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풍요롭게 하는 음악: 성인을 위한 창조적 음악치료] - 게리 앤스델
- Johnk
- 조회 수 3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음악: 성인을 위한 창조적 음악치료]
게리 앤스델 저 | 권혜경 역 | 권혜경음악치료센터 | 2002년 01월 31일 | 348P
문화인류학자와 음악학자들은 원시인들의 음악 생활을 궁금해 한다. 원시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겼을까, 아니면 제례와 같은 의식용으로만 사용했을까? 독일 남서부에 있는 슈바벤알프스나 프랑스 피레네 혹은 오스트리아 북부 등에서 발견된, 거의 같은 시기의 뼈 플루트들은 인류가 집을 짓고 바퀴를 발명하기 훨씬 이전부터 플루트를 불며 음악을 즐겼다고 말해준다. 튀빙겐 대학교의 원시역사 교수이자 슈바벤알프스 동굴 발굴의 학술단장이었던 니콜라스 코나르트는 그 방증으로 뼈 플루트와 그 조각들이 동물 뼈와 식물 조각과 같은 일상적인 쓰레기 가운데에서 발견된 것을 꼽는다. 그러니까 석기시대의 슈바벤 원시인들은 밥을 먹거나 석기 도구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즐겼던 것이다.
그런데 오락이자 의례였던 음악은 미국과 유럽에서 몇몇 개척자에 의해 음악치료(音樂治療ㆍmusic therapy)라는 또 다른 쓸모를 개발하게 되었다. 게리 앤스델의『삶을 풍요롭게 하는 음악: 성인을 위한 창조적 음악치료』(권혜경음악치료센터,2002)는 미국과 유럽에서 생겨난 여러 갈래의 음악치료 이론ㆍ실천 가운데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폴 노도프(Paul Nordoff,1909~1977)와 영국의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클라이브 라빈스(Clive Robbins,1927~2001)가 개발한 창조적 음악치료(Nordoff-Robbins Music Therapy)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음악치료는 그림ㆍ독서ㆍ글쓰기ㆍ연극 등 여러 예술치료의 한 분야로, 음악을 매개로 자폐 아동이나 노인성 퇴행마비, 정신지체, 뇌성마비, 알코올 중독, 신경증 등에 걸린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를 음악요법이라고도 하는데, 실상 많은 사람들은 전문적으로 양성된 음악치료사를 만나지 않았을 뿐, 음악요법을 자가 처방하고 있다.
심신이 피곤하거나 기분이 깔아졌을 때,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야 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원기를 회복하거나 상처를 완화한 경험이 있다, 크리스티안 레만의『음악의 탄생』(마고북스,2012)을 보면 이런 소박한 뜻에서의 음악요법은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구약『성경』의「사무엘 상」16장 16~23절에는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이 선지자 사무엘과 갈등을 겪은 끝에 병(악령)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사울이 신하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구하자 신하들이 이렇게 권했다. “수금을 잘 타는 사람을 구하게 하소서. 악령이 왕에게 이를 때에 그가 손으로 타면 왕이 나으시리이다.” 이때 불려온 소년이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로 “수금을 탈 줄 알고 용기와 무용과 구변이 있는 준수”했다. 사울에게 불려온 이새의 아들은 다윗이다. “악령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들고 와서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게 낫고 악령이 그에게서 떠나더라.”

크리스티안 레만은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수용적 음악치료’라 부르는 치료술의 근본 모델이다. ‘수용적’이라는 표현은 환자가 음악을 들을 뿐, 직접 음악을 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이런 치료법은 음악이 듣는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킨다는 평범한 일상 경험에 기초한다. 사람은 자신이 듣는 음악에 감정으로, 특히 몸으로 반응을 보인다.” 음악이 진찰실이나 수술실에서 환자의 두려움을 덜어 준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또 마취 효과를 돕기도 하며, 의술 시행 이전과 이후에 환자가 안정감을 찾게 해 주는 것도 음악이다.
수용적 음악치료가 어떤 임상의학 분야에 쓰이는지는 앞에서 언급했지만, 이 치료는 애초에 자폐를 비롯한 여러 심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동에게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주변 인물들과의 직접적인 교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적에서 개발되었다. 그런데 음악치료가 발전하면서 내담자(환자)가 음악을 듣기만 하는 수용적 음악치료에서 내담자가 직접 악기를 이용해 자신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능동적 음악치료에 더 장점이 있다는 연구 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증상에는 어떤 음악이라는 처방은 음악과 치료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70년대부터 능동적 음악치료가 자리 잡았는데, 폴 노도프와 클라이브 라빈스는 이 분야의 선구자이다. “대부분의 음악치료사들은 자신들의 목표가 음악 교사들의 목표처럼 내담자의 음악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 많은 음악치료사들이 음악치료 안에서 음악을 심리치료사들이 하는 것처럼 비음악적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내담자들이 음악을 들으며 소통을 배우거나 장애가 일어난 신체 부위(예를 들어 실어증의 환부는 언어의 운동력을 관장하는 두뇌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이다)를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 삶을 살기를 원했다. 두 사람은 음악치료 안에서 ‘치료’가 우선이고 ‘음악’은 수단이었던데 불과했던 것을 역전시켰다. “그들의 작업을 치료 안에서의 음악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의 치료라고 묘사했다.”
폴 노도프와 클라이브 라빈스가 주창한 창조적 음악 치료의 논리적 기반은 먼저, 창조나 예술적 표현은 특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재능이나 천부적인 재질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모든 인간에게 창조를 향유하려는 욕구가 있는 한 “예술이 전문가나 숙련된 아마추어만의 영역”이 될 수는 없다. 각종 ‘예술치료’가 시도되는 이유도 누구에게나 “창조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음악을 “조성적 움직임 안에서의 형식”(에두아르트 한슬리크)이라고 간주하는 이상주의적이고 미학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보다 현대적 정의는 “음악은 사람이 자신의 신체 즉, 정신, 느낌, 감각, 의지 그리고 신진대사로 경험하는 의미를 누군가에게 제시하는 모든 소리의 가능성에 대한 실현”이고 “음악은 내가 음악을 경험할 때의 나”(토마스 클리프톤)인 것이다.
런던 노도프-라빈스 음악치료 센터의 임상 지도자인 게리 앤스델은 내담자들의 창조적 잠재력을 끄집어내기 즉흥연주를 함께 했는데, 그가 모범으로 삼은 음악이 재즈다. 악보가 미리 정해진 고정된 형태의 음악은 특정한 순간에 특정 음을 연주하거나 노래해야 하는데 이것은 즉시 “옳고 그름이 이슈가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이런 접근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반면 재즈와 같은 즉흥연주는 음악에서 ‘옳고’, ‘그름’은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틀린 음’을 새로운 창조 행위로 이끈다. 지은이는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정확한’ 음을 놓치고 10초 동안 머뭇거렸던 어느 솔로 즉흥 음반을 예로 들면서, “재럿의 ‘틀린 음’ 에피소드는 항상 즉흥 연주가 갖는 또 다른 핵심적 특성을 보여준다. 그 핵심적 특성이란 옳고 그를 수 없고, 단지 무엇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모자라지만, 음악치료의 내담자들이 만든 작품과 연주가 예술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