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jung Lee 이수정 <Four Seasons> Self Produce/2023

 

이수정 Alto Sax, Tenor Sax (Track 9,10), Composer, Producer

신명섭, 이선재 Tenor Sax (track 2, 6, 7, 10) (track 1 and 4),

김영후 : Acoustic Bass (except track 3 and 5)

서수진 : Drums (except track 3)

 

 

1. 416

2. Revere

3. 모기 Mogi

4. 가을바람Autumn Wind

5. 씁쓸하지도 매섭하지도 Not Bitter, Not Fierce

6. 복잡한 휴식 Complicated Rest

7. Frustration

8. Sum 20

9. For The Angel

10. 겨울나무 Winter Tree

 

현대재즈로 표현된 한국 사회의 현 단면들!

재즈의 대중화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고 있는 재즈의 BGM화는 재즈 연주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설적 악조건 속에서도 젊은 한국 재즈 연주자들의 음반들은 계속해서 발매되고 있는 중이다. 그 음반들을 살펴보면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이름이 있다. 색소포니스트 이수정. 그녀는 최근 재즈 연주자들이 가장 많이 초대하는 재즈 연주자다. 그러한 와중에 나온 이수정의 첫 앨범은 많은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이미 연주 실력으로는 인정받은 그녀는 작곡가로서, 밴드 리더로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을까.

이수정이 작곡한 새로운 열곡으로 채워진 이 앨범은 알토 색소폰 독주곡 <모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4중주로 녹음되었다. 리듬섹션은 피아노가 빠진 베이스(김영후), 드럼(서수진) 편성이며 프론트 라인에는 두 대의 색소폰이 등장한다. 이수정이 알토를, 테너 색소폰 연주를 위해 신명섭, 이선재가 초대되어 번갈아 연주를 들려준다. <Sum 20>과 <For the Angel>에서는 이수정이 테너 색소폰을 더빙했다(앨범 크레딧은 이수정이 전곡에서 알토를 연주했다는 점을 누락해서 두 곡에서 테너 색소폰만을 연주한 것으로 기록해 놓았으나 음악을 유의해서 들어보면 그 의문점은 금세 해소된다).

편성에서 피아노를 배제한 점은 조성에서 자유로운 작품의 성향 때문인데 하지만 아방가르드 재즈에서 쉽게 보는 과잉의 즉흥연주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굳이 고전적인 예를 들자면 조성을 벗어난 레니 트리스타노 작품에서 알토와 테너를 연주했던 리 코니츠와 원 마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수정의 음악이 매우 독특한 것은 이 모든 음악의 자신의 일상적인 체험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앨범은 제목처럼 계절의 풍경도 담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사회적 관심을 모은 아동학대 사건까지 이수정의 뇌리에 남은 여러 기억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풍경은 ‘청춘의 스산함’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앨범의 제목은 ‘사계절’이지만 전체적인 빛깔은 겨울로 들어서는 11월의 풍경과도 같다. 그 풍경에는 사실성이 있다. 그 사실성은 요즘 유행하는 ‘위로’라는 이름의 도피보다 훨씬 핍진하다. 더욱이 그것이 재즈의 언어로 표현되었으니 재즈 팬이라면 반복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2023년 한국의 재즈 음악인은 어떤 음악을 만들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단연 이수정의 이 음반을 꼽고 싶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