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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여러 소리의 질감 작곡재료로 사용한 음악가 요한 요한슨(Johann Johannsson)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전하는 재즈와 영화 이야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마이너리티리포트 #9 - 여러 소리의 질감을 작곡재료로 사용한 음악가, 故 요한 요한슨

 

영화 음악가이자 한명의 독자적인 뮤지션이기도 했던 요한 요한슨이 2018년 2월 세상을 떠난 뒤 어느새 겨울이 다시 돌아왔고 올 초 그의 음악적 뿌리를 찾아 떠났던 석달간의 아이슬란드여행도 이제 그 여운이 조금씩 가시고 있다. 세상은 살아있는 자들의 것이고 죽은 자는 서서히 잊혀져 가지만, 악사들은 음악으로 오래 기억되고 남겨진 자들을 위로해준다. 한참이 지나서야 밝혀진 그의 사인(코카인 과다복용)은 ‘무엇이 그를 약물로 이끌고 죽음으로까지 내몰았을까‘ 라는 답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게 만든다. 남아있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그가 남긴 음악들을 반복해 들으며 하나하나씩 그 흔적을 따라가 보는 것 정도 뿐.

 

 

 

요한 요한슨 (Jóhann Jóhannsson)은 1969년 10만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언어와 문학을 전공한 그는 20대 초반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로 인디록 밴드활동을 시작하면서 음악가의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Olympia, Unun, Ham등의 밴드를 거치며 음악가로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가기 시작했으며 특히 1999년 결성된 ‘Apparat Organ Quartet’의 창단멤버로써 2012년까지 함께 활동하며 밴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 공헌하였다.

 

 

 

마치 클래식한 재즈그룹 이름을 연상케 하는 ‘Apparat Organ Quartet(이하 AOQ)‘가 2002년 발표된 동명앨범 <Apparat Organ Quartet>은 사실은 8~90년대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다. 즉, 여기서 ‘Organ’이란 단어의 사용은 바흐시절부터 꾸준히 사용되어온 전통적인 오르간이 아닌, 독일의 전설적인 일렉트로닉밴드 크라프트베르그(Kraftwerk)부터 최근의 다프트펑크까지 이어진 라이브 퍼포먼스가 가능한 전자 키보드사운드들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앨범의 2번트랙 ‘Auguish of Space Time’에서의 목소리와 신서사이저의 멜로디는 같은 해 발매되어 요한요한슨의 음악적커리어를 극적으로 변화시킨 클래시컬 미니멀리스틱 일렉트로닉앨범 <Englabörn>의 첫 트랙 ‘Odi et Amo(너를 사랑하고 미워해)’에서 유사하게 쓰인다. 그리고 6번 트랙 ‘Stereo Rock & Roll’에서도 엿보이는 목소리의 활용과 이를 수음해 기계에 넣어 변환시키는 ‘보코더’의 사용은 결국 그의 음악적인 커리어 내내 꾸준하게 활용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AOQ’의 음악을 맨 처음 들었을 때 괴팍하지만 독특한 마치 게임음악사운드트랙을 연상케 하였지만 이후 영화음악에서 요한 요한슨이 펼친 독창적인 사운드의 흐름을 봤을 때 20여 년 동안 다양한 장르에 걸쳐 일관되게 추구해온 그만의 독특한 정서가 초기 작품부터 이미 느껴져 그 역으로 그의 음악인생을 추적해가는 입장에서 더욱 흥미로움이 느껴진다.

 

그가 발표한 10여장의 앨범 중 아직도 필자의 거실 턴테이블에 올려져 있고 가장 즐겨들었던 앨범은 비교적 최신작인 2016년에 발매된 스튜디오앨범 <Orphée>이다.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마폰(Deutsche Grammophon)에서 발매된 점이 인상적인 이 앨범은 로마 고대시인인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가 노래한 시인 오르페우스와 그의 아내 에우뤼디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신화를 프랑스의 전설적인 영화감독 장 콕토(Jean Cockteau)가 각색하여 1950년에 상영한 영화, ‘오르페우스 [Orpheus]’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다.

 

영화감독 이전에 시인으로서의 장 콕토가 내적 영감과 보이지 않는 창조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실험적인 작품들인 ‘시인 삼부작 (시인의 피, 오르페, 오르페의 유언)’중 하나인 ‘오르페’는 그 이후 수많은 아방가르드영화들과 누벨바그영화들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영화는 고전을 복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대성을 담아 제작되었는데 그 이야기의 전개와 코스튬등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Orphée’의 첫 트랙 ‘Flight from the City’는 특히 요즘 들어 다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신고전주의 혹은 복고열풍과 같은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특히 더욱 정서적인 공감을 느낄 수 있을 라디오와 LP등에서 들려오는 노이즈등을 음악적으로 활용했다. 이 트랙은 영화에서 주인공 ‘오르페(Jean Marais)’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받는 수단으로 카오디오의 라디오에 집착하곤 하는데 그 라디오소리를 릴테입으로 녹음해 음반에 담았다. (이는 유튜브에 공개된 KEXP Live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또한 인간 목소리에 대한 요한슨의 탐구 일환이며, 짧고 정확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지만 목소리의 톤이 지니고 있는 따스함의 정서를 통해 건조할 수 있는 연주음악에 숨소리를 불어 넣어준다. 앨범의 4번째 트랙, ‘Deal with Chaos’는 2분여의 짧은 트랙으로서 요한슨이 음악을 담당한 영화 시카리오 [Sicario (2015)]의 후속작인 [Sicario, Day of the Soldado, (2018)]의 음악을 맡아 그의 후임으로서 역할을 맡은 첼리스트 힐두르 구다도티르 (Hidur Guðnadóttir)의 굵은 첼로선율이 전면에 나서는 곡이고 9번째 트랙 ‘Radiant City’또한 서정적인 피아노선율과 함께 깔리는 아련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추천트랙이다.

 

그의 수많은 개인 및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가장 훌륭한 역작은 2016년 상영된 영화 ‘컨택트 [Arrival]’의 사운드트랙일 것이다.

 

프랑스출신의 감독 드뇌 빌뇌브의 작품으로 지구에 접근한 외계생명체 ‘헵타포드, 7개의 다리라는 의미‘ 와의 소통과 교감을 다룬 내용이다.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이자 헵타포드의 소통방식인 원형의 문자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와 미래, 과거는 선형적으로 구조가 아니고 무한히 되풀이된다는 니체의 ’영겁회기, 永遠回歸, 영어: eternal return, eternal recurrence‘이론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요한 요한슨은 이를 사운드에 접목해 첫 번째 트랙 ’First Encounter’에서 릴테입으로 타격감을 생략한 피아노소리를 반복적으로 같은 트랙위에 음향으로 입히고, 시카고 출신의 앰비언트 아티스트 리첸스(Lichens)의 목소리 또한 겹겹이 쌓아서 녹음하는 등 기존의 멜로디와 화성으로 음악을 구성하는 접근을 벗어나 그 소리 질감을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받아들인다. 또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사용된 아방가르드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Gyōgy Ligeti)의 레퀴엠을 연상케 하듯 두 번째 트랙 ‘Heptapod B’과 세 번째 트랙 ‘Sapir Whorf’, 마지막 트랙 ‘Kangaru’등에선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웅얼거리거나 특수한 가창법등을 즐겨 사용하는 ‘Theatre of Voice’합창단과 작업하면서 실험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그만의 트랙을 완성하였다. 그는 사운드 트랙 전체의 오케스트라와 리듬의 사용 또한 고전적인 방식의 수직적인 화성위에 수평적인 멜로디를 입히는 것에서 벗어나 현의 질감 자체를 활용하였고 직접 제작한 나무등을 사용한 리듬트랙은 전작 시카리오의 공격적인 타악사용과 다르게 여전히 추진력 있지만 섬세하게 사용되었다.

 

그의 <Arrival> O.S.T는 작곡가로서 제작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영화속 내러티브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는 역할을 맡았고 한편으로 음악 그 자체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음반이라 생각된다.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명을 달리한 재즈의 혁명가들처럼 그 또한 질문을 던지듯 몇 개의 음반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음악을 앞으로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앞서지만 그가 남기고 간 소리들은 꽤나 오랜 시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사유와 큰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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