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훈 트리오 <Mean What You Say>       Laura Records/2025

 

 

강재훈 - Piano

박진교 - Bass

Evan Sherman - Drums

 

 

01. Mean What You Say

02. It's De Lovely

03. For Bennett

04. Decision Change

05. Lullaby Of The Leaves

06. Rouge

07. They Didn't Believe Me

08. Bussin'

09. The Shadow Of Your Smile

10. Olympic Boulevard Theme

 

 

 

발군의 실력 갖춘 기대주, 드디어 구체화시킨 정체성

피아니스트 강재훈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적잖이 보인다. 유년시절에는 클래식을 잠시 공부했지만 고등학교 진학후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진로를 바꿨고,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글쓴이가 지금도 기억하는 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주최한 콩쿠르에 특별상을 받으면서인데 이때가 불과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거기에 이후 국내 대학을 잠시 다닌 뒤 줄리어드 음대 재즈학부를 진학, 졸업했는데 짧은 시기에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다.

학업을 마친 뒤 2016년 귀국 이후로 다망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작품도 그렇고 근래 그의 음악적 방향이 스윙과 밥에 무게를 둔 전통 재즈에 기반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지만 활동한 이력을 보면 서수진, 이수정등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고 전방위적인 스타일을 선보여 왔다. 의외였던 점은 다양한 뮤지션들의 사이드맨 참여나 이수정과의 듀오 음반 그리고 러셀 말론과의 공연, 듀크 엘링턴 송북 공연등을 고려해 보면 이전에 한차례 정도 리더작을 발표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소개하는 <Mean What You Say>가 그의 첫 번째 리더작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신중하고 준비가 제대로 되었을 때 음반을 내려는 스타일이 아닌가 짐작된다.

아무튼 첫 음반인 만큼 욕심을 내서 자신의 자작곡 위주로 승부를 보려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트럼페터이자 뛰어난 작곡가인 새드 존스의 곡을 음반 타이틀로 걸으며 5곡의 재즈 스탠다드 곡과 자신의 오리지널 네곡으로 균형 있게 구성하고 있다.

첫 곡 Mean What You Say 부터 상당히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피아니스트 빌 샬랩이 떠오르는데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스윙감과 우아한 멜로디의 감성에 듣는 이를 저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선보인다. 그의 자작곡도 재즈 스탠더드와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데 토니 베넷에게 헌정하는 For Bennett 는 연주가 진행되는 어느 순간부터 노래를 부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전부터 존재한 멋진 재즈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는 듯 멜로디가 가지고 있는 힘을 잘 보여주는 곡. 콜 포터의 곡 It's De Lovely는 업템포로 굉장히 경쾌한 연주를 선보이는데 강재훈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멤버들의 연주가 아주 압권이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Birth Of The Cool>에 수록된 존 루이스의 Rouge 의 경우에는 좀 더 자신만의 개성과 멤버들 간의 앙상블에 집중하고 있다. 도전이 되었을 선곡이지만 박진교와 에반 셔먼의 인터플레이가 전통 재즈의 묘미를 맛깔스럽게 잘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통 재즈를 지향하면서도 그만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디테일하게 곡마다 선보이고 있는 음반이다. 김주환이라는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 판단이 되지만 그럼에도 강재훈이라는 뮤지션의 내면에서 진정한 전통 재즈의 맛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어 듣는 내내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윤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