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Johnk

카리나 네뷸라(Carina Nebula) - ‘하나의 공동체’가 된 4人의 보컬리스트

  • Johnk
  • 조회 수 1016

11.jpg

좌로부터) 김민희. 강윤미, 박라온, 말로 

 

 

카리나 네뷸라(Carina Nebula)

첫 정규앨범 <Good Match> 발표한 여성 보컬 그룹

하나의 공동체가 된 4의 보컬리스트

 

카리나 네뷸라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재즈 보컬 유닛이다. 말로와 박라온, 강윤미 그리고 김민희가 그들로, 그 동안 음악적 교차점 없이 각자 독자적으로 활동해온 탓에 지난해 들려온 이번 유닛 결성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의외이자 이슈가 될 만한 일이었다. 사실 일반적으로 재즈 연주자들은 다른 연주자들과 다양한 방식, 편성으로 함께 연주를 해오고 있다. 다른 악기 혹은 같은 악기를 다루는 뮤지션들끼리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는데 반해 보컬 쪽은 주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마치 주인공처럼 활동해온 터라 이렇게 4인조로 유닛이 결성된 예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국내 재즈 신으로만 국한하면 이런 형태의 유닛은 사상 최초라 할 수 있겠다.

/강대원 사진/나승열, JNH뮤직

 

대중가요나 팝에서 이와 같은 보컬중심 유닛이나 프로젝트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라서 이것이 아주 색다르고 신선한 프로젝트는 아니다.(그러나 남녀 혼성이 아닌 여성만으로 이뤄진 경우를 따져본다면 그 범위가 더욱 협소해진다. 해외의 경우 기껏해야 1930~40년대 존재했던 보스웰 시스터스 같은 몇몇 여성 보컬 팀들, 현재 활동하는 푸피니 시스터스가 연상되는 정도이며 국내는 과거 트로트 쪽 외에는 전무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확실히 국내 재즈 신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기획이라는 점에서 카리나 네뷸라는 이 분야의 첫 기록이라고 할 만 하다. 지난해 카리나 네뷸라의 결성 소식을 듣고 각자의 길을 걷던 4명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어떻게 한 팀으로 뭉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결성 배경에 대한 뒷이야기를 찾아보니 본 작이 발표된 JNH Music의 이주엽 대표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인 말로에게 보컬 유닛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국 여성 재즈 보컬 신이 넓고 자원도 많은 점에서 카리나 네뷸라를 착안했다고(팀명 역시 이주엽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21.jpg

 

2003JNH Music에서 3<벚꽃지다>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5장의 정규 앨범을 더 선보이며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재즈 보컬로 자리매김한 말로는 이 대표의 제안에 카리나 네뷸라의 실체적인 구성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말로는 재즈바 디바 야누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 누구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그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최적임자였다. 그렇기에 팀원을 찾는 일이나 앞으로 결성될 유닛의 음악적 성격, 방향, 지향점과 맞는 인재를 발탁하는데 있어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본 작 발매 기념을 겸한 6월 초 공연에 발맞춰 진행한 한 매체(2023. 5. 18.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멤버 구성(혹은 조건)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우선은 테크닉, 다음은 친화력을 꼽고 있었다. 단지 노래를 잘 한다는 수준을 넘어 카리나 네뷸라가 지향하는 다양한 레퍼토리-자작곡부터 재즈 스탠더드, 커버곡 등-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에 어느 정도 활동 경험, 경력이 필요했고 더 중요했던 건 친화력으로 하모니를 유지하는 마음과 서로를 더 위에 놓을 수 있는 음악적 겸양이 우선시 되었다고 말로는 밝히고 있었다.

 

인터뷰에는 처음 카리나 네뷸라 합류를 제안 받은 것에 대한 세 멤버들의 답변도 있었는데 종합해보면 낯설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한 팀으로 함께하면서 열정을 다시 찾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4명의 멤버 모두 이전에는 솔로 독창자로서 대부분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누구를 받쳐주거나 뒤로 빠지는 일이 거의 전무했다. 모두가 가장 낯설고 생소한 지점이었지만 서로 한 팀으로 연습을 하면서 이를 문제없이 잘 해결해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팀의 맏언니라 할 수 있는 말로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사료되는데 카리나 네뷸라의 공연이나 라디오 방송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 말로는 팀의 리더이자 음악감독 부분까지 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말로는 팀의 설계자이자 정신적 지주 그리고 팀의 구심점과 같은 존재라고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nah_0881.jpg

 

앨범 소개

12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글쓴이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공통점 외에도 음악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통하는 면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모두 열정적인 음악적 재능과 끼를 갖고 있고 이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각 곡에서 파트를 나눠 서로를 배려하고 독려하는 것을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프로젝트답게 JNH Music에서는 얼마 전 뮤직비디오를 공개-유튜브에서 확인 가능-하기도 하였는데 그중‘Susie Q’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서로 마주보며 하모니를 맞춰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글쓴이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뮤직비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눈빛에서 연기라기보다는 실제적인 교감이 담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

한편 선곡에 있어서 꽤나 고심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새롭게 결성된 팀을 위한 신곡(자작곡)과 재즈 스탠더드는 물론 앞서 언급한 미국 록밴드 C.C.R의 유명한 록 넘버 ‘Susie Q’, 1930년대 신민요 노들강변’, 1970년대 가수 남진의 대표곡 님과 함께’, 동요엄마야 누나야’, 브라질 보사노바의 거장 주앙 지우베르투가 스탄 겟츠와 함께 연주해 유명해진 명곡 ‘Doralice’, 미국의 작곡가 겸 음악 교육가인 커비 쇼의 ‘I Return To Music’등 상당히 폭넓은 음악적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몇 곡은 직접 개사하기도 했고 편곡 역시 새롭게 진행했는데 여기에도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이를 통해 카리나 네뷸라의 음악은 4명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되어 더욱 완성도 있고 음악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다.

대체로 카리나 네뷸라의 음악적 컨셉트은 맨해튼 트랜스퍼라든지 테이크 6를 일부 벤치마킹하고 이를 자신들에 맞게 사운드를 재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멤버 4명의 스캣을 기악적으로 활용한 타이틀 곡 ‘Good Match’라든지 맨하탄 트랜스퍼의 ‘The Offbeat Of Avenues’ 같은 클래식한 분위기가 강조된 ‘Carina's Tune’등을 들 수 있으며 곡에 따라 아 카펠라 형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더불어 이명건(피아노), 황이현(기타),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 김정균(퍼커션)까지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 역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사이드 맨들로 보컬 유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고 이다. 특히 이명건, 정영준, 이도헌은 말로 밴드의 일원으로 이미 보컬과의 활동에 오래전부터 특화되어 있어 이번 작업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가 아니었나 싶다.

 

재즈 팬으로서는 탁월한 기량과 개성을 겸비한 44색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무대를 접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아마도 앞으로 다가올 이들의 공연 픽(Pick)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부터 각종 공연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카리나 네뷸라는 오는 6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첫 앨범 <Good Match> 발표 기념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규 활동에 돌입한다. 올 상반기 국내 재즈 신에서 가장 부각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cf) * 카리나 네뷸라(Carina Nebula)

카리나 네뷸라는 용골자리 성운의 영어 이름이다. 우리 은하 내에서 별들이 가장 많이 탄생해 별들의 요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어 지구로 보낸 사진 중 가장 아름다운 사진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다가가면 갈수록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늘 새롭게 발견되어지길 원하는 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 멤버 소개

말로 : 1998<Shades of Blue>로 데뷔. 지금까지 8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20여 년간 한국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보컬로 카리나 네뷸라에서 좌장직을 맡고 있다.

 

박라온 : 2009<My Secret>으로 데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해왔으며 3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현재 재즈 트리오오늘의 리더로 지속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강윤미 : 2015<Story Haven't Told You Yet>로 데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재즈 보컬로 전향한 케이스로 2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재즈 듀오유월의 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민희 : 카리나 네뷸라에서 가장 막내로 2012년 골든스윙밴드의 1<Golden Times>로 첫 데뷔했다. 2019년 첫 솔로앨범 <Don't Explain>를 발표하며 솔로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 중.

 

 

3.jpg

 

 

Interview

음악과 인간관계 모두

완전한 팀이 되어가고 있죠

인터뷰진행 및 정리/김희준

 

뻔하고 식상한 질문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어떻게 네 분이 함께 모이게 되었나요? 보컬 팀에 대한 구상은 이주엽 대표님의 의도가 반영된 걸로 전해 들었어요.

 

말로 : . 이야기하신 대로 기본적인 시작에는 이주엽 대표님의 의견이 작용했죠. 그런데 이걸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까지 개입하진 않으셔서 처음에는 제가 멤버들을 모집하는데 주된 역할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우선 목소리 컬러, 음색이 서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가를 고려했죠. 이게 함께 화음을 넣고 맞춰야 되는 거다 보니 개인 목소리가 너무 튀거나 개성이 도드라지면 힘들 수 있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제 목소리가 그렇게 튀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의외로 제가 합창에 잘 맞는 편이에요. 앨범 들어보시면 아실 텐데 제 목소리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신 분들도 들으시면서 별로 튀지 않는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많은 시간 연습을 하고 호흡을 맞춰야 되기 때문에 서로간의 소통과 인간적인 교감도 고려를 했죠. 실력이 좋더라도 이게 서로 맞지 않으면 활동하면서 계속 삐걱댈 수밖에 없거든요. 오래 마음을 맞추고 나눌 수 있으면서 목소리의 밸런스가 서로 잘 맞는 멤버들로 선정한 결과가 현재 저희들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강윤미: 말로가 제일 중요한 걸 빼먹으셨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선정기준은 바로 미모였어요(전원 웃음)

 

아하! 그렇군요(웃음). 그런데 일반적으로 해외도 그렇고 재즈와 연관된, 혹은 두왑 보컬 계열 팀들 보면 남녀 혼성이 대부분인데 오직 여성으로만 구성한 것도 궁금했어요. 맨해튼 트랜스퍼 같은 팀을 염두에 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는데 그럼 남성 파트도 포함을 시키는 게 좋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말로 : 국내에 남성 보컬 쪽보다 여성 쪽이 훨씬 활동하는 분들이 많고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측면에서 혼성보다 전부 여성으로 통일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았어요. 그리고 남성 파트는 보컬 키도 그렇고, 제가 일부 맡아서 소화하면 됩니다(멤버 분들 전원 웃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앨범 수록곡 12개가 색깔이 상당히 다채롭습니다. 오리지널 재즈 스탠더드 넘버들에 보사노바, 블루스, , 그리고 말로씨의 오리지널곡과 민요, 동요까지 구색이 다양한데, 레퍼토리 선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요.

 

강윤미 : 이게 처음 레퍼토리를 결정할 때 전체적인 방향성을 미리 잡고 간 게 있어요. 그러니까 재즈 스탠더드가 몇 곡 있으면 민요나 전래동요 같은 곡들도 일부 있고, 또 가요 곡들도 담아보자는 기본 틀이 있었죠. 왜냐하면 우리가 재즈 마니아들만 대상으로 한 팀이 아니라 재즈의 기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일반 대중들과 초심자들까지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려는 면도 있는 팀이거든요. 그래서 재즈에 식견이 별로 없는 분들이 들어도 무슨 곡인지 알법한 레퍼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성격의 곡들이 포함되었어요. 물론 그걸 재즈적으로 편곡한 건 틀림이 없고요.

 

 

 

4.jpg

 

 

이번 카리나 네뷸라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네 분이 같이 화음을 맞춰보면서 뭔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걸 경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던데 어떠세요?

 

박라온 : 저희가 작년 58일에 처음 이곳에서 만나 팀 회의를 했어요. 그때 무슨 곡을 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만 1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녹음하고 곧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으니 단기간에 정말 많은 시간 집중해서 연습하고 또 작업했죠.

처음에 저희가 생각한 게 잘 알려진 아카펠라 그룹들처럼 보컬 톤, 단어 음절, 뉘앙스 등을 완벽하게 다 맞추자 이렇게까지 의도를 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각자의 색깔도 살려내면서 동시에 화음도 아름답게 표현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죠. 그래서 지나칠 정도로 어렵거나 한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연습을 진행하면서 음정 잘 맞추고 리메이크의 경우 편곡이 잘 나오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작업해보니 음정이 분명 잘 맞는데 어딘지 어색하고 위화감이 드는 거에요. 이게 왜 그런 걸까? 싶어 들여다보니까 같은 단어의 발음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발음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걸 세부적으로 조정하면서 연습하니까 한결 합이 좋아지더라구요. 그렇게 맞아 들어가는 과정이 기대이상으로 재미있고 즐거워서 시간을 많이 들였어도 힘들고 고되다는 느낌은 별로 안들었어요.

 

강윤미 : 저희가 모여서 연습하면 짧게는 6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이상 연습하곤 했었어요. 그러니까 각자 다른 일정이 없을 때엔 하루 일과를 여기에 다 쏟아 붓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하면서도 저 역시 힘들다는 느낌은 안들더군요. 아마 다른 두 분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을 거 같아요

 

김민희 : 저도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해서 힘들다는 생각을 별로 안한 거 같아요. ! 이건 처음에 좀 힘들었어요. 저희가 연습할 때 이르면 오전 10시에 만나서 하기도 했거든요. 이제 뮤지션들에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보니 적응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죠. 게다가 저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올빼미형인 것도 있어서 오전에 힘들게 나와서 목소리 잘 안나오는데 음정 맞추고 발성연습 하는 게 어려웠는데 이것도 시간 지나서 적응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지금은 11시에 리허설 잡히면, ? 오늘은 늦게 모이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강윤미 : 그런데 저희 팬 분들도 그렇고 주변 뮤지션 분들도 연습할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무슨 말인가 하면, 아시다시피 저희 멤버 중에 현재 재즈계의 왕언니 한분이 멤버로 계시잖아요. 나이로나 경력 상으로나 말로가 가장 높은데 과연 팀워크가 수평적으로 서로 잘 이뤄지고 소통도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놀랍게도 저흰 함께 있을 때 서로 평어체로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나이에 따른 상호 존칭이나 하대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 거죠.

 

? 그럼 서로 말을 놓는다는 건가요?

 

강윤미 : . 나이 고하를 안 따지고 그냥 동일한 높이로 대화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함부로 막말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이름을 부를 때 ‘~를 붙이지 않고 라온, 말로, 이렇게 이름만 부르는 식이에요. 심지어 민희는 말로의 제자인데 카리나 네뷸라를 하는 동안에 동등한 높이에서 말을 하고 있죠. 이게 자칫 경우 없이 되어 버릴 여지가 있는데 저희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고 존칭만 쓰지 않을 뿐, 말에 기본 예의를 담아서 이야기하니 감정적으로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또 더 다정해지더라구요. 자기 의견을 내는 것도 편해지고...되게 놀라웠어요. 연습을 시작한 지 한달 쯤 지나서 이걸 시작했는데 그때 말로가 난 여러분들의 선배가 아니라 음악적 동료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게 가슴에 와닿았죠. 처음엔 저도 왜 날 이렇게 괴롭히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게 어떤 식의 태도를 갖고서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게 완전히 달라지더라구요. 이게 분명 효과가 있다고 생각이 된 게 저희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연을 했었는데 공연 할 때마다 꾸준히 와주시는 팬 분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여러분들이 진짜 가까워지는 게 음악에서도 느껴진다.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여기 세 분을 그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고 오며가며 인사도 몇 번 나누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1년 정도 지나서 실제로 이만큼 친해져서 이제는 사적으로도 서로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안보면 보고 싶고 그렇게 되었죠.

 

신기하고 놀랍네요. 수직적인 관계가 여전히 중요시되는 이곳에서 이런 시도를 성공적으로 할수 있다는 게. 네 분의 인간적인 매너와 태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이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말로 : 가족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또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진솔하게 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카리나 네뷸라 멤버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얻은 것들을 가족들과도 공유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여러 가지가 달라지고 개선된 거 같아요. 그 점에선 음악을 넘어서 저라는 사람을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라는 생각도 듭니다.

 

6 공연에 앞서 함께 연습하는 카리나 네뷸라 멤버들..jpg

  클럽 디바 야누스에 모여 함께 연습하는 카리나 네뷸라 멤버들. 

 

‘Doralice’ 를 한국어로 개사해 부른 게 눈에 띄었어요. 원곡의 포르투갈어로 부르지 않고 개사를 별도로 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말로 : 개사하면서 저작권료도 비싸게 지불하는 등 다른 주변 상황들이 복잡하게 된 면이 있지만 실제 의도는 아주 단순해요. 이 곡의 아주 예쁜 멜로디와 화성을 한국어 노랫말로 바꿔서 부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애초 연주곡이 아닌 다음에야 가사가 있는 노래들은 우리에게 더 직접적으로 와 닿기 위해선 우리말 가사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우리말이 아닌 언어로 노래하면 멜로디는 들려도 그 곡의 의미는 전혀 전달이 안 되는데 정말로 이 곡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반짝반짝 작은 별'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 곡을 계이름과 코드 진행 같은 걸로 기억하는 일반인은 거의 없잖아요. 그만큼 노랫말이 중요한데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노래하면 그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죠. 부르는 사람도 이해 못하고 듣는 사람도 이해 못하는 노랫말을 꼭 원어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불러야 할 필요가 있느냐? 그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Doralice’의 포르투갈어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노래하면 보사노바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듣고 바로 노래를 이해할 수 있고 또 그 곡을 따라 부르는 것도 어렵지 않죠. 게다가 가사내용도 곡만큼이나 재미있거든요. 이런 게 음악이 청자에게 바로 와닿게 하는 큰 요인인데 이걸 포르투갈 어로 하면 절반은 죽어버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의 실제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어로 개사를 한 거라고 보시면 되요.

 

그리고 실제로 곡 작업을 했고 녹음까지 마쳤는데 저작권 승인이 나지 않아 결국 앨범에는 못 실은 곡이 하나 있다고 들었어요.

 

말로 : 일반 팝팬들도 다 아시는 퍼렐 윌리암스의 ‘Happy’ 인데, 이게 퍼렐 측에서 가타부타 답을 안주더군요. 몇 개월을 마냥 기다리다 앨범 발매및 공연 시기까지 넘기는 건 안될 거 같아서 결국 부득이하게 앨범에 제외시켰어요. 향후 뒤늦게라도 승인이 나면 그때 싱글음원으로 공개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서도 무척 아쉬운 게 편곡적으로 공도 많이 들였고 연습도 많이 했거든요. 앞으로 저희 공연할 때 오시면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편곡의 측면에선 제가 듣기에 '님과 함께''엄마야 누나야'가 가장 인상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님과 함께'의 경우 가장 힘을 들였고 또 재즈 팀다운 독창적인 해석과 연주가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원곡의 위트있고 살짝 경박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고 곡의 스케일, 감성 폭이 커졌더라구요. 이 아이디어는 아무래도 편곡자인 라온씨가 한것이겠지요?

 

박라온 : . 제가 했어요(웃음) 이 이 곡이랑 '노들강변' 이 두 곡을 제가 편곡했는데 들으면서 원곡의 기본 정서와 멜로디를 그다지 연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 의도이긴 했어요. 게다가 이번 작업을 하기 전까지 노들강변은 들어보지도 못했었던 곡이었어요. 두 곡 모두 밝고 긍정적이면서 가볍게 튀는 면이 있었는데 그걸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이걸 아예 반대로 한번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흐름을 좀 더 서사적이고 모달의 기법을 담아내서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해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웃음)

 

말로 : 때론 곡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사람한테 편곡을 맡기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IMG_0121.JPG

 

 

 

 

블루스, 비밥, 스윙, 보사노바, 라틴, 록앤롤, R&B, 가요, 민요등 있을 건 다 있네요. 말 그대로 종합선물 세트같은 장르적 다채로움이 담겨져 있네요.

 

강윤미 : 아까 처음에 저희가 이야기 드린 것처럼 이렇게 다양한 장르적 색깔을 담아내려고 한게 관객들과의 교감을 최대한 끌어올려보고자 한 부분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관객 분들이 제일 좋아해주시는 곡이 바로 타이틀 곡이자 비밥 넘버인 ‘Good Match’ 였어요. 저희끼리도 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첨언 드리자면 현재 이런 비밥 보컬 곡을 소화할 수 있는 팀은 국내에 저희 외엔 없습니다(일동 웃음)

 

박라온 : 근데 처음엔 저희 이름을 사당패로 할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걸로 하면 무대의상을 입는 것도 제약이 있을 거 같고 노래도 영어로 하면 안될 거 같고 그래서 결국 카리나 네뷸라로 가게 되었죠. 하지만 지금도 저희 단톡방 이름은 카리나 네뷸라가 아니고 사당패랍니다 (웃음)

 

뮤직 비디오를 보니 네 분 모두 보이쉬한 옷차림이 시선을 끌어요. 중성적인 면을 어필하려고 한걸까요? 의도한 면이 있을 거 같습니다.

 

강윤미 : 너무 여성적인 이미지만 강조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어요. 재즈 보컬리스트, 특히 여성 보컬에 대한 이미지, 틀이 대중들에게 일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여성적인 드레스차림으로 노래하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연출한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본질적으로 여성이 갖는 아름다움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게 아니라 단편적으로 소급되는 이미지들에 국한시키지 않기 위해서 노래와 이미지 모두 다양한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어요.

 

카리나 네뷸라(Carina Nebula)는 여기서부터 8,5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성운이름이더군요. 게다가 북반구에서는 관측이 안되고 남반구에서만 보인다고 하던데, 이 성운을 팀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말로 : 그건 처음에 이주엽 대표님이 낸 아이디어였어요. 팀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팀명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왔었지만 멤버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결국 이 이름으로 채택이 되었죠. 마침 제임스 웹이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었는데 그 사진에 찍힌 이 성운처럼 우주적으로 널리 반짝이는 팀이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웃음

 

7.jpg

 

facebook twitter pinterest kakao story band
  1. 11.jpg (File Size: 1.51MB/Download: 27)
  2. 21.jpg (File Size: 1.77MB/Download: 31)
  3. 3.jpg (File Size: 1.30MB/Download: 29)
  4. 6 공연에 앞서 함께 연습하는 카리나 네뷸라 멤버들..jpg (File Size: 1.05MB/Download: 30)
  5. 7.jpg (File Size: 764.5KB/Download: 28)
  6. 4.jpg (File Size: 1.45MB/Download: 26)
  7. IMG_0121.JPG (File Size: 878.0KB/Download: 29)
  8. nah_0881.jpg (File Size: 1.34MB/Download: 30)
댓글
0
댓글 쓰기
0%
취소
0%
취소

스킨 기본정보

colorize02 board
2017-03-02
colorize02 게시판

사용자 정의

1. 게시판 기본 설정

도움말
도움말

2. 글 목록

도움말
도움말
도움말
도움말
도움말

3. 갤러리 설정

4. 글 읽기 화면

도움말
도움말

5. 댓글 설정

도움말

6. 글 쓰기 화면 설정

도움말
발행인: 김창호 | 편집장: 김희준 | 사업자등록번호: 114-81-69705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5길 6| 전화: 02-766-7779(질문과 답변은 게시판 이용) | E-Mail: dpdlsl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