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희  <Are You Ready?>  OA2 Records/2020

 

허지희 - Piano

Marty Kenney - Bass

Rodney Green - Drums

 

 

1. Are You Ready?

2. Blurring The Blues

3. Dancing In The Sorrow

4. Dark And Light

5. Streams In The Desert

6. Trust

7. Oh, New York

8. Letter To A Little Girl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 트랙 곳곳에 녹여내다

암스테르담에서 유학 이후 한국에서 활동을 하다 현재는 뉴욕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허지희가 씨애틀에 기반을 둔 OA2레이블에서 작년말 신보 <Are You Ready?>을 발표했다. 사실 그의 첫 데뷔작인 <Passion>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글쓴이에게 있어서 OA2레이블에서 발매한 이 작품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만큼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그 이유에는 무엇보다도 뛰어난 작/편곡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8곡은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헨리에 대한 한 논문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영감을 음악적 텍스처로 옮기는 과정은 분명 뮤지션의 개인적인 영역으로 그 기반은 분명 작곡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오리지널 튠을 연주로 표현하는 것 역시 그 밑바탕이 탄탄하지 않으면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못 할 텐데 허지희는 연주자로서의 준수한 역량으로 이것을 잘 풀어나가고 있다. 

마치 이런 부분을 어필하듯 도발적인 느낌으로 시작하는 ‘Are You Ready?'는 뉴욕 재즈 신을 관통했던 그녀의 거침없으면서도 유려한 연주, 독특한 느낌의 나레이션을 미장센으로 묘한 느낌을 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치 초기 로버트 글래스퍼의 연주를 떠올리게 한다.특히 ’Blurring The Blues'은 그녀의 전체적인 역량을 아주 잘 보여주는 곡으로 인터플레이 - 솔로로 이어지는 트리오 구성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처음 느꼈던 좌절감을 래퍼 사이두 에지케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Trust'와 그 이후로 이어지는 ’Oh, New York'를 통해 뉴욕에서의 활동에 대한 경험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Letter To A Little Girl’는 그러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피아노 솔로로 마무리하며 그 여정을 마친다. 이 작품은 또한 실력파 드러머 로드니 그린과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데 탄탄하면서 뛰어난 리듬 운영을 통해 베이시스트 마티 케니와 함께 허지희의 피아노 연주를 더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허지희라는 피아니스트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볼 만큼 그녀의 준수한 실력을 잘 담고 있는 작품.

글/재즈 칼럼니스트 윤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