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Review Column(Archive) - 오로지 아름답고 창조적인 멜로디를 위하여! - 빌 프리셀, 토마스 모건 Bill Frisell & Thomas Morga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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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Frisell & Thomas Morgan <Small Town>
Bill Frisell Guitar
Thomas Morgan Bass
Recorded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New York, March 2016
Mixing at Avatar Studios, NY, December 2016
01. It Should Have Happened A Long Time Ago
02. Subconscious Lee
04. Wildwood Flower
06. What A Party
07. Poet – Pearl
오로지 아름답고 창조적인 멜로디를 위하여!
글/김희준
정확히 30년이라는 나이차이! 한세대라는 시간적 간격을 둔 두 아티스트간 교류가 이처럼 허물없이 소박하며 또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가장 최첨단의 재즈 사운드를 시도해오며 모던함의 극치를 들려주었던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이 첫 데뷔 앨범 <In Line> 이후 무려 34년 만에 ECM에서 다시 베이스와 듀오로 앨범을 만들어내었다. 그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적 반경을 가진 뮤지션이 이처럼 심플한 기타-베이스 듀오 앨범을 발표하다니! -그의 지난 작품 이력을 잘 아는 이라면 이런 시도자체만으로도 놀랄 일이다- 공연으로는 간헐적으로 그간 베이스 듀오 편성을 시도해온 적이 있었지만 음반으로는 94년 게리 피콕과의 협연을 담아냈던 <Just So Happens> 이후 처음이며, 자신의 리더작으로서는 이번에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In Line>의 경우 베이스 듀오 트랙이 앨범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단촐한 개별 악기가 지닌 사운드만으로 가득한 음반은 빌 프리셀의 커리어에서 정말이지 한손에 꼽을 정도이며, 편성을 확대해 좀 더 폭넓게 보더라도 론 카터, 폴 모션과 함께 했던 기타 트리오 앨범 정도만이 그나마 비슷한 범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좀처럼 베이스 듀오를, 적어도 앨범으로는 시도하지 않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연주자는 바로 토마스 모건! 요즘 젊은 베이시스트들 가운데 아주 진취적이면서도 극단의 첨단및 모험적인 성향만이 아닌, 연주의 내면에 따스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베이스 라인과 톤을 지닌 그가 빌 프리셀의 파트너 역할을 맡아 한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를 ‘우리 시대의 찰리 헤이든’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 기타리스트 야콥 브로와 함께 공연할 때에 그의 라이브를 직접 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플레이는 결코 많은 음을 만들어내지 않았으며, 프리한 컨셉트의 프레이즈이건 멜로디를 강조하는 경우이건 기본적으로 둥글고 따스하며 공간을 풍부하게 채워내는 톤을 머금고 있었다. 단 한소절도 과장되거나 보여주기 식의 솔로는 구사하지 않았기에 함께 연주하는 동료들이 너무나 기분 좋게 연주에 임하게 하고, 또 예기치 못한 솔로를 그로 인해 동기부여를 받기도 하는 측면에서 토마스 모건은 지금 재즈 신에서도 아주 유니크한 존재임에 분명하다. 또한 빌 프리셀의 말마따나 그는 마치 노래하듯 자신의 악기를 연주할 줄 알고 있으며, 상대의 연주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려 깊은 태도마저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요즘 활동하는 30-40대 젊은 연주자들보다 훨씬 차분하면서도 성숙하고 미감어린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지난 해 2016년 3월 10일과 11일 양일간 빌리지 뱅가드클럽에서 함께 협연을 가졌으며 본작은 이틀간의 클럽 공연중 발췌된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곡인 폴 모션의 명곡 ‘It Should Have Happened a Long Time Ago’를 제외하고는 이펙트를 많이 활용하지 않고, 기타의 현 울림이 선명히 느껴질 정도로 내추럴한 톤을 구사하는 빌 프리셀의 연주는 최근 팝, 컨트리 레퍼토리에 집중하던 그의 음악들과도 맞닿은 점이 분명히 있다. 그도 나이가 이제 적지 않은 탓에 과거처럼 자극적이고 과격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그리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숙해졌다고 볼 수도 있는 연주이지만 그는 사실 이전에도 종종 이런 장식 없는 기타 연주를 통해 본연의 선율이 가진 미감과 내추럴한 사운드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에 본작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 같은 모험적인 뮤지션조차도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멜로디’라는 사실이 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재즈 뮤지션으로서 확고한 전통적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토마스 모건과의 인터플레이를 통해 아주 뚜렷하게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론 ‘Subconscious Lee’에서처럼 비밥이 연주되었다가, ‘Wildwood Flower’과 ‘Small Town’같은 곡들에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컨트리, 블루그래스가 넘실거리기도 하며, ‘It Should Have Happened a Long Time’ 같은 곡에선 그의 모던한 성향이 잘 반영된 깊이 있는 음률들이 흘러나온다. 이런 곡의 음악적 방향에 걸맞게 너무나 잘 서포트해주는 토마스 모건의 커다랗고 둥근 베이스 소리가 공간을 멋지게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빌 프리셀이 이런 소편성에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고 섣불리 예단해 왔었는데, 본작을 들으면서 이는 그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토마스 모건처럼, 자신과 유사한 스펙트럼과 정서적 공감대를 지닌 파트너를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시도하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이들 사이엔 30년이란 세월은 정말이지,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열린 태도와 마인드를 가진 두 명의 특출한 뮤지션이 자신들의 고유하고 본질적인 캐릭터만으로 이루어낸 정감 넘치는 대화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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