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앨범 ⚡곤잘로 루발카바 쿼텟 Gonzalo Rubalcaba, Chris Potter, Larry Grenadier, Eric Harland [First Meeting; Live at Dizzy's Club]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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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곤잘로 루발카바, 크리스 포터, 래리 그레나디어, 에릭 할랜드
Gonzalo Rubalcaba, Chris Potter, Larry Grenadier, Eric Harland <First Meeting; Live at Dizzy's Club>
5 Passion Rec./2025
Gonzalo Rubalcaba : Piano
Chris Potter : Sax
Larry Grenadier L Double Bass
Eric Harland : Drums
4 Con Alma
5 Oba
6 Santo Canto
압도적 퍼포먼스 속 숙성된 깊이까지...! 거장의 풍미란 이런 것
이 올스타 밴드의 앨범은 2022년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동안 뉴욕 디지스 클럽에서 있었던 실황 연주 중 일부를 추린 것이다. 루발카바, 포터, 할랜드의 팬이라면 이들의 조합에서 기시감 같은 것을 느낄 텐데 그것은 지난 2007년에 이들이 함께 녹음했던 실황 앨범 [The Monterey Quartet](MJF Records) 때문이다. 단지 당시에 베이시스트는 데이브 홀랜드였으나 15년 뒤 이 연주회에서는 래리 그레나디어로 교체되었고 그래서 앨범 제목은 ‘첫 번째 회동’이 되었다.
15년 전 녹음을 들어본 팬들은 기억하겠지만 당시에도 이들의 연주는 최고였다. 이들의 팀워크와 긴밀한 상호작용은 네 연주자들의 오리지널 작품들을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흔들림 없이 연주의 절정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15년 뒤의 연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공연 나흘 전 이들은 만나서 한 번의 리허설을 통해 레퍼토리와 연주의 방향을 정했고 그렇게 해서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 중 <500 Miles High>(칙 코리아)와 <Con Alma>(디지 길레스피)를 제외한 나머지 네 곡은 연주자들의 오리지널 곡인데, 비록 새로 쓴 작품들은 아닐지라도 이들이 함께 이 곡들을 연주하는 것은 이 무대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급의 연주자들은 처음의 짜릿함을 결코 그냥 허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슬아슬한 신선한 감각을 연주의 연료로 삼는다. 특히 할랜드의 작품 <Eminence>는 앨범의 백미인데 잔잔한 드럼 솔로로 시작해서 그 위에 피아노와 베이스가 자유로운 즉흥연주를 더해지고 후반부에 이르러 폭발하는 테너 색소폰 솔로는 한 편의 즉흥적인 서사시를 완성했다. 반면에 이미 잘 알려진 <Con Alma>를 통해 아직도 이렇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오랜 재즈 팬들에게 짜릿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녹음 당시, 제일 젊은 할랜드(1976년생)가 이미 중년을 넘어섰고(46세), 제일 연장자인 루발카바(1963년생)는 어느새 초로의 문턱에 이르렀다(59세). 하지만 연주의 에너지는 조금도 시들지 않았으며 반면에 작품을 대하는 접근 방식은 물론이고 프레이즈 하나, 울리는 한 음, 한 음은 더욱 숙성된 향기를 발산한다. 별 다섯 개 만점의 음반은 이런 연주를 위해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