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수(Jisu Jung) & Baroque in Blue - 두 장르 연결하는 핵심은 바로 '소통과 대화'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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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인블루 현재 멤버들 좌로부터) 송하철, 이강헌. 정지수, 정현진
정지수(Jisu Jung) & Baroque in Blue
새로운 프로젝트 출범시킨 피아니스트/작,편곡가
두 장르의 음악 연결하는 핵심은
바로 소통과 대화
제가 보기에 정지수는 국내 뮤지션들 가운데 재즈와 클래식의 고유한 음악적 특질을 퇴색시키거나 왜곡시키지 않고서 가장 성공적으로 엮어내는 능력을 지닌 뮤지션입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국내에서 등장한 크로스오버 계열 작품을 만든 뮤지션들 가운데 이만큼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지면서 동시에 음악의 다이내믹이 입체적으로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단순한 클래식 테마 선율의 무드음악으로 일관하는 피상적인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90년대부터 빈번하게 양산되어온 걸 감안한다면 정지수의 시도는 완전히 파격이며 과감한 도전이라 말할 수 있죠. 그런 그녀가 첼로-비올라-알토 색소폰-피아노의 사중주 편성으로 실내악 재즈/클래식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Baroque in Blue> 를 새로이 출범시켰습니다. 크로스오버/서드 스트림 성향 다분한 이 쿼텟의 음악은 지난 달 앨범 리뷰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대로, 일반적인 크로스오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재즈의 리듬과 화성적 표현을 강조하며 또한 즉흥연주를 작곡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으로 담아내고 있어 음악에 녹아있는 생동감이 탁월합니다.
무엇보다 재즈의 입장을 중심에 두고서 클래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에 가능한 표현들이 그녀의 음악에는 담겨져 있어서, 재즈 팬의 입장에서 들을 때마다 흐뭇함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180도 달라 보이는 비밥과 바로크 음악의 에센스를 한데 접목시켜보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바로크 인 블루 프로젝트! 과연 이 발상을 정지수는 어떻게 떠올리고 또 멋지게 구체화시켜낼 수 있었을까요? 아래 인터뷰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김희준 사진/박찬식, 유이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재즈의 비밥과 클래식 음악을 연결 짓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이게 지난 해에 앨범 <Who Am I?> 발매 기념 공연을 하면서부터였어요. [정지수의 시선 2]이라는 타이틀로 쇼 케이스를 진행하면서 참여한 연주자들이랑 같이 호흡을 맞춰보게 되잖아요. 근데 그중에 제 눈에 띄는 연주자들이 몇 명 있었어요. 진짜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너무 좋고 클래식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재즈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구요. 우선 지금은 같이 하지 않지만 재즈 쪽의 알토이스트 이수정씨가 있었고, 클래식 첼로 연주자인 이강헌씨도 저랑 알고 지낸지 15년 이상 오래 된 친구인데 그 친구의 연주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죠. 거기에 비올리스트 정현진씨의 연주에서도 좋은 느낌을 받았어서 막연하게 그림이 나올거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네 명이서 함께 밥을 먹게 된 거예요. 첫 앨범 쇼 케이스 끝난 뒤에 한번 뒤풀이겸 어울렸는데 당시 인간적인 소통도 너무 잘 맞고 서로의 음악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갖춰져 있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특히 비올라와 첼로 두 클래식 연주자들이 이전부터 재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갈망이 있었다는 걸 그때 제대로 알았죠.
동시에 자기 본업인 클래식도 수려하게 잘 소화하니까 ‘옳지, 이거는 하늘이 주신 기회다. 내가 이 기회를 쓰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 같다’ 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 같이 팀을 만들어 뭔가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러니까 악기 구성 면으로 쿼텟 형태로 다소 축소를 하고 동시에 연주의 질감을 조금 더 뚜렷하게 표현하는 팀을 결성해서 그 팀을 위한 곡을 만들면 뭔가 더 그럴듯한,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더 울림이 있는 형태의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에요. 제가 인간적으로도 서로 끌림이 있고 또 음악적으로도 영감을 받고 그들의 내면에 있는 갈증도 느끼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아하! 그럼 악기 편성으로 먼저 접근한 게 아니었군요. 내심 바이올린 대신 비올라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개별 연주자의 음악적 관심과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우선한 결과로 이번 작업이 시작된 거라고 봐야겠네요.
네. 맞아요. 악기 편성및 선택에 대한 건 <바로크 인 블루>를 시작할 때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아니었어요. 각 연주자들이 재즈를 얼마나 열린 시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죠. 그걸 토대로 클래식의 표현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가? 이런 점을 고려해 만든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아! 거기에 추가로 인간적인 소통과 교감도 무척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작업할 때나 같이 움직일 때 이게 안 맞으면 힘든데 그 두 사람은 그 점에서도 보기 드문 뮤지션들이었어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도 이 정도로 재즈에 깊이 관심 갖고 빠져있는 클래식 연주자는 거의 못봤을 정도니까...
그럼 지수씨를 포함해 네 명의 연주자들이 제대로 협업을 시작한 건 언제쯤이에요?
작년 늦가을이었어요. 11월인데, 제주도에 있는 오디토리움이라는 소규모 공연장에서 공연 문의가 와서 내심 이 멤버로 한번 연주해보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더랬죠. 거기가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간간이 재즈도 무대에 올리는 곳인데 리허설을 겸한 분위기를 파악하기에 아주 마춤한 곳이었어요. 거기에서 공연을 하면서 찰리 파커의 Donna Lee 랑 Billie's Bounce 를 편곡해 연주를 처음 했었죠. 그런데 관객 분들이 너무 좋게 반응을 해주시는 거에요. ‘이거 꼭 해야된다’, ‘앨범으로 만들어 달라’ 등등 열렬하게 호감을 표해주셔서 저랑 멤버들이 깜짝 놀랐죠. 이 정도로 좋게 들어주실 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그때 관객 분들 나이대가 어느 정도였어요?
얼핏 보기에 나이대가 좀 있어 보였어요. 대략 40대에서 50대 정도? 일단 제 또래의 젊은 분들은 몇 명 없었던 거 같아요. 당시 관람한 관객 수는 20~30명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들 진지하게 집중해 들어주셨고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해주니 저로서는 너무 기뻤죠. 그때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해야 되겠다는 확신을 가졌던 거 같아요. 그리고 앨범을 만드는데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던 순간이었죠. 이후 서울로 돌아와서 그 감흥을 바탕으로 곡을 새로 쓰고 내친 김에 12월에 앨범 녹음까지 잡아서 마무리해버렸어요. 그 느낌과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만들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클래식과 재즈가 서로 상반된 지점이 크지만 이런 작품들을 접하다보면 생각보다 접점이 꽤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특히 개인적으로 바로크의 선율과 비밥 라인이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지수 씨가 보기에 재즈와 클래식의 닮아있는 부분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 그게 실제로 바로크 음악과 비밥의 연관성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적인 접근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특히 유럽에선 대학에서 정규 커리큘럼으로 운영하는 데도 있다고 들었는데, 말씀 하신대로 비밥과 바로크 음악의 연결점이 있다는 생각을 저도 해요. 비밥이 반음계적인 진행이 많고 바로크는 그렇지 않은 차이점이 있지만 만약 바로크 음악에 반음계 요소를 넣고 스윙감 있게 빠른 템포로 연주하면 비밥이랑 아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수씨가 이번 프로젝트를 할 때 혹시 그런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었나요?
사실 그렇진 않았어요. 이야기하신 것처럼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음악에 담긴 정서랑 에너지는 서로 극과 극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달라서 이걸 한번 잘 매치시켜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바로크는 다들 잘 아시듯 종교적인 경건함이 있고 비밥은 아주 격렬하고 현기증이 날 정도의 다이내믹이 있잖아요? 이걸 함께 이어보면 어떨까? 하는 데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클래식과 재즈를 함께 섞어서 뭔가를 시도하려는 이유가 두 음악의 태생적인 차이점에 주목을 했어요.
어떤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거에요?
클래식은 바로크 시대부터 사실 귀족, 특권층을 위한 음악이었던 반면에 재즈는 가지지 못한 약자들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연주된 음악이잖아요. 노예로 미국 땅에 건너온 흑인들, 그리고 그들이 원치 않게 미국 땅에 건너와 각종 차별을 겪으면서 내면에 쌓아둔 슬픔과 분노등 마이너한 감정들이 재즈에는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를 대변할 수 있는 블루(Blue)라는 단어를 프로젝트 명으로 선택한 것이기도 한데,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음악에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바로 소통하고 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크 음악에도 있다는 거였죠. 바로크 고유의 대위적인 선율을 파고 들면 들수록 마치 재즈에서의 콜 & 리스펀스 처럼 서로 대화하려는 게 아주 강하게 담겨져 있는 게, 바로크 음악에서 종종 간과되어 왔지만 아주 중요한 핵심이라고 봤어요. 결국 태생의 차이는 크게 상반되지만 소통과 대화라는 근본적인 갈망을 갖고 있는 두 음악이 함께 만나면 어떨까? 분명히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개념을 중심에 두고 곡을 쓰고 프로젝트 기본 틀을 잡아 나간거죠.
앞서 처음에 이야기 드린 것처럼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실질적인 계기는 세 명의 연주자에게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다음에 이 연주자들과 함께 제가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를 고민했을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이거였어요.
아! 그렇군요. 그게 <바로크 인 블루>의 핵심 명분이자 표방하는 가치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네. 맞아요. 클래식과 재즈 두 음악의 뿌리가 어디에 있지? 그리고 토대의 개념과 정서가 어디에 있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바로크 음악과 재즈, 비밥을 바라보니까 함께 엮어나갈 가능성이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개념을 잡아가니까 곡을 쓰는데도 좀 더 아이디어가 선명해졌어요.
이런 실내악적인 소규모 악기 편성에 대한 작업도 애초 지수씨의 작업 계획에 있었나요?
전혀 아니에요. 중, 대편성의 앙상블 작, 편곡에 대한 관심은 이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소규모 앙상블 작업에 대한 생각은 이 세 연주자들 만나기 전까지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철처하게 세 사람이 가진 음악적 기반을 보고 거기에 착안해서 시작한 거에요.
본지 편집장과 인터뷰하는 정지수
<바로크 인 블루> 프로젝트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힘들었다기 보다는 고민이 살짝 되었던 부분이 있는데, 이게 악기 음역대가 첼로, 비올라, 그리고 알토 색소폰이 사용되니까 겹치는 면이 커요. 다들 중음역대에 몰려있는 악기들이다보니 은근히 소리의 마찰, 충돌이 생기곤 하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내야 되는가가 처음엔 고민이었죠. 그런데 같이 협연해보니까 그 겹치는 부분이 다소 거칠긴 하지만 오히려 중심을 잡아주는 측면도 있는 거 같더라구요. 또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무게감과 중후함이 더 크게 와닿아서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어주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이후엔 따로 의식안하고 연주를 해오고 있어요. 오히려 드럼, 베이스 파트가 없는데도 중심은 더 잘 잡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서(웃음)
그런데 듣기에는 표면적으로 알토가 제일 높은 음역대처럼 들리기도 해요.
맞아요. 게다가 소리도 좀 더 얇고 강하니까 도드라지는 측면이 있죠.
최근 <바로크 인 블루> 라인업에 변화가 있더라구요. 알토 색소폰 파트에 앨범 참여멤버인 이수정이 빠지고 송하철로 바뀌었던데, 완전히 멤버가 바뀐건지, 아니면 일시적인 개인 사정으로 인해 대체된 건지 궁금해요.
안 그래도 주변 분들께서 그걸 자주 물어보시더라구요. 이 참에 확실히 말씀드리자면 완전히 바뀐거고 앞으로 하철씨와 함께 계속 팀을 꾸려 나갈려고 합니다. 서로의 개인적인 사정과 문제들이 겹쳐서 더 이상 함께 팀을 하기 어려워진 부분이 커서 어쩔 수 없이 색소폰 파트를 바꿀수 밖에 없었어요. 연주 스타일과 성향에서 두 사람이 꽤 차이가 있지만 하철씨로 인해 다른 성향의 연주가 가미되면서 바로크 인 블루의 음악색도 재미있게 바뀐 부분이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하철씨께서 가지고 있는 재즈의 고유한 표현과 빈티지한 사운드가 접목되면서 이전과 다른 느낌을 조금씩 담아내기 시작하는 중이고 무엇보다 너무 열심히 준비해 주셔서 저로선 무척 큰 힘이 되요.
참! 내달 6일 성수 아트홀에서 빅 챔버 오케스트라라는 기획으로 또 다른 성격의 공연을 하는 걸로 알아요. 그 공연은 <바로크 인 블루>와 다른 컨셉트의 공연인거죠?! 간략하게 설명해주실래요?
아, 네! 이건 총 15명의 재즈와 클래식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건데, 1부에서는 제 1집과 바로크 인 블루 앨범에 담긴 곡들로 연주를 하고 2부는 전체 15명의 연주자들이 다 같이 무대에 올라서 대편성으로 연주하는 거에요. 피아노, 드럼, 베이스에 현악기 5대, 플룻, 비브라폰,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바순까지 현악과 관악 파트, 타악기 파트가 두루 참여해 연주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곡은 이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해 새로 쓴 곡들이 총 네 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다음 새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새로운 성격과 편성의 작업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선 보러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거 보면 지수씨는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이번 <바로크 인 블루> 앨범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해서 무대에 올리시다니...
아니에요. 예술의 전당 공연도 그렇고 빅챔버 오케스트라 공연도 재단 지원 사업에 선정되니 저로서도 힘내서 준비할 수 있는 거죠. 편집장님도 그렇고 다른 분들께서도 다행히 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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