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Review Column(Archive) 최대한 오픈된 상황에서 펼쳐 보이는 자유로운 대화 - 야콥 브로(Jakob Bro)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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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ob Bro, Thomas Morgan, Joey Baron <Streams> ECM/2016
Jakob Bro : guitar
Thomas Morgan : double bass (Except 6)
Joey Baron : drums (Except 6)
Recorded At – Studios La Buissonne
1 Opal
2 Heroines
3 PM Dream
4 Full Moon Europa
5 Shell Pink
6 Heroines (Solo)
7 Sisimiut
최대한 오픈된 상황에서 펼쳐 보이는 자유로운 대화
글/김희준 사진 /Emanuele Maniscalco
덴마크 출신의 기타리스트 야콥 브로는 결코 많은 음을 연주하지 않는다. 게다가 연주 템포나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은 아주 완만하며 이완되어 있다. 조나단 크라이스버그나 길라드 헥슬맨 라게 룬드, 줄리안 라지와 같은, 현재 가장 핫하며 뛰어난 실력을 갖춘 비슷한 연배의 연주자들과 비교해 볼 때 그의 이러한 성향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살벌하게까지 느껴지는 타 기타주자들의 솔로 연주는 적어도 야콥 브로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연주하는 노트와 더불어 그 공간을 더 충만하고 내실 있게 채워낼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트리오와 함께 라이브를 들려주었던 그는 공연 내내 섬세하면서도 차분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음을 다루었으며 함께한 나머지 두 멤버들 역시 야콥 브로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 점에서 그는 ECM 레이블의 사운드 방향및 철학과 아주 유사한 음악성을 지닌 연주자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야콥 브로는 거의 모든 현세대의 기타리스트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모던하고 세련되며 화려한 어프로치로 각자의 음악세계를 단단히 무장시켜나가려 할 때 그와는 반대되는 지점을 향해 더욱 더 내밀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찾아내도록 고민과 연구를 거듭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사실 필자가 보기에 그의 음악적 계보를 거슬러 가다보면 분명 빌 프리셀과 어떤 접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빌 프리셀 역시 타 기타리스트들과는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자체를 아예 달리했으며 이펙트의 입체적인 활용에서부터 보여주는 테크닉을 가급적 지양하고 대신 사운드적인 아이디어와 설득력 있는 프레이즈를 최대한 자신의 음악에 첨가시키려는 의도를 담아 연주했다.
야콥 브로의 음악 또한 분명히 빌 프리셀의 초기 음악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자신의 고유한 어프로치를 별도로 부여했다. 상대적으로 좀 더 담백하고 여유로운 선율의 미감을 강조하며, 솔로 연주시 만들어내는 그의 심플하면서도 부유하는 듯 한 느낌의 프레이즈는 분명 빌 프리셀과는 다른 일면을 지니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프레이즈를 충첩시키거나 혹은 싱글로만 음을 진행하는 가운데 드럼및 베이스 주자들과 차분하고도 긴밀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 과정은 지극히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멤버들 간의 의사소통이 최대한 열려있지 않다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밋밋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일견 단조로운 듯 하지만 그 속에 내적인 긴장감이 분명 살아 있는 것이다. 한편 그는 음악적으로 자신과 상성이 맞는 뮤지션들이라는 판단이 들면 가급적 단발의 세션만으로 그 관계를 끝내려 하지 않고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발표한 그의 리더작들은 늘 일정한 수준을 담고 있으며 음악 자체의 분위기나 감성 역시 준수했다. 그렇게 그가 함께 인연을 맺어온 연주자들은 리 코니츠에서부터 이젠 세상을 떠난 폴 모션, 토마스 스탄코, 토마스 모건, 크렉 테이번, 벤 스트릿, 그리고 빌 프리셀이 있다.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얻은 자양분 역시 야콥 브로가 여기까지 올수 있게 한 커다란 힘이었을 터.

얼마 전 국내에서 열렸던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참여했던 야콥 브로와 그의 트리오는 언뜻 듣기에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 듯한 사운드를 선보이면서도 서로간의 내적인 충만감이 아주 탁월했다. 이들 세 명은 누가 리더라고 말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듯, 각자의 소리를 그저 상황과 흐름에 맞게 표현해내었으며 이는 사운드 자체는 큰 차이가 있으나 마치 웨인 쇼터 쿼텟이 구사하는 자유즉흥연주와도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이 들렸다.
이번에 새롭게 발매되는 야콥 브로 트리오의 신작 또한 이는 마찬가지이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본 작은 전작의 밀도감을 훌쩍 넘어선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새롭게 참여한 관록의 드러머 조이 배런의 섬세하고도 탄력적인 사운드를 형성하는 드러밍은 전작의 욘 크리스텐센과는 음악에 다른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으며 베이시스트 토마스 모건은 도저히 30대 초반의 연주자로 보이지 않는 노련함과 함께 크고 둥근 소리를 만들어 이 트리오의 음악을 더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다. 작곡된 멜로디와 곡의 형태가 존재하지만 이는 연주를 위한 최소한의 텍스트일 뿐 이들 세명은 서로간의 긴밀한 인터플레이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아마도 향후 완전한 자유즉흥연주로 귀결되는 작품을 분명 만들어낼 것이다. (공연 후 야콥 브로와 가졌던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런 점을 직접 시사한 바 있다) 아마도 본 작은 그 과정을 위한 전초전과도 같은 앨범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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