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Concert Column 오직 그녀만의 이야기로 채워낸 지고한 감동 -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Maria Schneider Orchestra)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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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time in Korea
오직 그녀만의 이야기로 채워낸 지고한 감동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 Maria Schneider Orchestra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이다영, Liveunique
사실 이 빅밴드의 공연을 한국에서 실제로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0인조 빅밴드를 초청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동시에 좋은 사운드를 연출해낼 수 있는 큰 규모의 공연장도 있어야합니다. 무엇보다 흥행여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하지만 재즈 빅밴드는 그 점에서 대부분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올해 초 내한한 재즈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정도만이 그나마 흥행을 담보할만한 팀이며, 그 외 다른 어떤 팀도 사실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마리아 슈나이더 또한 10여 년 전 국내 유수의 전문 공연장에서 한번 기획을 하려고 했으나 여러 제반사항을 따져본 뒤 결국 포기했던 적이 있었죠- 그렇기에 잘해야 일본에 가서, 아니면 직접 미국을 가서나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짐작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팀의 라이브를 국내 공연장에서 볼 수 있게 된 점만으로도 감개무량했지만 그녀가 주조해낸 오케스트라의 실연은 감동 그 이상의 전율과 흥분, 경이로움을 제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오랜 그녀 음악의 팬으로서 전체 연주된 곡들이 모두 이전부터 익히 들어온 곡들이었음에도 그날 현장에서 울려 퍼진 연주는 확실히 음반과는 달랐습니다. 우선 밴드의 앙상블이 앨범보다 더 날것의 에너지를 담고 있었으며 동시에 솔리스트들의 연주 또한 훨씬 다이내믹하고 풍성한 내용으로 전개되었죠.
애초 마리아 슈나이더는 데뷔작 <Evanessenca> 부터 테마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 자체가 아주 뛰어난 작곡가이자 특히 서사적인 면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곡의 전개가 뛰어나고 또 국면전개가 입체적이어서 앨범을 감상할 때에도 절로 주의를 집중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었는데, 이게 라이브에서 더 증폭되어 귀에 전달되더군요. 이를테면 American Crow 의 촘촘한 브라스 설계에 이어지는 사운드의 복합적인 레이어들은 정교하면서 앨범보다 더 높은 밀도감을 자아냈고, 가장 인기가 높은 그녀의 커리어 대표곡 Hang Gliding 에서는 그렉 기스버트와 도니 맥카슬린 두 솔리스트의 역동적인 임프로비제이션에 어우러지는 관악기의 대위흐름은 훨씬 파워풀하게 전개되어 감흥이 확실히 다르게 와닿더군요.
그런가하면 앙코르 첫 번째 곡으로 선보였던 Stone Song 의 섬세하고도 아기자기한 빅밴드 연주를 배경으로 두고 전개된 스티브 윌슨의 아름다운 소프라노 색소폰 솔로, Sputnik 에서 펼쳐진 스콧 로빈슨의 묵직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바리톤 색소폰 솔로는 해당 연주자들의 역량을 한껏 풀어내 보인 재즈 퍼포먼스의 전형이었습니다.
곡에 담긴 이야기를 촘촘하게 풀어나가는 빅밴드의 전체적인 역량과 솔리스트의 충실한 즉흥연주, 그리고 이를 조율해나가는 마리아 슈나이더의 리딩까지, 어느 하나 허튼 구석 없이 1시간 5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치 잘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감흥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유일한 아쉬움은 이 빅밴드의 훌륭한 사운드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 공연장의 열악한 음향 환경이었습니다)

필자가 나름 이 일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지금까지 여러 거물급 재즈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곤 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과 태도, 외적 이미지가 다르기에 전달되는 느낌도 제각각입니다만 누가 되었든 간에 그들 사이에 근본적으로 동일한 지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음악이 연결되는 정서적 동질감! 그러니까 이런 성격과 가치관이 있으니 이런 음악이 만들어지는 거구나, 그의 감성과 음악이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싶은 지점이 거의 예외 없이 한 두 차례는 포착 되곤 했죠.
마리아 슈나이더는 사적인 부분이든 음악에 대해서든 아주 솔직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것에 꾸밈이 없었습니다 (물론 초면에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녀의 태도는 가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걸 만났을 때 느낄 수 있었죠) 지난 7월 31일 금요일 우리가 듣고 경험한 오케스트라의 소리 또한 마찬가지였던 거 같습니다. 한명 한명 너무 훌륭한 뮤지션들에 의한 탁월한 대형 앙상블 합주와 솔리스트의 출중한 솔로가 그날 분명 있었지만 그 이상의 커다란 감동과 여운이 그 공연장에 존재했습니다.
곡 하나마다 담겨진 구체적이며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 작곡가의 기본 창작 모티브가 되어준 요인들이 아주 선명하게, 마치 오버마인드처럼 우리의 가슴과 정신에 함께 공유되는 것과 같았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그녀가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설명한 작곡의 동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그 이야기와 곡이 갖는 표현들이 무척 잘 들어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비단 필자만 받은 게 아니었을 겁니다.

마리아 슈나이더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사운드를 찾고 싶다는 것이, 갑자기 모로코 음악을 듣고 모자를 쓰고 멋진 안경을 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 직접 마주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앞에 펼쳐놓고 “그런데 나는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는가?”라고 진실 되게 물어야 합니다. 그것을 작동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 자신만의 소리를 꿈꾸어야 합니다. 제 사운드 또한 그렇게 생겼습니다.'
이번 마리아 슈나이더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이후 그녀의 음악이 이토록 가슴에 직접적으로 와 닿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내린 저의 결론은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첨단의 현대 재즈 빅밴드 어법을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내면에 울려 펴지는 여러 가지 진심어린 이야기들을 마리아 본인의 말마따나 아주 잘 끄집어내어 음악으로 충실하게 형상화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를 두고 당대 최고의 재즈 오케스트라라는 말을 하는 것은 실제 음악의 본질과는 무관한, 여느 미사여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100% 가까운 순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리더가 이끄는, 현 재즈신의 유일무이한 빅밴드 라는 말이 본질에 더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비롯되는 음악이 갖는 위대한 힘은 어느 시대 어느 장르를 불문하고 영속적인 파급력을 갖습니다. 첨단 이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진솔한 이야기로 가득했던 아름다운 순간들! 바로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즐거움과 희열, 감동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던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 때문에 마리아 슈나이더는 재즈 오케스트라를 40년 가까운 세월 굳건히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
그녀만이 가진 내면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형상화해낼 수 있도록 소속 밴드 뮤지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그들이 그녀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감을 이끌어낸 리더로서의 높은 역량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Concert Setlist
1 Bluebird Alto Sax: Steve Wilson / Accordion: Julien Labro
2 Wyrgly Alto Sax: Dave Pietro / Trombone: Ryan Keberle / Guitar: Jeff Miles
3 Choro Dançado Tenor Sax: Rich Perry
4 The Thompson Fields Piano: Gary Versace / Guitar: Jeff Miles
5 American Crow Trumpet: Mike Rodriguez
6 Sputnik Baritone Sax: Scott Robinson
7 Hang Gliding Fluegelhorn: Greg Gisbert / Tenor Sax: Donny McCaslin
[Encore]
8 Stone Song Soprano Sax ; Steve Wilson
9 Walking for Flashlight Baritone Sax : Scott Rob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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