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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k

'오넷 콜맨(Ornette Coleman) 추모 칼럼' - 그가 창조해낸 놀랍고도 위대한 음악세계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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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e Special

 

오넷 콜맨(Ornette Coleman) 1930.3 ~ 2015.6

85세로 세상을 떠난 재즈 알토이스트/작곡가

 

'그가 창조해낸 놀랍고 위대한 음악세계'

 

 또 한명의 위대한 거장이 눈을 감았다. 우리는 그를 프리 재즈의 선구자로 일컫는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그가 재즈계에 끼친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아마도 워낙 많은 동료,후배 뮤지션들이 그의 이름을 이야기한 탓 일거다 - 그래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타계 소식이 잠깐이지만 메인에까지 걸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넷 콜맨은 과연 어떤 음악을 했었던 걸까? 왜 그의 음악이 이토록 많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어필하고 또 존경을 받는 걸까? 프리 재즈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우리는 오넷 콜맨의 음악을 일단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음악이 어떤 맥락으로 재즈사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한번쯤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 한다. 사실 우리에겐 그의 음악이 먼저 적절히 소개되고 이야기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추모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매스컴과 언론들은 대중들이 호기심을 가져줄 법 한 선정적인 가십거리 이외에 모든 것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하고 심드렁하다. 물론 이는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점은 그로 인해 뛰어난 가치를 지닌 예술, 문화들이 대중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한 채 그냥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소개할 오넷 콜맨의 음악 역시 그러한 노선을 걸어왔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에서의 화제와 이슈가 너무나 어색하고 상반되게 느껴질 만큼...재즈. 그중에서도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프리재즈의 선구자이자 혁신가로 그 이름만큼은 국내 재즈 팬들에게도 이미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오넷 콜맨의 음악성과 작품세계에 대해 진중한 접근과 이해가 이루어진 적은 정말이지 거의 없었다. 음악적 특성상 어차피 소수의 애호가들에게만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의 작품을 진지하게 접해본 애호가들이라면 오넷 콜맨이 재즈역사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이 단지 명목상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프리재즈의 선구자니 창시자이니 하는 타이틀이 그의 음악을 얼마나 도식적으로 지칭한 것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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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돈 체리, 빌리 히긴스, 오냇 콜맨, 찰리 헤이든

 

 

단도직입적으로 그는 어느 한 스타일에만 귀속되어있지 않은 폭넓은 어프로치를 지닌 연주자이며, 연주가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음악적 구상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훌륭히 실체화시키는, 재즈 역사상 실로 비견하기 힘든 독창적인 작곡가이기도 하다. 비록 프리재즈를 선도해왔고, 또 그의 알토 색소폰 연주에는 조성과 코드의 제약을 넘어서는 프리재즈의 어법과 톤이 그대로 살아있지만, 결코 그것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장르적 카테고리를 구분하지 않고 시도했던 뮤지션이 바로 오넷 콜맨이다. 1958년에 발표되었던 그의 역사적인 데뷔작<Something Else!! The Music of Ornette Coleman>이나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대표작 <Free Jazz>등 그의 50~60년대 초기작들이 기존의 비밥이 지니고 있던 음악적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지만, 한편으론 이는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습득이 없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프리재즈라고 해서 결코 전통적인 재즈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비밥과 블루스의 뿌리에 깊이 맞닿아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존의 코드나 하모니의 구조를 완전히 깨트리고 리듬섹션 또한 일반적인 스윙과는 동떨어져 있음에도 그의 작품은 비밥 멜로디라인의 진행, 그리고 스윙이 기반으로 된 변화된 리듬체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넷 콜맨은 이러한 이디엄을 기본으로 하여 오랜 세월을 거쳐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이론을 다듬고 발전시켜나간 끝에 결국 하모니와 멜로디, 리듬이 모두 독립적으로, 동등하게 자신의 위치를 가지게 되는 하몰로딕스(Hamolodics)이라는 독창적인 이론을 정립하게 된다. 오넷 콜맨이 주창했던 하몰로딕스(Harmolodics)는 구체적인 하나의 방법론이며 동시에 그의 평생에 걸쳐 이어온 음악 철학이기도 했다. 멜로디와 리듬, 화성등이 모두 각자의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며 이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기존의 조성체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이론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건서 슐러 같은 이론가의 도움을 받았으며 그 외 쉔베르크나 피에르 불레즈같은 20세기 현대 음악가들의 이론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흔히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프리 재즈라는 것이 실제로는 뚜렷한 규칙을 가진 채 운영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 규칙은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암시적이어서 실제 그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 아니면 쉬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접근을 통해 뮤지션들이 과연 어떠한 이로움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 그전까지 기존의 하모니와 리듬 체계에서 만들어지던 음악가들의 음악은 오넷 콜맨과 세실 테일러같은 뮤지션들의 등장으로 인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 사운드 적으로 이전에는 전혀 표현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을 과감히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 기존의 서양음악에서 만들어졌던 스케일을 넘어서 때론 여러 지역의 민속음악에 존재하는 독특한 음계를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분명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이전보다 한 차원 더 넓힌 것이었다. 발상, 사고의 전환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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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넷 콜맨 그 자신은 뛰어난 작곡가이며 모든 형식을 다 파괴한 그런 과격한 전위 뮤지션으로 보기엔 다소 거리가 있다. 그의 음악은 앞서 이야기했듯 기본적으로 비밥과 블루스의 언어를 강하게 담고 있으며, 리듬도 불규칙하다고 하지만 넒은 의미에서 일정하게 수렴되는 틀이 분명히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함께 무대에서 연주하는 동료들은 이러한 큰 틀의 약속을 서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연주하므로 각자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하더라도 그게 완전히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게 한다. 다만 기존의 악기에 주어진 역할, 이를테면 드럼과 베이스의 타임 키핑및 템포 조율역할이나 피아노와 색소폰및 트럼펫, 기타 같은 선율과 화성을 담당하는 악기들이 음악의 주제를 연주하는 식의 관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때로는 서로의 역할이 뒤바뀌기도 하며 그 역할을 함께 동시에 가져가기도 하면서 서로 수평적인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 오넷 콜맨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러한 인식은 아주 미약했으며 결코 보편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러한 개념을 확립하고 정착시킨 것만으로도 오넷 콜맨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이러한 독창적인 컨셉과 방법론에 영향을 받은 연주자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오넷 콜맨이 <The Shape of Jazz to Come><Free Jazz> 같은 앨범을 만들 때 비슷한 시기에 이런 접근을 시도한 뮤지션이 없지 않았다. 클라리넷 주자인 지미 주프리와 레니 트리스타노 같은 연주자들은 각자 자신의 앨범에서 프리 재즈를 시도했으며 음악적으로 성과를 이루기도 했으나, 오넷 콜맨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으며 동료 연주자들에게 끼친 파급효과 역시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반면 오넷 콜맨은 돈 체리나 찰리 헤이든, 키스 재럿, 폴 모션, 에디 블랙웰, 에릭 돌피, 존 콜트레인, 폴 블레이, 팻 메시니 같은 주위 선,후배 뮤지션들이 기꺼이 그의 음악세계에 찬사를 보내고 추종했으며 또 함께 작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에 명확한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건서 슐러나 존 루이스는 이 뮤지션의 시도에서 새로운 재즈의 미래를 보고 그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었으며 레코딩을 할 수 있게 주선해주었다. 그뿐 인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키스 재럿이나 팻 메시니 같은 뮤지션들은 평생에 걸쳐 그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 왔으며 빈번하게 그의 곡을 연주하곤 한다. 심지어 마일스 데이비스조차도 이후 그의 음악에 대해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으며 부분적으로 집단 즉흥연주에 대한 컨셉을 가져와 자신의 앨범에서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오넷 콜맨은 이러한 방법론을 토대로 평생 동안 자신의 음악을 계속 다듬고 발전시켜왔다. 또한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민속 음악들을 연구하고 이를 자신의 음악어법에 적용시키면서 더욱더 폭넓은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말년에도 끊임없이 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그에게 커다란 부를 가져다주진 못했지만, 뮤지션으로서의 명성과 존경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큼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그가 작곡한 ‘Lonely Woman’ 이나 ‘Peace’, ‘When Will the Blues Leaves?’ ‘Turnaround’ 등 몇몇 곡들은 이제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스탠더드와 같은 위치로 자리매김하게 될만큼 널리 알려졌으며 보편적이 되었다. 현재 재즈 신에서 그에게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프리재즈 뮤지션이 아님에도 그의 어법을 배우고 차용하는 뮤지션들도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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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넷 콜맨은 2005년 독일에서의 실황을 담은 <Sound Grammar>를 통해 그간의 아쉬움과 설움을 완전히 보상받았다. 2006년 이 앨범이 발매되자 재즈 저널들은 일제히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평론가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이 앨범을 그 해 최고의 재즈 앨범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급기야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음악부문까지 받게 되는 기염을 토하는 결과마저 이끌어내었다. -1994년도에 맥아더 펠로우쉽까지 받은 걸 포함하면 사실 그는 뮤지션으로서 누릴 영예는 생전에 거의 다 누렸다고 볼 수 있다. 프리 재즈 뮤지션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유례가 없는 놀라운 것이다 - 메이저 시상식에서 이제껏 재즈 뮤지션에게 이 같은 대우를 해준 경우는 그 외엔 없다. 이는 듀크 엘링턴, 마일스 데이비스, 윈튼 마살리스 같은 거물들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하몰로딕 이론에 관한 저서를 완전히 마무리하는 것. 허나 아쉽게도 그는 이걸 마무리하지 못한 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당대 최고의 알토이스트도 아니었으며, 누구나 좋아할법한 그런 멜로디를 연주하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대중들은 듣기에 불편해 마지 않을 프리 재즈를 평생 동안 흔들림 없이 파고 들어간 이 진보주의자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확신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끝까지 관철시켜나갔다. 사실 앞으로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데이브 브루벡이나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 연주처럼 카페에서 그의 음악이 흔하게 울려 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서 재즈는 새롭게 변화해갈 동력과 방향성, 그리고 상상력을 부여받았다는 거다. 찰리 파커가 그랬던 것처럼 오넷 콜맨은 재즈의 틀을 새롭게 규정하고 변화의 방향을 이끌었으며 많은 이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동조하게 만들었다.           /MMJAZZ 편집장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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