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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기타 학자가 만들어 낸 현대 재즈기타 이정표이자 바이블! [In Pa(s)sing] - 믹 구드릭(Mick Goodrick)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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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jpg

 

 

믹 구드릭(Mick Goodrick) 

<In Pa(s)sing> ECM/1979 ECM 1139

 

Bass : Eddie Gomez

Drums : Jack DeJohnette

Engineer : Jan Erik Kongshaug

Guitar : Mick Goodrick

Illustration [Cover Drawing], Design Dieter Rehm

Photography] : Roberto Masotti

Producer : Manfred Eicher

Soprano Saxophone, Baritone Saxophone, Bass Clarinet : John Surman

Recorded November 1978 at Talent Studio, Oslo

 

1. Feebles, Fables and Ferns

2. In the Tavern of Ruin

3. Summer Band Camp

4. Pedal Pusher

5. In Passing

 

 

기타 학자가 만들어 낸

현대 재즈기타 이정표이자 바이블!

 

 

사실 재즈는 팝처럼 간단명료하기가 여러모로 무척 어려운 음악입니다. 심지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단순함의 외연을 안쪽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시절을 겪는 여러 젊은 재즈 뮤지션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재즈를 연주 하다보면 소리의 공간도 넓고, 사용할 재료도 많고 하니, 이것저것 마구 쑤셔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6-70년대 폭발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그루브, 프레이즈 등으로 돌변한 그 시대의 퓨전 재즈가 그러했는데, 재즈 기타에서 차분함과 모던함의 대명사였던 짐 홀의 존재는 당시 이러한 지형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꾼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위 짐 홀 키드들이라고 할 수 있는 팻 메시니, 존 스코필드, 빌 프리셀, 마이크 스턴 등의 젊은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 이전 재즈 기타의 질서를 탈피할 것을 권고 했고, 그 들은 이 탐구에 참여하게 됩니다. (Cool) 스타일에서 출발한 짐 홀 등의 심플함과 더불어, ‘70년대 초반 마감되는 하드 밥은 이런 다양한 실험을 더 이상 지속할 여력이 없었기에 새로운 행보를 알린 일렉트릭 재즈의 소용돌이가 당시 젊은 재즈 뮤지션 본연의 접점으로 만나는 지점을 다시 새롭게 풀어내야 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과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내적 성찰의 학습과 연습, 음악적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그 거점은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였고, 여기에 이 탐구를 주도한 기타리스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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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리스트 믹 구드릭(Mick Goodrick)70년대 초, 이미 새로운 재즈 세대의 기수였던 바이브라폰 주자 게리 버튼과 함께 ECM 레이블을 통해 앨범들을 작업하고 투어를 하던 중, 70년대 후반부터 보스턴에서 교육자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러던 중, 만들어 낸 그 특유의 심플함과 특유의 기타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1979년 앨범 <In Pa(s)sing>은 공교롭게도 그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ECM 리더작이 됩니다. 보스턴 시절 룸메이트였던 기타리스트 존 애버크롬비의 당시 리듬섹션이자 빌 에번스 트리오의 투어 멤버인 드러머 잭 디조넷과 베이시스트 에디 고메즈, 그리고 영국 출신으로 이미 그때에도 훌륭한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던 멀티 리드 주자 존 서먼이 여러 종류의 색소폰과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이 앨범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믹 구드릭은 기타 플레잉에 있어서 화성적 접근의 레벨을 몇 차원 올려놓은 기타 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연주는 실제로 몇몇 절친한 지인들인 게리 버튼, 찰리 헤이든, 잭 디조넷과 같은 이들의 앨범들을 제외하면 이 은둔형 로컬 레전드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애초 이 뮤지션은 보스턴 주변을 넘어서면 지명도가 확 꺾여버리며 아는 사람만 아는 뮤지션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죠. 물론 잘 찾아보면 1990-2000년대 초반 색소포니스트, 제리 버곤지, 데이브 리브먼, 기타리스트 울프강 무스필등과 함께 연주한 앨범들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보다는 교육의 영역에 주로 남아 계신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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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 <In Pa(s)sing>에서 기타리스트 믹 구드릭의 연주와 컨셉트는 이 후 세대의 기타리스트들에게 몇 가지 기타연주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빌 에번스 재즈왈츠 풍의 첫 곡 F‘eebles, Fables and Ferns’에서 믹 구드릭은 전형적인 재즈 기타의 고전적인 역할에서 완벽하게 탈피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조지 벤슨, 팻 마티노와 같은 정통 어법보다는, 자신만의 솔로 멜로디 전개를, 순수히 모티브와 네러티브등을 이용해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수식의 아티큘레이션들을 피하고 재즈릭도 전혀 없이 연주합니다. 이전 세대 짐 홀이나 에드 비커트(Ed Bickert)등의 기타리스트들도 이런 전개를 시도했지만, 믹 구드릭은 재즈자체의 어법 보다는 즉흥을 원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100% 멜로딕 솔로로 그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즈 라인들이 없이도 재즈 라인을 만들 수 있게 된 셈입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컨템포러리 재즈 기타에서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기법들의 시작을 이런 앨범들이 실마리를 제공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솔로들은 리듬섹션의 반응 역시 달라지는데, 좀 더 대화하는 듯한 유기적인 자연스러움도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전체적 국면의 전환은 ECM의 음악적 정서와도 같은 기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솔로 위에서의 코드 컴핑 역시, 보이싱의 섬세한 조정을 통해 전통적 블록코드들을 벗어나, 빌 에번스등이 보여준 피아노 보이싱의 스펙트럼에까지 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기타 피크 연주가 아닌 핑거스타일 연주의 하이브리드가 있어야 가능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조 패스나 테드 그린등의 코드-멜로디스타일의 연주와는 또 다른 화성적인 기타 연주와 심플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앨범의 연주에서 들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방식은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현대적이고 진화한 컨셉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트랙, ‘In The Tavern of Ruin’에서는 좀 더 명상적인 톤과 몽환적인 리듬섹션의 접근으로 초기 키스 재럿이나 게리 버튼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들리는데, 아마 같은 제목의 책에서 나타나는 철학적 영감을 떠올린 듯한 면도 엿보입니다. 이 앨범이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심오한 면을 지니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믹 구드릭의 독특하면서도 공간감을 중요시하는 특징 때문인데, 바로 이 부분이 짐 홀과 빌 에번스의 영향을 바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재즈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리더 작에서 흔히 시도하는 화려한 싱글라인 멜로딕 플레잉보다는 오히려 몇 가지 심플한 아이디어들을 담백하게 음악적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코드 보이싱과 그를 활용한 컴핑은 이전의 전형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서는 듣기 힘든 부분인데, 이 부분은, ‘90년대 말과 2000년대로 넘어 오면서 울프강 무스필, 커트 로젠윙클, 라게 룬드, 줄리안 라지와 같은 다음 세대 기타리스트들에게는 표준 장착되는 테크닉들의 기반이 되어줍니다.

그 다음 곡인 ‘Summer Band Camp’에서 믹 구드릭은 기타의 퍼커시브한 어택감을 피해 슬라이딩과 싱글 스트링 플레잉으로 레가토 효과를 주는 솔로로 코드 진행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스윙리듬이 아닌 스트레이트한 느낌으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간결한 앙상블의 타이트함을 강조해 놓고 있습니다. 네 번째 트랙인 ‘Pedalpusher’는 마치 키스 재럿의의 작곡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데, 존 서먼의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로 더욱 더 모던함을 크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앨범 타이틀이자 프리 재즈 스타일의 모달 임프로비제이션인 ‘In Passing’ 에서는 멤버 서로의 인터플레이가 곡의 기승전결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있는데, 말하자면 ! 불 꺼놓고 우리 제대로 잼 한번 하자!’ 하는 식의 연주로, 자신의 리더작 데뷔를 근사하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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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교육자로서의 면모

 

1945년생으로 이제 일흔 중반의 나이 대에 접어든 기타리스트 믹 구드릭은 60년대 보스턴 버클리 음대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수많은 후배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 젊은 ‘Guitar Guru’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본인 스스로 짐 홀의 영향을 가장 많은 받은 학생이라는 자세를 항상 견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배출한 학생들로는 팻 메시니(같이 게리 버튼의 밴드에서 트윈 기타로 연주를 하기도 했죠), 빌 프리셀, 존 스코필드, 마이크 스턴, 줄리안 라지, 라게 룬드, 울프강 무스필 등을 비롯 전 세계의 수많은 기타리스들과 뮤지션들(재즈 그룹 옐로우자켓의 리더인 키보디스트 러셀 페란테 또한 그의 제자이자 열렬한 추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재즈 기타리스트들이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현재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믹 구드릭의 교육적 철학에는 음악의 본질적인 방향을 연주자나 작곡가의 음악적 표현과 내면의 에너지를 학생 스스로가 찾게 하려는, 무척 아날로그적이고 유기농스러운 접근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는 연주자라기보다는 학자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따라다니는 뮤지션입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연주 기회나 투어를 기획하고 주변 동료들의 공연에 참여하기보단 자신에게 찾아온 기타 학생들의 음악에 관한 갈증을 해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주변 뮤지션들은 그의 마스터피스가 리더작이 아니라, 그가 쓴 <Advancing Guitarist(1987, Hal Leonard)>라는 책에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기타 교본이라기 보단 기타 철학서에 가까운 이 책은 지금은 바이블이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조금은 독특하고 철저하지만, 독창적인 연습방법들과 특유의 다크한 유머가 깔려 있는데, 일견 읽는데 어려움도 느껴지지만, 항상 음악이 학생들의 본질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는 성향과 인본주의적인 자세의 교육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경우, 특히, 도제 시스템 기반의 서양 음악 교육 방법의 토대에서, ‘스승제자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이관시켜 다음 세대로 진입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믹 구드릭의 교육에는 그런 일방적 하달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제자들은 스승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끄집어내어 살리는 독창적인 음악과 연주들로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야말로 청출어람의 본보기가 되는 교육 방식으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믹 구드릭이 쓴 기타 지침서이자 교본 Advancing Guitarist. 1987년도에 발간되어 지금도 여전히 기타 키드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다..jpg

믹 구드릭이 쓴 기타 지침서이자 교본 Advancing Guitarist. 1987년도에 발간되어 지금도 여전히 기타 키드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다.

 

혹시, 여러분들께서 믹 구드릭의 유일한 ECM 리더작인 <In Pa(s)sing>LP나 오리지널 CD를 소장하고 계시다면, 중고시장에 내놓지 마시고 잘 가지고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 앨범은 더 이상 실제 앨범을 다시 만들어 낼 계획이 없다는 게 레이블의 공식 입장입니다.(다행히 2년전 ECM본사에서 터치스톤이라는 염가의 페이퍼 패키지 CD형태로 한차례 재발매된 적이 있었죠, 이 패키지는 지금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얘기인 즉슨, 이런 음악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디지털의 형태로 인터넷에만 존재하게 될거고, 아마도 이 앨범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게 될 미래의 어느 시점엔 꽤 높은 가치로, 마치 ‘NFT’같은 디지털 인증을 통해 실물 음반들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In Pa(s)sing>은 물론 처음 발매될 때에도 잘 팔리는 음반은 아니었지만, 40여년을 넘긴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매우 유효한 음악적 당위성과 독창적인 비전을 담아낸 수작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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