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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k

빌 샬랩(Bill Charlap) - 감사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매번 연주하고 그 즐거움을 여러분과 나누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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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첫 내한 공연 갖는 당대 최상의 트래디셔널 피아노 트리오

빌 샬랩 (Bill Charlap)

 

감사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매번 연주하고

그 즐거움을 여러분과 나누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과장됨 없이 기품과 격조가 담긴 스윙과 밥의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끊임없이 뽑아낼 수 있는 명 피아니스트 빌 샬랩이 마침내 한국 재즈 팬들을 만난다. 90년대 후반 백개의 황금 손가락 투어 멤버 중 한명으로 잠시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자신의 단독 공연으로는 이번이 처음. 30년 가까운 오랜 시간 팀워크를 다져온 명 드러머 케니 워싱턴, 그리고 오리지널 멤버인 피터 워싱턴이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빌 샬랩과 케니 워싱턴이 애정하는 젊은 베이시스트 데이빗 왕이 가세한 트리오 라인업은 동 시대 최상의 스윙 트리오란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재즈의 오랜 전통이 어떻게 첨단의 AI가 대세인 현 디지털 시대에 별도의 굳건한 가치를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예술은 반복된 디지털 복제와 짜깁기로 절대 얻어낼 수 없는 지고의 감동과 깊이가 있다. 전통은 결코 고색창연하게 퇴색하지 않으며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중심을 잡고 서 있을 따름, 이 귀중한 유산을 일깨워주기 위해 또 하나의 명 재즈 트리오가 올 한해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그에 앞서 피아니스트 빌 샬랩과 드러머 케니 워싱턴 두 거물 연주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필자의 평범한 질문에 너무나도 성의 넘치는 대답을 해주신 두 명인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아울러 지금껏 진행해온 모든 인터뷰 중에서 이렇게 세심한 정성과 겸손함을 담아 대답해준 해외 뮤지션은 처음인 것 같아 너무 만족스러웠다. 아울러 진행 및 장문의 번역에 도움을 준 재즈브릿지 김현종 대표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인터뷰/MMJAZZ 편집장 김희준      진행 및 번역/재즈브릿지컴퍼니 김현종     사진/Carol Friedman, Blue Note,

 

 2 빌 샬랩과 그의 어머니인 샌디 스튜어트와의 공연 모습. 2011년.jpg

 빌 샬랩과 그의 어머니인 샌디 스튜어트와의 공연 모습. 2011년

 

당신은 무척 훌륭한 음악적 환경을 갖고서 태어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버님은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이시고 어머님은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온 스탠더드 보컬리스트이시죠. 이 두 분에게서 어떤 음악적 영향을 받아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이야기하신 것처럼 제 아버지는 무스 샬랩(Moose Charlap)으로 메리 마틴 프로덕션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피터팬의 사운드트랙에 담긴 I’m flying, I Won’t Grow Up 같은 유명곡을 쓰셨어요. 그는 또한 당대의 유명한 가수들이 불렀던 곡들도 작곡을 하셨는데요, 알 히블러, 사라 본, 엘라 핏츠제럴드, 로즈메리 클루니,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마빈 게이 등 정말 많은 가수들의 곡을 만드셨죠. 어머니는 샌디 스튜어트로, 그녀의 세대 팝 싱어라고 보시면 될거에요. 60년대에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는데요 My Coloring Book 이라는 히트송이 있었죠. 어머니를 이야기할떄 스윙하는 팝싱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마치 토니 베넷이나 로즈메리 클루니 처럼요. 이런 부모님이 있는 집안이니 언제나 음악이 멈추지 않고 함께 흐르고 있었죠. 아버지의 음악을 어머니가 부르곤 했고, 위대한 작곡가들과 가수들이 언제나 저희 집에 오고 갔어요. 저희 집에 손님으로 오던 분들은 [오즈의 마법사] 를 작곡한 입 하버그,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했고 최고의 친구 같은 분들이었던 앨런, 마릴린 버그만 등이 있었죠. 부모님과 같은 그런 음악적 에너지를 가진 분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그런 풍요로운 음악이 늘 곁에 있었다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어요. 당연히 제가 어릴 때는 집에 오시던 손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지 몰랐죠. 그저 저에게는 삼촌(uncle) 이자 이모(aunt) 같은 존재였을 뿐이었으니까, 다만 아버지가 공연을 위해 음악을 작곡하는 그 에너지는 언제나 집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가사가 있는 곡들에 제가 더 끌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적인 가족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으셨나요? 기억을 되돌려 보시면,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야지라고 아주 어릴 때부터 결심을 하신건지요?

 

저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았던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늘 피아노를 연주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음악이라는 것이 제 삶의 중심에 있지 않는 순간을 기억할 수도 없을 거 같아요. 그만큼 제 인생은 음악이 늘 중심에 있었죠. 결국 제가 피아니스트가 된 것은 어떤 시점의 결심 같은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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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사에 보기드문 모자간의 듀오 협연작  <Love is Here to Stay>  2005년작 

 

 

트리오로 스탠더드를 해석, 연주할 때 해당 곡의 가사에 담긴 의미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항상 가사를 염두에 두는 지, 아니면 때론 그와 별개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접근하기도 하는지.

 

우선 재즈 스탠더드라는 표현을 사용함에 있어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더 명확히 하고 싶네요. 일단 재즈 스탠더드라고만 하면 사실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요. 저희가 여기에서 얘기하는 건 가사와 음악이 함께 있는 곡을 얘기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재즈 스탠더드는 조금 다른 것을 의미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허비 행콕의 Maiden Voyage 같은 곡도 재즈 스탠더드이고, 셀로니어스 멍크의 여러 명곡들도 재즈 스탠더드죠. Round Midnight 같은 곡도 스탠더드지만, 여기에는 원래 가사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맥락에서 얘기하는 것은 바로 대부분 뮤지컬을 위해서 쓰여진 곡들이지요, 저희가 이야기하는 이런 곡들은 제롬 컨, 조지 거슈윈, 리차드 로저스, 해럴드 알렌, 어빙 벌린, 듀크 엘링턴, 호기 카마이클, 실버브라운 앤 팬더슨, 프랭크 레서, 줄리 스타인 같은 작곡가들이 남긴 곡들인데요, 이 곡에서 음악(music)이라는 것은 언제나 곡(song)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요. 가사(lyrics)가 바로 이 곡의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것이죠. 곡이라는 것은 음악과 가사가 반반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이 곡의 가사를 연주하지 않고 음악만 연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맞아요! 저는 언제나 가사를 고려해서 연주를 합니다.

 

물론, 때로는 간혹 특정한 의도를 담아서 어느 곡의 가사를 연주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마치 가사를 부를 수 없게 연주하는 것 처럼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어떤 특정 프로그램이나 어떤 컨셉트의 음반을 만들 때 이런 일이 있기도 해요. 예를 들자면, 제가 호기 카마이클의 곡으로 음반을 만들 때 Jubilee 라는 곡을 연주했고 꽤 빠른 템포로 했습니다. 원래 이 곡은 편안하게, 뉴올리언스 스타일이나 루이 암스트롱이 연주한 것처럼 빠르지 않게 연주합니다. 다만, 제가 호기 카마이클의 곡으로 음반을 만들 때는 도드라지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렇게 템포를 원래의 곡보다 아주 빠르게 연주했죠. 그래서 때로는 노래하듯 연주한다는 제 자신의 규칙을 깨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늘 재즈 스탠더드 곡을 연주 할때는 가사를 고려해서 연주합니다. 일부러 가사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도 의식적으로 이를 알고 결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가사는 염두에 둡니다.

추가로 한가지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릴께요. 버그만 부부는 늘 이렇게 얘기하곤 했어요 가사는 언제나 음표들로부터 묻어 나와야 합니다” (The lyrics have to drip off the notes), 그리고 음표들 역시 가사로부터 묻어 나와야 하고요”(notes also drip off the lyrics).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서로를 연주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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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케니 워싱턴

 

당신의 연주에 담긴 사려 깊은 면들, 이를테면 함께 하는 보컬리스트및 동료 연주자들과의 교감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음악이 가진 소통의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뮤지션들에게선 사실 찾아보기 힘든(물론 설리반 포트너와 같은 좋은 반례가 간혹 있긴 합니다)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데뷔 초부터 반주자로 활동해온 것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함께 한국을 가게 되는 케니 워싱턴과 데이빗 웡은, 서로에게 언제나 좋은 반주자의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는 각자가 솔로이스트 이기도 하죠. 저희 셋은 각자가 어떤 특정한 순간에 중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마치 바흐의 신포니아와 같습니다. 3개의 목소리가 나올 때 하나의 목소리가 앞으로 나오면 어느 목소리는 뒤로 가고, 또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또 하나가 다른 곳에서 들어오고 하는데, 이게 우리가 연주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이를테면 케니 워싱턴은, 매우 탁월한 솔로이스트이자 드럼 비르투오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매우 뛰어난 리스너이며 훌륭한 협연자로서 음악 안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것에 대해 멋지게 지원을 해주는 동료이기도 하죠. 그런데 말씀드린 이 모든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데 있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항상 이렇습니다. 저희가 연주하는 방식이고요, 저희 셋은 모두 반주자이자, 솔로이스트이고 늘 이렇게 연주를 해왔어요.

 

그러면, 당신의 이 반주자로서의 경험, 특히 보컬리스트의 반주를 하는 경험이 트리오를 위한 사운드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보시는 거죠?

 

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때로 당신은 드러머이자 가수이고, 제 생각에 당신은 때로는 드러머가 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가수가 되기도 해야 합니다. 저는 피아니스트이지만, 동시에 드러머이자 베이스 연주자이기도 해요. 드러머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고, 베이스 연주자이기도 하고요, 베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이 모든 것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저희 모두는 가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편곡자나 오케스트레이터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다른 악기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제 내면의 귀를 통해 피아노 외에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듀크 엘링턴의 오케스트라, 소니 롤린스의 테너 색소폰, 폴 데스몬드의 알토 색소폰 등 모든 것을 듣지요. 음악 안에 그 모든 것이 담겨져 있어요.

특히 보컬리스트와 작업을 하는 것은, 처음에는 제 어머니와 함께 연주를 하였고요, 운이 좋게도 정말 뛰어난 보컬들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디디 브릿지워터, 토니 베넷, 캐롤 슬로언, 프레디 콜 등 이들은 모두 위대한 마스터였기에 연주자로서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의 멘토였던 리차드 베넷 경은 (Sir Richard Rodney Bennett)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고, 그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도 하는 사람이었어요. 마치 셜리 혼이나 블로섬 디어리, 바비 쇼트처럼 말이죠. 이렇듯 보컬과 함께 연주를 하는 것은 저의 연주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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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디디 브릿지워터와 듀오 앨범 [Element]을 발표했죠. 2015년 토니 베넷과의 협연이후 보컬리스트와는 10년만의 첫 교류작인데 그녀와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게 된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그녀와의 협연에서 느낀 그녀의 매력과 개성은 어떠했는지 이야기해주신다면?

 

일단 디디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제가 함께 협업했던 모든 보컬리스트 각자가 다르고 특별했는데요, 이건 마치 클락 테리, 베니 카터, 짐 홀, 제리 멀리건 같은 분들과 연주하는 것처럼 서로 다릅니다. 일단, 디디는 참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녀는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솔로이스트이자, 만담가이자, 배우이자, 비르투오소 가수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에 아주 능한 사람입니다. 디디와 함께 연주하는 건, 마치 캔버스에 페인트를 계속 뿌리는 것과 같아요. 그녀와 함께 하는 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지요. 즉석에서 사전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많아요. 이 협업의 아이디어는 사실 디디로부터 왔어요. 어느 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이전에는 서로 잘 알지 못했지만, 디디는 말했죠, “그거 아세요? 저희는 무언가 같이 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그리고 저는 말했죠 미스 브릿지워터, 저는 당신의 팬입니다. 무언가 같이 하는 건 참 좋겠네요. 아마 당신은 제 트리오와 연주를 하고 싶은 것이지요?”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요, 저는 당신과 듀엣을 하고 싶어요. 당신과 단 둘이서요라고 했죠. 저는 좋다고 했고, 일단 한번 시도해 보자고 했습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했죠. 재미있게도 저희는 같은 에이전트가 있었고 그가 저희 공연을 몇 개 잡아 주었죠. 서로간의 화학 작용은 즉각적으로 일어났고 그렇게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의 위대한 작사가 중 새미 칸이 있어요. 그가 이런 말이 한 적이 있지요. 대중들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음악과 가사 중에서 더 먼저 오는 게 무엇인가요?” 그는 이렇게 말했죠 전화 통화가 가장 먼저죠” (웃음) 저희의 경우도 디디가 전화를 했고, 그렇게 일이 성사가 되었죠. 저희는 서로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함께 연주를 하면서 그저 좋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녀와 함께 하는 건 정말이지 즐거워요.

 

한국에서도 디디 브릿지워터와 당신의 듀오 연주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언젠가 볼 수 있겠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화통화가 가장 먼저입니다(웃음). 그리고 이미 받은 것 같군요. 디디 브릿지워터에게 문의를 해보세요. 분명 제안을 좋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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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협연 앨범을 얼마전 발표한 디디 브릿지워터와 빌 샬랩

 

자! 이제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팀을 이뤄 활동해온 멤버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빌 스튜어트나 제이 레온하트 같은 훌륭한 연주자들과도 함께 했지만 레귤러 트리오로서 피터 워싱턴, 케니 워싱턴이 갖는 의미는 분명 남달랐다고 생각되요. 이들과 함께 처음 연주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리고 함께 연주하면 어떤 음악적 장점과 시너지가 생기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단, 한 가지 확인 해둘 것이 있어요. 표기할 때 피터 워싱턴과 케니 워싱턴이라고 따로 해야 합니다. 피터 & 케니 워싱턴이라고 쓰면 간혹 사람들이 형제인 줄 알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이들은 형제가 아니에요, 성은 같지만요(웃음)

아무튼, 이들을 처음 만나고 연주했을 때의 느낌이 어떠했냐고요? 그 답은 바로 첫 음반 <All Through the Night> 에 모두 담겨 있어요. 그 첫 음반에서 역사가 시작이 된거죠. 일단, 저는 어떤 예감, 느낌이 확실히 있었어요. 이 두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건 정말 특별한 조합이 될 거라는 예감 말이죠. 그들은 이미 서로 특별한 교감으로 연주 하고 있었어요. 크리스 크로스 레이블의 하우스 리듬섹션같은 느낌이 있었죠. 이미 많은 음반을 함께 만들고 있었고, 정말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주를 했었습니다. 디지 길레스피, 밀트 잭슨, 토미 플래내건 등 셀 수 없죠. 전 이들의 연주를 다른 밴드에서 많이 들어왔고, 이들과 함께 하면 무언가 특별한 것이 나올 것 다는 예감이 있어서 음반 제작자를 찾아갔어요. 당시 몇 차례 음반 작업을 함께 했었던 크리스 크로스 레코드의 대표였던 제리 티킨스를 찾아가 케니 워싱턴, 피터 워싱턴과 함께 녹음을 하고 싶습니다그랬더니 그는 대체 왜 이걸 하려는 거야? 그들은 이미 모든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를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이 조합이 특별하지 않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저는 물론 이해를 한다고 했고, 이들이 크리스 크로스 레이블의 하우스 리듬섹션이라서 마치 폴 챔버스와 아트 테일러가 프레스티지 레이블의 하우스 리듬섹션과 같은 그런 상징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하지만 저는 우리 세명의 조합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고, 그래서 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요청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희의 첫 번째 음반인 <All Through the Night>이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음반이 저희 셋이 실제로 함께 연주한 첫 사례였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처음으로 같이 연주한 것을 듣고 싶다고요? 그 첫 느낌을 알고 싶다고요? 이 음반을 틀어보세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 서로간의 화학작용은 바로 그 음반에 담겨있습니다.

 

일단, 피터와 케니는 둘 다 저보다 연장자입니다. 피터는 아마 5살이 더 많고 케니는 8살 더 많습니다. 이 음반을 만들 당시, 저는 서른 살이었고요, 저희는 젊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었죠. 그들은 이미 밀트 잭슨, 디지 길레스피, 토미 플래내건, 아트 블레이키와 같은 거물들과 연주했고, 저도 제리 멀리건, 필 우즈, 베니 카터, 클락 테리 등과 연주를 했던 시점이었고, 사이드 맨으로서 각자 충분한 경험이 있었던 시기였어요. 이날 녹음을 하기 전에 아주 짧게 한번의 리허설을 했었는데, 어떤 곡을 할 것인지 차트를 주고 곡을 파악하는 정도였지요. 이들은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사운드체크도 5분 정도밖에 하지 않았고, 이날 녹음은 6시간도 안 걸려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희는 매우 집중해서 연주를 했었고, 이런 방식의 녹음은 예전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했던 것이었죠. 또한, 이때는 LP가 아니라 CD가 나오던 시기라서 러닝타임이 긴 75~80분짜리 음반을 선호했어요. 하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이 음반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음반이 올바른느낌을 갖기를 원했어요. 당신이 위대한 음반을 접하면, 예를 들어 베토벤의 첫번째나 두 번째 또는 아홉 번째 교향곡, 또는 <Kind of Blue>, <A Love Supreme>,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등 명반들을 접하면 음반의 의도에 맞는 적당한 길이가 있고, 그 음반을 감상하는데 있어 과하지 않게 충분히 그 음반 전체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길이가 있습니다.

 

6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서 연주하는 빌 샬랩 트리오. 2000년대 중반.jpg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서 연주하는 빌 샬랩 트리오. 2000년대 중반

 

이날의 레코딩과 관련해서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것들은 이런 순간들은 당신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져 있기에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스튜디오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저 멀리서 케니 워싱턴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가 심벌 가방을 메고 오는데, 그의 모습이 마치 어떤 중요한 임무을 하러 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짧은 사운드체크를 마치고 바로 음반의 첫 곡인 All Through The Night 을 가장 먼저 녹음했어요. 그리고 이 곡은 앨범 첫 트랙으로 수록되었죠. 어떤 경우는, 정말 모든 게 잘 풀리는 때가 있어요. All Through The Night 을 연주하면서 케니와 피터의 표정을 보았어요. 모두 서로에게 화학작용이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죠. 이날은 그저 녹음하는 날 이상으로 서로의 특별한 교감을 확인하는 그런 날이었어요.

녹음이후 이들에게 같이 긱(Gig)을 하실래요?”라고 물었고, 저는 이들에게 연주료를 많이 줄 수 없다고도 했어요. 하지만 케니는 상관없어, 나는 함께 연주하고 싶은데 말야라고 답을 주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가 연주할 때 관객들이 늘어나고 재즈 관계자들이 들으러 오는 것을 알았죠. 당시 블루노트의 수장이었던 브루스 런드발(Bruce Lundvall)이 저희 연주를 들으러 왔었고 이후 블루노트 레이블로 옮겨갔죠. 일본에서는 섬씽 엘스 레이블에 들어갔고요. 이 모든 과정은 연주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저희 셋은 확실한 시너지가 있었고 연주를 함께 한 이후부터 집중도 받게 되고,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요. 감사하게도 잡지 뉴요커의 휘트니 벨리엇(Whitney Balliett)이 저희에 대해 좋은 기사를 써주었고, 또 이어서 뉴욕타임즈, 빌리지 보이스 등에서도 저를 다루는 기사를 내주면서 더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매우 열심히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한 대가에 대한 존중과 인정(recognition) 같다고 느꼈으며, 아마도 단순히 이 트리오의 상호간의 좋은 관계나 좋은 화학반응 그 이상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더 위대한 뭔가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곳에서 왔고 이 음악의 본질에 대해서 느끼는 건, 매우 경건하고 헌신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영적인 부분도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누군가가 매일 일어나서 교회를 가서 아침 기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케니 워싱턴이 당신과 한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했던 표현 “high quality” 이것은 즉, 음악을 하는데 있어 음악의 그 어떤 부분도 당연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음악에 있어 사운드, 타임, 예측이 되지 않는 부분, 어느 순간에 오롯이 몰입되어 있는 것, 즉흥성, 리듬과 하모니의 그 모든 뉘앙스, 카운터포인트, 스윙, 리스닝, 그리고 모든 음들이 의미가 있도록 만드는 것. 노트가 많이 있든, 혹은 적든 모든 노트는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단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해야 하지요. 때로는 그 단어가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떨 때 당신은 화가가 됩니다. 다양한 색들이 있기에 어떤 색을 사용할지 결정을 해야 하죠. 이것도 사용하고 저것도 사용하고, 지나가는 어떤 색을 붙잡기도 하고, 흘러가게 놓아두기도 하는 거죠. 얼핏 보면 이건 매우 심각한 것 같지만, 사실은 저희는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물론 우리는 음악에 대해 진지하지만, 서로 즐기고 있어요. 그 연주 안에 저희 내면의 빛이 느껴지실 거에요.

 

갑자기 떠오른 질문 하나, 빌 샬랩 트리오가 만들었던 음반 중에 어떤 음반이 당신의 최애 음반인가요?

 

음반마다 각자 특별한 순간들이 있어요. 그렇기에 어느 특정 음반이 저의 최애(favorite) 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케니가 첫번째 음반 <All Through The Night>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처음에 우리가 서로 만들었던 그 마법과도 같은 느낌을 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최신 음반은 마치 지금 현재의 사진과 같은 음반으로, 저희의 빌리지 뱅가드 실황을 담고 있고 훌륭한 내용도 많은데, 저의 최애는 아니고요. ...저는 <Street of Dreams> 를 고를 것 같네요. 왜냐하면 저희 첫 음반과 이 음반을 들어보시면, 그 사이에 저희가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해왔는지 알게 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최애 음반으로 <Street of Dreams> 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 음반을 들어보시면, 28년간 함께 연주한 트리오의 연금술이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잘 알게 되실 것 같습니다.

 7 빌 샬랩 트리오의 첫 앨범. 1997년 녹음, 이듬해 발매.jpg

빌 샬랩 트리오의 첫 앨범. 1997년 녹음, 이듬해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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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샬랩 본인이 고른 자신의 최애 앨범  <Street of Dreams>  2021년작.  

 

최근 당신의 트리오 멤버 라인업에 변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원년 베이시스트인 피터 워싱턴 대신 데이브 왕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일시적인 변화인지 아니면 완전한 베이스 주자의 교체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완전한 교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이야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단 28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무언가 다른 것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피터와 케니는 둘다 저의 형제들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저희만의 특별한 연결성과 함께한 역사를 갖고 있을거고요. 하지만, 이제 음악에 있어서 조금 다른 경험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것이 더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번 한국투어와 관련된 이 시기에 피터는 다른 종류의 프로젝트를 소화하는 데 그 뿐입니다. 이번에 함께하는 데이빗  또한 정말 훌륭하고요, 케니가 정말 연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데이빗과 함께 드러머 데니스 매크렐과 연주하기도 하고요, 데니스 역시 참 훌륭하고 케니가 애정하는 드러머입니다. 또 칼 앨런도 있고요, 빌 스튜어트도 있고, 둘 다 케니가 참 좋아 하는 드러머이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베이시스트 노리코 우에다와 연주하기도 하고 드러머 루이스 내쉬와도 함께 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렇게 조금 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전부에요, 그런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간혹 음악 평론가나 기자들 중 마치 빌 샬랩 트리오의 두 번째 단계 혹은 새로운 멤버 영입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궁금해하기도 하는데요

 

아니에요, 그렇게 보시면 안 될 것 같아요. 빌 샬랩 트리오에 이제 새로운 멤버가 생겼다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번에 한국 공연을 하는 트리오는 어떤 면에서 아예 새로운 트리오입니다. 기존의 트리오와 다르죠. 트리오에서 한 사람을 바꾸면 이건 33.3%가 바뀌는 것입니다. 이건 새로운 밴드라고 봐야 합니다. 저는 이전에 피터와 빌 스튜어트의 조합으로 공연을 한 적도 있고, 피터와 루이스 내쉬의 조합으로 공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레코딩은 없지만, 이렇게 연주를 했었고 이 또한 다른 밴드라고 보셔야 합니다. 결국, 저와 피터, 그리고 케니가 연주하는 트리오는 바로 그 유일한 트리오입니다. 이건 이것이고, 만약 연주자가 한명이든 두 명이든 누군가가 바뀌면 그냥 새로운 트리오라고 봐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새로운 경험을 위해 문을 열어둔 것으로 인식을 하시면 좋겠고, 새로운 멤버를 영입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4 이번 트리오 내한에 참여하는 베이시스트 데이빗 왕.  이미 한국에 여러차례 방문한 친숙한 연주자이기도 하다..jpg

 이번 빌 샬랩 트리오 내한에 참여하는 베이시스트 데이빗 왕.  이미 한국에 여러차례 방문한 친숙한 연주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조지 거슈인, 제롬 컨, 레너드 번스틴 같은 작곡가들의 송북을 발표해왔는데 앞으로 새로운 송북 앨범을 발표한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작곡가들이 후보일지 궁금합니다.

 

일단 지금 이 트리오 말고도 저는 제이 레온하트랑 빌 스튜어트와 한 앨범들도 있는데요, 저는 토니 베넷과 함께한 제롬 컨 앨범, 조지 거슈윈, 호기 카마이클, 어빙 벌린, 콜 포터 음반들이 있고, 듀크 엘링턴도 했었고요, 제가 유일하게 다루지 않았던 위대한 작곡가들 중 한명은 해롤드 알렌이네요. 하지만, 이렇게 알렌 송북을 안한 이유는 이미 그의 곡을 여러 음반에서 연주를 했기 때문이죠. <Written in the Stars> 앨범에 알렌의 곡이 수록되어 있고요, 첫 번째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 음반에도 알렌의 곡이 있는 걸로 기억해요. 아마도 조만간 송북 컨셉의 음반이 나온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시점의 제 입장에서는 특정 작곡가의 곡을 다루기보다, 제가 고르고 선택하는 하는 과정에서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고르고 선별해서 만드는 음반에 더 관심이 있어요(웃음)

 

이제 한국 투어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한 가지 궁금했던 건, 이번이 한국의 최초 방문이 맞나요? 빌 샬랩 트리오는 첫 내한으로는 알고 있지만요.

 

오래전에 한국은 딱 한 번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백개의 황금손가락이라는 공연에서 연주를 했고, 이때 딱 하루 한국에 있었어요. 당시 베니 그린, 르네 로즈네스, 주니어 맨스, 레이 브라이언트, 시더 월튼, 돈 프리드맨, 케니 배런, 제임스 윌리엄스, 에릭 리드가 함께 했었지요. 그리고 리듬 섹션은 드러머 그레디 테이트와 베이시스트 밥 크랜쇼였습니다. 이때 저희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몇 곡씩 연주했고 이 투어는 일본에서도 진행 되었는데, 주로 일본에서 공연을 했고 한국은 단 하룻밤만 묵고 바로 다음날 떠나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당연히 저의 밴드와 함께 한 건 아니기에, 엄밀히 따지면 한국을 오긴 왔었지만, 이번 내한공연이 제가 리더로서 하는 첫 공연이고 3일간 투어를 하기에 이번이 제대로 첫 내한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 한국 방문에서는 단 2곡만 연주했기에, 이번 한국 투어가 정말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죠.

아 그리고 제가 뉴저지의 윌리엄 패터슨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번 한국 투어에서 이곳에서 가르쳤던 한국 학생들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 팬들이자, 저의 새로운 한국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인회에도 기꺼이 참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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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국에서 뮤지션의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전통 재즈피아노 트리오의 명맥을 이어간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흔히 당신의 트리오를 두고 세련미, 장인정신 과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본인 스스로 트리오를 설명하는데 어떤 표현을 하고 싶으신지?

 

우선 당신이 표현해준 모든 단어들이 다 좋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시든,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든, 저는 그 표현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일단, 헌신적인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매일 마다 일어나서 조금 더 연주를 잘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언젠가 케니가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을 둘러보면 여기에는 얼 하인즈, 아마드 자말, 빌 에번스, 셀로니어스 멍크, 테디 윌슨, 토미 플래내건, 행크 존스, 배리 해리스, 윈튼 겔리, 조지 쉬어링, 지미 롤스, 냇 킹 콜, 오스카 피터슨, 아트 테이텀 등 이런 거장들(giants)은 늘 있어요. 이들은 이 공간 안에 함께 있다고요. 그들에게 존경을 표현하고 싶다고요. 우리는 그저 겸손하게 그 옆에 앉아 있는 것이고, 그저 솔직한(honest) 자세로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것이고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진실하게 살고자 하며, 무언가를 판단하지 않고, 우리는 스스로 그랜드 마스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삶을 사는 것이죠. 만약 당신이 그랜드 마스터를 보고 싶다면, 케니 배런을 보시면 됩니다.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요. 그의 연주에는 자만이나 허세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거짓 없이 진실만이 있을 뿐이지요. 그저 매일 일어나서 그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하는 것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태도로 있는 것이죠. 무대에 올라가 있음에 감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음악을 당신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고결한 일입니다. 결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평가되면 좋겠냐고요? 그저 사람들이 저희 연주를 듣고 꽤 괜찮은걸”(pretty good) 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게 다에요. 저희는 그저 매일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어떤 날은 그 흐름이 꽤 잘 흘러갈 때, 정말 멋진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그 기교를 계속 연마하여, 저희의 가장 최악의 날에도 사운드 자체는 꽤 괜찮네라고 평가받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혹시 셋 리스트는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해두시나요? 아니면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연주를 하시는지요?

 

셋 리스트를 만들지 않습니다. 물론 아주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요, 셋 리스트를 적어서 준비해둔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함께 연주한지 대략 20년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셋 리스트를 만들지 않고 있어요. 그냥 셋리스트 만드는 것을 멈추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느 새부터 저는 밴드 보면대에 악보를 올려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시점에서 데이빗 웡이 얼마나 탁월한 연주자인지 잊지 않으면 좋겠네요. 그는 아마 다음 세대의 연주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자입니다. 그가 히스 형제들(지미 히스, 투디 히스, 퍼시 히스)에게 선택을 받아서 그들의 밴드에서 연주했다는 사실만으로 이건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 말고도 로이 헤인스도 있는데요, 이런 거장들이 데이빗을 선택해서 그와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케니 워싱턴에게 가장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두 명을 여쭤본다면, 피터 워싱턴과 데이빗 웡을 이야기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재즈 지망생들에게, 스윙의 고유한 느낌을 표현하고, 진정한 스윙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저 듣는 것입니다. 음악의 본질을 들으려고 노력하시길. 그 본질에는 루이 암스트롱이 있습니다. 그는 재즈 음악의 본질 한 가운데에 있고, 재즈 문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운드의 중심에도 그가 있습니다. 일단 거기서 시작하시고, 또 다른 아티스트들을 들을 때 방대한 느낌을 가진 연주자들을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모두는 다 서로 다른 리듬의 느낌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루이 암스트롱, 얼 하인스, 테디 윌슨, 베니 굿맨, 레스터 영, 찰리 파커, 버드 파웰, 냇 킹 콜, 셀로니어스 멍크, 존 콜트레인, 조 헨더슨, 마일스 데이비스, 이들은 그저 일부에 불과합니다. 들어야 합니다. 정말로 잘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제대로 듣는다면,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을 틀어 놓으시고 주의 깊게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전체 트랙을 듣는데 필리 조 존스의 드럼만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그리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폴 챔버스의 베이스만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레드 갈랜드의 피아노만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마일스가 트럼펫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들어보세요.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행크 모블리나 존 콜트레인이 무엇을 하는지 들어보세요. 윈턴 켈리, 지미 콥결국 이런 연주자들을 각자 따로 들어보아야 합니다. 만약 제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제가 한국어 교재를 사서 책에서 배웠다면, 모두가 제 한국어를 들었을 때 책에서 배웠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가서 당신과 함께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특히 한국 가족과 함께 제가 살았다고 한다면, 저는 아마 한국어 소리를 잘 터득했을 것입니다. 물론 익히는데 시간은 걸릴테고, 저의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고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 꽤 괜찮게 들리는데!”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정말 잘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느낌(feeling)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기 때문에 조금 다른 느낌들이 있을 겁니다. 레스터 영의 연주는 콜맨 호킨스와 느낌이 다릅니다. 또 벤 웹스터의 느낌과도 다르고, 소니 롤린스의 느낌과도 또 다르지요. 하지만 이렇게 듣고 접해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떻게 서로 간에 연결되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결국, 듣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게 전부에요. 결국 이건 당신의 머리(head)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귀(ear)와 마음(heart)에 있는 것입니다. 듣는 것을 분석하는 지능도 물론 있어야 겠습니다만, 느낌이라는 것은 일단 듣는 것으로 부터 나옵니다. 듣는 것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남겨주세요

정말 한국에 가서 연주하는 것을 무척이나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당신의 나라에서, 아름다운 관객들을 만날 것에 기대됩니다. 여러분들은 배려심이 있고, 깊이가 있으며, 인류애가 있으며 지성과 열정을 갖고 있으며, 저의 새로운 한국인 친구들을 만날 것에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뵙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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