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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Yongseok Lee) - 일관된 취향, 노력으로 일궈낸 출중한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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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용석 (Yongseok Lee)

6년 만에 두 번째 리더작 <The New Old One> 발표한 재즈 색소포니스트

 

일관된 취향, 노력으로 일궈낸 출중한 완성도!

 

색소포니스트 이용석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 근간을 데뷔 때부터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어왔으며 한번도 다른 스타일을 차용해 다른 시도를 하는 것처럼 자신을 꾸민 적이 없다. 재즈를 배우면서 가까이는 에릭 알렉산더나 빈센트 헤링, 좀 더 위 선배들로는 조지 콜맨, 소니 스팃, 덱스터 고든 같은 이들의 연주방식, 톤과 사운드에 큰 매력을 느껴 적잖은 시간 이 방향에만 집중해온 한결같은 음악성의 소유자다. 그가 6년 만에 새로이 발표한 신작 또한 그 영역에 놓여있는, 하드 밥의 전형과도 같은 앨범!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음악을 제대로 소개하기도 전에 진부하고 구식이라는 편견에 의해 도매급으로 한데 묶여 평가절하될까 봐서. 적어도 진짜배기 재즈 팬 분들이시라면 결코 그런 우를 범하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왜냐하면 장르와 스타일을 떠나 이만큼 탄탄하게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낸 국내 재즈 앨범이 결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드 밥 사운드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 작품 무조건 함께 듣고 좋아해야 마땅하다.  /김희준   사진/김혜미

 

 

 어느 정도 재즈에 대한 이해가 있는 애호가분들이라면 얼추 아실텐데, 재즈라는 음악 안에도 여러 가지 갈래의 구분이 이뤄진다. 이를테면 통상적으로 전통, 메인스트림으로 이야기되는 스윙, 비밥, 하드 밥의 영역이 있으며, 전통의 범주를 넘어선 화성과 리듬, 혹은 무조성과 불협화음을 표현 수단으로 삼아 실험적인 접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리, 아방가르드, 때론 모던 크리에이티브라고 일컬어지는 영역, 그리고 팝,, R&B, 펑크(Funk)와 같은 다른 장르의 어법을 받아들인 퓨전, 스무스 재즈 계열이 있다. 그 외에도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과 조우해 사운드 적으로나 악기 편성으로나 기존과는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탐구해나가는 월드 퓨전, 에스닉 재즈의 영역이 있으며 최근에는 힙합과 일렉트로닉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재즈가 트렌드의 최첨단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이 음악들은 각기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별 아티스트의 시도에 따라 서로간의 영역을 넘나들기도 하고 때론 그 외 장르의 음악가들과 교류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현 시대의 재즈가 지니는 모습은 단순하게 정리및 규격화하기가 어렵고, 또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기도 하기에 아직 이렇다할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그만큼 외연이 다채롭고 변화가 심한 음악이 재즈이며 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재즈가 변화되고 발전해온 원동력인 셈! (사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감상자들이 재즈에 처음 접근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척 부담되고 곤혹스럽기도 한데, 특정 몇몇 아티스트에만 제한되는 피상적인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재즈를 받아들이려면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는 식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 점에서 테너 색소포니스트 이용석의 음악은 일견 판단하기에 혼란스럽지 않고 명료하게 보인다. 그가 2015년 첫 앨범 <Shall We?>를 발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추구해온 음악, 사운드의 기본은 확실히 전통적인 면모가 아주 크고 뚜렷하다. 다시 말해 그의 음악은 스윙과 비밥, 하드 밥과 같은 재즈의 핵심적인 기본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서 현대적인 화성과 다른 성격의 라인들을 일부 가져오더라도 파격적이거나 과격한 접근은 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음악을 보수적이라고 말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보수성은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미 그들 나름의 역사적 흐름과 과정을 한차례 씩 가져본 뒤에나 적용할 수 있는 단어이며, 이곳 한국의 재즈 신에는 아직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저 기존의 역사적 인식과 구분 잣대를 그대로 가져와 들이대지만 적어도 한국의 재즈 동네는 스윙도, 비밥도, 퓨전도, 프리, 아방가르드도 그 어떤 뚜렷한 신의 형성이나 무브먼트가 생성된 적이 없었고, 지속적으로 그 계보가 만들어져 이어진 적도 없었기에 역사적인 관점에서의 언급을 별도로 논할 수가 없다. 연주자의 저변이나 팬들의 취향이나 그런 토대와 바탕이 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각 개별 연주자들의 취향과 의도에 따른 선택으로 이뤄진 개별 작품의 스타일, 모양새만 산발적으로 등장해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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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적인 편견과 특정 음악 스타일에 대한 호응이 어느 한 방향으로 쏠려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런 점으로 인해 간혹 이용석을 비롯한 전통적인 성격을 지닌 몇몇 국내 재즈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이런 재즈 사운드를 진부하고 진취성이나 창조성이 떨어진다, 혹은 비슷비슷하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몇몇 국내 평론가들 사이에서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이건 상당수의 경우 잣대, 기준점이 잘못된 편협한 판단이며 자칫 장르간의 편견, 우열에 대한 인식까지 줄 수 있는 위험한 시각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50~60년대 시도되었던 그 시대의 재즈 사운드가 198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등장한 후배 전통주의자들의 그것과 과연 100% 똑같은, 카피캣에 불과한가?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선배들의 유산들이 크게 자리 잡고 있으며 영향을 받았음은 자명하나(그런데 그렇지 않은 음악이 과연 있었나? 모든 장르의 음악은 선대의 유산을 기반으로 해서 발전한다) 그걸 기반으로 자신의 개성, 아이디어들을 분명히 덧대고 있으며 연주의 톤, 솔로에 사용되는 언어까지 결코 이전 선배들의 그것과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지 않다. 간혹 덱스터 고든을, 버드 파웰과 빌 에번스, 마일스 데이비스, 소니 롤린스를 너무나도 열렬히 추종한 나머지 그와 무척 유사한 사운드의 연주를 추구하는 이가 미 본토에도 있었으나 그건 프리, 아방가르드를 포함한 어느 장르에서건 유사하게 있는 경우일 뿐, 장르 전체를 두고 뭉뚱그려 일반화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콜트레인과 오넷 콜맨의 추종자들이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지, 그리고 지금도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따져본다면 더욱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오히려 실험을 빙자한 선배들의 방식을 도식적으로 답습하거나 얄팍하게 베껴 자기 것인 양 차용하는 후배들도 찾으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위선적인 구라 꾼이 더 심한 동네가 프리, 아방가르드계이며 그만큼 진짜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뮤지션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곳 또한 이 영역이다. ! 그렇기에 작품의 인식과 평가는 장르의 외형, 스타일에 국한해선 결코 안되며, 해당 작품 자체의 내적인 완성도와 성과로 먼저 이야기되어야 한다. 역사적 맥락과 위치, 영향력을 따지는 건 그 다음이다.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지만 전위적인 음악을 시도한다고 해서 마냥 진취적이거나 도전적이지 않듯(실제 그 음악 안에도 선배들이 쌓아놓은 어마어마한 방법론들이 있으며 이걸 그대로 답습하는 진부한 후배 뮤지션들도 결코 적지 않다), 전통적인 영역에 있다고 해서 도전적이지 않은 게 결코 아니며, 그 안에서도 아티스트의 의도, 노력과 방향성에 따라 충분히 차별되고 진취적인 결과가 만들어 질수 있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이번 이용석의 앨범 <The New Old One>은 정말이지 어디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모든 면에서 박수갈채를 받아야 마땅한 음반이다. 첫 앨범이후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일관되게 자신을 갈고 닦아왔는지 자신의 색소폰과 곡, 앙상블의 합과 녹음등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아직은 일천하고 미약하지만 점차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한국 재즈가 또 한 번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국내 재즈 신의 생태계가 장르적인 다양성을 형성해나가는 좋은 사례 중 하나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터. 그렇다면 그는 이 건실하고 탄탄한 앨범을 어떤 식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서 완성해냈을까? 아래 인터뷰는 그에 관한 뮤지션 본인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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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 할 때 즐거움과 창의성 발현되죠

 

이번 앨범은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작년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막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였을 겁니다. 마스크 대란이 터지던 무렵이었는데, 당시 제가 나가던 학교의 강의가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영상을 찍다보니 그거 외에 딱히 다른 일이 없어지더군요. 평소 종종 하던 클럽이나 그외 공연 스케줄도 없어지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비는 경우가 많아져서 이 참에 생각해뒀던 작품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만약 코로나 19가 안 터졌으면 앨범이 안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웃음)

 

앨범에 참여한 멤버 분들과는 언제부터 손발을 맞춰오셨어요?

 

각자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긴 한데, 드럼, 베이스의 경우는 5년이 훨씬 넘었죠. 서로 알고 지낸 건 그 보다 더 오래되었구요. 다른 분들도 얼추 3~4년은 다 된 거 같아요. 제 이름의 팀으로 공연도 자주 해왔고 행사도 종종 뛰면서 해온 게 쌓여있다 보니 음악적으로 서로를 잘 알고 있죠. 그래도 막상 앨범 작업을 위해 함께 맞춰가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어요.

 

어떤 점이 어려웠던가요?

 

사실 연주보다는 가장 핵심이 되는 지점이 바로 편곡이었는데, 이번 앨범의 편성이 트럼펫과 트럼본이 추가된 6중주 섹스텟이잖아요. 작곡된 곡의 헤드 부분을 어떤 식으로 편곡을 하면 자연스럽고 좋게 들릴 지가 관건이었는데, 그게 해보니까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구요. 대략 리허설 과정이 3개월 정도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정이 이뤄졌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이끄는 팀이니 아이디어 제시를 제가 만들고 정리도 해야 하는데, 원하는 만큼 그림이 안될 때 막막한 느낌도 받곤 했었죠. 그렇게 서너 차례 악보를 다시 만들어서 연주하는 과정이 지속되니 멤버 분들한테 내심 미안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정도로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까 비로소 뭐가 좋고 그림이 더 나오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멤버 분들의 솔로도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는 게 그 즈음 답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 그 시기에 베이시스트인 한현우씨에게 혼과 브라스 편곡에 관해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교과서적인 편곡이 아니라 실제 음반 작업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와 변수들에 대해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앨범 만드는데 큰 도움을 받았죠.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멤버들의 의견도 적절하게 수렴을 해가고 하면서 앨범 녹음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죠.

 

사실 편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테너-알토-트럼펫 라인으로 6중주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퀸텟으로 가는 경우가 해외에서도 많은 편인데 이 앨범은 트럼본이 참여했어요. 그 점도 신선하고 또 궁금하기도 했어요. 평소 빅밴드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때요?

 

대형 앙상블은 일종의 로망같은 걸로 마음 속에 갖고 있었죠. 엄두가 안나서 못하고 있을 따름인데 저 역시 빅 밴드를 해보고 싶은 꿈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트럼본을 참여시킨 것에 그런 의도도 일부 녹아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본이 있어서 섹션과 솔로 양쪽으로 전체 사운드의 무게중심이 아주 잘 잡힌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언제부터 만들어 오셨나요?

 

이것도 대부분의 곡들은 작년부터 써온 것이고, 이전에 쓴 곡들도 스케치만 해놓은 거를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만들어간 게 작년입니다. 첫 앨범에 수록되었던 ‘Early Bird’ 와 두 곡의 스탠더드 넘버를 제외한 4곡 모두 작년에 완성한 거죠. 그러니까 심플하게 앨범 전체 제작 과정 자체가 작년 한 해 동안 이뤄진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렇군요.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준비해서 이 정도로 탄탄하고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신거네요. 대단하십니다.

 

좋게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연주 해주신 멤버 분들의 조력이 컸죠. 개인적으로 팀워크라는 게 뭔지를 이번에 제대로 느낀 거 같아요.

 

특히 녹음이 무척 잘 되었다고 생각이 되요. 이번 앨범의 완성도에 마침표를 찍어준 게 녹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부클릿을 보니 모두 국내에서 다 마무리했더라고요. 마스터링까지 말이죠

 

. 이 앨범을 작업해준 엔지니어분이 재즈 사운드에 특화된, 그러니까 자기가 주 전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재즈인 분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것만 고집하면 일감이 별로 없으니 다른 작업도 하지만 재즈 쪽 소리를 잡는 게 제일 좋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 와이프이기도 한 강지은씨 첫 앨범이랑 트리오 마인드폴리같은 작품에서 엔지니어링을 해주신 분인데, 이번 작업하면서 참여도도 좋았고 피드백도 여러 차례 주고받으면서 열정을 보여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이 <The New Old One>이잖아요? 새롭고도 오래된 것이라는 게 결국 용석씨가 들려주고 있는 이 음악, 하드 밥 스타일의 이 전통적인 재즈가 지금 시대가 갖고 있는 의미와 맞물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스와 신문 같은 매체들이 이젠 구시대 매체가 되었죠. 하지만 그 매체들이 그렇다고 사라진 건 아니잖아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하는 이 음악과 꽤 비슷한 데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어요. 덧붙여서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제가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하면서 여러 종류의 음악가들을 뉴욕에서 보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음악이 프리, 아방가르드라서 더 높게 평가받는다거나 하드 밥, 포스트 밥을 한다고 해서 평가절하 된다거나 하는 식의 인식을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비슷한 범주의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고 작업하면서 재미있게 만들어나갈 뿐이었죠. 물론 서로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경우는 잘 없긴 한데, 그렇다고 서로를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전 제가 좋아하고 와닿는 이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고 힘들지만 나름 즐겁게 배워왔는데, 막상 한국에 들어오니 은근히 '구식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다른 걸 해야 되나 고민한 적도 있긴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르, 카테고리가 그 내용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진심으로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이 쪽이고, 또 이 안에서도 충분히 신선하고 내실 있는 연주를 표현해낼 수 있다고 생각이 되었죠. 50~60년대 하드 밥 연주자들의 사운드, 언어가 7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면서 분명히 바뀌고 달라져가는 게 있는데, 그걸 한 묶음으로 똑같다고 보면 안되지 않을까요? 저를 포함해서 이런 음악에 애정을 갖고 추구하는 뮤지션 분들이 국내엔 그리 많지도 않은데다 국내 재즈의 저변과 시장 규모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안에 다양성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삭막하고 암울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적극 공감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악이 아니라 어느 영역이건 상관없이 자신의 진솔한 내면과 의도, 감성을 담아낼 줄 아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좀 더 넓게 보자면 그게 팝이건, 록이건 힙합이건 재즈이건 그리 중요하지 않죠. 물론 우리는 재즈를 좋아하고 이쪽에서 일을 하니까 여러가지 스타일과 매력을 지닌 다양한 컬러의 재즈 뮤지션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길 바라지만요(웃음). 그렇다면 용석씨는 차후에도 계속 이런 종류의 음악을 시도하고 만들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때요?

 

아마 크게 변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달라지는 게 있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 이를테면 편성의 측면에서 색소폰 트리오를 시도해본다던가, 피아노가 빠지고 기타를 넣어서 화성적인 제약이 좀 더 풀어지는 것들을 해본다건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전통과 모던함의 가운데에 있는 사운드들도 차후 여건이 갖춰지면 해볼 의향이 있어요. 제가 그래도 음악은 가리지 않고 두루 듣는 편이어서... 크리스 포터도 처음엔 스트레이트한 포스트 밥에 더 집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언더그라운드같은 록, 펑키(Funky)한 그루브도 실험하고 더 현대적인 접근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그만큼 많이 다른 걸 하지는 않겠지만 뭔가 해볼 수 있을 여력이 되면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앨범에 대해서 가장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만족하는 건 참여해준 여섯 멤버 분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것 처럼 최선을 다해서 연주에 집중해주었다는 거에요. 이게 솔로도 솔로인데 앙상블을 만드는 거에서 특히 큰 영향을 준거 같아요. 이전 앨범은 다들 너무 쟁쟁하고 바쁜 분들이 와서 해주시니 연주를 그냥 훅하고 해버린 느낌이라면 이번은 하나하나 성의 있게 집중해서 연주하고 또 서로 의견도 나눠가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했죠. 이런 과정이 있어서 이만큼 밀도 있는 사운드가 나온게 아닌가 생각이 되요. 팀 멤버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4 이번 앨범에 참여한 섹스텟 멤버들(드러머 이성구, 피아니스트 강지은, 베이시스트 김인영, 보컬리스트 허성, 트럼본 주자 추명호, 색소포니스트 이용석, 트럼페터 조정현).jpg

 이번 앨범에 참여한 섹스텟 멤버들(왼쪽 위엣서부터 시계방향으로 - 드러머 이성구, 피아니스트 강지은, 베이시스트 김인영, 보컬리스트 허성, 트럼본 주자 추명호, 색소포니스트 이용석, 트럼페터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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