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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 김용석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철학자 김용석의 김광석과 함께 철학하기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6년 1월 22일 | 출간 228P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천년의상상,2016)는 대중적인 철학 저술가로 이름난 김용석이 김광석(1964~1999)의 노래를 분석한 책이다. 철학전공자인 지은이가 줄곧 철학과 대중문화 사이의 횡단적 글쓰기를 공들여 해왔던 만큼, 이 책 역시 철학의 관점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재해석하면서 대중문화와 철학 사이의 길트기를 보여준다.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냈던 김광석은 리메이크로만 이루어진 <다시 부르기 1> <다시 부르기 2>를 음반으로 냈다. 그는 유고로 남은 메모에 “불러왔던 노래들을 다시 부르며 노래의 참뜻을 생각”한다고 적었는데, 지은이는 “‘다시 부르기’는 다름 아닌 ‘철학하기’”라면서, 그 까닭을 ‘다시’에는 자기반성과 자아성찰이 깃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학사의 큰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칸트(I. Kant)는 철학(Philopie)과 철학하기(philophieren)를 구분해 이성의 역할로 철학하기를 강조했는데, 여기서 철학하기란 ‘이성을 활용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철학 그 자체가 아니라 오로지 ‘철학하기’라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김광석은 전문 철학자는 아니었지만, ‘철학하기’의 성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풍족하게 하고 음악의 역사에 남을 큰 업적을 쌓은 것이다.”

 


김광석은 <다시 부르기> 음반을 준비할 때 곡의 선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은이는 그 과정 자체에 ‘철학하기’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철학하기가 없으면 우리는 고귀한 것을 발견할 수 없다. 탐구의 목적은 본질을 찾는 것이다. 탐구 정신을 실행하는 방식은 거듭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무엇을 한다 함은 기존의 것을 단순 반복하는 게 아니라, 그 본질의 탐구를 통해 거듭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광석은 철학하기의 탐구 정신과 재창조의 탁월한 능력을 지닌 아주 독특한 싱어 송라이터였다.” 누군가는 의심할 수 있다. ‘다시’라고 하든 반복이라고 하든, 리메이크(Remake)에 새로운 게 있고 창조가 있다는 주장은 의심스럽거나 너무 추상적이지 않은가.

 

평론가 원용진은 9장의 CD와 1장의 DVD로 구성된 <김광석 나의 노래>(2012) 박스 세트의 부클릿에 “김광석이 아직도 살아 음악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면 어땠을까?”라고 묻고서 이렇게 추측해 보았다. “물론 ‘한류’로 포장된 아이돌 중심의 음악 트렌드는 달라질 것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들은 ‘대학가요제’ 때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위 ‘7080 사운드’보다는 좀 더 다채로운, 현재진행형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용진의 말처럼, 우리는 7080 무대에서 아무런 창조를 실감하지 못한다. ‘다시’가 응당 갖고 있어야 할 ‘차이’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한 그것은 향수(nostalgia)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보통 ‘차이’가 만들어내는 ‘새로움’을 문자 그대로 한 번도 있어 본적이 없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김용석의 말마따나 “새로움을 향한 문은 앞과 뒤로 열려 있어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이등병의 편지」)에 나오는 ‘다시’가 적절히 환기시켜 주었듯이, 반복은 단순히 음악적 리메이크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향수에 대한 충동이 아니라, 오히려 삶과 우주의 불멸성과 닿아 있다. “사람들은 신세대나 새물결 등의 표현이 사실은 동어반복일 수 있음을 쉽게 간과한다. 세대나 물결처럼 자생적 역동성이 그 존재의 조건이라면 지속적으로 태어나고 자라나는 세대는 모두 신세대이고 흐름 속에 있는 물결은 모두 새 물결인 것이다. 세대는 끊임없이 변해도 인간존재는 그대로 있으며, 물결이 서로 쉴 새 없이 밀어내고 흘러도 강은 강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7080 무대를 다시 예로 들자면, ‘다시’가 역동성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 때, 역동성이 사라진 단순 반복은 음악을 장사지내는 것과 같다. 

 

모든 예술은 감상적인(sentimental) 요소와 낭만적인(romantic) 요소가 서로 갈등하고 소통하는 장이다. 감상주의의 특징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감상주의자는 자신의 자유를 담보 잡히면서까지 연민과 동정을 바란다. 감상적인 것의 극단은 일으켜 세워줄 것을 기대하고 넘어지는 것이며, 그의 고뇌는 종종 위안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감상주의는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듯하지만 자기중심적이다. 반면 낭만의 특징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무한한 자유를 기구한다. 획일화된 삶에 저항하면서 다양성에 개방되어 있는 낭만주의자는 자기중심적인 감상주의자의 사랑과 달리, 상호적이거나 공동체적인 것에 열정을 할애한다. 그래서 낭만주의자는 미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혁명가가 된다.

 

원래 김광석은 1984년, 처음으로 합법적인 음반을 출시한 민중가요 노래집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일원으로 음악 경력을 시작했다. 그보다 뒤늦게 노찾사에 합류한 안치환이 민중가수로 일관했던데 비해, 김광석은 “아무래도 민중가요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대중가수의 길을 택했다. 아마도 이때가 김광석이 ‘낭만적 고민’을 했을 때다.

 

지은이는 김광석의 음악세계가 감상적 사랑의 노래와 유토피아적 희망의 노래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면서, 그의 “음악세계가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차원을 포용하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낭만성을 이루어간다”라고 평가한다. 자신의 시어와 음악을 감상과 낭만의 씨줄과 날줄로 엮으려고 했던 김광석은 낭만주의의 특징인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개인의 이해관계와 공동체적 관심 사이의 화합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추구했다. 그의 노래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하는 듯 하면서도 타자를 향해 열려져 있는 것은, 그가 민중가요의 세계를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옛 노래집단의 기대나 사회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여기서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1,2>가 다시 호명된다.

 

“김광석의 진짜 공덕은 남의 노래를 ‘우리의 노래’로 만들었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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