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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 김성윤

 
덕후감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01월 05일 출간 | 324P
 

 

팬덤은 광적인 사람을 뜻하는 fanatic의 ‘fan’과 영지나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에 몰입해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팬덤이 형성된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시초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이 말은 반쯤만 맞는 말이다. 기원에는 항상 ‘기원의 기원’이 있다. 예컨대 비틀 마니아에 앞서 광적인 10대 소녀 팬을 몰고 다닌 프랭크 시나트라가 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팬에 앞선 조용필의 ‘오빠부대’가 있었다. 조사가 더 가능하다면 우리는 시나트라와 조용필에 앞선 또 다른 팬덤 무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이 생겨나면서 자연히 따라 생긴 현상이 팬덤이지만, 팬덤의 존재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천해 왔다. 이 주제에 대한 선구적인 분석으로 박은경의『god 스타덤과 팬덤』(한울,2003)이 있으나 한 동안 연구가 중단되었다가, 이민희의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알마,2013)와 홍종윤의『팬덤 문화』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가 연이어 나왔다.

 

이민희는 오늘날의 팬덤 현상과 이전의 팬덤 현상을 가르는 특징으로 한류와 인터넷의 결합을 든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류의 개척자인 조용필의 팬덤은 인터넷 이전의 모델이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덤은 초보적인 인터넷(PC통신)을 활용하긴 했으나 한류와는 무관하다. 한류와 인터넷을 바탕으로 출범한 최초의 팬덤은 1996년에 탄생한 H.O.T. 팬덤이다. 한류와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팬은 “가수의 소속사 이상으로 가수의 팬덤을 확장하는 일에 기여”하는 대중음악 산업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소속사가 관리하는 공식 팬클럽이든 아니든(비공식 팬클럽), 오늘날의 팬덤 현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자발적 체계성”이다.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는 팬덤의 자발적인 체계성이 ‘직찍’이나 ‘직캠’과 같은 콘넨츠를 생산하고 ‘팬픽(fan fiction)’같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주목한다. 팬덤은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이다.

 

‘팬덤’하면 곧바로 ‘빠순이’를 연상하게 된 것은 H.O.T. 잭스키스(1997), 신화(1998), god(1999), 슈퍼주니어(2005), 동방신기(2004), 빅뱅(2006), JYJ(2010) 등의 그룹이 모두 남성 아이돌 그룹이었던 것에서 연유한다. “나의 아이돌을 부르는 가장 고전적인 용어는 ‘오빠’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그렇게 부르지만, 사실 많은 팬이 이미 확실한 ‘누나’로 살아간다. […]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이돌은 영원한 오빠다. 나이 차이와 무관하게 그들은 내가 우러러볼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용어가 ‘빠순이’로,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팬덤=빠순이’ 공식은 2007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등의 걸 그룹이 등장하면서 ‘팬덤=삼촌팬(빠돌이)’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아이돌 시장은 빠순이로만 구동되지 않는다. 매력적인 남자 아이돌 말고도 매력적인 여자 아이돌이 있으며, 남자 아이돌의 팬덤은 여성이 대다수이지만 여성 아이돌 팬덤은 그럭저럭 남녀 성비가 유지된다. 그리고 여기서 삼촌팬 혹은 오빠팬이 나온다. 사귀고 싶은 어린 여자 후배로, 혹은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여동생으로 여자 아이돌을 인식하면서 강한 애정을 쏟는 무리들이다.”


오빠 혹은 삼촌이라고 불리는 ‘빠돌이’의 등장은 ‘팬덤=빠순이’에 대한 조롱조의 사회적 인식을 누그러뜨렸다. “가수에 대한 팬의 열광이 철없는 빠순이들의 유난이 아니라 이제는 삼촌 팬과 오빠 팬으로 대변되는 성인 남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막말로 함부로 ‘깔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민희는 팬덤 문화의 양성화라는 점에서 삼촌팬(빠돌이)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일찍부터 이들을 ‘소녀적 여성성(롤리타 콤플렉스)’에 매료된 ‘시각 성애자(관음증 환자)’로 비판하는 논설도 많았다. 한국여성연구소가 엮은『젠더와 사회』(동녘,2014)에 실린 김예란의 글이 그렇다.

 

“현재 걸 아이돌의 팬덤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은 30~40대 삼촌 팬덤이다. 혈연관계인 삼촌이라는 설정은 아저씨와 여자 조카 사이라는 일종의 공모적 가족관계 안에서 안전성을 보장받는다. 삼촌이라는 이름으로, 소녀를 향한 남성의 시각적 욕망은 그 성적 함의를 부인하면서 천진하고 귀여운 아이를 위한 순수한 것으로 주장될 수 있다. 문화 산업이 발명한 소녀를,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 위치 지우고 성애화된 소녀 육체를 가부장적 관계 안에 투입함으로써, 이 둘의 공모적 메커니즘 안에서 성인 남성은 안전하고도 은밀하게 소녀 육체 이미지를 향유할 수 있다. 전적으로 천진무구하거나 과잉으로 성애화된 여성적 섹슈얼리티보다 모호성으로 구축된 소녀적 섹슈얼리티는 남성의 자기모순적인 응시를 정당화하기에 더욱 적절하고 유용하다.”

 

한편 김성윤의 『덕후감』 (북인더갭,2016)은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상징적 상호 작용론의 창시자인 M. 미드의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 other)’ 개념을 빌려와, ‘피터팬적 퇴행’과 ‘롤리타 콤플렉스의 발현’으로 지탄받고 있는 삼촌 팬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교정하고자 한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가치와 문화에 따라 행동하는 데, 이때 자아에 반영된 일반적인 타인의 모습을 일반화된 타자라고 한다. 이를테면 팬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신의 내면적 문화소비 욕구와 철들라는 외부로부터의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팬이 아닌 척 하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엄숙주의적인 남성성을 강요받는 남성 팬은 여성 팬들보다 자기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더 어려울까? 이런 상황에서 “삼촌 팬 현상은 세대적 퇴행이 아니라 세대적이고 젠더적으로 주어진 동일성을 거부 ․ 왜곡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남성성”이 출현한 것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즉 삼촌 팬은 “권위주의적 남성성에서 유쾌하게 감성을 드러내는 남성성으로의 변화”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삼촌팬이 일반적인 사회 규범의 눈치를 보면서 성금을 모아 기부를 하고 팬 커뮤니티를 통해 봉사활동을 벌이는 ‘사회지향적 팬질’이라는 새로운 팬덤 문화가 생겼다. 하지만 삼촌 팬의 사회지향적 팬질 또한 남성의 초자아적 외설을 은닉하기 위한 “전략적 위장”일 수 있으며, 이들의 ‘사회지향’이 “사회적 약자의 복지를 국가가 아니라 (사회책임경영 형태로) 기업이나 (자원봉사 형태로) 시민사회가 맡는 그런 사회”를 지향하는 한 “사회적으로 퇴행하지 않았다 뿐이지 정치적으로는 (퇴행 내지) 답보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삼촌팬 현상이 세대적 퇴행인 것 같으면서도 세대적 퇴행은 아니고, 또 아닌 것처럼 보이면서도 퇴행으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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