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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이 아이어 & 크랙 테이번 (Vijay Iyer & Craig Taborn) - 깨닫고 느끼고 연주되는 바로 그 순간, 영원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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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jay Iyer & Craig Taborn  

첫 더블피아노 듀오 앨범 <Transitory Poems> 발표한 두 재즈피아니스트

 

깨닫고 느끼고 연주되는 

바로 그 순간, 영원이 되다

 

재즈역사에서 프리/아방가르드 계열의 연주자들 중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은 이는 오넷 콜맨, 선 라, 세실 테일러등을 포함해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았죠(여러 문화재단의 지원, 공로상으로 인한 상금 같은 것들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그 점에서 비제이 아이어는 확실히 남다른 수혜를 받은 후배가 아닐까 싶어요. 유명저널들에서 수차례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고, 구겐하임 같은 빠방한 문화재단의 후원도 일찌감치 받으며 상대적으로 선배들에 비해 좀 더 여유로운 창작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비아냥으로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죠. 더군다나 기라성같은 이 방면의 선배들을 통해 받은 유산을 충분히 음악에 드러내고, 그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그의 오랜 절친이자 비슷한 성향을 가진 또 한명의 피아니스트 크랙 테이번과 함께 연주한 이번 피아노 듀오 라이브는 두 사람의 음악세계를 제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한편으론 이 영역의 선배들이 구축해온 오랜 역사와 그 흐름을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 같습니다. 

 

‘찰나, 순간의 시’ 라는 제목처럼 이들은 그 순간 생겨나고 사라지는 즉흥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이 안에서 망설임 없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연주들이, 윗세대들로부터 전해 받은 유산을 토대로 일구어낸 것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어요.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과 자신감이 없다면 결코 취할 수 없는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 / 재즈기타스트 정수욱, 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 / Monica Jane Frisell, Valuska Gabor

 


 

프란츠 리스트는 헝가리를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클래식 피아니스트 중 한명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국제공항, 박물관, 음악학교 등등 부다페스트의 여러 지역명물들에서 종종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피아노 하면 여기!’라는 자부심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그런데 신선하게도 현재 재즈의 전위성과 실험적 방법론을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어와 크랙 테이번의 듀오 앨범 <The Transitory Poems>가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프란츠 리스트 아카데미 극장에서 연주된, 두 대의 피아노로만 연주, 녹음되었습니다. 클래식의 고장 한복판에서 현대재즈, 전위성으로 충만한 두 피아니스트가 얼굴을 마주하고 연주한 것이죠.

 

사실 두 대의 피아노를 마주하고 함께 연주하는 것이 피아노 역사에 처음이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지만, 이렇게 두 대의 피아노가 프리/아방가르드 스타일로 즉흥연주를 강조해 연주하는 것을 담아낸 작품은 흔치 않은 정도를 넘어 거의 없습니다. (이 방면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거장 세실 테일러조차 커리어 통틀어 유일하게 한 장 녹음했을 정도이니까요)   과거 칙 코리아와 허비 핸콕이 함께 손을 맞췄을 때처럼, 두 대의 피아노가 일정하게 짜여진 각본, 즉 작곡된 곡을 중심으로 하되, 거기에 서로의 즉흥을 가미해 연주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비제이 아이어와 크랙 테이번의 경우를 볼 때 이 즉흥성이 음악 전반에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멋진 흐름과 구성을 담은 연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것이 한순간의 우연한 해프닝으로만 빚어낸 결과일까요? 

 

ECM 카탈로그를 통틀어 대표적인 피아노 실황 앨범으로 평가받는 키스 자렛의 <Köln Concert>(1975) 이후, 또 하나의 재즈 피아노 ‘명반’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까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이 <The Transitory Poems>가 의심의 여지없는 매우 훌륭한 수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앨범에서 두 연주자가 들려주는 ‘대화의 기술’은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연주 내내 서로가 서로를 매우 ‘잘 듣고’ 있고,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직관의 영역에서 절대 주저하지 않고 그들의 표현에 자신 있게 ‘올인’하고 있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이 더빙을 하거나 팔이 두개 이상인 연주자의 연주마냥, 비현실감 마저 느낄수 있을 정도의 ‘일치된 텔레파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연주와 앨범의 완성도, 앨범 구성요소들의 짜임새도 뛰어납니다. 단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의 앨범 커버, 이것들이 원래 공연 연주의 순서나 타이틀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앨범’이라는 후보정 측면에서의 곡 구성과 러닝타임, 심미적 배치등도 아주 자연스럽고 흐름이 좋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두 피아니스트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로스코 미첼 같은 AACM의 대표급 뮤지션이자 미국 동부프리 음악의 거장들 밑에서 같이 연주하면서 서로를 잘 알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 듀오로 함께 연주한 것은 2013년도부터였다고 하네요. 두 사람 간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탓인지 이번 라이브앨범에서 이 두 피아니스트들이 각자 쌓아온 음악세계를 ‘때로는 따로 때로는 같이’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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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재즈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둘은 스윙과 비밥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스타일의 재즈 피아니스트들로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초창기 시절부터 독창적이며 전위적인 접근을 담아 음악의 무게를 이리저리 실험하고 메인스트림을 지향하지 않으며, 비주류적인 음악세계를 담아내려는 작품 활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트 테이텀, 오스카 피터슨, 빌 에반스, 허비 핸콕, 칙 코리아, 키스 자렛등의 재즈 피아노영역이 이룩해온 전통과 그 계보, 그들이 쌓아왔던 재즈 피아노의 핵심들을 이 두 연주자들은 매우 잘 알고 있고, 이를 결코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자신들이 원하고 또 표현하려는 방향이 그들와 다를 뿐인 거죠.

 

그리고 이 앨범에 담긴 3개의 즉흥 연주곡들에는 그들의 진정한 우상격인 세실 테일러, 무할 리처드 아브람스, 제리 알렌 같은 선배 피아니스트들을 헌정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특히, 첫 곡 ‘Life Line(Seven Tensions)’은 세실 테일러에 대한 훌륭한 오마주를 담은 트랙입니다. 세실 테일러(이 앨범 Transitory Poems도 세실 테일러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따왔다고 하죠)의 음악을 다른 후배 피아니스트들이, ‘흉내 내어 베끼기’가 아닌 ‘제대로 체득해 영감으로 승화시키기’를 한다면 아마 이 곡과 같은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또, AACM의 창단멤버이기도 한 무할 리처드 아브람스에게 헌정한 ‘Clear Monolith’와 여성 피아니스트 제리 알렌이 작곡한 테마 ‘When Kabuya Dances’를 가져와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각 곡들에서 이들은 그들의 작풍을 어느 정도 반영해 즉흥연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세 명의 선배 피아니스트들은 모두 최근 1~2년 사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두 후배연주자가 선배들에게 바치는 추모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또한 이 앨범을 듣다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각각의 트랙에 담겨져 있는 간헐적인 ‘관객소리(기침소리 발자국 소리 등등)’들과 마지막 트랙후 관객의 박수소리는 라이브 고유의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곡을 제외한 나머지 트랙에서는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의도적으로 빠져있습니다. 마치 스튜디오 앨범인 것처럼 말이죠. 이건 앨범 전체를 하나의 흐름,맥락으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의도가 아닌가 싶어요. 또한 마지막 트랙이 끝나고 들리는 관객의 ‘애매모한’(?) 박수소리를 페이드 아웃시켜 버리는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의 유머 아닌 유머가 개인적으로 아주 기묘하게 느껴집니다. 프란츠 리스트 극장의 ‘수준 높은(?!) 관객들’ 반응을 은근히 조소하며 비꼬듯, 두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앨범에 그대로 남겨두다니 참으로 엉뚱하고 기발합니다.  

 

프로듀서인 만프레드 아이허는 이들의 연주를 그냥 한차례의 ‘라이브'로 공기 중에 날려버리기는 싫었을 겁니다. 후문에 따르면 ECM의 명 프로듀서는 이들의 피아노듀오 녹음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계획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연주자의 일정조율이 쉽지 않았고, 또한 듀오 앨범을 만들기 위해선 사전에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이 라이브 였던거죠. 이들은 작년 이 작품을 위해 다수의 공연을 가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만프레드 아이허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따로 녹음을 하는 대신, 라이브를 그대로 녹음해 앨범으로 만드는 걸로 방향을 선회한 듯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유즉흥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이들의 음악성향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더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재즈(다른 음악들도 그렇겠지만)는 원래 ‘공연’이라는 매개체로 청중과 직접 호흡하고 소통하는 ‘현장’형 예술이 그 원류입니다. 이 두 피아니스트는 재즈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미이자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즉흥연주, 그것도 완전한 자유즉흥의 미학을 위해 전위적 접근방식과 전통적 어법을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접근이 녹아든 소리를 주조해내었습니다. 그게 제겐 마치 주류와 비주류로 재단하듯 나누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 선입견을 비꼬는 것처럼 들립니다.  

 


 

Epilogue 

 

혹자는 라이브 연주와 스튜디오 작업을 ‘생맥주와 병맥주’의 관계로 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이브 앨범’이란 건 사실 모순된 어법(Oxymoron)입니다. 공연이라는 즉흥성과 현장성은 앨범이라는 완성도를 위한 정지된 시간의 작업을 공존 시키려는 어처구니없는 인간의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 나무가 넘어져 아주 큰 소리가 났는데, 그걸 그 누구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면, 그것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소리라는 물리적 자연현상이 있어야 존재 할 수 있는 예술형태이죠. 또, 이 자연 현상(음악의 경우, 라이브가 되겠죠)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기억하려는 장치들이 그 음악이 발생하는 공간이나 매개체(주로 공연장, 때로는 방안의 스피커 혹은 스마트폰의 이어폰)를 통해 존재해야 합니다. 

 

음악을 녹음하는 행위는 백여 년 전 토마스 에디슨이 실린더모양의 수상한(?)장치를 만들고, 그것 안에 실제로 사람이 그 안에 들어있다고 믿어지게 만들려는 인간의 어처구니없는 욕망 ,혹은 기발한 상상력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자료의 기록과 보존에 관한 행위가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 예술과 창작의 충실한 도구로 성장, 발전하게 될 줄은 아마 에디슨도 미처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불과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음악들을 만들고 이를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들을 수 있게 되었죠. 여기 비제이 아이어와 크랙 테이번의 더블 피아노 듀오 앨범처럼 필히 기록으로 남겨둬야 마땅한 가치를 지닌 음악들이 음반, 음원이라는 형태를 통해 반영구적인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은 진정 바람직하고, 또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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