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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 '존 아저씨'의 소박하고도 깊은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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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ECM에서 3번째 리더작 발표한 거장 기타리스트

 존 아저씨의 소박하고도 깊은 음악 이야기

 

어느 한 뮤지션이 자신의 작품 활동을 통해 오랜 세월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것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감탄이 절로 나올만큼 대단하고 훌륭한 연주와 멋지고 아름다운 곡, 함께 한 동료들과 만들어가는 놀라운 경지의 합주능력과 유기적인 인터플레이, 그리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확고한 컨셉트와 그에 맞물리는 작품 전반의 훌륭한 완성도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해당 뮤지션의 위대함을 우리는 확인하게 되고, 동시에 그 위대함이 꾸준하게 작품안에 지속되어 나갈 때 우리는 큰 감동을 받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취향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때 더없는 기쁨과 황홀감을 맛보게 되기도 하는데, 허나 과연 이런 것만 있을까? 이런 직접적인 부분 외에 음악에 다른 위대한 요소는 더 없는 걸까요?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의 최근 음악들은 여기에 이렇게 답합니다. ‘잔뜩 힘주지 않고 그저 소박하고 진솔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음을 풀어내기만 해도 충분히 위대하고 감동적일 수 있다. 인위적으로 한껏 꾸민 아름다움 이상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음악에 투영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굳이 시대를 이끌고 사조를 만들어나가지 않아도 좋다. 그런 이노베이터들은 단지 그들의 몫으로 남겨둬라. 대신 일말의 가식 없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듯 연주로 풀어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대단하고 위대할 것이다. 위대하다는 것은 한 개인의 진솔한 내면감성을 예술로 가감 없이 투영시킬 때에도 충분히 발현될 수 있기에...!  /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ECM Rec. Nick Su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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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허구를 섞어 서문을 써봤습니다만 실제로 존 스코필드의 최근작 <Uncle John’s Band>를 들으면서 필자의 뇌리에 떠오른 느낌, 생각이 바로 이랬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할거 다 해본 당대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가 거창한 외연의 부피를 최대한 덜어내고 오로지 음악 자체의 내밀한 선율을 꾸밈없이 엮어내기 위해 최대한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머리가 아닌 마음을 맞댄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점은 이전 트리오 앨범인 <Swallow’s Tale>, 자신의 생애 첫 기타 독주 녹음인 셀프 타이틀 <John Scofield> 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올해 발표한 신작은 전작보다 더 아기자기하면서 솔직하고 밀도높은 음악적 연주로 이뤄진 뮤지션들 간의 대화가 더욱 부각되어 한소절만 들어도 이제 누구의 손에 의해 연주된 것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가 젊은 시절, 1980~90년대 속된 말로 날라 다니던 시절의 연주와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알게 모르게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당시의 스코필드 연주는 일단 피지컬 적으로도 아주 뛰어났으며 화려하면서도 아주 찰진 기타 라인에 비밥에서부터 펑크(Funk), 소울, 록에 이르는 리듬적인 다채로움까지 담겨져 있어 음악을 듣는 맛 자체가 무척 뛰어났었죠. 이런 형태의 연주는 스코필드의 전매특허로 인식되어 다른 동시대 기타리스트들과 차별되는 아이덴티티를 마련해주었는데, 적당하게 걸려 살짝 찌그러진 이펙트 사운드로 연주되는 그의 찰진 블루스 라인들 또한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부터 정말 명품이었더랬습니다. 그가 모던한 비밥 프로젝트를 하건, 펑크 기반의 그루브 음악을 시도하건, 그 기저에는 늘 블루스가 핵심 이디엄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 블루스에 대한 강력한 뿌리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내면적인 깊이를 담은 진솔함의 극치를 연주에 투영시켜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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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모국어로서 블루스가 갖는 의미

앞서 언급했듯 스코필드는 80~90년대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르던 시기에도 블루스나 R&B, 소울 같은 빈티지한 흑인 음악적 요소들을 자신의 연주에 팻 메시니, 빌 프리셀, 마이크 스턴등 다른 주변 기타리스트들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담아내어온 연주자입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국내에선 그의 명성만큼 인기가 있지 않죠) 개인적으로 그가 한국에 자주 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그의 음악에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 한다고 볼 수 있는 게 바로 블루스입니다. 그의 기타 연주중 블루스가 녹아있지 않은 경우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한 프레이즈와 한 코러스 안에 블루스 선율이 맛깔스레 녹아들어 있는 경우가 무척 흔한데 나이 들어가며 더더욱 응축되고 밀도 높아진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데에는 톤에 있어서 일부 변화가 야기하는 점도 분명 있지만(젊은 시절의 칼칼하고 날카롭게 퍼지는 사운드는 이제 뭉툭하고 꾹꾹 눌러담은 듯 절제된 모습으로 바뀌었죠), 그런 사운드를 기반으로 연주되는 블루지한 라인들의 영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스코필드 스스로도 블루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한 적이 과거 여러 차례 있었는데 이런 블루스 라인들을 기반으로 그루비한 음악을 구사하기도 하고 때론 포크, 발라드 연주에서도 녹여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여유로운 레이드 백 연주 스타일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드라이브 감 넘치는 업템포의 연주를 소화할 때에도 그는 레이드 백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면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여유로운 풍미를 음악에 담아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되요. 그가 ECM으로 넘어온 이후 발표한 이번 신작 포함, 세장의 리더작들이 모두 다 비슷한 음악적 맥락을 지니고 있는데, 하나같이 담백하고 소소하지만, 한편으론 거창하게 힘을 잔뜩 들인 여느 재즈 앨범들이 상대적으로 뻘쭘하게 보일만큼 유유자적하면서 진솔한 깊이가 있습니다. 무릇 대가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앨범에 관하여

차후 본지에서 이번 신작에 관한 리뷰를 별도로 다루겠지만, 그전에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이번 앨범은 오랜 지음인 스티브 스왈로우가 나이에 따른 건강상 이유로 40년 가까이 함께한 팀을 내려놓았고 그 빈자리에 젊은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가 새로이 참여했습니다. 가시적으로 가장 큰 변화인데 스코필드 입장에선 그를 선택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전개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미 전작인 <Combo 66>에서 그와 함께 팀을 구성해본 전력이 있었고 그때의 합 또한 상당히 좋았거든요. 이 당시 스코필드를 필두로 한 라인업이 피아니스트 제랄드 클레이튼,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 드러머 빌 스튜어트였는데 이렇게 앨범 발매 투어도 진행했었기에 스코필드의 음악에 대한 경험치와 이해도가 이미 잡혀있었죠. 그래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한편 이 라인업에 대한 호감이 좋았던 탓인지 비센테 아처는 얼마전 처음 발매한 자신의 솔로 리더작에 스코필드를 제외한 이 멤버를 고스란히 참여시켰더군요) 스티브 스왈로우처럼 유려한 베이스 멜로디를 뽑아낼 내공을 아직 갖추진 못했지만, 그 역시 젊은 연주자들 가운데 선율감이 뛰어나고 이 트리오의 음악 지향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서포트로 두 선배의 연주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스티브 스왈로우의 공백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점만으로도 그는 이 트리오의 첫 참여에서 소임을 다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 이른 바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연주에는 뭔가를 더 첨언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들의 오랜 팬이기 때문만이 아니고 정말 이들의 연주에 뭔가를 이야기한다는 게 사족 같이만 느껴집니다. 연주에 낭비가 전혀 없으면서 음악적으로 충만하기 그지없고 완벽하게 들리는 연주를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해내는 게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꽤 빠른 업템포의 곡인 How Deep, Budo 에서 연출해내는 빌 스튜어트의 탄력 넘치는 스윙에 정말이지 쫄깃함이 넘치는 기타 솔로는 스코필드 트리오의 오랜 전매특허라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번 앨범 전체에 사실 빌 스튜어트의 솔로 구간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바로 이 두 곡에서 짧지만 빌 스튜어트의 트레이트 솔로를 들을 수 있기도 하죠. 그리고 스탠더드 넘버인 Stairway to the Star 에서 스코필드의 기타솔로가 이번 앨범의 중요한 지점중 하나라고 보는데, 슬로우 발라드로 연주되는 이곡 중반부 스코필드의 기타 솔로는 정말이지 사람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줄만큼 입체적이며 또 오밀조밀 합니다(그는 덱스터 고든 버전의 이 곡을 무척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솔로 연주에 덱스터 고든의 풍미가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솔로를 이어받은 비센터 아처 역시 연주 흐름에 충실한 베이스 라인을 만들어내며 이 연주의 아름다움을 잘 유지해주고 있죠. 이 한곡만으로도 존 스코필드가 지금 어떤 경지에 도달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한 곡만 더 언급할까 하는데 바로 닐 영의 오리지널인 Old Man 입니다. 그는 평소 닐 영의 오랜 팬이었다는데 포크와 컨트리에 대한 애정을 예전부터 피력했었던 그이기에 이런 선택이 충분히 납득 갑니다. 여기에서도 스코필드를 필두로 비센테 아처의 베이스 솔로가 훌륭하며 원곡의 심플함을 훌쩍 넘어 멋진 재즈버전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나머지 트랙들의 내용과 완성도 또한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무려 14곡에 두 장짜리 음반 1시간 30분 분량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연주를 듣다보면 시간이 그냥 훌쩍 지나가 버릴만큼 몰입시키는 힘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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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존 스코필드의 음악세계는 이제 확실히 대가의 영역에 도달해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길고도 기복 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죠. 이제 일흔을 넘어선 노장 대열에 들어섰음에도 그는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현역 기타연주자들 가운데 가장 안정되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시종일관 들려주고 있으며, 이제는 뭔가를 새롭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의무감 따위는 애당초 맘속에서 비워내고 오로지 연주 그 자체만 즐기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진심어린 즉흥 연주를 위해 한음 한음 신중하면서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에 따라 부지불식간에 음을 끄집어내고, 이를 마치 오랜 경험을 가진 만담꾼이 이야기 보따리를 소소하게 풀어내듯 한 프레이즈, 한 마디 즉흥연주에도 듣는 순간 절로 고개를 끄떡일만큼 큰 공감을 전해줍니다. 즉흥연주의 순도가 극한에 다다르면 어떠한 사전의도 없이 그 순간 자신이 떠올리는 악상만으로도 바로 높은 경지의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내한공연을 가졌던 케니 배런도 그랬고, 지금은 몸이 불편해져서 정상적인 연주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키스 재럿도 그랬으며, 스코필드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도 그랬습니다. 그 외에도 지금은 세상에 없는 여러 전설의 거장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스탄 겟츠, 리 코니츠, 빌 에번스, 웨스 몽고메리, 그랜트 그린, 허비 행콕, 칙 코리아, 행크 존스, 토미 플래내건, 찰리 헤이든 같은 이들도 각자의 음악적 성향은 다를지언정 그 경지에 도달했었죠. 제가 보기에 이 경지야 말로 재즈 뮤지션이 궁극으로 도달해야할 지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장르에 뿌리를 둔 음악을 하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해당 뮤지션이 얼마나 내밀하고 순도 높게 자신의 음악언어로 즉흥연주를 구사할 수 있는가? 그저 화려하고 기계적인 플레이로 즉흥연주를 풀어낼 수도 있지만 거기에 진짜 감동은 없습니다. 변화무쌍한 테크닉을 선보일지언정 자신의 언어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가슴에서 우러나는 음률이 없다면 그건 얼핏 멀쩡해보일지언정 속빈 강정에 불과하죠. 존 스코필드는 젊은 시절에도 짜임새 있고 어디하나 허투른 라인 없는 좋은 즉흥솔로를 들려줬던 연주자였지만,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든 최근 그의 연주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지고한 퀄리티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테크닉을 과시하려는 마음은 정말 1도 없이 오직 그 순간, 그 음악에 잘 어울리는 진짜 솔로를 연주하고, 함께 하는 멤버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태도만으로 전혀 힘들이지 않고 연주에 임하는 지금의 존 스코필드는 마치 도인과도 같은 경지가 아닐까 싶어요. 느끼는 그 순간 바로 연주할 수 있는 심즉동의 경지에 다다른 존 스코필드. 그리고 그에 부족함 없는 서포트로 전체 사운드를 충실하게 채워주는 두 명의 뛰어난 후배들, 이젠 거의 반쪽이라 할 수 있는 드러머 빌 스튜어트와 새로운 팀 메이트로 참여한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아쉽게도 나이에 따른 건강상 이유로 스코필드 못지 않은 내추럴 임프로바이저인 스티브 스왈로우가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에 대한 대안으로 참여한 비센테는 젊은 연주자임에도 대선배의 음악에 나름 적절한 대응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첨단 이론과 기술적 방법론, 테크놀로지의 개입이 대단한 것 인양 취급받는 지금 시대에 이런 인간미 넘치는, 편성에서부터 별 치장 없이 아날로그 느낌으로 충만한 음악은 숨쉴 곳과 함께 우리에게 인식의 전환을 마련해줍니다. 음악은 결코 외연의 거창함에만 있지 않다는 것! 즉흥연주자로서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에 신경 써야 하는지,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감동이 있는지 다시 한 번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준 존 스코필드 형님에게 가슴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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