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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Johnk

⚡#18 리더쉽, 사회적 의식까지 갖춘 ‘여성 밴드리더’의 존재감 - 테리 린 캐링턴 & 소셜 사이언스(Terri Lyne Carrington & Soci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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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머 테리 린 캐링턴이 이끄는 소셜 사이언스 멤버들 (좌로부터 위,아래순) 

 애런 팍스, DJ카사 오버올, 매튜 스티븐스, 데보 레이, 테리 린 캐링턴, 모건 구이린

 

Terri Lyne Carrington & Social Science

새로운 프로젝트로 돌아온 드러머/밴드리더

 

리더쉽, 사회적 의식까지 갖춘 ‘여성 밴드리더’의 존재감

 

아마도 2012년 <Money X Jungle> 앨범부터인 것 같습니다. 당대 가장 인정받던 여성재즈 드러머의 위치에서 한 사람의 독자적인 밴드리더로 서서히 조명 받기 시작한 시점이! 또한 테리 린 캐링턴은 음악적인 접근방식에 있어 전통적인 재즈의 언어들을 다소 내려놓고, 흑인음악의 또 다른 전통에서 비롯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R&B, 소울, 가스펠, 그리고 힙합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와 이슈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음악 안에 담아내는 시도도 더불어 해나갔죠. 동시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의식 있는 밴드리더로 방향을 잡은 셈인데, 필자는 이게 일종의 컨셉성 의도가 가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엔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녀의 행보와 결과물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내부에 고민과 문제의식이 뚜렷이 존재하며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깊이를 더불어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편 재즈 아티스트로서의 오랜 기본은 자신의 리더 작보다는 데이빗 머레이나 루이스 포터 같은 이들과의 협연작등을 통해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는 주지하다시피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태어난 흑인이며 또 여성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런 기본적인 사회적 위치를 통해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 그리고 그녀와 동일한 위치를 갖고 있는 수많은 미국사회의 일원들이 경험했고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불합리한 요소들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해 하반기에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 밴드 소셜 사이언스(Social Science)는 바로 이런 의도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담아내고 이를 동시대의 음악과 함께 연결 짓기 위해 조직한 야심 넘치는 팀입니다. 리더인 테리 린 캐링턴을 위시로 피아니스트 애런 팍스, 기타리스트 매튜 스티븐스, 랩과 DJ 플레이를 담당하는 카사 오버올, 보컬 파트의 데보 레이, 여러 악기를 소화해낼 줄 아는 모건 구이린, 이렇게 6명의 정규 멤버로 구성된 이 팀은 그녀가 그간 선보인 어떤 프로젝트보다 진중하고 무게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음악은 놀랍게도 더블 앨범, 두 장의 CD에 꽉 들어차는 1시간 50분 정도의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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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CD는 이전 솔로 모자이크 프로젝트에서 들려주던 음악과 일부 연결되는 성격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가수 및 연주자들이 개별 곡마다 피처링했던 모자이크에서와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은 노래와 랩이 함께 강조되어 있습니다. 첫 곡 ‘Trapped in the American Dream’ 에서부터 이들의 비판적인 어조는 날이 강하게 서 있으며 사운드 역시 무겁게 가라앉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앰브로세 아킨무시리가 <Origami Harvest>에서 들려주었던 그 사운드와 적잖이 닮아있다고 생각되는데, 일종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곡 외에도 테리 린 캐링턴은 ‘No Justice’, ‘Pray the Gay Away’ ‘Anthem’ 같은 트랙에서 사운드 적으로 지금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기 위한 고민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아킨무시리의 작품과 뚜렷한 차이점도 드러나 있는데 음악이 메시지나 이미지의 틀 안에 갇히게 하지 않으려고, 각 트랙마다 애런 팍스나 매튜 스티븐스 같은 연주자들의 솔로 비중을 강하게 드러내고 그들에게 솔로를 포함한 음악적인 표현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감상의 측면에서 랩과 보컬이 큰 비중으로 함께 하고 있음에도 앨범 수록곡들이 단조롭거나 지루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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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번째 CD는 앞선 첫 번째와는 애초 방향이 다른데, 같은 앨범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내용자체가 다릅니다. 일단 완전한 인스트루멘틀로 이뤄져 있으며 전곡이 조곡형태로 이어져요. 그리고 더욱 암울합니다. 곡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앨범 전체의 주제는 바로 이 2번째 파트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테리 린 캐링턴의 작곡역량, 그리고 음악적 구상능력이 현재 어디쯤 도달해 있는지 이 곡만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에겐 마치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같은 그 시대의 록 퓨전 음악들과 결이 유사하게 들리는데 곡의 구성은 분명히 마련되어 있을지언정, 뚜렷한 테마는 잘 감지되지 않고, 있더라도 파편화되어 흩어지거나 구심점 없이 흘러 지나갑니다.

 

그리고 연주자들 역시 여기에 맞춰 부유하듯 어디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즉흥 솔로를 풀어내는데 그 과정에서 리더의 의도하에 구축된 밀도 있는 순간들이 현악파트의 전개에 맞물려 상승해나가다 다른 방향으로 흐름이 이어집니다. (분명히 흐름상 지휘가 필요한 순간들이 꽤 있는데, 이걸 그녀가 직접 했다고 합니다)

 

지극히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 하에 스트링 파트가 심오하면서도 마이너한 감정을 함께 불러 일으키며 곡의 기본 주제를 함축적으로 설명해줍니다. 그 사이 연주자들의 즉흥연주가 살을 붙여낸 이 네 개의 조곡 ‘Dreams & Desperate Measures’는 테리 린 캐링턴의 커리어 통틀어 작, 편곡적으로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한 곡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렇게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터, 다소 늘어지는 면이 느껴짐에도 전체적으로 무척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연주 대신 메시지와 느낌을 함축하여 듣는 이에게 감성적인 여운을 전달함과 동시에 사색할 여지까지 제공해주는 힘을 담고 있다고 할까요? 별도로 나눠 앨범을 발매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두 장의 앨범을 지금처럼 음원, 싱글 위주로 흘러가는 시장에서 하나로 묶어 더블로 발매한 그녀의 역주행 판단 또한 음악만큼이나 강단 있고 야심차 보입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그녀의 최근 수년간 행보에, 화룡점정을 찍는 듯한 그런 성격의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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