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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이드 (Charles Lloyd) - 삶의 흔적 음악에 아로새기는 음의 구도자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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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Lloyd

80번째 생일 축하공연 담아낸 라이브 앨범 <8 ; Kindred Spirits> 발표한 색소포니스트/밴드리더

 

 

삶의 흔적 음악에 아로새기는 음의 구도자

 

1938년 3월 15일생, 올해 생일이 이미 지났으니 그의 나이는 정확히 현재 여든 두 살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생물학적인 아이가 무색할 정도의 건재함과 활동량을 보여주며 스튜디오에 들어서고 또 무대에 오른다. 사실 올해 상반기도 투어 스케줄로 꽉 차있었으나, 코로나 19 바이어스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일정이 잠정 연기된 상황! 심지어 협연하는 연주자들의 범위는 나이가 들어서 오히려 더 젊어지고 넓어지는 것 같다. 노익장을 넘어 회춘하는 것 같은 그의 에너지와 활력은 실로 놀라운 뿐! 당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어른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삶의 행보와 일치하는 음악가로서의 길 또한 후배들에게 이상적인 롤 모델이 되어주고 있는 찰스 로이드! 아마도 현존해 있는 노장들 중 가장 바람직한 행보를 걷고 있으며, 음악적 행복을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잃어버리지 않고 누리고 있는 이가 바로 그일 것이다. 

 

글/김희준

사진/Dorothy Darr

 

1.jpg

 

지난 5년간의 블루노트 여정 담아낸 라이브

 

2013년 <Hagar's Song> 이후 ECM을 떠나 블루노트 레이블과 계약을 맺은 지도 어느 새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찰스 로이드는 4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고(라이브 앨범 2장 포함), 기존의 쿼텟 이외에 블루그래스 성향의 음악을 담아내는 Marvels 라는 팀을 하나 더 가동하며 음악적인 동력을 다양하게 유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레귤러 피아니스트인 제이슨 모란이 자신의 음악작업에 집중하는 경우 제랄드 클레이튼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14년째 동일한 쿼텟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서로간의 결속력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도 찰스 로이드의 후반기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지점. 이렇게 노익장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지난 2018년 여든 번째 생일이 되는 날 성대한 축하공연을 가졌는데 그 결과물이 이번에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8; Kindred Spirits Live from the Lobero Theatre> 라는 타이틀의 이 작품은 재즈 아티스트로서 살아온 지난 60여년의 세월을 갈무리함과 동시에 자신의 현재와 미래 또한 함께 훌륭히 조망해내고 있다.

 

 음반은 기존 CD와 DVD가 포함된 스탠더드 버전, 그리고 2장의 LP와 DVD가 수록된 형태, 총 3장의 LP와 2장의 CD, 그리고 DVD가 포함된 대형 한정판 박스 셋 이렇게 총 세 종류 형태로 발행되었으며 기존 스탠더드 버전에는 4곡, 대형 한정반 박스 셋에는 이 4곡에다 추가로 8곡이 더 담겨져 있다. (한편 피지컬 앨범 이외에 디지털로 소개된 것도 기존 스탠더드 버전에 수록된 4곡만 담고 있다. 그래서 나머지 8곡을 감상하려면 앨범을 직접 구매해야만 가능하다)

 

차후 본지 리뷰를 통해 앨범에 관한 상세한 리뷰를 다루도록 하겠으나 우선 대략적인 언급을 하자면 수록곡들은 모두 이전 자신의 앨범에 담겨져 있던 레퍼토리들이 전부이며 이 공연을 위해 새로운 작곡을 담아내거나 하진 않았다. 이 점은 디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추가 8곡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럼과 베이스는 오랜 팀 메이트들인 루벤 로저스와 에릭 할랜드가 그대로 참여해주고 있으나, 피아노와 기타는 제랄드 클레이튼, 줄리안 라지 같이 새롭게 포함된 젊은 멤버들이 연주를 보태주고 있다. (제랄드 클레이튼은 이전 <Wild Man Dance> 앨범에서 함께 협연한 적이 있으며, 제이슨 모란 보다 최근엔 더 자주 찰스 로이드의 멤버로 활동해오고 있는 중이다)

 

변함없이 진중함과 정중동의 깊이를 담고 있는 그의 색소폰도 여전하지만, 특히 앨범 전반에 걸쳐 줄리안 라지와 제랄드 클레이튼의 즉흥 연주가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20분이 넘는 ‘Dream Weaver’ 와 11분대의 ‘Requiem’ 같은 곡들은 콜트레인 클래식 쿼텟에서 비롯되었으며 <Forest Flower>로 이어져 나간 찰스 로이드 쿼텟 사운드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울풀하고 정신적으로 강하게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초기 포스트 밥의 에너지와 열기가 이들 다섯 연주자의 손에서 다시 한 번 멋지게 재현되어 있으며,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 ‘La Llorona’를 거쳐 마지막 트랙인 ‘Part 5, Ruminations’ 에서는 자유즉흥의 영역에서 각 멤버들이 서로 교감하는 순간들이 정말이지 한껏 고양된 감동을 전해준다.

 

곡의 중반부 에릭 할랜드의 엄청난 드러밍(마치 과거 토니 윌리암스나 엘빈 존스에게서 느낄 수 있을 법한 에너지의 밀도감이 이 연주 안에 가득하다)은 압권이며, 여기에 노년의 나이에도 젊은 시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영감과 집중력으로 솔로를 유지해내고 전체 흐름을 관장하는 찰스 로이드의 연주 역시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 노장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열기와 집중력, 그리고 멤버들 간의 응집력등이 모두 흠 잡을 데 없는 최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그런 걸출한 앨범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이번 신작 라이브 앨범의 디럭스 박스셋.jpg

이번 80주년 생일 기념 라이브 앨범의 디럭스 박스셋

 

그의 음악은 지금 시대의 재즈와 뭔가 다르다?!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으나 찰스 로이드는 확실히 주류, 제도권 재즈 뮤지션으로 대접받으며 순탄하게 성장해온 케이스는 아니다. 재즈의 메카로 이야기되는 뉴욕 출신도 아니며 마일스 데이비스나 존 콜트레인, 찰스 밍거스 같은 거물들의 옆에서 사이드 맨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금껏 당대 최고의 색소포니스트라는 평가를 받은 적도 거의 없었다. 신데렐라처럼 큰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 다운비트에서 올해의 재즈 아티스트까지 수상할 만큼 평단의 지지를 받았던 1967년작 <Forest Flower> 때도 그랬고 한동안의 공백기를 넘어 ECM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던 90년대 이후에도 그를 두고 ‘당대 넘버원 색소포니스트’라는 식의 수사를 부여하진 않았다. 어느 시대이건 그의 앞에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색소포니스트들이 늘 존재했으며, 색소폰 지망생들이 너도나도 앞 다투어 카피대상으로 삼는 그런 종류의 워너비 뮤지션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자신의 음악을 표현해낼 줄 아는 음악가이며, 자신의 내면을 통해서 음악을 찾고 끄집어낼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저 많은 스케일과 코드, 리듬 패턴을 알고 있다고 해서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그만의 선율과 감성, 사운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두고 당대 최고의 색소포니스트라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당대 최고의 밴드 리더이자 자기 소리를 지닌 음악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이건 과장이 아닌, 명백한 사실이다. 그가 발표해온 음악들은 연주자가 따로 놀지 않고 전체가 늘 하나의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져 나간다. 

 

 이 점이 찰스 로이드가 가진 큰 미덕임과 동시에 또한 지금 후배들이 반드시 귀감으로 삼아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명문음대를 나와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고 또 주위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 앨범을 발표하는 친구들은 절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삶의 흔적, 울림이 찰스 로이드의 음악엔 녹아 들어있다. (이건 머리로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느끼고 체험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점을 알고 있는 몇몇 영민한 후배 뮤지션들은 모두 하나같이 찰스 로이드의 음악에 깊이 감화되어 있었고 그의 밴드에 참여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했다. 피아니스트 제이슨 모란과 제랄드 클레이튼, 베이시스트 루벤 로저스와 드러머 에릭 할랜드, 심지어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 같은 베테랑조차도 모두 찰스 로이드의 음악에 깊은 존경과 경외심을 갖고 있었기에 기꺼이 그의 팀 멤버로 함께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당대의 유행의 흐름 한복판에서 그에 편승해 음악을 만들어낸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사실 비주류이며 반골기질 다분한 아티스트임에 분명하다. ‘60년대 후반 너도나도 퓨전의 대세에 몸담을 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해 그 시대와 공명하려 했다. (그의 음악은 분명 재즈의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록 퓨전은 아니다. 그런데 어딘지 히피 시대의 록 아우라가 그 안에 스며들어 있기에 재즈 팬 외에도 폭넓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게 어필하지 않더라도 그는 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갈고 닦아왔다. 그러다 10년이라는 긴 암흑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 기다림을 넘어 80년대 이후부터 다시 현역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재즈 저널과 팬들이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그는 단 한 번의 부침 없이 지금까지 꾸준하고도 멋진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3  찰스 로이드 쿼텟 멤버들(좌로부터) 제이슨 모란, 에릭 할랜드, 찰스 로이드, 루벤 로저스.jpg 레귤러 쿼텟 멤버  좌로부터) 제이슨 모란, 에릭 할랜드, 찰스 로이드, 루벤 로저스    

 

Epilogue

 

그의 소리, 감성과 선율, 그 분위기는 어느 누구와도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지니고 있으며 진솔하게 우리의 가슴에 와닿아 오랫동안 큰 울림을 남겨왔다. 그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주위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가치관과 삶을 온전히 음악에 담아내어 온 그 모습 때문인 것이다. 화려하고 과시적인 테크닉과 높은 난이도의 화성, 스케일들을 구사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한 음, 한 소절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압도적인 테크닉으로 듣는 이를 매료시키는 것보다 한 호흡의 블로잉으로 가슴에 깊게 파문을 남길 수 있는 힘이 그의 음악엔 담겨져 있는 것이다. 마치 이야기를 풀어내고 노래하듯 이어나가는 이 노장의 방식과 능력은, 애초 음악이 가져야 하는 기본이자 본질임에도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찰스 로이드는 재즈가 지나치게 아카데믹해지고 이성적인 범주에 갇혀 버린 것 같은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한 예술적 화두를 몸소 던져주고 있다.

    

5 최근 찰스 로이드와 함께해오고 있는 피아니스트 제랄드 클레이튼.jpg

최근 찰스 로이드와 함께해오고 있는 피아니스트 제랄드 클레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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