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헨리 스레드길, 비제이 아이어, 다프니스 프리에토 Henry Threadgill, Vijay Iyer, Dafnis Prieto [Fifteen] Nonesuch/2026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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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다프니스 프리에토, 헨리 스레드길, 비제이 아이어
Henry Threadgill, Vijay Iyer, Dafnis Prieto <Fifteen> Nonesuch/2026
Henry Threadgill: alto saxophone, flute
Vijay Iyer: piano
Dafnis Prieto: drums
1. Trio Piece
2 .Last Night
3. I Wanted a Map
4. Where Coconuts Fall
5. Gently Trapped
6. Fire City
7. Perfect Victims
8. On the Way 1
깊이와 내공, 개연성 충만한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의 진수
베이스 없이 색소폰과 플루트, 피아노, 그리고 드럼이 연주하는 그리 흔치 않은 편성의 트리오다.(비제이 아이어가 참여한 트리오 필드워크의 편성과 동일하다) 특별한 정보 없이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앨범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들을수록 음악적 깊이가 느껴졌다. 특히 6번 트랙 Fire City 를 들으며 필자의 비평적 자세는 무장 해제되었다.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비제이 아이어의 탁월한 피아노와 쿠바 출신의 천재적인 드러머 다프니스 프리에토가 엮어내는 화성과 리듬의 직조는, 프리재즈적인 즉흥연주를 거대한 서사를 품은 음악으로 탈바꿈시키는 듯했다. 물론 냉소적이면서도 재즈 특유의 끈기가 느껴지는 헨리 스레드길의 색소폰이 곡을 끝까지 팽팽하게 끌고 간 덕분일 수도 있다.
음악을 듣다보니 이 조합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출발은 뜻밖의 우연이었다. 2012년 뉴욕의 재즈 갤러리가 연 베네핏 공연에서 헨리 스레드길이 아이어의 트리오와 한 무대에 서게 되었고, 당시 아이어의 드러머가 사정이 생기자 프리에토가 대신 불려 왔다. 그날 그들이 함께 연주한 곡은 단 한 곡이었다. 이듬해 셋만으로 다시 모인 무대에서 준비한 곡이 바닥나자 프리에토가 "하나 더 하자!"고 외쳤고, 그렇게 즉흥으로 이어 간 연주에서 이 트리오가 태어났다. 나이와 경력으로 보면 스레드길이 이 트리오의 정신적 중심인 것은 자연스럽다. 프리에토는 젊은 시절 그의 밴드에서 연주했고, 아이어는 그를 선배 세대의 거장으로 바라보며 성장했다. AACM의 초기 멤버로 출발해 반세기 동안 자신만의 작곡 언어를 만들어 온 스레드길은, 이 트리오를 위해 곡을 쓸 때 두 사람에게서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것"을 찾는다고 말한다. 익숙한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그 신조가 앨범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누구의 음반도 아니면서, 동시에 스레드길의 음반처럼 들린다.
앨범은 스레드길의 신작 Trio Piece 와 Last Night 으로 문을 연다. 이어지는 아이어의 I Wanted a Map 은 그의 트리오에서 익숙한 성스러운 코드와 박동하는 그루브 위에 스레드길과 프리에토가 새로운 빛을 더한다. Where Coconuts Fall 은 이 트리오가 처음 함께 연주한 스레드길의 발라드이고, 프리에토의 Gently Trapped 에서는 스레드길의 플루트와 아이어의 서정적인 피아노가 가장 부드러운 순간을 만든다. 1919년 시카고 인종 폭동에서 영감을 받은 Fire City 는 시카고 출신 스레드길에게 바치는 헌사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작곡된 Perfect Victims 는 즉흥처럼 들리며 작곡과 즉흥의 경계를 흐린다. 마지막 곡 On the Way 는 프리에토가 섹스텟으로 녹음했던 곡을 셋이서 가볍고 투명하게 되살린 것이다. 만난 지 15년 만에 내놓은 이들의 첫 앨범 『Fifteen』은 오랫동안 재즈 신에 묵직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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