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on Harrold <FoeverLand> Concord/2024

 

Bass – Burniss Travis

Drums – Chris Dave, Marcus Gilmore

Electric Piano [Rhodes] – Robert Glasper

Engineer [Assistant] – Absalon Flores, Jake Magness

Featuring – Common, Jean Baylor, Robert Glasper

Guitar – Justus West, Randy Runyon, Nir Felder

Piano, Organ – Jahari Stampley, PJ Morton , Shedrick Mitchell, Greg Phillinganes

Keyboards - BIGYUKI

Trumpet, Vocals – Keyon Harrold

Turntables – Jahi Sundance

Vocals – Common, Jean Baylor, Malaya

 

 

1. Find Your Peace

2. Beautiful Day

3. The Intellectual

4. Foreverland

5. Well Walk Now (Perseverance)

6. Don’t Lie

7. Paranoid

8. Gotta Go (Outer Space)

9. Pictures

10. Peace Beyond

 

 

다소간의 클리셰, 하지만 이름값에 걸맞는 완성도

키언 해럴드의 지난 음반 <The Mugician>에 대해서 소개글을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음반이 7년전인 2017년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번 신보는 그의 3번째 정규 리더작으로 지난 7년간의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 그의 모습을 들려준다. 사실 예술가도 인간이기에, 수십 년의 인생에 걸쳐 변화를 보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다만 어떤 이는 일관된 형태를 선호하고, 어떤 이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선호하며 뭇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시간을 지나가며 이전보다 많은 경험을 얻게 되고, 덕분에 한 편에는 여유를, 다른 한 편에는 자기성찰적 성향을 띄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렇다면 이 1980년생 재즈 트럼페터가 지난 7년간 열심히 성찰한 새로운 음악의 방향은 무엇이었을까. 앨범 커버에서 핑크색 자켓을 입고 썬글라스를 낀 채로 저 멀리 바라보는 그의 옆모습에 내심 당황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의 어깨 위에 한 여성 모델의 매끈한 팔이 올려져있고, 역시 여성의 허벅지로 짐작되는 신체 일부분이 키언 해럴드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데, 이러한 섹시함이 이 음반의 정체성인걸까? 커버를 우선 접하면 이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잠시 난감할 수 있지만, 막상 열어본 그의 음악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고 진지하다. 높은 수준의 음악성과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경험치로 자신의 추구하는 바를 이전보다 좀 더 높은 영역에서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비르투오소적 면모를 앞세우기보다는, 이전보다 농염해지고 부드러워진 톤으로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발라드 감성을 들려준다.

지적인 성향도 강해졌다. 예전에도 프로듀싱에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지만, 3번째 리더작에 접어들어서는 이전보다 더 정리된 느낌이 있다. 음반의 세션으로는 그의 절친인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가 일부 트랙에 참여하였고, 그외에도 드러머 크리스 데이브, 마커스 길모어, 베이시스트 버니스 트레비스등 여러 옛 친구들이 음반에 참여했다-지금은 다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친구들이 말이다.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로버트 글래스퍼 <Black Radio> 시리즈 음반들 같은 R&B 보컬 음악을 절반 정도 담고 있으며,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비슷하다. 그럼에도 재즈와 함께 딱 맞게 블렌딩 해 낸 그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십 년간 또래 트럼페터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에 비해 약간 덜 주목받은 경향은 있지만, 그와는 다른 방향에서, 그러나 나름의 건실한 완성도를 보여온 키언 해럴드 역시 간과해선 안 될 실력 있는 뮤지션이라고 본다.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