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크리스 바가 Chris Varga [Breathe] Calligram Rec./2025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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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Varga <Breathe> Calligram Rec./2025
CHRIS VARGA : Vibraphone
GEOF BRADFIELD : Tenor Saxophone (1,2,4 and 7)
DAVE MILLER : Guitar
CLARK SOMMERS : Bass
NEIL HEMPHILL : Drums
1. Durantula
2. Breathe
3. Lid
4. Framing The Dragon
5. Passing Remarks
6. This System of Things
7. TMI
8. Gentle Vicissitude
삶의 마지막, 옛 지음들과의 진솔한 해후
얼마 전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드러머이자 비브라폰 주자 크리스 바가는, 1990년대 시카고 재즈 신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거처를 옮긴 뒤 20년 넘게 한국 재즈 신 한 축을 묵묵히 떠받쳐 온 음악가다. 수많은 한국 뮤지션이 그를 ‘크리스 형’, ‘크리스 교수님’ 이라 불렀고, 때로는 한국인보다 더 자연스럽게 신에 스며든 그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와 존재감은 한국 재즈 커뮤니티에 깊고도 훈훈한 인상을 남겼다. 오랜 한국 활동 탓으로 미국 청자들에게 그의 이름은 비교적 낯설 수 있지만, 힘겨운 투병 중에도 고향인 시카고에 다시금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의지가 이 앨범을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그의 유작이 된 <Breathe>는 어쩌면 그 간극을 메우는 자연스러운 몸짓처럼 들린다. 2024년 미국 체류 동안, 바가는 대학 시절부터 함께해 온 베이시스트 클라크 소머스, 기타리스트 데이브 밀러, 드러머 닐 햄필, 색소포니스트 지오프 브래드필드를 다시 불러 모아 시카고의 한 스튜디오에서 퀸텟을 꾸렸다. 오래된 동료들과의 재회는 관조와 탐구 사이를 오가는 공간을 열어주었고, 그 속에서 바가는 비브라폰의 섬세한 음향적 세계를 새롭게 기록하고자 했다.
오프닝 트랙 Durantula 는 앨범의 에너지 방향을 선명하게 그린다. 강한 드라이브, 다층적 멜로디, 바가와 브래드필드가 서로 불꽃을 주고받는 듯한 솔로. 소머스와 햄필의 리듬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어지는 타이틀곡 Breathe 는 단일 음에서 조용히 시작해 6/8의 느린 흔들림 속으로 자연스럽게 침잠한다. 익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바가 특유의 작곡 감각 위로 데이브 밀러의 블루지한 문장이 얹히며 감정의 농도를 높인다. 중반의 Lid 와 Passing Remark 같은 쿼텟 트랙에서는 바가의 서정성이 드러난다. 특히 Passing Remark 의 루바토 템포 속에서 퍼지는 비브라폰의 잔향은 인상적이며, 모던 재즈의 넓은 스펙트럼에서 흔히 듣기 어려운 여백의 감각이 살아 있다. 반대로 TMI 는 펑키한 삼바로 경쾌하게 치고 나가며, 브래드필드의 질감 중심 임프로비제이션이 트랙의 중심을 과감하게 흔들어 놓는다. 마지막 곡 Gentle Vicissitudes 는 한국민요 한오백년을 바탕으로 한 재해석이다. 소머스의 베이스 독주로 문을 열고, 비브라폰과 드럼의 말렛 질감이 서서히 겹치며 앨범의 긴 호흡이 조용히 마무리된다. 서울에서 지낸 오랜 세월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의 음악적 정체성 깊숙이 스며 있었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순간이다. 한국의 호흡과 정서를 흡수한 그의 음악적 헌정이기도 할 것이다.
<Breathe> 는 원래 드러머로서 정체성을 구축해온 그가 병마와 맞서 싸우는 과정 속에서 오래된 음악적 동반자인 비브라폰을 다시 기록했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곡들의 구성 또한 그의 음악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오래 전, 필자가 함께 활동하며 연주했던 그 팝 편곡 프로젝트 Skeezix (정식 앨범은 없지만)에서 느꼈던 바가 특유의 섬세한 창의성이 떠오르며, 그 음악적 감각이 더욱 그리워지는 연주들이 새겨져 있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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