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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와 반문화: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 - 크리스티앙 생-장-폴랭

 
히피와 반문화 :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
크리스티앙 생-장-폴랭  지음 | 성기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01월 30일 출간 | 307P

 

 
미국의 지배문화와 대결했던 반문화 운동 또는 청년문화를 이야기 할 때 반드시 호출되는 것이 히피(히피문화)다. 히피문화와 히피는 미국 문화의 어느 시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연구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국인이 쓴 것이 아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크리스티안 생-장-폴랭의『히피와 반문화-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문학과지성사,2015)은 그 동안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히피의 사고와 행동 양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1960년대, 미국은 자신의 성립 기반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위기의 시대를 맞이했다. 대표적으로 민권운동과 베트남 전쟁은 안과 밖에서 미국적 가치와 국민적 단합에 금을 내면서, 젊은이와 학생들을 미국의 주류적 사고방식과 상반되는 정치적 견해와 대안적  생활양식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지은이는 미국의 60년대 반문화 운동을 “바깥과 행동을 지향하는 정치적인 쪽”(신좌파, 반체제론자)과 “내면과 감각을 지향하는 히피적인 쪽”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정치적 경향으로 이른바 ‘신좌파’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좌파적 경향이다. 사회적 불평등, 베트남 전쟁, 정치 체제를 뒤범벅 시켜 거부하는 이 투사들과 그들의 대학교는 모든 형태의 권위에 맞서 궐기하는 시위를 우선적인 행동 수단으로 삼았다. 두 번째는 그 후에 나타난 히피들의 경향인데, 이 경향은 보다 사적인 표현을 지향한다. 그들 역시 동지들과 함께 미국 사회에 반항하지만, 그들의 비판은 정치적인 문제보다도 주로 중산층의 생활양식을 겨냥한다. 비주류를 선택한 이 긴 머리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대안적 스타일 속에서 개화하려 한다. 그래서 개별적으로나 공동체 안에서나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운다.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성적인 사이키델릭 혁명이 가장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히피 운동은 곧 대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주해버린다.”
 
얼핏 보기에 신좌파 혹은 반체제론자들로 지칭되는 전자와 히피로 지칭되는 후자 사이에 커다란 감수성의 대립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반체제론자들처럼 히피들은 물질주의로 규정되는 부르주아 사회와의 불화를 확신하며 그 번영의 표시를 거부한다. 노동, 질서, 그리고 가족을 우선시하는 윤리보다 무질서 (심지어 무정부 상태)와 아주 다양한 형태의 쾌락주의를 선호한다. 사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든 참을 수 없는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개인의 반항이든, 근본적인 것은 해방이라는 개념이다.”
 
제목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두 가지 반문화 조류 가운데 후자에 집중한다. 어쩌다 윌리엄 버로스, 게리 스나이더,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같은 시인이나 작가를 히피로 묘사하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해 이들 비트 제네레이션(beat generation) 작가들은 히피가 탄생하기 10여년 이전인 1950년대에 반문화의 전위 구실을 한 선구자들이다. “반문화 출현 이전 시기에 비순응적인 소수의 전통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전개되었다.” 잭 케루악의『길 위에서』(1957)가 잘 보여주었듯이 비트 작가들은 참을 수 없는 삶의 안정성과 절연하고 모험을 찾아 가는 떠돌이들을 자신이라고 여겼다. 특히 비트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반체제적인 히피 운동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던 앨런 긴즈버그는 장시『울부짖음』(1953)에 마약과 성적 쾌락에 대한 기호를 동반한 정치적 반항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나는 공산주의자다”라고 선언하기도 한 그는 생필품 구입을 위한 화폐를 전면 폐지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것은 나중에 히피들의 ‘프리 숍(free shops)’으로 현실화 된다. 앨런 긴즈버그와 같은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주로 예술가와 작가인 비트닉들은 자신들의 반항을 정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꺼렸다.” 반문화 특히 히피 운동이 비트 세대에게 빚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비트 세대’의 창조력이 본질적으로 문학적인 반면 반문화는 특히 음악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때문에 비록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지는 못하지만, 이 책에서 록 음악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숱한 지류를 가진 록 음악 가운데서도 1965년경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애시드 록(acid rock, psychedelic rock)은 “음악과 마약, 섹스가 혼합된 여행의 끝에 도달하게 되는 어떤 ‘다른 곳’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히피의 이상을 음악적으로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 음악의 선구자로 1969년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렸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존재를 알렸던 산타나를 꼽는다. 그때 산타나는 음반도 없는 무명이었으나, 당시 미국 공연계의 큰 손 빌 그레이엄이 자신이 발굴한 카를로스 산타나의 밴드를 출연시키기 위해, 그레이트풀 데드 등 본인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아티스트의 출연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 했다. 그런 끝에 출연한 산타나는 우드스탁 출연진 중 가장 낮은 1,500달러를 받았다. 조현진의『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안나푸르나,2015)에 따르면 “산타나가 무대에 오를 때 그를 알고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열정적인 30여분 간의 연주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올 때 산타나는 차세대 로큰롤의 스타 자리를 확보해놓은 상태였다. 우드스탁은 어쩌면 산타나를 위한 무대였는지도 모른다.”
 
특이하게도 지은이는 록을 젊은 베이비붐 세대의 쾌락주의적인 산물이 아니라, 미국의 민중적 전통, 이른바 워블리 송(wobble song: 노동 투쟁가. 워블리는 IWW로 약칭되는 세계산업노동자조합의 조합원을 가리킨다)과 연관 있다고 본다. 워블리 송은 “좌파의 투쟁과 연관이 있었고, 빈곤 계층의 싸움, 파시즘과의 투쟁, 흑인 권리 쟁취 투쟁, 그리고 전쟁이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라는 믿음 속에 닻을 내린 평화주의 등의 주제를 싣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록은 미국 투쟁가요의 전통을 잇고 있다.”
 
록 음악은 여러모로 모순적이다. 우선 이 음악은 워블리 송의 전통을 잇고 있다면서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노동을 거부하는 히피들의 영성체 역할을 한다. 또 “록은 체제 순응주의와 물질주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발하지만, 그 자체로 대중문화의 산물이며 상업적인 목적을 띤 쇼 비즈니스의 생산품”이기도 하다. “반항을 상업적으로 둔갑시키면서 록은 반문화의 모순과 동시에 미국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을 증거하고 있다.”
 
미국의 60년대 반문화의 기원을 쫓고자 지은이는 아주 멀리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랐다.  “반문화는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거부의 표현이지만, 자유방임의 분위기인 미국적 전통에서 직접 나온 가치들과 사고방식의 상속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전적인 해방을 열망하고 강렬한 독립 욕구를 표현함으로써 반문화는 건국 선조들이 이룩한 영광된 과거의 적자임을 주장한다. 게다가 반문화가 표출하는 개인주의 역시 집단적 사고방식에 굳건히 닻을 내린 채 자유를 요구하던 옛 투쟁의 다른 얼굴이 아닌가. 여러 다른 관점에서도 반문화는 근대사회가 이러한 전통을 저버렸다는 생각 속에서 그것을 되살리고자 했다. 자연에서의 고된 생활과 공동체의 결성은 이미 오랜 미국적 유산의 일부인 데다가 새로운 경험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은 개척자들이 억압의 양식을 버리고 신세계를 찾아 떠나는 스스로도 허황되다고 여겼던 그 기세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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