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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ECM 사운드의 초기 전형 담은 걸작 [Gnu High] - 케니 휠러(Kenny Wheeler)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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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펫, 플루겔 혼 연주자 케니 휠러.jpg

 

 

케니 휠러(Kenny Wheeler)

<Gnu high> ECM/1976

 

1 Heyoke

2 'Smatter

3 Gnu Suite

 

 

Piano Keith Jarrett

Bass Dave Holland

Drums Jack DeJohnette

Flugelhorn, Composer Kenny Wheeler

Layout B. Wojirsch*

Engineer Tony May

Mixed By Martin Wieland

Photography By [Cover] Tadayuki Naito*

Producer Manfred Eicher

Recorded June 1975, Generation Sound Studios, New York City

ECM 1069

 

 앨범커버.jpg

 

ECM 사운드의 초기 전형 담은 걸작

지고의 아름다움 담은 즉흥예술!

/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사진/ECM Production

 

트럼페터, 플루겔 혼 연주자이자 작, 편곡가로서도 아주 명망이 높은 케니 휠러의 앨범 <Gnu High>는 아직도 현대 재즈의 음악적 발전에 매우 유효한 자양분들로 가득한, 다시 말해 유통기한이 찍히길 거부하는 그런 앨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6월말 경 ECM에서 오디오파일용 LP인 루미네센스 시리즈의 첫 번째 타이틀로 재발매 되어 전 세계 재즈 팬 및 콜렉터들의 시선을 끌고 있기도 한 이 앨범은 재미난 앨범 제목과 단 3곡의 트랙을 담고 있습니다. 이 앨범 <Gnu High> (컴퓨터 용어라기 보단 사슴을 닮은 소과의 아프리카 동물을 지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듬해 발매된 케니 휠러의 ECM 앨범 제목이 <Deer Wan>(ECM/1978)이었기에 타이틀의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맥락이 이어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전까지, 케니 휠러는 재즈 빅밴드를 중심으로 활동을 했지만, 영국 음악 신에서는 이미 실력 있는 트럼펫, 혼 레코딩, 라이브 세션으로 활동하며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의 발매를 기점으로 더 많은 영,미권 재즈 뮤지션들에게 그의 존재감이 뚜렷이 각인되는 계기가 되었죠. ‘70년대 상업적인 퓨전의 흐름과 일렉트릭 재즈에 밀려나 잠시 관심을 잃게 되던 시기에도 당시 ECM 레이블에선 케니 휠러 같은 진취적이며 독자적인 음악성을 지향하는 작곡가들의 곡과 영미권은 물론이고 뛰어난 유럽 출신 연주자들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상호 교류들로(반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이런 협업들이 보기 더 어려워졌죠) 전통적이지 않은 어쿠스틱’ 재즈의 불씨를 잘 유지해내고 있었습니다.

 

 

2.jpg

 

이 작품이 발매된 지 거의 5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수의 현대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어떤 시점에 도달하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앨범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케니 휠러가 작곡한 곡들은 시대를 초월해 일종의 스탠더드와 같이 재즈 뮤지션들의 주요 레퍼토리로 남게 되었고, 그의 플루겔 혼 연주는(젊은 시절에는 트럼펫 비중도 꽤 높았으나 이 작품 이후 그의 연주 대부분은 플루겔 혼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젊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러피언 재즈라는 일종의 스타일, 하위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힌 앨범중 하나로 인식되기도 했고, 한번 접하게 되면 반드시 깊이 빠져들어서, 감상자와 뮤지션 모두의 곁에 오래 남는 그런 앨범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의 초기 70~80년대 ECM 대표 명반들(1000번대 시리즈로 알려지기도 한 일련의 초기작들) 가운데 하나로,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남긴 몇 안되는 사이드 맨 참여 앨범이면서 모던 재즈 역사에 가장 인상적인 드림 섹션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영국 출신의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와 미국 출신의 드러머 잭 디조넷의 훌륭한 서포트와 연주 하나만 놓고도 이 앨범은 재즈의 역사적 순간들로 충분히 꼽을 수 있습니다. , 이 앨범은 리더이자 솔로 아티스트로서 케니 휠러의 늦깎이 커리어를 시작하는 초기 대표작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캐나다 출신의 이 남다른 대기 만성형 아티스트는 생전 재즈는 물론이고 클래식에까지 그 범주를 넓혀서 다수의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거의 언급되지 않는 편인데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와는 겨우 4살 차이이고, ECM 데뷔 리더작인 본 작 <Gnu High>를 발매할 당시 이미 45(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이 앨범 녹음 당시 만 29세였고 나머지 두 명의 참여 연주자들도 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였죠)의 나이로 여러모로 출발점이 늦은 편인 것은 틀림이 없었죠. 그리고 그는 이 작품 이후로도 재즈 신의 전면에 나서진 못하고 소수의 마니아들이나 평론가및 동료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실력파 뮤지션으로 ‘80년대까지 활동을 하다 마침내 90년대 들어서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널리 공인받는 걸작들 <Music for Large and Small Ensemble> (ECM/1990), <Angel Song> (ECM/1997)등으로 재즈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중 한명으로 확실히 인정받게 됩니다.

 

케니 휠러는 1930년 캐나다 태생으로, '50년대 초 영국으로 건너가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다소 특이한 케이스로, 2014년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영국과 유러피언 재즈의 중요한 한 획을 그어놓은 인물이 되었죠. 젊은 시절 상당한 트럼펫 연주 실력으로 영국 재즈 신에서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 색소포니스트 존 서먼, 피아니스트 존 테일러 같은 거물들과 다양한 세션 활동을 펼치면서 커리어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6-70년대, 자신의 작, 편곡실력을 트럼페터이자 밴드리더인 메이나드 퍼거슨 빅밴드를 통해 선보이며 조명받기 시작했고, 또 이후 돈 체리나 앤소니 브랙스턴 같은 미국의 프리/아방가르드 재즈 연주자들, 그리고 에반 파커나 데릭 베일리 같은 영국 프리 재즈 연주자들과 다수의 작품에서 협업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보컬리스트 노마 윈스턴, 피아니스트 존 테일러와 함께한 트리오 ‘Azimuth’ 를 통해 유러피언 스타일 재즈 스펙트럼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활동을 하기도 했었죠.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 당시 모습 1977년도.jpg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 당시 모습 1977년도

 

수록곡들에 관하여

이 앨범 <Gnu High>의 첫곡 ‘Heyoke’ 는 비교적 심플한 모달 재즈의 테마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곡의 리듬 뼈대가 3/4박자라 재즈 왈츠라고도 말해도 좋을텐데, 사실 이보다는 10여 년 전 완성되기 시작한 모달 스타일의 작법으로 만들어진, 멜로디와 코드 진행 형태를 가진 재즈 테마라고 이야기하는 게 전체 곡의 흐름을 봤을 때 좀 더 적확할 듯합니다. 매코이 타이너, 웨인 쇼터, 조 헨더슨 등의 레전드급 재즈 작곡가들의 곡들에서 시작 및 발전되기 시작한 스타일의 작곡 형태로 토널 뮤직, 조성과 화성(기존 스탠더드 곡들에서 많이 확인되는) 보다는 모달에 더 가까운, 즉 컨템포러리 재즈의 가장 중요한 표현 방식을 받아들여 만든 곡입니다. 하지만, 이미 이 당시 메인 스트림 재즈는 프리, 일렉트로닉 재즈 등으로 많이 넘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70년대 재즈의 선봉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가 대표완장을 차고 있었고, 웨인 쇼터, 허비 행콕, 토니 윌리엄스 같은 마일스 사단의 후계자들이 가장 높은 곳에서 각자의 팀으로 재즈-퓨전의 깃발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 ’Heyoke’는 어찌 보면 당시로선 최신 유행은 아니었습니다만, 뮤지션들이 연주에 접근하는 측면에서 보면 조금 더 날카로운 실험적 시각을 품고 있습니다. 우선 곡 하나의 러닝 타임이 20분이 넘어서 LPA면 전체를 다 차지하는데, 이 부분은 이 앨범 전체에 흐르는 케니 휠러와 키스 재럿-데이브 홀랜드-잭 디조넷 트리오의 음악적 긴장감과도 궤를 같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섹션이라고 할 수 있는 830초대 이후, 재럿의 솔로 피아노 임프로비제이션이 시작됩니다. 사실 4분 이상 피아노 독주로만 연주되는 이 부분만 따로 떼서 편집하면 그냥 키스 재럿의 솔로 피아노 피스가 된다고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케니 휠러의 플루겔 혼 솔로 연주를 시작으로 이들 쿼텟은 매우 유기적인 프리 재즈에 가까운 루바토 연주 섹션을 이어갑니다. 후일담에 의하면, 녹음 당시 이 곡의 의도는 여기까지였다지만, 조금 아쉬운 루바토 트럼펫 솔로를 빼내기엔 전체적 흐름과 키스 재럿의 피아노 연주 느낌이 아주 좋아 계속 살려둔 결과 장장 20여분이 넘는 멋진 즉흥 연주 세트가 완성되었다고 하더군요.

 

4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 70년대 후반.jpg

 젊은시절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

 

 

특히, 15분대 이후부터 케니 휠러가 곡 후반부에 다시 들어오기 전까지, 키스 재럿과 잭 디조넷, 데이브 홀랜드 이 젊은 트리오의 연주는 초기 ECM의 최고 하이라이트중 하나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이 4분 정도의 피아노 트리오 연주는 키스 재럿의 커리어 하이라이트중 하나라고 말해도 그렇게 욕먹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당시 서른이 채 안되었던 키스 재럿은 이미 ECM에서만 6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한껏 창작욕이 고양되어 있었고 음악적 에너지가 생생하게 넘칠 무렵이었습니다. 19751월 퀼른 오페라하우스의 공연 녹음 이후, 6월에 뉴욕으로 건너가 케니 휠러와의 녹음을 할 무렵의 솔로 피아노 센스의 충만감을 느낀 프로듀서 맨프레드 아이허와 이 앨범의 리더인 케니 휠러는 이런 그의 터져 나오는 에너지를 녹음으로 담아두길 희망했을 것입니다. 드럼의 심벌즈 솔로로 루바토 섹션을 마치고 다시 잭 디조넷의 사이드 스틱 리듬에 맞춰 인 타임(리듬을 템포에 맞춰)으로 곡을 연주하면서 마무리 합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곡의 헤드아웃(첫 멜로디를 다시 반복하고 곡을 마무리하는 걸 일컫는)이 없이 간단한 리드믹 뱀프를 끝으로 연주가 끝나며 이 곡이 마무리 되고 있는데, 마스터 테이프가 실제로 여기까지 인지, 아니면 뒤에 연주가 더 있는데 여기서 LP 최대용량을 고려한건지는 모르겠지만, LP 한면 A 사이드 전체를 이 2156초의 한곡 즉흥연주로 채웠다는 점만으로도 정말 놀라운 인터플레이를 담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6분 정도의 길이로 연주된 두 번째 트랙 역시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종종 연주하는 모달 성향의 곡 ‘Smatter’로 펜타토닉 멜로디에 모달 코드 접근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도 아웃트로 피아노 연주를 보면 당시 재럿이 얼마나 흥미로운 성향을 가진 연주자였는지를 보여줍니다. 현재는 많은 후배 재즈 뮤지션들에게 재즈 스탠더드에 준하는 수준으로 많이 연습되는 레퍼토리이기도 하죠. 그리고 마지막 트랙 ‘Gnu Suite’에서는 베이스 솔로와 드럼 솔로가 배치 되어있고 케니 휠러와 키스 재럿의 대화 같은 듀엣으로 시작해 다시 대화로 끝나는 수미상관도 앞면의 즉흥적인 모습과는 상반된 형태의 잘 갈무리된 완성도가 느껴집니다.

 

5 드러머 잭 디조넷 80년대 초반의 모습.jpg

드러머 잭 디조넷  '80년대 초반 당시 

 

Epilogue

재즈는 팝이나 록과 같은 대중음악들처럼 유행과 상업적 성공으로 화려하게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때 한켠 구석에서 자신의 고유한 방식과 예술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소소하게 잘 살아 남았습니다. 사실 대중음악 쪽에선 7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음악 산업이 가장 융성하게 커나가던 때입니다. CD포맷의 미디어가 나오기 직전까지 음악가와 그의 음악, 그리고 콘서트로 이어지는 음반 산업이 가장 활발하게 큰 규모로 발전하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였습니다. 반면 재즈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면서 작은 규모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들도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끊임없이 본질적인 숙제의 연속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음악성과 창의성의 예술적 측면을 계속 고민하고 줄다리기 하게 됩니다. 이 무렵에 소개되었던 ECM 작품들이 바로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이블 설립 이후 1970년도부터 약 7-8년간 발매되었던 ECM의 일련번호 1000번대 초반 시리즈들, 키스 재럿, 게리 버튼, 팻 메시니, 존 에버크롬비, 에버하르트 베버, 얀 가바렉, 랄프 타우너, 테리에 립달, 그리고 케니 휠러 같은 훌륭한 명인들이 만들어 낸 이 당시 앨범들은, 이런 재즈 역사의 아주 중요한 성취이자 지금 시대에도 살아있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다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작도 마찬가지이며 그 중에서도 <Gnu High> 특히 아주 아름다운 미감을 담은 작품으로 언급해 마땅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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