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랄프 타우너 Ralph Towner [My Foolish Heart] ECM/2017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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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Towner <My Foolish Heart> ECM/2017
Ralph Towner
Classical Guitar, 12-String Guitar
3 Saunter
5 Dolomiti Dance
7 Two Poets
8 Shard
9 Ubi Sunt
10 Biding Time
12 Rewind
변하지 않는 따스한 감성, 세월을 견뎌낸 지고지순함
필자가 랄프 타우너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유학시절 피아니스트 존 테일러의 음악을 듣고 한참 후의 일이었다. 사실 악기 연습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그 당시엔 음악을 그리 폭 넓게 접하지 못하고 있었을 시기였는데 그럼에도 ECM레이블의 음반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발견해 가는 과정은 나에게 큰 재미였다. 물론 펫 메시니, 게리 버튼, 데이브 홀랜드, 키스 재럿과 같은 수퍼 스타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음반들을 내놓았지만 이 레이블의 고유한 감성이 더 뚜렷이 와닿은 건 존 테일러라는 피아니스트를 통해서였다. 그 후로 많은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접했으나 사실 기타리스트 리더 작의 앨범은 ECM에서 그리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때 즈음이었을까, 동료 뮤지션을 통해서 랄프 타우너의 음악을 알게 되었다. 나의 음악적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친구였기에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 당시 ‘네가 이런 것도 좋아 할런 지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무덤덤하게 그의 앨범을 나에게 건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접한 랄프 타우너의 음악에 담긴 나일론 기타 스트링의 따뜻함과 클래식 기타의 작지만 깊은 울림은 그 당시 화려함만을 쫒아가던 필자에게 큰 위안이 되어주곤 했었다.
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년시절 랄프 타우너는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면서 처음 음악을 시작했다. 이후 유년시절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두 악기를 함께 병행해 나갔는데, 오리건 대학시절 전공을 기타로 바꾸면서 자신의 메인 악기를 기타로 설정, 20대 후반에는 색소포니스트 폴 윈터가 이끄는 Paul Winter Consort 의 멤버가 되면서 그의 이름을 점차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그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70년대초 Oregon 이라는 독창적인 월드 퓨전 밴드를 만들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과 다양한 음악적 세팅을 연주해왔지만 가장 본질적이고 솔직한 그의 모습은 항상 솔로 기타연주로서 보여줘왔다고 생각한다. 그가 연주하는 솔로기타는 다른 재즈기타리스트들의 솔로기타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같은 연주 어프로치를 나일론 기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던 그의 유년시절의 음악적 배경 때문인지 재즈와 클래식 사이의 어느 지점에 아주 자연스레 놓여 있다.
이번 앨범도 역시 그의 아이덴티티가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솔로기타 연주들이고, 앨범 타이틀 곡 역시 그가 평생을 연주해오고,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빅터 영의 ‘My Foolish Heart’ 이다. 사실 빅터 영의 자작곡이지만 그에게는 빌 에번스 트리오 연주 버전의 ‘My Foolish Heart’가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터뷰에서도 빌 에번스의 연주가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 커버곡을 제외한 나머지 11곡들은 그의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중 두곡인 ‘Shard’와 ‘Rewind’는 그룹 오리건 시절의 작품을 솔로기타로 다시 재해석하고 있다. 첫 번째 ‘Pilgrim’은 곡 제목 그대로 어디론가 혼자 묵묵히 향하고 있는 순례자를 연상시키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화성진행과 더불어 단 선율로 솔로가 연주된다. ‘I’ll Sing to You’ 는 마치 사랑하는 이에게 속삭이는 듯한 아름다운 화성진행과 섬세한 기타 터치가 인상적이다.
타이틀 곡인 ‘My Foolish Heart’ 는 그의 손가락이 줄에 미끄러지는 미세한 소리, 곡 구절구절마다 섬세하고 들리는 그의 숨소리와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작은 움직임까지, 화성과 선율의 연주를 넘어선 그와 곡간의 긴밀한 연결이 느껴진다. ‘Dolomiti Dance’ 는 이탈리아의 한 지방에 있는 토속 춤인데, 아마 오랫동안 로마에서 생활한 그의 경험을 곡으로 표현한 곡이 아닌가 싶다. 반복되는 멜로디와 경쾌하고 밝은 화성진행과 리듬이 귀에 와 닿는다.
12현 기타로 연주한 ‘Clarion Call’ 에서는 악기 특유의 옥타브 사운드와 더불어 하모닉스와 뮤트 주법을 적절히 연주하면서 다양한 다이내믹을 표현한 곡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트랙은 타계한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를 위한 헌정곡 ‘Blue as in Bley ’ 이다. 이 앨범을 녹음하기 약 한달 전에 세상을 떠난 그를 위해 추모하는 곡으로써 평소 폴 블레이가 종종 구사하던 컴플렉스한 화성 아이디어가 타우너의 자작곡에 잘 녹아든 듯 하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오리건 그룹에서 연주하는 레퍼토리인 ‘Rewind’ 를 재해석함으로서 마무리했다.
랄프 타우너의 연주는 예의 화려한 것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음악에서도 어느덧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변해온 현 시대에서 그의 짧은 한곡의 연주를 통해 아티스트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앨범전체는 고사하고 곡 한곡에서도 특정 부분만을 골라서 듣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전체의 흐름과 서사를 타 장르 음악보다 더 중요시하는 재즈에서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랄프 타우너의 이번 앨범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로 다가온다. 오랫동안 이 연주자를 알아오면서 항상 변하지 않는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연주와, 앨범 타이틀에서도 보여주듯이 음악적 첫사랑을 잊지 않고 붙들고 있는 지고지순한 모습이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그려진다. 이는 현 시대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음악을 듣는 대중들에게 점차 사라져가는 모습이 아닐까? 그 점에서 랄프 타우너의 연주는 더더욱 귀감이 되는 것 같다. 글/재즈기타리스트 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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