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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장이 직접 전해주는 재즈와 여러 음악 이야기들. 아티스트 추모 칼럼에서 인터뷰, 이슈및 논란이 되는 여러가지 사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담보한 여러 종류의 글들이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음악을 듣고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좀 더 폭넓고 깊이있께 가져가고자 기획된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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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Tribute - 록 영역 초월한 놀라운 사운드! 독창적 비전으로 이뤄낸 전인미답의 경지 - 제프 벡(Jeff Beck)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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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기타리스트, 밴드리더 

제프 벡(Jeff Beck) 1944.6 ~ 2023.1

 

록 영역 초월한 놀라운 사운드!

독창적 비전으로 이뤄낸 전인미답의 경지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 Jeff Beck Official

 

 

2주일 전쯤 록 팬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불세출의 레전드 록 기타리스트 제프 벡의 느닷없는 사망소식이었죠. 1944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비록 일흔 후반대이긴 했지만 그가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작년 조니 뎁과 함께 신작<18>을 발표한 이후 팀을 이뤄 지속적인 투어를 해오고 있던 중이어서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타계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박테리아 감염에 의한 뇌수막염이라는 공식 사인이 발표되고 난 뒤에도 필자에게 그의 부재는 좀체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며칠 뒤 에릭 클랩튼, 조 새트리아니, 지미 페이지, 로드 스튜어트, 오지 오스본, 브라이언 메이, 에릭 존슨, 스티브 바이, 토니 아이오미등 여러 동료및 후배 기타리스트들의 추모글들이 온라인상에 잇달아 올라오자 비로소 실감이 좀 되더군요.   

 

제프 벡은 분명 록 기타리스트입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주 남짓 지난 지금 이미 수많은 유명 음악저널과 칼럼니스트들이 앞다투어 그에 대한 추모글들을 선보인 바 있죠. 그런데 왜 재즈 전문 채널에서 굳이 그에 대한 추모/헌정 칼럼을 보태려 할까? 아마도 이점에 관해 다소간의 의구심을 가질 분들이 일부 있으실거라 생각되네요. 이 점에 관한 필자 나름의 이유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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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프 벡을 장르를 초월해 반드시 음악적인 담론을 거칠 필요가 있는 극소수의 록 뮤지션중 한명이자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그의 음악은 록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그가 생전 들려주었던 록은 일반적인 록의 어법, 사운드와는 무척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스스로 오래전부터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듯 70년대 초 동향의 거물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록 퓨전 밴드에 가입해 들려준 강력한 재즈-록 퓨전 사운드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와 유사한 방향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적이 있었죠. 그 당시 록 기타리스트들에게 존 맥러플린의 기타가 끼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했는데, 예의 압도적인 속주도 그렇거니와 일반 록 밴드에선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즉흥연주와 스케일 및 다채로운 리듬 운용 등에서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준 점이 분명 있었습니다. 제프 벡 역시 이 점은 마찬가지였기에 그 당시 그가 만들어 낸 리더 작들은 재즈 록 퓨전의 관점에서 바라봐도 아무런 하자가 없을 그런 음악들로 가득 채워졌었죠. 그런 면들을 담아 만들어 낸 작품들이 바로 그의 커리어 최고 대표작으로 꼽히곤 하는 <Truth>, <Blow by Blow>, <Wired> 입니다. 이때부터 그는 사실 보컬이 팀의 리더인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아닌, 보컬을 때에 따라 간헐적으로 기용하되 기타리스트가 팀의 프런트를 차지하고 음악 컨셉트도 컨트롤 하는 그런 록 음악을 지향하게 되며, 이런 기조는 이후 거의 대부분 그가 시도한 프로젝트에서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결국 보컬보다 연주가 더 중심이 되는 록 뮤지션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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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벡의 70년대 대표작 3선.  당시 유행하던 재즈 록 퓨전의 영향이 크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제프 벡은 다른 유명 록 기타리스트들과 달리 피크 대신 손가락 연주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미 70년대부터 그는 피크못지않게 손가락에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며 이는 80년대로 접어들며 거의 대부분의 기타 연주에서 손가락으로만 플레이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당시 록이 하드 록, 헤비 메틀의 범주로 넘어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의 이런 접근은 시류와 무척 반대되는 성격을 띠는 것이었죠.

피크를 사용해 강력하고 임팩트 있는 리프를 만들고 이펙트를 가미해 더 일그러진 기타 퍼즈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게 록 팬들을 열광시키는 지름길이었음에도 제프 벡은 그와는 아주 다른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당시 제프 벡이 핑거 스타일로 기타를 연주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쳇 엣킨스와 레스 폴 같은 다른 장르의 대선배 기타리스트들을 직접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유년시절부터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소위 손맛이라고 하는, 핑거 플레이를 통한 다채로운 뉘앙스의 연출에 대해 눈을 뜨게 됩니다. 신기한 점은 두 선배와 달리 제프 벡은 록 기타리스트로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음에도 그들의 표현방식과 미감을 내려두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록 음악에 반영시키려고 노력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만큼 그는 인식에서부터 독자적이었으며 자신의 취향과 미감에 확고함이 있었죠. 록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톤과 뉘앙스를 지닌 기타리스트!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이 그를 최고로 추켜세우는 데엔 바로 이 입체적인 기타 톤과 핑거링에 의한 손맛이 큰 이유로 작용하게 되는데, 만약 이 당시 그가 주변의 다른 기타리스트들처럼 피크와 이펙트 중심으로 연주하고 사운드를 만들려고 했더라면 단언컨데 지금의 제프 벡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내곤 하는 유니크한 기타 사운드는 탄생하지 않았겠죠.

 

그의 앨범 중 이런 핑거 플레이의 매력이 극명하게 잘 드러난 트랙 몇개를 가져와 여러분들에게 소개할까 합니다.

1988년도 발매작 <Jeff Beck's Guitar Shop>에 담긴 ‘Where Were You?’ <You Had it Coming> 에 수록된 ‘Nadia’, ‘Blackbird’, ‘Suspension’ 2008년도에 발표한 그의 커리어 후반기 최고 수작이자 불세출의 라이브 앨범 <Performing This Week ...Live at Ronnie Scott's> 에 담긴 ‘Cause We've Ended as Lovers’ 그리고 2010년도 작품인 <Emotion & Commotion> 에 수록된 ‘Corpus Christi Carol’, ‘Over the Rainbow’ , , 마지막으로 핑크 플로이드의 프런트 맨 로저 워터스의 1992년도 솔로 앨범 <Amused to Death>에 수록된 첫 트랙 ‘The Ballard of Bill Hubbard’ 입니다.

 

이 곡들에서 그의 기타는 일반적인 일렉트릭 기타리스트들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운드와 프레이즈를 끊임없이 연출하며 듣는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데, 핑거를 통한 연주에 아밍과 볼륨을 적절히 활용해 마치 바이올린처럼 가늘고 긴 소리를 뽑아내고 또 하모닉스에 서스테인을 주어 아주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자아내는가 하면 어느 순간 강력한 드라이브를 가미해 록 기타리스트로서의 진면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이전 전체적인 진행과정들이 너무 음악적인데다 동시에 재즈 어법들이 순간 적절히 반영되어 일반적인 록 기타리스트들이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사운드들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그의 존재감이 크게 빛을 발하죠. 앞서 언급한 록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가급 뮤지션들조차 앞다투어 그의 기타에 찬사를 바치고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록 기타리스트로 제프 벡을 추켜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한가지 추가로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점은 제프 벡은 자신의 기타 연주 스타일을 확립하고 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리를 갈고닦기 위해 자신의 가다듬고 노력했기에 70~80년대 젊은 시절과 90년대 중반 이후의 사운드 완성도가 다른 차원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동일한 접근 방식이라도 소리의 볼륨감및 존재감이 확연히 달라졌으며 순간순간 즉흥으로 새로운 어프로치를 덧대는 모습은 안주함 없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연주자라는 점을 확실히 확인시켜 줍니다. 이런 그였기에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기타 사운드를 연구하고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작품 안에서 계속 보여줄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Who Eles?>에서부터 <Jeff>까지 2000년대 초반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바로 이런 그의 진취성이 한껏 발휘된 인상적인 결과물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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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벡의 음악세계가 최종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는 2000년대 이후 작품들. 특히 2008년 발표되었던 재즈 클럽 로니 스콧에서의 라이브는 제프 벡 기타 사운드의 집대성이라 말해도 좋을 후반기 결정판이다. 

 

 

록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사운드와 가장 아름다운 손맛을 동시에 지녔던 유일한 록 기타리스트인 제프 벡! 이렇게 독특하며 압도적인 개성을 지닌 록 기타리스트가 이제 더 이상 우리곁에 없다는 사실은 장르와 상관없이 너무나도 큰 손실이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모던하고 복잡다단한 화성과 리듬에 집중하는 다수의 젊은 재즈 기타리스트들이 제프 벡처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는 당대 트렌드와 유행에 시선을 꾸준히 두면서도 그 안에서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구별되는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남다른 톤과 사운드를 찾아내었죠. 그와 같은 오리지널리티는 확실히 공부를 많이 한다고 생겨나는 게 아닌거 같아요. 오직 자신의 비전과 음악적 통찰력에 의지해 고민하고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게 아닐까? 물론 그런 과정이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건 아니기에 쉽게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최소한 그런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뛰어난 테크니션이 될 수 있을지언정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건 영영 불가능할 겁니다. 바로 너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제프 벡이 세상을 떠난 지금 그가 남긴 기타 연주와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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