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YongLee & the Doltang) - 유럽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잊지 못할 즐거움과 가능성 느꼈죠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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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YongLee & the Doltang)
첫 정규앨범 <Invisible Worker> 발표이후 성공적인 유럽 투어 마무리한 하이브리드 퓨전 밴드
저희 음악으로 유럽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잊지 못할 즐거움과 가능성 느꼈죠
뛰어난 밴드의 팀워크는 단지 개개인의 합에서 그치지 않으며, 플러스알파가 더 붙을 때 예기치 못하는 새로운 게 만들어진다. 록이든 팝이든 재즈이든 이 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연주력을 지닌 테크니션이라도 팀워크가 맞아 들어가지 않고 서로의 이해와 교감에서 뭔가가 더해지지 않으면 그 음악은 화려하고 그럴듯해보일지언정 진정한 매력과 생기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테크닉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더라도 뚜렷한 컨셉트를 바탕으로 서로간의 교감과 이해가 뒷받침되어 음악을 풀어나간다면 언제가 되었건 다른 뭔가가 반드시 생겨난다. 이 점은 이론을 벗어난 영역이며 가시적으로 확인되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비틀즈, 롤링 스톤즈, 핑크 플로이드, 예스, 토토,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1,2), 존 콜트레인 쿼텟, 데이브 브루벡 쿼텟, 빌 에번스 트리오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그룹들, 명 캄보들은 하나같이 다 이걸 갖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용리가 이끄는 5인조 퀸텟 편성의 밴드 돌아온 탕자(이하 돌탕)는 이제 결성된 지 2년 정도 된 신생 재즈 유닛이고 앨범도 이제 막 한 장 만들어냈다. 하지만 작품을 들어보면 이들에게서도 유기적인 팀워크에서 비롯된 플러스 알파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단지 테크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리더인 용리가 제시하는 팀의 음악적 방향이 뚜렷한 가운데, 건반주자 이영우, 기타리스트 조예찬, 베이시스트 강환수, 드러머 석다연, 이렇게 다섯 뮤지션들의 공감대와 거기에 각자의 연주 색깔까지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적절한 판이 마련되어 있기에, 이들은 통일성과 자율성을 함께 조율해나가는 길을 찾아내지 않았나 싶다.
그 결과 유럽 굴지의 피아니스트 레섹 모즈제르(leszek możdżer)의 직접적인 관심을 끌 수 있었고 성공적인 유럽투어까지 경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우는데 국내 팀으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밴드 돌탕의 리더 용리와 팀의 중요한 사운드 키를 담당하고 있는 드러머 석다연, 두 뮤지션을 만나 이번 앨범 작업및 이번 유럽 투어에 관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봤다. 인터뷰/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박현
돌탕의 팀 결성의 시점 및 계기가 언제쯤이었나요?
용리 : 이 팀으로 처음 공연한 게 재작년인 2023년 울산재즈페스티벌이었어요. 그 전에 구상이 이뤄지긴 했지만 정식으로 팀 공연을 올린 게 그때였으니까 이제 만으로 결성 2년이 된 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때부터 지금 라인업이 계속 이어진 건가요?
용리 : 네 맞아요. 저와 드러머 석다연, 신디사이저/건반을 다루는 이영우에 베이스 연주자인 환수와 기타리스트 조예찬을 섭외해 지금의 돌탕 멤버가 갖춰졌죠. 처음 결성부터 지금까지 멤버가 바뀐 적은 없어요.
음악적 구상및 컨셉트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개인적으로 전에도 한번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듯이 Surface of Time 2, 4번째 트랙과 일부 연관성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리 : 그 부분에서 시작된 면이 있는데 시작이 거기에서부터인거고 실제 작품에서는 더 사운드가 다채로워졌다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풀어내는 바운더리랄까,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진 게 지금의 돌탕이라고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곡은 더 신나고 다이내믹하고 어떤 곡들은 더 산뜻하고 가벼운 분위기도 있고...
그런데 사실 제가 이런 팀 사운드를 떠올리게 된 건, 중고 시절 록 밴드 하면서 처음 음악을 했었는데 그때 듣고 좋아했던 음악들의 영향을 한번 지금 시점에서 만들어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였어요. 그게 이전부터 제 안에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던 거였으니 그걸 한번 되살려 재즈와 접목시켜보자, 굳이 지금 제 안에 없는 국악 같은 걸 포함해 다른 걸 굳이 찾아서 꾸며낼 필요도 없고 좀 더 자연스럽게 풀어내기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피아노와 일렉트릭 피아노를 다루는 밴드의 리더 용리
밴드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처음시작과 비교해 시행착오 및 변화가 있었을 거 같은데 어때요? 일단 처음 제가 봤던 공연과 이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분명 다른 점이 느껴졌어요. 사운드도 그렇고 연주의 밀도감과 응집된 부분들이 더 뚜렷하게 와닿더군요.
석다연 : 팀 합주할 때 실제로 저희가 단순히 그 합을 맞추는 것보다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표현하는 걸 얘기하는 시간이 진짜 많았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사운드를 어떻게 블랜드 시킬 거냐, 여기서 어떻게 할 거냐, 어떤 컨셉트로 뭘 할 거냐, 이 대목에서 누가 제일 앞으로 나올 거냐 이런 얘기를 멤버들끼리 정말 많이 했어요. 그냥 드럼을 치는 순간보다 그런 거를 더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자리 잡혀가면서 본격적으로 팀 사운드가 형성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용리 : 큰 틀에서 팀의 컨셉트는 처음이랑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곡도 거의 같고. 다만 처음 공연할 때와 비교해서 세부적으로 바뀐 건 좀 있는 거 같아요. 다연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일단 사운드 적으로 저 포함해서 멤버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또 합주할 때 그걸 적용하면서 조금씩 변화, 발전시켜온 게 있고, 특히 다연씨 드럼은 처음이랑 비교하면 어프로치나 사운드에서 꽤 차이가 있을 거에요. 사실 제가 이것저것 많이 주문한 것이긴 하지만(웃음)
석다연 : 이 컨셉트에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록적인 드러밍을 소화해야 되고 베이스 드럼도 많이 사용해야 되는데 사실 일반 재즈 드러밍을 할 때와는 성격 자체가 많이 다르잖아요. 육체적으로도 훨씬 힘들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해 운동도 많이 해서 증량도 좀 해야 했어요(웃음) 그렇게 적합한 소리를 만들어내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죠. 용리씨가 돌탕에서의 드럼 연주와 사운드에 대해서 확고한 그림이 있어서 그걸 제가 재연해내려고 노력한 결과로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 연주활동 하면서 여간한 무대에선 긴장을 잘 안하는 편인데, 솔직히 돌탕 공연은 편해진 게 얼마 안되었어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했고 덕분에 또 다른 뮤지션으로서의 자아가 생긴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러머로서 실력이 더 발전한 거 같아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웃음)
팀명인 ‘돌아온 탕자’들이 갖는 의미도 설명을 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소개 글에 보면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뮤지션들이 처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들에 대한 부조리, 불합리함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코멘트가 있더군요.
용리 : 그런데 사실 그런 저항이나 반감에 대한 걸 노골적으로 담아내려고 한 것은 아니고, 뮤지션으로서 지금 이곳에서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단면들을 있는 대로 보여주려고 의도한 게 더 크죠.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왜곡하지 않고 풀어서 보여주면 그걸 접한 분들이 각자 자연스럽게 자신의 판단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 정도에요. 뭐 시위하려고 만든 건 아닙니다(웃음)
신디사이저및 키보드를 맡고 있는 재능넘치는 연주자 이영우
‘돌아온 탕자’라는 말이 한때 사고뭉치였던 사람이 뒤늦게 참회하고 돌아오는 그런 의미가 있긴 하잖아요.
용리 : 아 그건 팀 멤버들 성향 자체가 절 포함해서 그냥 고분고분 말 잘 듣는 타입이 아니어서(웃음) 그리고 구상한 음악이 사운드가 센 편이다보니 팀명에서도 그런 느낌을 담아내면 잘 어울리고 또 재미있겠다 싶어서 큰 고민 없이 지었는데 짓고 나니 주변에서 가타부타 말이 좀 나오더라고요. 종교적인 의미가 포함된 거 아니냐, 또 누군가는 트렌디하지 않다, 힙하지 않다, 젊은 팬들이 그다지 좋게 반응하지 않을 거 같다 등등 부정적인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름이 그닥 별로란 거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바꾸지 않고 처음부터 그대로 쭉 쓰고 있어요. 그리고 처음 시작부터 해외 쪽에서 활동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서 돌아온 탕자를 그대로 쓰기엔 이름이 기니 약자로 돌탕을 정했죠.
돌탕의 어감은 좋은 거 같아요.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난 개인적으로 용리씨가 사회에 대한 잘못된 부분들의 인식을 평소에 갖고 있는 타입인 걸 아니까 그걸 음악에 은연중에 담아내려고 하지 않았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석다연 : 맞아요. 그 점도 분명히 있어요. 재즈 팬 분들께서도 그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사실 이름이 좋네, 안좋네, 별로다, 아니다는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바뀔수 있고, 실제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게 때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어필하는 경우도 많은 거 같아요. 돌아온 탕자도 저희 음악이 좋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지면 자연스럽게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앨범 타이틀인 <Invisible Worker>가 사실은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음악활동을 하고 만들어내고 있지만 사회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익명성이 늘 깔려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용리 : 그런 부분이 분명 있죠. 저희가 팀 형태로 하고 싶은 음악 활동할 때는 감사하게 무대도 서고 점차 주목해 주시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평소 개인 활동하고 이럴 때는 사실 누가 어떻게 연주하든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고 전달되지도 않는 상황의 무대들이 무척 많이 있잖아요. 소위 행사이라든지... 물론 그런 무대가 외국도 있지만 한국은 특히 많은 거 같고 또 연주자 개개인을 독자적인 아티스트로 보지 않고 어떻게 보면 약간 대체 가능한 소모품같이 보는 이런 분위기나 인식이 많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재즈라는 문화 자체가 그런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전통에서 모던까지 유연한 음악성 지닌 베이시스트 강환수
비단 재즈만 그런 건 아닌 게 일반 대중음악 영역도 이제 악기를 잘 다루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존중받는 뮤지션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잖아요. 미디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여간한 사운드를 대체할 수 있고, 샘플링, 심지어 AI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다보니...기껏 잘해봐야 세션 맨인데, 그 세션맨도 예전에는 한번씩 자기 앨범 내거나 하면서 뭘 해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었어요.
용리 : 맞고 틀리고를 떠나 예전엔 국내 3대 기타리스트가 누구네 하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회자되는 게 아예 없는 수준이니까, 실력이 있고 잘해도 그게 부각 자체가 안되는 거 같아요.
자기 음악, 자기 사운드를 만들어가려는 뮤지션들, 악기 연주자는 80~90년대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어요. 악기 다루는 실력은 전반적으로 더 나아졌고 연주자들의 수도 더 늘어난 게 맞지만 단순히 기술의 측면에서 그런 거 외에 정작 뭔가를 시도하고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은 줄어들었거나 아니면 인디나 언더그라운드로 숨어들어가 버린 경우가 더 많아졌죠. 그러니 언론에서 조명도 안되고 마니아들 외에 다수의 대중들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게 되어버리는 거죠. 사실 이번에 돌탕이 20여일 넘게 유럽 투어를 가서 그곳 재즈 팬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도 사실 작년 자라섬 공연 때 피아니스트 레셱 모즈제르가 돌탕의 무대를 보고 음악자체에 관심을 가져줘서 시작된 거잖아요.
용리, 석다연 : 맞아요.
분명 레셱도 ‘이 팀 좋은데 자기가 프로그램 운영에 연결되어 있는 페스티벌에 소개해야겠다’ 고 판단해서 부른 걸거고 그 일환으로 여러 다른 공연들이 함께 잡히면서 투어가 성사될 수 있었던거 잖아요. 그게 용리와 돌탕이 이름 알려진 화제성이 좋아서 무대에 세우면 관객 동원이 되겠다 그런 게 아니고 일단 연주와 음악이 먼저 어필했기 때문인거고, 그곳 관객들도 이 음악을 듣고 좋아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섭외한거라고 봐요. 이게 되게 의미 있는 상황인건데. 이렇게 해서 국내가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뭔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좋은 과정이 만들어져야 국내에서 자기 음악하려는 뮤지션들도 이걸 보고 희망을 갖고 자기들끼리 도전할 계기가 생기는 건데 국내 시장에선 이런 움직임 자체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게 정말이지 안타까워요.
석다연 : 이번에 유럽 투어중 폴란드 시골 동네에 있는 로컬 클럽에서 공연을 한번 했는데 거기 인구가 2만명 조금 안되나봐요. 그런데 저희 공연 보러 80명 넘게 와서 공연 보고 제대로 듣고 호응해주고, 끝나고 저희랑 이런 저런 음악 이야기 한참 나누다가 기분 좋게 돌아가셨어요. 나이대도 30~40대부터 그 이상 어른들, 딸과 엄마가 같이 오기도 하는 등 되게 다양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사전에 돌탕 팬이어서 거기에 온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첫 앨범 낸 아시아 팀이 폴란드 시골 동네에 얼마나 알려졌겠어요? 미리 온라인으로 음악을 체크하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애초 음악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새로운 팀이 들려주는 음악에 대한 궁금함 이런 걸로 보러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름이 알려진 몇몇 극소수의 뮤지션이 아니면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안되잖아요. 아무리 작품이 좋고 실력이 있고 새롭게 이야기할 뭔가가 있든 아니든 상관없이 들여다보려고 하지를 않으니까... 이건 근본적으로 생각을 좀 해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팝/록에서 재즈까지 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기타리스트 조예찬
이 부분은 차후에 별도로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는 주제라 기회 될 때 칼럼이든 아님 대담이든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도록 해볼께요. 자! 화제를 전환해서 지난달 유럽 공연을 20일여 간 마치고 돌아왔는데 현지에서의 경험및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특히 로니 스콧, 빔하우스를 포함해 유수의 유럽 공연 배뉴(Venue)에서 연주한 느낌이 어땠는지? 공연장 시설도 그렇고 특히 음향적인 면에서 느낀 점이 분명 있었을 거 같아요.
용리 : 관객들 반응부터 공연장 음향까지 정말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관객들은 연주할 때마다 아주 적극적인 호응을 해주셨고 아낌없이 박수를 주셔서 저희가 약간 당황할 정도였죠. 간단하게 코멘트를 해도 반응이 세게 주시더라구요. 제 개그코드가 이쪽에 잘 맞는구나 싶기도 했고(웃음) 그리고 음향은 정말이지 다들 너무 너무 좋았어요. 폴란드의 경우 포즈난 페스티벌이 약 1~2000명 정도 관객들이 보는 야외 페스티벌 무대였는데 소리 울림이 실내에서도 이렇게 나기 쉽지 않을 거 같은 소리를 아주 쉽게 잡아내시더라구요. 게다가 다른 지역의 소규모 클럽도 기본 앰프로만 소리를 잡는데 듣기 너무 편하게 뽑아내셔서 도대체 뭐가 이렇게 다른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석다연 : 저희 공연이 끝나고 이어서 다른 팀들 공연을 보려고 멤버들이 함께 앉아서 관람을 했는데 밖에서도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감탄을 했죠. 한두 노트만 딱 쳐도 와! 할 정도로 소리가 좋으니까... 그리고 제가 드러머라 보통 한국에서 공연할 때에 모니터 스피커 좀 더 올려달라고 하면 한계가 명확하게 있거든요. 다른 파트 간섭 때문이든 하울링이 생기든 뭔가 문제가 생겨서 ‘이 이상 못준다’ 이런 게 반드시 있기 때문에 소리가 잘 안들려도 참고 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이번 유럽 투어에서는 제가 주문하는 대로 시원시원하게 다 주시는 거에요. 그런데도 문제가 안 생기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진짜 편하게 재미있게 연주를 할 수 있었죠.
참...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네. 도대체 이곳과는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용리 : 저희도 어디에서 기술적인 차이가 나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레섹이 처음에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너네 엔지니어 혹시 데려올거면 안 그래도 된다. 여기 페스티벌 음향 팀 아주 좋으니까 충분히 잘 잡아낼거야’ 라고. 딱 가보니 말 그대로 아주 잘 잡아주시더라구요. 그만큼 자기 스텝들에 대한 신뢰도가 강한 게 느껴졌는데 이들이 팀으로 그 페스티벌에서 오래 해왔으니, 그곳의 음향 환경에 대해 빠삭하게 다 알고 있어서 그걸 잘해내는게 아닐까... 거기에 대다수 엔지니어들이 본인이 직접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 탓도 있는 거 같고...이런 종류의 사운드는 어떻게 컨트롤 하면 된다는 이해가 사전에 이미 잘 잡혀 있어서 리허설 한 두곡 할 때 이미 대부분 견적이 나와 버리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공연한 11번의 무대가 다 그 정도였으니 뮤지션으로서 너무 신기하고 또 만족스러웠죠.
탁월한 테크닉과 파워 겸비한 드러머이자 밴드 사운드의 주요 키를 맡고 있는 드러머 석다연
앨범 수록곡들 중 이번 유럽 공연 포함해 확실히 반응이 좋은 트랙이 있으면 이야기해줘요.
용리 : 안 그래도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확실히 있었어요. 바로 6번째 트랙인 Do Plastic Bags Dream about Sunset 이곡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제일 좋았어요. 이 곡에 얽힌 스토리가 있는데 이걸 공연 중에 이야기해드리면 해외 관객 분들이 다들 이해하고 꽤나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렇구나. 이야기해줄래요?
용리 : 보통 우리가 주변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비닐봉투나 쇼핑백들이 처음에는 뭔가로 가득 차서 누구 손에 들려 있었을텐데 길거리에 버려진 지금다 사용이 되고 난 뒤 빈 상태가 되어 바람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잖아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서 뭔가 우리들의 삶도 한때는 이렇게 꿈이나 열정, 희망이나 이런 것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하나씩 빠져나가면서 저 비어버린 비닐 봉투와 같은 처지가 되는게 아닌가, 우리도 어쩌면 삶의 현실에 휩쓸려서 이렇게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며 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걸 비유적으로 해서 이렇게 곡 제목을 지은 거에요. 또 이 곡 뮤직비디오도 저희가 만들었는데 그런 의미를 담아서 만들었어요. 유튜브에 올려져 있으니 한번 보시면 재미있으실 거에요.
석다연 : 이 이야기를 폴란드 바르샤바 공연 때 했는데 공연 끝나고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성 한분께서 오셔서 너무 잘 들었다고, 가슴에 크게 와 닿아서 들으면서 울었다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며칠 뒤 포즈남 공연 때도 보러 오셨어요. 거기서 5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였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그 동네 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들 문화적 감성이 예민하고 순수하신 분들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그 점도 우리와는 좀 다른 거 같아요.
앨범 또한 스위스 레이블인 유닛 레코드과로 제작, 발매되어 본격적인 해외 재즈 시장을 염두에 둔 과정이라 생각되는데 이 레이블과의 접접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용리 : 저와 잘 아는 독일 친구가 그 레이블과 연결고리가 있어서 소개를 받았죠. 그 레이블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발매를 할 수 있게 되었죠.
유럽 공연에서 음반 반응도 괜찮았죠? 은근히 나갔을 거 같은데...
용리 : 네. 거의 100여장 가까이 팔았어요. 가격이 25유로 정도라 싸지 않은 가격대였는데도 공연 보고 사주시는 분들에 꽤 있어서 무척 고마웠어요.
석다연 : 저희가 또 티셔츠도 제작해서 가져갔거든요.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랑 투어 티셔츠 이렇게 두 가지로 만들어 팔았는데 이것도 쏠쏠하게 반응이 있었어요. 가격을 각각 30, 40유로로 책정해서 다소 높은 금액에 판매를 했는데도 50장 가까이 팔렸어요.
오! 그러면 굿즈 판매만으로도 수익이 꽤 나왔겠네요?!
용리 : 네! 맞아요. 그런데 20일 넘게 머물면서 멤버들이랑 맛있는 거 사먹고 회식겸 술 한잔씩 하느라 거의 다 쓴 게 함정이라는. 멤버들이 다들 엄청 잘 먹거든요(웃음)
지난 6월 영국의 명문 재즈 클럽 로니 스콧 무대에서 공연하는 돌탕 멤버들
일정을 살펴보니 거의 하루 이틀 단위로 공연이 계속 잡혀있던데 육체적으로도 꽤 힘들었겠어요.
용리 : 쉽지 않았죠. 게다가 다들 공연 끝나고 맥주가 맛있다고 다들 그렇게 먹어대서 투어 막판에는 체력적으로 힘든 게 느껴지긴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라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어서 저도 같이 좀 마셨는데, 그래도 별 문제없이 즐겁게 마무리했죠. 그리고 이번에 해외 투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또 한 가지 깨달은 게 매니저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1년 내내 투어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몇 주간의 일정이라면 할 때만이라도 단기적으로 투어 매니저를 기용해야 되겠다는 걸 느꼈죠. 공항에서 숙소, 공연장등 일정이 타이트하게 계속 맞아 들어가는 스케줄에서는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시간이 뜨거나 날려먹는 일이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더군요. 공연장 가서도 홀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 이런 데 있어서 딱딱 정리를 해 주고, 공연이 끝나고 앨범 및 굿즈 판매나 이런 거 어디서 하는지 딱 알아가지고 하우스 매니저한테 공연 타임 테이블 다 받아서 정리 해줘서 대략 몇 시에 식사해야하는지 다 안내해 주고 이런 걸 체크해줄 수 있는 인원이 확실히 필요해요. 만약 공연 두어 번 하는 거면 저희끼리 어떻게 하겠는데 이번처럼 10번 넘게 하게 되면 도저히 할 수가 없어져요. 다행히 이번에 재즈 애비뉴를 운영하고 있는 효진씨가 같이 가서 도와준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음반 및 굿즈 판매하는 걸 포함해서 여러모로 신경을 써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의 남은 일정은 어떤가요?
용리 : 이달 말 29일에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단독 쇼 케이스가 한번 있고 같은 장소에서 8월 24일 딥마인드(DeepMind)와 함께 합동 공연을 할 예정에 있어요. 합동공연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이 다 마련된 건 아닌데 아마 별도로 1,2부 공연을 나눠서 하고 마지막에 같이 협연하는 식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딥마인드도 저희 팀의 신디사이저 주자인 영우씨가 참여하고 있는데다 음악적으로 저희와 유사한 면이 있고 연주력도 다들 출중해서 무척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자세한 일정이 나오면 알려드릴테니 소개해주심 고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테크니컬하면서도 감각적인 두 팀의 사운드가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이 무척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일이 안생기는 한 꼭 보러 갈께요.
용리, 석다연 : 네. 감사합니다. MMJAZZ 독자 분들께서도 그날 꼭 보러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을 멋진 무대 보여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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