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기이하며,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전위적 발상 [Out to Lunch!] - 에릭 돌피(Eric Dolphy)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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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Dolphy <Out to Lunch!> Blue Note/1964
Eric Dolphy Bass Clarinet (tracks 1–2), Flute (track 3), Alto Saxophone (tracks 4–5)
Freddie Hubbard Trumpet
Bobby Hutcherson Vibraphone
Richard Davis Double Bass
Tony Williams Drums
Recorded By – Rudy Van Gelder
Alfred Lion - Producer
Artwork By [Cover Design], Photography By – Reid Miles
Record Company – Liberty Records, Inc.
Recorded At – Van Gelder Studio, Englewood Cliffs, New Jersey 2. 25 1964
2 Something Sweet, Something Tender

낯설고 기이하며, 동시에 시대 초월한 전위적 발상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정리 김희준
비록 36세의 젊은 나이에 1964년 독일 공연 투어 중 당뇨병으로 인한 혈당 쇼크사로 안타깝게 객사했지만, 두 달 뒤 발매된 그의 유작 앨범 <Out to Lunch> 는 당시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반영한 재즈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미감과 완성도를 겸비한 명반중 하나로 남게 됩니다. 재즈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가를 시험한, 꽤나 용감하고 과감한 실험이었습니다.
낯설고 급진적인 시도인 만큼 이에 대한 기존 질서의 저항이나 비난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기본 재즈 라이브러리에 무리 없이 포함될 만큼 보편적인 인식과 함께 시대를 앞선 걸작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하드 밥이 지배적이던 블루 노트 레이블의 기존 접근과 사운드를 분명 바탕에 두지만, 작곡이나 연주는 50년대 말 본격적인 구도를 시작한 전위적 시도,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의 어법을 완벽하게 음악적 구조 속에 녹여 만들고 있습니다.
하드 밥 재즈가 중심이던 시대에 에릭 돌피는 구조와 자유, 협화와 불협, 밀도와 공간의 경계를 지능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이 음악이 포스트-밥에서 지금 동시대 컨템포러리 재즈 까지 이어지는 원형을 제공한 음악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 앨범의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롤러 스케이트 타면서 들을 재즈는 아니다.”(This Is Not Music to Roller Skate By). 그만큼 일반적인 재즈의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죠. 그리고 블루 노트 앨범 이미지와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앨범 커버는 조금 독특한 경우로 인식되곤 합니다. 원래 블루 노트 커버 속 실사 사진은 풍자나 유머러스한 묘사가 거의 없는데, 앨범 제목 ‘Out to Lunch’(정상적이지 않은, 자리를 비운)가 지닌 의미를 감안하면 7개의 시침을 가진 시계가 등장하는 상점 사진은 마치 ‘재즈라는 가게에서 가출한 재즈 = 에릭 돌피의 독창적인 아방가르드 재즈’ 라는 컨셉트를 상징적이지만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일본의 한 의류업체가 블루 노트 앨범 커버 디자인으로 티셔츠를 발매했는데, 앨범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 독특한 시계 디자인 때문에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기도 합니다.
필자가 처음 접한 에릭 돌피의 연주는 ‘90년대 중반 재즈에 한창 입문하고 있을 무렵,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 올리버 넬슨의 1961년도 고전 명작 <The Blues and the Abstract Truth>의 첫 트랙 Stolen Moments 의 플룻 솔로를 듣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 곡의 첫 번째 솔로는 당시 23살로 동갑내기 리 모건과 함께 넥스트 클리포드 브라운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던 프레디 허바드의 트럼펫 솔로였지만, 개인적으로 더 큰 임팩트는 에릭 돌피의 플룻 솔로였습니다. 트럼펫 솔로는 여전히 뛰어나고 멋들어진 하드 밥 스타일이지만 플룻 솔로는 사뭇 다른 어프로치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여간한 식견을 지닌 재즈 팬들이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전 하드 밥에서 듣기 힘든 노트들과 독특한 인터벌이 너무나도 자유롭게 연주되어 있는, 하지만 그러면서 솔로 연주의 내러티브를 잃지 않은 채 재즈와 블루스라는 감성적 아우라 또한 충실히 심어놓고 있는! 물론 앨범 제목의 Blues 라는 단어 이외는 이 앨범 속 음악들의 의미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임팩트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래서 한동안 에릭 돌피의 음악들을 찾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제가 찰스 밍거스를 입문하게 된 것도 에릭 돌피의 연주를 듣기 위해 그가 연주했던 찰스 밍거스의 앨범들을 듣다가 접하게 되기도 했죠. 또, 재즈가 비밥, 쿨, 하드 밥 스타일뿐만 아니라 더 풍부하고 넓은 표현력에 ’깊이와 심오함‘ 을 담은 음악들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에릭 돌피 같은 선지자적인 음악가들의 작품들 덕택에 증명되고 진화되고 전달되어 온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수록곡들에 관하여
첫 곡 Hat And Beard 는 에릭 돌피가 셀로니어스 멍크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바비 허처슨의 비브라폰은 당시 하드 밥 피아니스트들의 전형인 화성을 ‘채우는’ 역할보다 음색 및 노트의 범위 및 상상력을 ‘확장’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스스로 멍크가 되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돌피의 베이스 클라리넷 솔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연주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고, 드럼, 베이스, 비브라폰은 여기에 반응하며 음악을 솔로와 반주의 2분법적인 접근이 아닌 ‘집단 즉흥 연주’ 그러니까 초기 재즈의 컬렉티브 임프로비제이션의 방향성을 아방가르드 재즈의 형태로 승화시켜 버립니다. 이어지는 트럼펫 솔로와 비브라폰은 이 돌피가 시작한 대화를 이어가며 베이스의 다양한 아티큘레이션을 끌어들이고 있죠. 9박(5+4)펄스(Pulse) 를 하드 밥 스윙의 구조와 프리재즈의 확장으로 펼치고 있는 건 당시 불과 18세였던 토니 윌리엄스의 드럼이었습니다. 이때 에릭 돌피는 토니 윌리엄스가 ‘타임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펄스를 만든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명확한 비트와 템포 대신 공간과 질감을 치밀하고도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방식이죠. 이후 마일스 데이비스 세컨드 퀸텟에서 토니 윌리엄스가 나아갈 방향을 여기에서 미리 보여준 셈이기도 합니다. 한편 바비 허처슨의 비브라폰은 에릭 돌피의 오리지널 작곡들이 음악의 중량감 자체를 바꿔놓아야 한다는 걸 적확하게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때로는 서스테인을 길게 끌어 음향적 공간을 펼치고, 때로는 어택에 캐릭터를 조작해 마치 멍크가 직접 연주하는 비브라폰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화성적 전략이자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할 수 있죠.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Something Sweet, Something Tender 에서 돌피의 베이스 클라리넷과 베이시스트 리처드 데이비스의 보잉 연주가 얽히고 설키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20세기 현대 음악가들인 안톤 베베른, 에드가 바레즈, 피에르 불레즈 같은 작곡가들의 표정을 읽어내는 듯 만들어진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며, 당시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접근을 보여줍니다. Gazzelloni 는 이태리 출신의 저명한 클래식 플롯 연주자 세베리노 가젤로니(Severino Gazzelloni) 이름을 딴 곡으로 돌피는 그에게 플룻을 레슨 받았다고 합니다. 앨범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스윙’에 가까워 보이지만, 13마디가 지나면 모두가 자유로워집니다. 하드 밥, 프리재즈, 아방가르드, 포스트 밥이 한 번에 뒤엉킨 이 앨범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죠.
앨범 타이틀 트랙인 Out to Lunch 에서 에릭 돌피는 다시 알토 색소폰으로 돌아와 비밥, 쿨, 하드 밥이 다 섞인 재즈어법과 오넷 콜맨, 콜트레인의 지향성까지 함유한 연주로 곡의 방향타를 조향합니다. 알토 솔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비브라폰, 트럼펫, 베이스, 드럼은 동시에 솔로를 시작하면서 핵심적인 음악적 표현을 완성하며, 각 악기의 감성적 외곽 끝까지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베이스, 비브라폰, 심벌이 남아 음악의 가장 내면을 찾다 혼자 남은 베이시스트 리처드 데이비스가 뽑아내는 모든 멜로디들은 본작의 백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현대 클래식 음악 교육의 배경과 재즈의 지향점까지 같았던 데이비스와 돌피는 마치 서로 마음을 읽고 있는 듯 함께 이 곡을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Epilogue
에릭 돌피의 연주나 앨범에서 재즈의 전형들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앨범을 지금도 여전히 낯설게 받아들이는 재즈 입문자들도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하나였죠. 하지만 정답을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접근하기 보단 이런 미로와 같은 음악들 속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찾아가는 탐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음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각자의 정답으로 찾아본다는, 좀 더 개인적이고 능동적인 음악적 경험을 하기 위한 텍스트로 보면 이만큰 좋은 교보재가 또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앨범의 음악적 접근법에 관해 에릭 돌피는 ‘멤버 모두가 리더’ 라고 말했습니다. 리듬 섹션이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멜로디를 빼앗고, 흐름을 새롭게 전복하기도 합니다. 이런 접근은 앨범 마지막 트랙 Straight Up and Down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그렸다는) 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동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불협화음인데도 묘하게 중독적이고. 군터 쉴러의 주장인 재즈와 클래식의 ‘Third Stream’ 을 에릭 돌피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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