을 음악 해석에 그치지 않고 음악 산업 전반에까지 넓힐 수 있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토스카니 ․ 푸르트벵글러 ․ 카라얀 같은 전제적 인물들의 야비한 처신을 쫓기보다, 오히려 지휘대에서 배제된 흑인과 여성 지휘자를 떠올려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는 흑인과 여성이 지휘자봉을 쥘 수 없다. 흑인이나 여성이 대통령 혹은 총리가 되거나 법원장이 될 수도 있고 교회에서 성찬을 집행할 수도 있지만 “연주회장의 지휘대는 법을 초월하여 남성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보루로 남아 있다.” 성 소수자도 배척받기는 마찬가지다.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공공연히 밝혀졌기 때문에 매장을 당했고, 한때 그의 연인이었던 번스타인1) 은 끝내 자신의 성정체성을 애매모호하게 위장했기에 마에스트로라는 자리를 건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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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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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

 

지휘대에 흑인과 여성, 동성애자가 없는 이유는 “비즈니스적인 문제일 뿐이다. 음반사의 편견 그리고 연주회 활동에서 갖는 중산층의 압도적인 힘 때문에 흑인, 여성 그리고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라고 알려진 지휘자들은 사실상 지휘대에서 배척되어 왔다.” 지은이가 말하는 것처럼 “이러한 장벽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고, ‘아웃사이더’에게 주어지는 기회도 한 세대 전보다는 조금 더 많아졌다.”라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예술과 소비자는 전통에 얽매여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마치 음악 산업의 스타 시스템과 유명 지휘자들의 인격적 결함을 싸잡아 비난하기 위해 쓰여진 듯했던 이 책의 반전이다. 즉 클래식 애호가 역시 선택된 속물일 뿐, 신화와 영웅을 좋아하기로는 그들 또한 대중에 뒤지지 않는다. 온갖 추잡함에도 불구하고 돈과 명성을 추구하는 마에스트로가 건재한 비결이 여기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음악 자체는 도덕을 초월하는 것이고, 개인의 인격적 결함은 그 개인이 만들어 낸 작품의 숭고함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들을 지켜준다.

 

1) 레너드 번스타인은 정식으로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두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는 남성과의 성관계에 더 깊이 빠져있었으며, 결국 이를 보다못한 부인이 그를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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