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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 You Were Here ;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 마크 블레이크

 

Wish You Were Here: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마크 블레이크 지음 | 이경준 옮김 | 안나푸르나 | 2017년 02월 06일 출간 | 690P

 

 
클래식과 재즈로 개종을 한 이후 20대 때 좋아했던 록 음악과는 담을 쌓았다. 그런데도  음악사회학적 관심이 록 스타와 밴드에 관한 책을 빠트리지 않고 읽게 한다. 마크 블레이크의『Wish You Were Here -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안나푸르나,2017)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완성시킨 밴드 핑크 플로이드에 관한 책이다. 록 스타와 밴드에 대한 평전이나 자서전들이 하나같이 그렇듯이, 이 책도 6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으로 독자를 고문할 채비를 단단히 갖추었다. 하므로 독자들이여, 호락호락하게 고문당하지 말라! 책 서두에 나오는 로저 워터스(베이스 ․ 보컬), 데이비드 길모어(기타 ․ 보컬), 리처드 라이트(키보드), 닉 메이슨(드럼)의 유년이나 학창 시절 따위는 훌쩍 건너뛰자. 솔직히 말해, 성공하기 이전의 록 스타들의 학창 시절과 유년은 거의 같다.
 
밴드 이름 핑크 플로이드는 예명으로 노래하던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블루스맨 핑크 앤더슨(Pink Anderson)과 플로이드 카운실(Floyd Council)의 이름을 한데 합친 이름이다. 이 작명은 훗날 스페이스 록을 거쳐 그보다 외연이 넓은 개념의 프로그레시브 록을 하게 된 핑크 플로이드가 애초에는 블루스를 흉내 내기 위한 밴드였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하지만 1965년 2월, 블루스 카피 밴드로 출발했던 밴드에서 블루스에 빠져있던 초기 멤버(크리스 데니스 ․ 밥 클로스)가 떠나고 나자, 핑크 플로이드는 사이키델릭과 노이즈에 관심이 많은 시드 바렛(기타 ․ 보컬)의 것이 되었다.
 
 
시드 바렛은 1967년에 나온 핑크 플로이드의 데뷔 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을 거의 혼자 만들었다. 이 앨범으로 인해 핑크 플로이드는 시드 바렛의 밴드로 알려지게 될 뿐 아니라, 오랫동안 스페이스 록을 하는 밴드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데이비드 길모어는 시드 바렛이 마약 중독으로 핑크 플로이드를 떠나기 직전에 만들어진 두 번째 앨범 <A Saucerful Of Secrets>에 동참함으로써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동승자가 되었고, 시드 바렛이 완전히 탈퇴한 세 번째 앨범부터 밴드는 다시 4인조가 되었다. 시드 바렛이 밴드에 남긴 막대한 “중력”은, 시드 바렛 없는 ‘핑크 플로이드 사운드’가 일곱 번째 앨범부터서야 겨우 가능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핑크 플로이드가 1973년에 발표한 그들의 대표작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스페이스 록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멤버들의 압도적인 열망을 배반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만은 “현실의 사람, 현실의 정서와 현실의 삶”에 충실하다. 이 음반은 영국이 최악의 실업률과 IRA(아일랜드공화국군)의 영국 공격으로 어지러운 국내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이 음반은 “광기, 과로사, 계급 차별”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음악적으로는 “음반 전체가 유럽 아방가르드 신(Scene)에서 유행하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엄청난 연구와 이해”를 보여준다. 역사상 3번째로 많이 팔린 이 음반은 현재까지 약 4,500만장이 팔렸다.
 
 
록은 여타의 대중음악 장르와 달리 반체제와 문명 비판을 인기 전략의 일환으로 즐겨 차용해 왔다.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만큼 그것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사했던 밴드는 없었다. 핑크 플로이드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문명비판과 반체제 기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에게 “사회주의자 강령”을 부단히 강요했던 워터스의 정치적․철학적 신념이었다. 반체제와 문명비판적인 가사를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던 워터스는 거기에 볼거리 풍성한 “화려한 음악극”을 덧입혔다.
 
 
핑크 플로이드 공연을 특색 있게 해준 ‘연극적 연출’은 일찍부터 “거대한 스펙터클 쇼”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었던 워터스의 아이디어였는데, 라이트와 길모어가 그것에 반발하면서도 못이기는 체 따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저 ‘연극적 연출’은 로버트 플랜트나 믹 재거 같은 섹스 심벌 프런트맨이 부재한 핑크 플로이드 같은 밴드에겐 암묵적으로 동의된 사안 같은 것이었다. 확실히 섹스 심벌이 있는 밴드는 관객의 시각적 주의를 끌어당길 만한 좋은 무기를 갖고 있는 셈이었다.” 자신들의 입으로 “밴드가 장비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공연에 어마어마한 장비를 투여했던 까닭은, 밴드 안에 개인기를 가진 섹스 심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문명 비판적이고 반체제적인 가사를 ‘시적 구조를 갖춘 대곡’으로 다듬은 다음, 엄청난 물량을 투여한 볼거리 풍성한 공연과 결합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약점을 뛰어 넘었다.
 

록 밴드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섹스 심벌 부재가 핑크 플로이드에게는 도리어 성공의 공식이 되었다. 문명 비판적 서사와 볼거리의 결합이 그들의 성공 공식이었다는 것은 1979년에 발표된 열두 번째 앨범 <The Wall> 로 확실히 증명 되었다. 이 두 장짜리 록 오페라 앨범은 현재까지 3,000만 장 이상이 팔렸다. 핑크 플로이드가 <The Dark Side of The Moon>과 <The Wall>로 벌인 천문학적 수익은 체제를 비판하면 할수록 돈더미가 높게 쌓이는 록 세계의 익숙한 딜레마, 모순을 보여준다. 재미있게도 돈에 노예가 된 세상을 비판했던 <The Dark Side of the Moon>으로 돈방석에 앉게 된 핑크 플로이드가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총소득을 여러 회사로 분산 투자”하는 과정에서 생긴 재정 파탄을 시급히 막을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앨범 <The Wall> 이다.

 

성공한 록 스타가 의례히 하는 것은 미녀를 거느리고 마약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다른 록 스타에 비하면 점잖았다고 할 수 있다. 벼락부자가 되고 자본가가 된  워터스는 “더 이상 진실한 사회주의자 행세를 할 수가 없”어지자, “자신의 ‘좌편향 스탠스’에 위배되는 자신의 현 상황을 벌어들인 수입 중 일부를 자선 신탁에 기부하는 것으로 타협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핑크 플로이드는 음악 잡지의 기자들로부터 “나는 그들처럼 부르주아적으로 사는 부자 록 밴드를 본 적이 없다.”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개별 음악 장르는 자기 장르의 음악적 관습이 있고 그것이 수용되는 경로가 따로 있다. 지식인은 왜 힙합을 듣지 않느냐는 질문은 유치하다. 예컨대 힙합의 음악적 관습과 수용자의 필요가 합치되지 않는 지점 혹은 경합하는 지점에 연령年齡이 있다. 지식인 리스너들이 힙합을 외면하는 것은 먹물 의식 때문이라는 헛소리도 있는데, 방점은 ‘지식인’에 찍힐 게 아니다. 많은 지식인 리스너들의 나이나 삶의 구성 요소가 청춘에 소구하는 힙합의 음악적 관습과 겉돈다는 게 핵심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트로트의 진가를 왜 모르냐고 다그치는 노인처럼, 아무데서나 힙합을 들이다대지 마라. 음악 사회학적 진실은 ‘내가 듣는 음악은, 너한테도 좋은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보편 음악은 없다. 이 독후감을 쓰면서 예전에 듣던 몇 곡을 다시 들어봤을 뿐, 핑크 플로이드조차 이제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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