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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이드(Charles Lloyd) - 재즈의 본질,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서 빚어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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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이드(Charles Lloyd)

새로운 쿼텟 라인업으로 선보인 신작 <The Sky Will Still Be There Tomorrow>

 

 

재즈의 본질,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서 빚어진 감동

아마 지금껏 100년이 넘는 재즈사를 통틀어서 살펴봐도 몇 명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여든이 넘어서도 이토록 지속적으로 창조적이며 내실 가득한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재즈 뮤지션은 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의 찬사를 받는 연주자들 중 대부분은, 여든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노쇠화로 인해서 간헐적으로 무대에서 서고, 앨범을 내더라도 완전한 신작보다는 과거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한 라이브 형태의 연주를 담은 경우가 빈번해지는데, 찰스 로이드는 그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블루노트 레이블로 이적한 게 2014년이니 정확히 10년 전인데 그때 그의 나이는 일흔 다섯이었습니다. 이제 커리어의 마무리를 준비한다고 봐도 좋을 시점, 하지만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앨범은 라이브를 포함해 총 9, 라이브 녹음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저 연배에 매년 1장 꼴의 작품 활동은 결코 흔하지 않죠. 심지어 그 각각의 앨범들은 동일한 라인업의 밴드 구성이 거의 없었으며 레퍼토리 또한 새로운 작곡, 혹은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곡들을 재해석하는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오히려 ECM시절보다 더 자주 앨범을 만들고 젊고 새로운 뮤지션들과 협연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그의 도전과 열정은 한층 더 강해졌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Blue Note, Dorothy Darr, PeggyFre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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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실로 오랜만의 스튜디오 복귀작입니다. 거장 찰스 로이드가 자신의 재즈 밴드를 대동하고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의 레코딩 부스에 들어간 것은 또 다른 프로젝트인 마블스와 함께 한 <Tone Poem>이후 5년만(이 앨범이 발매된 것은 2020년이지만 실제 녹음된 시기는 2017년입니다), 완전한 재즈 쿼텟 편성으로 따지면 14년 전 ECM에서 발표했던 <Mirror>이후 이번이 처음이더군요(이 앨범은 2009년도에 녹음되었으며, 이후 발매되었던 제이슨 모란과 듀오로 녹음한 <Hager's Song>2012년도 녹음입니다) 블루노트로 이적한 2014년 이후 1~2년마다 최소 한장씩 앨범을 공개했어서 언뜻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2010년 이후 그의 후반기 앨범 작업들은 대부분 라이브 녹음에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라이브 앨범들은 레퍼토리, 함께한 팀원들 모두 동일한 반복이 아닌 경우가 많았으며, 기존 정규앨범에 준하는 컨셉트 및 일관성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역으로 궁금했습니다. 그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 라이브 대신 오래간만에 스튜디오 환경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이미 여러 형태의 경험치 높은 팀 메이트들도 옆에 있는데다 라이브와 스튜디오의 연주 간극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찰스 로이드는 어느 쪽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말인 즉, 라이브로 녹음을 하더라도 스튜디오 앨범처럼 기획, 컨셉트를 잘 갈무리해서 충분히 멋지게 뽑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전작인 트리오 삼부작이나 80세 생신을 기념한 라이브 앨범 <8;Kindred Spirits> 에서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줬었습니다) 헌데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더군요.

이번 새 앨범을 만들기 전 찰스 로이드의 내면에는 다소간의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이 있었으며 이게 앨범을 만들기 위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안함이란 바로 2020년 당시 COVID-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더 이상 라이브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고, 그게 짧은 시일 내에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공연은 물론이고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낼 시간이 하루하루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었으며, 그래서 어떻게든 새로이 만들어둔 곡들을 연주해 음반에 담아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던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런 점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던 찰스 로이드는 자신의 아내이자 매니저인 도로시 달에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고, 이를 위해 피아니스트 제이슨 모란과 베이시스트 래리 그래나디어,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가 연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도로시는 곧바로 이들 세 명에게 연락을 취했고 함께 녹음할 스케줄을 맞추기 시작해 2020년 그해 가을 즈음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이 작품은 바로 그때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찰스 로이드의 스튜디오 신작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나름의 한계상황이 빚어낸 산물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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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화지점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세션 라인업의 변화,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피아니스트 제이슨 모란의 귀환일 겁니다. 2017년 발매작이자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라이브 실황을 담은 <Passin' Thru>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자신의 레이블 설립및 개별 프로젝트를 위해 찰스 로이드를 잠시 떠나있었던(그 사이에도 간헐적으로 라이브는 함께 해왔었죠) 그를 찰스 로이드는 다시금 불렀죠. 제이슨 모란은 명실상부한 찰스 로이드의 사이드 킥이자 그의 커리어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가장 긴밀한 파트너쉽을 유지해온 피아니스트로 볼 수 있는데, 함께 해온 시간만 따져봐도 다른 어떤 피아니스트들보다 길고 또 많은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연주자입니다. 초기 ECM 레이블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던 보보 스텐손보다도 더 긴 시간 함께 해온 피아니스트로서, 제이슨 모란은 아마도 현존하는 이들 가운데 찰스 로이드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뮤지션일 겁니다. 최근 한동안 제랄드 클레이튼이 그의 공백을 부족함 없이 잘 메워줬지만, 특유의 강렬한 다이내믹과 역동적이면서 흐름의 완급을 잘 살리는 솔로, 모던한 화성과 전통적인 요소의 훌륭한 공존, 그러면서 멜로디적인 흐름 또한 결코 간과하지 않는 모란의 피아노는 이번 앨범에서 제랄드 클레이튼이 함께하던 시기의 찰스 로이드와는 또 다른 맛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신작이 갖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레귤러 베이시스트인 래리 그래나디어가 2001년 이후 20년 만에 다시 찰스 로이드와 조우한 것, 마지막으로 다이내믹의 극한을 들려주는 걸로 정평이 난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커리어 처음으로 찰스 로이드 쿼텟 멤버로 참여하게 된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그동안 베이시스트 루벤 로저스와 드러머 에릭 할랜드가 거의 대부분 프로젝트에 붙박이 리듬 섹션으로 참여해왔는데, 이 두 파트 연주자들이 찰스 로이드의 쿼텟 편성에서 통째로 바뀐 것은 15년 만에 처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 두 연주자의 새로운 가세가 과거 찰스 로이드 쿼텟이 들려준 사운드에서 아주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고자 하는 것 같이 들리지는 않습니다. 맥락과 방향은 여전히 과거에서 이어지는 그대로, 대신 세부적인 표현에서 각자 갖고 있는 고유한 어프로치를 잘 살려서 담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로 보이며, 작품 전반을 들어본 바 이를 부족함 없이 훌륭하게 잘 소화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두 리듬 파트주자의 가세로 전체 사운드의 선명함, 입체적인 면이 이전보다 더 강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한편 찰스 로이드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자연주의적인 가치관, 인간성의 회복, 그리고 재즈 뮤지션으로서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던 여러 중요한 유산들을 다시금 끄집어내어 진솔하고도 묵직하게 가슴 깊은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절친이었으나, 신장 이상으로 인해 23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천재적 재능의 트럼페터 부커 리틀(Booker Little)에 대한 추억어린 헌사 Booker's Garden, 거장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심오함으로 가득한 블루스/가스펠 넘버 Ghost of Lady Day, 셀로니어스 멍크의 작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곡으로 재기 넘치는 위트로 충만한 넘버 Monk’s Dance,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가 힘들지만, 우리는 이것또한 견뎌낼 수 있을 것이며, 저 하늘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조적이면서 긍적적인 시각을 담은 타이틀 곡 The Sky Will Be There Tomorrow Sky Valley, Spirit of the Forest 같은 곡들은 찰스 로이드의 작곡이 보여주는 영적이며 본질적인 면들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결코 첨단 이론과 지식만으로 표현해낼 수 없는 경지의 음악들인 것이며, 재즈의 오랜 유산들을 충분히 체득한 뮤지션이 고양된 영감으로 만들어낸 곡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머리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깊이 전달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일체화되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4 좌로부터) 브라이언 블레이드, 찰스 로이드, 래리 그레나디어, 제이슨 모란. 찰스 로이드의 새로운 쿼텟 라인업.jpg

 

 

박자와 화성, 스케일 등 마치 수학적인 정교함과 세련됨으로 무장한 지금 시대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은 수려하고 미끈하긴 해도, 찰스 로이드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심플하고도 영적인 감동,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한 선율감은 결코 담아내지 못합니다. 이것은 과거 시대를 살아온 거인들이 오로지 경험과 사유, 통찰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경지이며, 거기에 도달하려면 후배들 또한 이 전통적인 유산에 대한 이해부터 먼저 선행이 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찰스 로이드의 음악세계에 깊은 존경과 애정을 갖고 있는 성숙한 후배들이 지금 시대에도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이번 앨범에서처럼 전통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도 훌륭한 세 명의 후배 즉흥 연주자들의 손을 통해 당대 최고의 사운드로 표현되고 있기에 오래된 화석처럼 남지 않고 동시대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찰스 로이드의 테너와 플루트 악기 연주도 언급하고 싶네요. 이번 작품에 담긴 찰스 로이드의 연주는 2020년 가을 즈음의 것으로 지금으로부터 얼추 3년 정도 전입니다. 원래부터 피지컬 적으로 기복이 심한 타입의 연주가 아니며, 젊은 시절에도 서브 톤을 중점적으로 잘 활용하는 연주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와 반대로 이렇게 많은 나이에 존재감이 이 정도로 뚜렷한 블로잉을 들려준다는 것은 그저 신기하고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이전작인 <Trio of Trios> 에서 들려주었던 그의 연주는 가급적 힘을 빼고서 이완되고 차분히, 여유롭게 풀어내는 것이어서 작품 자체의 컨셉트를 고려하더라도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겠거니 생각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게 이번 작품에서 확연히 드러났는데, 그의 연주는 전작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며 소리의 볼륨감도 크고 뚜렷해 젊은 세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위축되거나 허전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솔로 분량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거나 하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속된 말로 짱짱하고 에너지 넘치는 후배들 사이에서 대충 얹혀서 편하게 가는 것은 그의 사전에 없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있으며 이 점은 다른 유명한 거장 색소포니스트들 중에서도 그가 세월을 넘어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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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이렇듯 위대한 거장의 새로운 작품은 모든 면에서 그의 위상에 걸맞는 훌륭한 내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제이슨 모란, 래리 그레나디어. 브라이언 블레이드 젊은 세 후배들과의 유기적인 인터플레이도 최고 수준의 경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새롭게 만든 곡들의 감흥도 뚜렷하고 진하게 와닿습니다. 고로 이 정도의 합을 들려주는 팀의 음악이라면, 아무래도 재즈 팬의 입장에서 라이브로 직접 접하는 게 가장 멋지고 인상적인 체험이겠죠.

이달 3월 15일이면 찰스 로이드가 만 86세 생일을 맞습니다. 이번 신작은 바로 그 시점에 맞춰 전세계 동시 발매될 것이며, 그 이후 상반기까지 이 앨범을 중심으로 전미 투어를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 그가 지금껏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08년 당시 루벤 로저스와 에릭 할랜드를 대동한 스카이 트리오로 한 차례. 그 이후엔 단 한 번도 이곳에 초대받지 못했죠. 필자 개인적으로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함께, 현존하는 이들 가운데 실제 라이브를 직접 보고 싶은 워너비 뮤지션이기도 한데, 거기에 이 쿼텟 라인업 그대로 온다면 정말이지 금상첨화! 제이슨 모란과 래리 그래나디어, 브라이언 블레이드는 젊은 국내 재즈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큰 인지도가 있어서 개런티등 조건만 맞아 들어간다면 공연 가능성이 결코 부족하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연배가 연배인지라 이렇게 정정하시다가도 혹여 다른 변수가 느닷없이 생길 수도 있기에 페스티벌이든 단독 공연이든 더 늦기 전에 찰스 로이드 쿼텟이 국내 재즈 팬들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꼭 마련되길 기원하고 또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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