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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Johnk

#22 Tribute - 출중한 테크닉에 정감어린 감성까지 담아냈던 ‘명 베이시스트’ - 조지 므라즈(George Mraz)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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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e 

당대 최고 세션 베이시스트

조지 므라즈(George Mraz)

1944.9 ~ 2021. 9 

 

출중한 테크닉에 정감어린 감성까지 담아냈던  ‘명 베이시스트’

 

사진/Camila Mraz

 

체코 출신으로 젊은 시절 재즈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이 연주를 들었을 때엔 전혀 믿어지지가 않을만큼, 너무나도 미국적인 연주 스타일을 훌륭히 구사했던 더블베이스 주자 조지 므라즈가 지난 916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그의 사인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만, 2016년부터 연주를 전혀 하지 못했고 그해 췌장과 심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환으로 수술도 받고 줄곧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하니 이 시기부터 안 좋았던 몸 상태가 더 악화된 게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정보에 의하면 GoFundMe 페이지를 통해 췌장암과 관련한 후원을 수년째 받아오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주요 사인중 췌장암이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젊은 시절 거장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와 쌔드 존스/멜 루이스 오케스트라의 베이스 주자로 발탁이 된 게 불과 26세의 나이, 이후 197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거의 40년 가까운 시간동안 약방의 감초처럼 재즈 팬들에게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굵직한 재즈 뮤지션들의 앨범과 공연 곳곳에 참여해 탁월한 베이스 사이드 맨 역할을 소화해냈던 연주자가 바로 조지 므라즈였죠. 아마도 그 시대 그만큼 활발한 사이드 맨 경력을 보여줬던 베이스 연주자는 NHOP(niels henning ørsted pedersen), 버스터 윌리암스(Buster Williams)나 샘 존스(Sam Jones) 정도 외엔 없을 겁니다. (세션 외에 리더로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론 카터는 제외 했습니다)

 

3 1980년 뉴욕 브래들리 클럽에서, 보컬리스트 카르멘 멕레이, 피아니스트 토미 플래내건, 베이시스트 조지 므라즈.jpg

1980년 뉴욕 브래들리 클럽에서, 보컬리스트 카르멘 멕레이, 피아니스트 토미 플래내건, 베이시스트 조지 므라즈

 

조지 므라즈가 미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68, 그가 24살 되던 해였습니다. 유년 시절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라디오에서 듣고 재즈에 처음 매력을 느낀 뒤 자신의 고향에서부터 일찌감치 재즈에 관심을 갖고 배워온 그는 프라하 컨서바토리에 들어가 클래식을 공부하면서도 재즈를 귀로 듣고 습득해나갔죠. 그런 차에 그 해 당시 체코의 민주화운동을 막기 위한 구 소련의 침공으로 더 이상 프라하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진 그는 버클리 음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면서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었던 그는 버클리 음대에 입학해 낮에는 학업을, 밤에는 인근 클럽에서 연주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역량을 다져나갔죠. 그렇게 1년 정도 미국생활을 지속하다가 그 시기 즈음 므라즈의 연주를 눈여겨봐온 거장 디지 길레스피가 자신의 밴드에 그를 참여시키고 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앞서 언급했던 대로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눈에도 들어 바로 그의 트리오 라인업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점을 두고 볼 때 그가 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의 연주는 체코에 있던 시절부터 어느정도 완성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결국 미국으로 넘어온 것은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함이라기보단 자신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가늠해봄과 동시에 미국 재즈신의 한복판에 가서 그곳의 현장을 경험하고 느끼기 위함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조지 므라즈는 자기가 재즈를 배운 건 학교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였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이후 연주자로서 그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쌔드 존스 & 멜 루이스 오케스트라의 베이시스트로 참여해 투어를 다니고 또 스탄 겟츠, 케니 드류, 토미 플래내건, 조 헨더슨, 존 애버크롬비, 매코이 타이너, 조 로바노, 주트 심스, 아트 페퍼, 필 우즈, 짐 홀, 지미 레이니, 빌리 하트등 악기 불문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의 밴드에 잇따라 참여하는 등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넘어왔던 또 한명의 걸출한 체코출신 베이시스트 미로슬라브 비토우스(Miroslav Vitouš)와 더불어 미 본토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초일류급 베이시스트로서 바쁘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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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후반 기타리스트 존 애버크롬비가 이끌었던 쿼텟 라인업(좌로부터) 조지 므라즈, 존 애버크롬비, 리치 베이락, 피터 도널드

 

이렇듯 커리어 내내 너무나 많은 거물급 재즈 뮤지션들의 베이스 사운드를 책임졌기에 도리어 그의 이름이 너무 흔하게 보여서 우리에게 별 존재감 없이 지나가듯 인식될 수도 있겠으나, 그의 베이스 연주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뛰어났습니다.

찰리 헤이든이 가졌던 둥글고 온화함이 가득한 베이스 톤에 레이 브라운과 같은 출중한 스윙감도 겸비한 전천후 베이스 세션주자가 바로 조지 므라즈였죠. 거기에 멜로디 한마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뛰어난 솔로 임프로바이징 능력도 지니고 있어서 함께 연주하는 리더들의 즉흥연주 영감을 훨씬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의 기본적인 음악적 베이스는 분명 트래디셔널한 재즈에 있긴 했으나 70년대 이후 재즈가 모던한 포스트 밥 사운드로 점차 넘어갈 즈음, 이 역시도 잘 받아들여 매끄럽게 소화해낼 수 있는 음악적 유연함까지 갖고 있었기에 존 애버크롬비나 리치 베이락, 짐 홀, 데이브 리브먼 같은 학구적인 성향의 뮤지션들도 그와 함께 연주하는 걸 무척 선호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그의 베이스를 처음 인식하고 접하게 된 게 짐 홀의 2000년도 라이브 앨범 <Grand Slam>이었고 이후 피아니스트 토미 플래내건의 커리어 후반기 대표작중 하나인(90년대 초 라이선스 발매되기도 했던) <Jazz Poet>에 참여했다는 걸 뒤늦게 인식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서 그의 연주를 경청하고 또 세션 목록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참여 디스코그래피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갖고 있던 앨범들에서만도 꽤 많은 작품들에 그의 이름이 올라있었으며, 또 한 가지 일본 레이블인 비너스의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발매작들 중 피아노 트리오 앨범의 경우는 베이스가 거의 대부분이 조지 므라즈일 정도였죠.

특히 그의 활동 경력중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것은 다른 파트보다 유독 탁월한 피아니스트들과의 교류및 선호도가 높았다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와 오랫동안 파트너쉽을 맺어온 거장 토미 플래내건과 롤랜드 한나, 스페인 출신의 비르투오소 테테 몽틀리우(맹인입니다), 리치 베이락, 데이브 하젤틴, 행크 존스, 같은 체코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에밀 비클리츠키같은 이들은 공연이든 앨범작업이든 조지 므라즈가 고향인 체코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최대한 그와 같이 협연을 이어나갔으며 듀오와 트리오같은 소편성에서 거의 예외없이 베이스 연주자로 조지 므라즈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4 2009년 뉴욕 버드랜드 클럽에서 연주하는 조 로바노 - 행크 존스 쿼텟. 당시 드럼은 폴 모션.jpg

2009년 뉴욕 버드랜드 클럽에서 조지 므라즈와 함께 연주하는 조 로바노 - 행크 존스 쿼텟. 당시 드럼은 폴 모션

 

이렇게 서로 다른 음악적 성격을 가진 수많은 동료 연주자들이 이토록 그를 찾고 그와 함께 연주하는 걸 선호했다는 건, 단지 그가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성실한 FM 스타일의 연주자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여러 주변 연주자들의 증언처럼 리더의 음악적 주문을 잘 소화해냄과 동시에 자신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음악적 영감까지 불어넣어줄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그에게 있었기에 그를 찾았던 것이죠. 조지 므라즈와 함께 자주 리듬 파트를 책임졌던 드러머 빌리 드러먼드도 그의 베이스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심지어 그의 베이스 솔로를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어 자기 연주 파트를 잊어먹은 적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피아니스트 리치 베이락의 경우, 므라즈는 빈틈없이 정확한 음을 갖고 있었으며 마치 그가 베이스라는 악기를 만든 것처럼 베이스다운 연주를 들려줄 수 있었던 연주자가 바로 조지 므라즈였다고 말한 바 있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동시에 따스하고 정감어린 느낌의 사운드까지 그의 베이스 연주엔 담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능력에만 의존한 연주자가 결코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사이드 맨 커리어에 비해 리더로서의 활동이 많이 미진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오지만, 생전 함께 해온 모든 연주자들에게 탁월한 영감을 불어넣어줌과 동시에 감성적인 훈훈함까지 전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던 그의 베이스는, 재즈 팬이라면 필히 한번쯤 관심을 갖고 찾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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