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빛낸 젊은 재즈 스타의 화려한 등장 [Wish] -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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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 <Wish> Warner Bros./1993
Tenor Saxophone – Joshua Redman
Guitar – Pat Metheny
Bass – Charlie Haden
Drums – Billy Higgins
Mastering -Greg Calbi
Producer - Matt Pierson
Recorded By – Matt Pierson (트랙: 9, 10)
Recorded By, Mixed By – James Farber
1. Turnaround
2. Soul Dance
3. Make Sure You're Sure
4. The Deserving Many
5. We Had a Sister
6. Moose the Mooche
7. Tears in Heaven
8. Whittlin'
9. Wish (live)
10. Blues for Pat (live)
Recorded at Power Station, NYC
Tracks # 9 and # 10 recorded live-to-dat at The Village Vanguard, NYC
Mastered at Sterling Sound, NYC

그의 커리어초기 출세작
90년대 빛낸 젊은 재즈스타의 화려한 등장
글/재즈기타리스트 정수욱 감수및 퇴고/MMJAZZ 편집장 김희준
1993년 녹음되어 그해 발매된 조슈아 레드맨의 두 번째 정규앨범 <Wish>는 당시 상업적 정점을 찍은 미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재즈의 위치와 상업적 방향, 성과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재즈시장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척 힘들어 집니다. 당시 팝은 MTV와 디지털이란 새로운 포맷에 힘입어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고, 과거 재즈의 모든 상업적 영광을 더 광범위하게 재구성하기 시작합니다. 전성기도 얼추 20년이 지나갔고, 재즈보다 훨씬 즉각적으로 재미난 뮤직 비디오들은 이미 메인스트림이 되어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따라 갈수 있는 변곡점을 넘어서버렸죠. 이른 바 대중음악으로서의 재즈라는 ‘유물’에는 관심조차 없어질 무렵이었습니다.
이 무렵 시장과 음악계는 재즈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요구합니다. 그러니까 신서사이저 같은 전자악기 사운드를 사용하게 한다거나, 가볍지만 잘 팔릴 것 같은(물론 실제로 잘 팔리기도 했던) 퓨전, 스무드 재즈를 앞세우라고 말이죠.
하지만, 어느 시대에도 그랬듯 재즈의 실질적인 음악적 명맥이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팝, 록 음반의 판매가 워낙 커지는 바람에 재즈의 산업적인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작아진 거지, 재즈 내부의 나름 전통과 음악성이라는 엔진 자체가 힘을 잃은 건 아니었던거죠. 여전히 많은 재즈 유망주들과 레전드들은 음악적 성과와 자부심이 유일한 보상인 이 장르 안에서, 몇 세대는 지나야 인정받을 법한 그들만의 어법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었고, 마치 상업적 대세의 흐름에 무관심한 척, 게릴라 같은 전법으로 그 작은 틈새 속에서 더 큰 음악적 실험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 상업적인 의도를 강조해 주목을 끌기 위한 시도들도 있었지만 과거의 영광으로 되돌아가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간헐적으로 들리는, 전혀 문맥조차 맞지 않는 조각난 트럼펫 멜로디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펑키 그루브가 연주음악의 생명연장을 겨우 지탱하는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메이저 레이블들(워너, 유니버설, 컬럼비아 등)은 재즈를 소규모 틈새시장으로 규정해 놓고, 돈이 되는 몇몇 아티스트들과 재즈로 둔갑한 ‘타임세일’용 연주음악들이 난무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심지어 기존의 재즈 뮤지션들조차 ‘퓨전’이나 그 외 상업적 음악에 기웃거리며 일자리를 찾아야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죠.
그러나 90년대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조금 바뀝니다. 이런 ‘버티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재즈가 다시 특정 힙스터들이 선호하는 음악이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여기엔 ’Tribe Called Quest‘나 ’Us3‘ 같은 힙합, 애시드 재즈 덕도 있었지만, 원래 재즈가 가진 두터운 선수층과 오랜 시간 레이블이 재즈를 어떻게 팔아야 할지 이미 나름의 전략적 익숙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80년대부터 계속 저널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윈튼 마살리스 같은 젊은 전통주의자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이슈 메이킹하게 된 점도 큰 영향을 끼쳤죠.
레이블과 잡지들은 이 시기 등장한 20~30대의 젊은 유망주들을 일제히 ‘Young Lion’ 이라고 부르며 90년대 재즈의 재도약의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합니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재즈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팬들에게 흥미롭지 않다고 느껴질 무렵, 20대 초반 약관의 조슈아 레드맨이 영 라이언의 무리 중 최선두에서 90년대 재즈 팬들의 ‘레이더’ 망에 떠오르기 시작한 거죠.
새로운 스타 갈망하던 분위기에 때맞춰 등장한 신성
당시 워너브라더스 레코드는 라이벌 컬럼비아 레이블의 간판 스타였던 윈튼 마살리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젊은 흑인 재즈 뮤지션을 원했습니다. 여전히 큰 돈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대신 제작비 자체가 팝에 비해 월등히 적고 잘만하면 제작비대비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는 게 재즈이기도 하니 레이블 입장에선 재즈 담당 A&R 한 두명 월급 주고 지원을 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죠. 그리고 블루노트 레이블의 A&R 출신으로 워너의 프로듀서중 한명이었던 맷 피어슨(Matt Pierson)은 워너 재즈의 수장역을 맡아 당시 20대 초반의 신성 조슈아 레드맨을 점찍게 됩니다. 당시 레드맨은 1991년도에 멍크 컴피티션 색소폰 부문에서 에릭 알렉산더와 크리스 포터를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면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레드맨 자신으로선 하버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예일 법대 대학원 입학과 전업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진로를 고민하다 더 늦기 전에 뉴욕의 재즈 신을 한번 거쳐볼 요량이었습니다. 이때 브래드 멜디우, 피터 번스틴, 케빈 헤이즈, 로이 하그로브, 크리스찬 맥브라이드같은 비슷한 또래 연주자들과 친분을 쌓고 협연을 하게 되면서 재즈 신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페셔널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워너 브라더스를 통해 1993년 3월, 이전 해에 녹음한 자신의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 <Joshua Redman>과 그 해 9월 <Wish>를 이어 발매합니다.
이 앨범 <Wish>는 그가 워너브라더스의 간판 재즈 스타가 되는 첫 디딤돌이 되어 주었습니다. 당연히 메인 스트림 팝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재즈 앨범치고는 상업적으로 나름 성공적이었고, 워너 브라더스와의 충실한 관계를 만드는 계기와 커리어의 좋은 출발점이 되었죠.
멍크 컴피티션 우승 후 처음으로 작업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Joshua Redman>을 뉴욕 신의 젊은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다면, 앨범 <Wish>는 제목처럼 조슈아 레드맨 자신이 어릴 때 부터 듣고 자란 자신들의 재즈 영웅들, 팻 메시니, 찰리 헤이든, 빌리 히긴스를 사이드 맨으로 고용해 만든, 앨범 타이틀처럼 마치 그의 어릴 적 소망과도 같은 앨범이었습니다. 사실 팻 메시니는 자신의 어릴 적 재즈 ‘영웅’ 중 하나 였던 테너 색포니스트 듀이 레드맨과 80년대 초 같이 연주하면서 그의 아들인 어린 조슈아를 종종 만나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슈아 레드맨의 최애앨범 중 하나도 팻 메시니, 찰리 헤이든, 빌리 히긴스 트리오의 ECM 시절 마지막 앨범 인 <Rejoicing>(1984) 이 었습니다. 또한 찰리 헤이든 역시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아메리칸 쿼텟 멤버로 함께 재적한 바 있는 듀이 레드맨과 인연이 깊었죠.(여담으로 이들 두 연주자는 코넷, 포켓 트럼펫 주자인 돈 체리, 드러머 에드 블랙웰과 함께 피아노를 제외한 Old & New Dream 이라는 별도의 쿼텟을 조직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조슈아 레드맨과 그의 친부인 듀이 레드맨
성공적으로 어우러진 음악성과 대중적 매력
이 앨범 <Wish>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선곡과 연주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앨범이라는 점입니다. 종종 ‘스무스 트래디셔널 재즈’라는 놀림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재즈가 90년대 이후 음악성과 상업적인 방향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스티비 원더, 에릭 클랩튼의 곡들과 찰리 파커, 오넷 콜맨의 곡들이 한자리를 공유하고 있고, 조슈아 레드맨, 팻 메시니의 오리지널 곡들도 아주 좋은 균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 곡인 블루스 헤드 ‘Turnaround’ 의 작곡자인 레전드 오넷 콜맨과 찰리 헤이든, 빌리 히긴스, 듀이 레드맨은 조슈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밴드 멤버들로 활동했고 팻 메시니 역시 오넷 콜맨의 골수 팬으로 심지어 그와 함께 앨범 <Song X>를 같이 발표했습니다. 이 곡은 전통적인 하드 밥 블루스 헤드를 갖고 있지만, 실제 연주에서는 프리재즈의 실험으로 소위 영역침범을 하는 곡으로 자주 연주 됩니다, 단 이 앨범에선 마치 소니 롤린스가 ‘강림’한 듯한 조슈아 레드맨의 하드 밥 스타일 솔로가 그 선을 침범하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에 오히려 좀 짧은 게 아쉬운 베이스 솔로는 ‘역시 찰리 헤이든이’라는 감탄사가 전혀 아깝지 않게 들립니다.
이 앨범의 전반적인 연주는 실험적이거나 어딘가 ‘아웃’한 구석이 전혀 없습니다. 팻 메시니 역시 자신의 아방가르드적 색깔(앨범 <Song X>)을 완전히 접어두고 순수히 하드 밥에만 몰두 합니다. 거기에 후기 하드 밥 최고의 리듬섹션이 반주를 하고 있으니, 소니 롤린스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80년대 이후 젊은 재즈 팬들에게 조슈아 레드맨은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 줬다고 할 수 있겠지요.
‘The Deserving Many’, ‘Wish’(live), 그리고 ‘Soul Dance’ 등의 조슈아 레드맨 오리지널 넘버들 역시, 자신의 하드 밥적인 취향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동시에 음악적 진정성 역시 잃지 않고 있습니다. 재즈 기타 거장 케니 버렐, 혹은 짐 홀의 반주를 연상 시키는 팻 메시니의 기타 보이싱들까지, 실험적이진 않아도 음악적으로 충실하면서 동시에 세련된 재즈의 매력, 친숙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앨범에는 두 곡의 ‘팝 커버’가 있는데, 바로 스티비 원더의 ‘Make Sure You’re Sure’, 그리고 ‘문제’의 에릭 클랩튼 넘버인 ‘Tears in Heaven’ 입니다. 사실 당시 제 주위의 어떤 골수 재즈 팬들은 클랩튼 곡 제목만 보고 이 앨범을 바로 다시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케니 지 취급을 받은 셈이죠. 사실, 그는 몇 달 전 발매한 데뷔 앨범에서도 제임스 브라운의 곡을 선곡해 일종의 대중적 접근을 시작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선곡은 온전한 레드맨 자신의 의견이라기보단 당시로선 레이블 프로듀서의 입김도 컸을 거란 짐작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재즈 전통에는 당시의 널리 알려진 ‘유행가’를 종종 연주 레퍼토리로 만드는 ‘스탠더드’라는 선곡 시스템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앨범 <Wish>에서의 ‘유행가’ 선곡은 스탠더드 넘버를 가져와 연주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이 앨범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팻 메시니 역시 게펜에서 워너브라더스로 레이블을 옮기는 등 워너재즈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올라오기 시작하게 되는데 사실 상업성은 “…음악성만 가지면 상업성 추구는 용서 된다”라는 명제를 성립하게 만드는 오래된 업계의 관행 같은 면도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곡의 연주나 편곡 역시 대중적인 ‘타협'이라기보단, 스타일의 선택 정도로 용인될만큼 좋은 어쿠스틱 연주 넘버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고급진 스무스 재즈’로서의 전락만큼은 막은 셈이죠.
재즈 커뮤니티 자체가 ‘트래디셔널(전통적) 재즈’와 ‘컨템포러리 모던’ 재즈의 순서와 진정을 알 수 없는 끝없는 논쟁을 벌이는 동안, 사실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색깔이나 표현이라고 여겨진다면 그런 논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연주로 자유롭게 풀어놓곤 했다는 사실은 재즈의 또 다른 진실이자 패러독스입니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진짜’ 재즈 뮤지션들은 그런 외형적 틀에 아랑곳 않고 자유로이 넘나들며 또 동시에 전통과 혁신, 음악성 등의 조율을 통해 음악적 깊이와 아름다움, 실험들을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 앨범은 8곡을 하루 반 만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워밍업 연주였던 빌리지 뱅가드 공연 실황에서 2곡을 가져와 담아내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비록 실험과 진보라는 재즈의 중요한 창조적 영역은 적어도 이 작품에서 확인하기 어렵긴 하지만(모든 뮤지션들이 다 그걸 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새로운 재즈 세대의 마스터와 이를 진심으로 서포트하는 전 세대 대가들의 반주에서 재즈의 본질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에 당시 유행하는 팝송 두어 곡 쯤이야 충분히 ‘흥미로운 선곡' 정도로 넘길 수 있을 않을까 싶습니다. 하물며 연주자들의 솔로 해석이 이처럼 듣기 괜찮다면 더더욱 호감이 갈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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