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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k

고고 펭귄(GoGo Penguin) - 재즈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발칙한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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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베이시스트 닉 블래카  피아니스트 크리스 일링워스  드러머 롭 터너

 

Cover Story 

 

GoGo Penguin

독특한 컨셉트의 리믹스 앨범 <GGP/RMX> 발표한 영국 출신의 뉴 트리오

 

재즈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발칙한 유닛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세 젊은이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2년 처음 결성한 트리오 고고 펭귄은 현재 재즈 신에서 가장 핫한 팀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리고 이들은 평단과 저널에서의 호응이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인스트루멘틀을 중심으로 하는 팀 답지 않게 상업적인 기반을 분명히 갖고 있음을 보여주죠. 제이미 컬럼이나 마이클 부블레 같은 보컬리스트가 아닌 경우 이들처럼 앨범과 공연티켓이 팔리고 페스티벌 무대에서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수십만, 많게는 300만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 고고 펭귄은 바로 그런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됩니다. (이들의 초기 연주 클립이 담긴 ‘Hopoopno’2018년도 타이니 데스크 라이브 영상은 지금 시점에서 각각 300, 13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다른 점이 있어서 온전한 연주 중심의 팀임에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바로 그 점을 가장 뚜렷하게 확인하고 또 잘 설명해줄 수 있는 프로젝트 앨범이 최근 새로이 발매되었습니다. 바로 고고 펭귄의 음악을 다른 뮤지션및 DJ들이 자신들의 스타일로 리믹스한 <GGP/RMX> 입니다. 사실 이전 리더 작들을 통해서도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이 리믹스 앨범만큼 뚜렷하고 극명하게 드러나 있진 않죠. 첨단의 트렌드?! 어쩌면 이런 게 바로 지금 시대 감성, 스타일이라고 말해도 좋을 그들의 음악은 21세기 현재 재즈와 연주 음악이 어떤 식으로 변모해가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테스트 시험지와도 같아 보입니다.

서문/편집부 본문/김주헌, 김희준 사진/Blue Note, Jon S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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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펭귄의 주요 음악적 특징

클래식 음악에도 시대별로 사조가 변해왔고 그에 따른 작곡법의 변천사가 있어왔듯이, 재즈에도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작곡법이 등장해왔다. 스윙 시대에는 듀크 엘링턴처럼 빅밴드 작,편곡이, 비밥 시대에는 소편성 멜로디 작곡이 등장하며 발전해왔고 이후에도 계속된 시대적 변화속에 2021년 현대 재즈까지 도달해왔다.

그 중에서 하나 생각해 볼만한 지점 중 하나는 수학적 작곡기법에 대한 것이다. 아마 다수의 열혈 재즈 팬들에게도 이 명칭은 낯설텐데, 수학적 작곡기법이란 여러 폴리 리듬과 패턴의 조합으로 복잡한 박자를 독립시켜 작곡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음악의 3요소인 멜로디, 하모니, 리듬 중에서 리듬에 가장 중심을 둔 작곡기법이라고 말하면 될 것이다. 멜로디와 화성의 유기적인 전개에 음악의 중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기계적이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는 이 기법은 1970년대부터 리듬 스타일의 다양한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면서 갖가지 형태로 발전해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2000년대 이후 이런 작곡기법을 시도하면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인물로 필자가 꼽고 싶은 건 바로 알토이스트 미구엘 제논과 트리오 더 배드 플러스이다. 미구엘 제논은 자신의 알토 색소폰이 리드하는 쿼텟에서 3개의 레이어를 쌓아 각기 다른 폴리 리듬과 패턴을 강조하면서 특유의 라틴 멜로디와 함께 엮어낸 복잡한 자작곡들을 선보인 바 있다. 음악으로 접할 때는 언뜻 듣기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정작 악보를 직접 본다면 충격적일 정도의 복잡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2000년대 변화된 라틴 재즈의 대표주자라면, 역시 같은 기법으로 2000년대 재즈 작곡에 큰 임팩트를 남긴 더 배드 플러스 또한 필히 잊지 않고 언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탈퇴한 피아니스트 이단 아이버슨과 베이시스트 리드 앤더슨, 드러머 데이브 킹의 라인업으로 2001년 처음 결성된 더 배드 플러스라는 피아노 트리오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재즈 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인기는 당시부터 재즈 밴드로서는 아주 크고 또 지속적이었다. 다른 악기 장비의 도움이 거의 없이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만으로 3개의 레이어를 쌓아 올려, 계속해 어긋나면서도 음악적 클라이막스 시점에는 절묘하게 합이 맞아떨어지는 극단적 폴리 리듬과 패턴 반복성향의 음악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피아니스트였던 이단 아이버슨의 창의성과 독특한 작곡, 연주에 더해 기존의 록 넘버들을 가져와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는데, 특히 전형적인 재즈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록적인 드러밍의 조합은 이 수학적 작곡기법과 기막힌 시너지를 보여주며 재즈 팀으로서는 당시 이례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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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1년 현재, e.s.t 계열의 사운드와 더 배드 플러스의 연장선에서 수학적 작곡법을 더욱 극대화시킨 밴드가 하나 등장해 영미권, 특히 유럽지역에서 현재 엄청난 인기몰이 중이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 피아노 트리오 고고펭귄이 그들. 밴드 명에서부터 바로 이들의 독특함이 묻어나온다. 2012<Fanfares> 음반으로 데뷔한 트리오로 피아노에 크리스 일링워스, 베이스에 닉 블랙카, 드러머 롭 터너가 팀 멤버들이며 처음 베이스 주자가 한번 바뀐 이후 지금까지 변동 없이 그대로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다. 흔히 요즘 가장 핫한 밴드로 표현되는 이 30대 젊은 뮤지션들은 지금까지 발표한 매 음반마다 저널과 평단, 그리고 팬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인디 레이블을 떠나 블루노트 레이블과 계약을 맺은 2016년 이후 이들의 성장세는 가히 눈부실 정도다.

특히 지난 달에 더욱 더 동시대 젊은 팬들을 사로잡을 핫한 아이템을 하나 발표했다. 바로 지난 해 그들이 발표한 오리지널 셀프 타이틀 앨범 <GoGo Penguin>에 수록된 전곡들을 새롭게 리믹스한 음반이 발매된 것이다. ‘세상에, 재즈 피아노 트리오 음악을 리믹스하다니!’ (이게 이전까지의 트리오 음악 관점에서라면 납득이 안가겠으나 고고 펭귄의 음악은 충분히 어울려 보인다. 이 부분은 아래 내용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사실 고고펭귄은 이미 외모까지 갖춘 부러운 밴드가 아닐까. 다만 굳이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하나 꼽자면 즉흥 연주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비밥, 하드 밥 등 전통적인 기준에서 이들의 즉흥 연주는 의문부호가 달려있다는 것. 사실 그 점 때문에 이들의 음악을 두고 재즈라고 말해야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영미권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악기 편성만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일 뿐,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재즈라고 말하지도 않고 있으며, 워낙에 자작곡이 독특하고 자신들의 사운드 메이킹 방식이 확고하기에 음악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그다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이들의 음악에 대한 취향, 선호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몇 년 전 이들이 한 영국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자신들은 재즈와 미니멀 음악, 일렉트로닉, 힙합, 록등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종류의 음악에서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각 멤버들마다 음악적 기반이 다른데, 이를 하나로 엮는 과정에서 멤버들 전체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베이스와 드럼 주자는 재즈와 일렉트로닉, 영화음악 계열을 좋아하고 피아노와 건반을 다루는 크리스 일링워스는 클래식 인상주의와 필립 글래스같은 미니멀 현대음악가의 음악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고 한다)

 

GGP BAND-photo credit Jon Shard - remix Chris Illingworth-16x9.jpg

 

 

상식을 뛰어넘는 신박한 리믹스 버전

오죽하면 이 트리오가 활동한 지 9년 만에 그들의 리믹스 음반까지 이렇게 발매되었을까? 그들이 선택한 뛰어난 일렉트로닉/DJ 계열의 아티스트-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해 <GGP/RMX> 음반을 함께 완성했다. 고고펭귄 자신들의 라이브 음반도 아니고, 무려 리믹스 음반이라니! 음악성뿐만 아닌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의표를 찌르는 그 기발한 발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뜩이나 수학적 작곡기법을 극대화시킨 피아노 트리오 음악에 다시금 일렉트로닉 장르를 입혀 그들의 음악적 특징, 혹은 장점만 더 업그레이드시킨 <GGP/RMX> 음반의 완성도, 호감도는 실로 신선하고 놀랍다. 그야말로 음악을 들으며 방방 뛰고 싶을 정도! 잠깐, 피아노 트리오 연주 음악인데?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이 리믹스음악은 기존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의 잔재를 상당부분 걷어내어 필자의 상상을 아득히 넘은 신세계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공중으로 들어 올려 준다. (마치 약물에 살짝 취한 것 같은 느낌마저 줄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일견 논란과 혼돈을 줄 수 있는 측면도 있긴 하겠으나 그래, 이것이 바로 2020년대 재즈, 혹은 연주음악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좋을 것 같다.

분명 이 리믹스의 기본 틀은 고고펭귄이 발표했던 앨범의 수록곡이다. 고고펭귄의 전작을 중심삼아 새로이 재해석하기 위해 수많은 EDM 사운드 기교들이 가득 차 있다. 화려함에 눈과 귀를 어디다 둬야할지 난감하다. 그럼에도 이런 사운드를 꼭 주객전도라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기교들은 사운드를 증폭시키고 거들 뿐, 중심축이 되는 원곡 그루브와 파편화된 멜로디, 화성은 전혀 방해받지 않고 있다. 화려한 기교 속에 매몰되는 음악성이 아닌, 단단한 코어를 바탕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한 기교이다. 개인적으로 같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계열의 재즈 음악이지만 제이콥 콜리어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결과물을 들려준다고 생각하는데, 제이콥 콜리어가 본인의 천재적인 하모니 감각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이 음반은 고고펭귄과 EDM 콜라보의 시너지를 강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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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재즈의 변방에 가까운 영국에서 시작해, 벌써 미국 본토에까지 영역을 넓힌 세 젊은이들. 이런 말이 상당히 이르다는 걸 필자도 잘 알지만 재즈영역에서 마치 1960년대 록의 브리티쉬 인베이전과 겹쳐 보이는 지점도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물론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여러 가지 추종자들을 낳고 확산되어 갈지는 두고 봐야될 일이긴 하지만, 이들 하나로만 끝날 거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뉴 에이지 계열의 멜랑콜리한 아름다움이 반영된 선율, 혹은 슬픔이 서린 마이너 성향의 연주음악이 주목받는 경향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재즈 뮤지션의 경우 그 대표적인 레퍼런스가 바로 빌 에번스와 키스 재럿, 브래드 멜다우 같은 이들일 터. 그렇다면 이번에는 취향을 바꿔 이들 고고 펭귄의 음악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특히 20~30대 젊은 음악 팬들에게 이들의 비트감과 몽환적인 트랜스 사운드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가장 첫 손에 꼽는 추천작은 바로 이 리믹스 앨범이다. 젊음, 환희, 열정, 천재성이 넘치는 영국 재즈 트리오 고고 펭귄[GGP/RMX].

이미 기존의 재즈 음악을 많이 접하셨던 재즈 팬들이라면 선뜻 공감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지금껏 지내왔던 강을 떠나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첫 작품으로 고고펭귄이 어떨까? 단언컨대 이들은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여러분들의 진취적인 재즈 탐구생활을 기대하고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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