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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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저/홍한별 역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27일 | 원서 : Small things like these | 132P
아일랜드 가수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1966~2023)는 1990년에 발표한〈Nothing Compares 2 U(아무 것도 너랑 비교할 수 없어)〉로 빌보드 차트 4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이후로,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나 줄곧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원래는 프린스가 만들고 불렀던 이 노래는 실연의 고통이나 짝사랑의 희열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토치송(torch song )이다. 원작자가 성소수자였다는 것을 알고 들으면 조금 더 비장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네가 떠난 지 15일 7시간이야/ 네가 떠난 후/ 난 매일 밤 밖에서 놀고 낮엔 잠만 자/ 네가 떠난 후/ 네가 없으니 난 뭐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난 내가 본 누구든 고를 수 있고/ 멋진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무슨 수로도 이 우울을 떨칠 수 없다고 내가 말했지/ 난 내가 보는 모든 남자애를 안을 수 있어/ 하지만 그들은 널 생각나게 할 뿐이야/ 내가 의사에게 갔을 때 그가 뭐라고 했는지 맞춰봐/ 그가 내게 뭐라고 했게?/ 그가 말하더군, ‘아가씨, 더 재미있게 놀려고 애써봐/ 어떤 것을 하든 간에’/ 하지만 그는 바보야/ 왜냐면 아무 것도 비교할 수 없거든/ 아무것도 너랑 비교할 수 없어”
‘나는 너 아니면 안 돼’라고 말하는 이 노래 가사에서 가장 재미난 대목은 실연당한 아가씨로부터 “그는 바보야”라는 조롱을 당한 의사다. 이 의사는 누굴까. 자크 라캉과 그의 사도들은 말한다. “네 안의 대타자를 지우란 말이야! 대타자를 죽여야 주체가 될 수 있어!” 주체되기를 방해하는 대타자로 신ㆍ국가ㆍ민족ㆍ부모ㆍ스승ㆍ분석가 등이 지목되고 있는데, 토치송에서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죽어도 잊지 못할 ‘당신’이다.
데뷔곡인〈Nothing Compares 2 U〉의 공식 비디오에서 시네이드 오코너는 삭발을 하고 있다. 그녀는 평생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외모가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여성의 상품화를 거부한다는 뜻에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저 설명은 의심스럽다. 삭발은 동서양 어디서나 종교적인 의미를 갖는다. 고대로부터 삭발은 머리칼을 신에게 봉헌하는 형식이었다. 삭발은 세속의 욕망과 단절한다는 결단을 나타내는 표식이자, 내 영혼을 신에게 바치겠다는 다짐이다. 그녀는 데뷔하는 순간부터 대중은 물론 자신마저 기만했다.

시네이드 오코너는 전성기 시절에 칠레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 공연에서 그녀가 입은 상의 등판에는 성모 마리아가 커다랗게 인쇄돼 있다. 마돈나가 독신瀆神을 인기의 전략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대중가수가 무대에서 깊은 종교심을 과시해봐야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칠레에서라면 세계적인 스타가 성모 마리아가 크게 인쇄된 옷을 입고 공연을 해도 비웃음을 당하지 않는다. 이런 것이다. “다들 알잖아, 칠레 국민 100%가 가톨릭인거!” 그러니까 시네이드 오코너는 자신의 신심을 칠레 관중을 위한 내용 없는 ‘쇼맨쉽’으로 위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대중의 인기에 연연하여 자신의 신심을 바로 드러내기를 두려워했던 못나고 가엾은 신도였던가. 그렇지 않다. 아일랜드 출신이었던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가톨릭의 위선을 경험했다. 그녀는 10대 때 절도 혐의로 체포돼 가톨릭 수녀회가 운영하는 막달레나 세탁소에 18개월가량 수용됐던 적이 있다. 그녀는 거기서 가톨릭의 위선을 알게 되었다. 막달레나 세탁소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다산북스,2023)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이곳에 수용된 어린 소녀는 엄한 규율 아래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시네이드 오코너의 마음속에서는 신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각축하게 되었고, 이것이 그녀가 자신의 신심을 숨기고 번번이 대중과 자신을 속여야만 하는 심리를 이루었다. 그녀 내면의 각축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1992년 10월 3일, 시네이드 오코너가 미국 NBC-TV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하여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해프닝이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자신의 신작 앨범 가운데서 두 곡을 불러야 했는데, 출연 직전에 한 곡을 밥 말리가 1976년에 발표한 민중 투쟁가 <War(전쟁)〉로 바꾸었다. 그 무렵 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범죄가 불거졌는데, 그녀는 그것에 침묵하고 있는 교황에게 항의할 목적으로 이 노래를 골랐다. 노래를 다 부른 그녀는 미리 준비한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을 꺼내 카메라 앞에서 짝짝 찢었다. 그리고 선언하듯 “이제 진짜 적과 싸우자Fight the real enemy”라고 말한 뒤, 찢겨진 사진 조각을 카메라를 향해 던졌다. NBC는 그녀에게 영구 출연 금지를 통고했다.

해프닝의 여파는 엄청났다. 화난 사람들은 그녀의 음반을 모아 불태웠고 살해협박이 뒤따랐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하고 난 2주 뒤인 10월 16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밥 딜런의 음악생활 30주년 축하 기념 공연이 있었다. 출연이 내정되어 있었던 그녀가 여러 초대 가수들에 이어 밥 딜런의 노래 한 곡을 부르기 위해 등장했을 때, 관중들의 야유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지 못할 정도가 된 그녀는 반주를 하려는 밴드의 시도를 중지시키고, 무반주로 <War>를 부른 뒤 퇴장했다. 이것은 역사적 퍼포먼스다. 그녀가 가톨릭, 영국의 아일랜드 정책, 미국의 제국주의, 성소수자 문제, 상업주의적이고 백인 편향인 대중음악계 등과 일으켰던 마찰은 여기에 다 열거하기 힘들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에서의 해프닝으로 그녀는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위험한 빌런이 되었는데, 그녀는 이후에 저 해프닝보다 더 심각한 공격(terror)으로 서구-기독교-백인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시네이드 오코너는 2018년 10월 즈음에 가톨릭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이름도 슈하다 다빗/슈하다 사다캇 Shuhada Davitt/Shuhada Sadaqat으로 개명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방송과 콘서트에서 히잡 차림으로〈Nothing Compares 2 U〉를 열창했다. 그녀가 히잡을 쓰고 출연한 수 십 종의 공연과 방송 출연 영상물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이만큼 코믹하고 그로테스크한 것도 없다. 먼저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히잡을 쓴 모습을 한 왕년의 스타를 봐야만 하는 백인 팬들의 기분은 어떨까. 게다가 노래의 가사를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다. 이슬람 사회는 그야말로 남녀칠세부동석인데.
여러 인터뷰에서 그녀는 기득권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는 가톨릭과 백인들이 싫어서 개종을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개종도, 그녀가 밝힌 개종의 변도 아니다. 자신의 본래 신앙을 버린 사람은 다른 종교로 넘어가기보다 무신론자가 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그녀는 신에게 실망하면서도 신을 끝내 버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여호와나 알라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만큼의 차이도 나지 않았다. 이제야 그녀가 불렀던 토치송의 비밀이 드러난다.
그녀는 <Nothing Compares 2 U〉에 나오는 다음의 세 줄, “엄마가 심어 놓은 꽃들이/ 뒷마당에서/ 네가 떠나자 모두 죽었어”를 부를 때마다, 매번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시네이드 오코너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했다. 그녀가 여러 차례 밝힌 바에 따르면, 어머니는 딸을 버렸다. 그런데 저 세 줄만 아니라, 시네이드 오코너가 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떠올렸던 것은 어머니가 아닌 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야만 한다. 대중들이 토치송이라고 알고 있었던 저 노래가 그녀에게는 신을 찾는 가스펠(복음성가)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히잡을 쓰고도 그토록 간절하게, 이맘(이슬람 지도자)이 부도덕하다고 간주했을 저 노래를 태연히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기만당한 대중들은 그 모습을 기괴하게 여겼겠지만.

거짓말은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나뉘어 의식적으로 정반대의 언행을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실을 알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타인을 속이지 자신은 속이지 못한다. 반면 자기기만은 두 사람이 한 사람 속에 합체되어 있다. 속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이 나뉘어 있지 않다. 자신도 기만당했기에, 시네이드 오코너의 기만은 대중을 고의적으로 속이려고 한 것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인터뷰에서 개종의 이유로
“이것이 성실하게 신을 찾아온 사람의 신학적 결론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그녀는 점차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 듯하다. <Nothing Compares 2 U〉는 처음부터 신을 찾는 노래였다. “나는 알아, 너랑 사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걸/ 하지만 나는 한 번 더 그래보고 싶어/ 아무것도 비교할 수 없어/ 아무것도 너랑 비교할 수 없어”
2009년 아일랜드 정부는 성당ㆍ수도원 학교 등지에서 발생한 아동 성추행을 망라한「머피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성 학대ㆍ강간ㆍ폭력은 아일랜드 가톨릭 기숙학교와 고아원에서 70여 년간 만연해 있던 현상” 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들에게 아동 성 학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관련 대책을 매년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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