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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엠재즈

남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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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다섯 번째 앨범 <J.A.M.>을 발표한 재즈 피아니스트 

‘뚜렷한 음악적 정체성과 안정감으로 한발 더 내딛다’

 

남성 재즈 피아니스트 남경윤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전작 <Trio>가 2010년 발표되었으니 무려 9년 만이다. 그동안 1~2년 간격으로 새 앨범을 공개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앨범 발표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단, 결혼을 포함한 여러 개인사가 겹친데다, 직장 때문에 대구로 내려가 생활하면서 앨범을 집중해 만들 여건이 좀처럼 나지 않았던 탓이 가장 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런 긴 시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 앨범들에서 들어왔던 그의 피아노 연주, 사운드, 밥(Bop)에 기초한 그의 플레이는 여전하며 전체적으로 좀 더 내재되고 다듬어진 느낌마저 전해준다. 그간 꾸준히 스스로의 피아노를 갈고 닦아온 것이 음악에 묻어나온다고나 할까?  다른 어떤 것보다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전혀 흔들림이 없고 굳건해 보인다는 점이 이번 새 앨범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글: 강대원 / 사진: JNam Music

 

 

글쓴이가 서울에서 음악관련 일을 업으로 할 때 처음 남경윤의 데뷔작 <Energy And Angular Momentum>을 접하게 되었다. 기존 피아노 트리오 편성에 몇 곡에 바이올린이 따로 추가된 편성이었다.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조합이라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사뭇 궁금했었다. 데뷔작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건 그의 연주나 전체적인 음악을 끌고 가는 방향성이 당시로서는 꽤나 참신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곡을 만들어내는 센스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욱이 흥미로운 사실은 애초 남경윤은 어린 시절 미국의 문화를 습득하고 성장해왔지만 대학 진학 당시 전공은 재즈가 아닌 전자공학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허비 핸콕이라든지 알 재로우 등 유명한 프로 음악가 중 재즈 혹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케이스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국내 뮤지션들 중에서도 다른 전공을 하다가 재즈로 전향하거나 진로를 선회한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은 편. 

 

남경윤은 몇 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튜에서 ‘제가 재즈에 빠져들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확 빠져버렸습니다. 이 음악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재즈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런 묘한 매력을 느꼈고(중략)’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의 데뷔작 <Energy And Angular Momentum>은 아마도 그가 느낀 재즈의 매력이 풋풋하게나마 잘 녹아든 작품이 아닌 가 싶다. 데뷔작 이후 남경윤은 꾸준히 앨범 작업과 공연 등을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나왔고 국내에 정착해 이제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두 번째 앨범 <No Regrets>(2007년)에 이어 <Into A New Groove>(2008년)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남경윤은 <Trio>(2010년)를 끝으로 한 동안 음반 발표를 하지 않았다. 데뷔작을 포함한 지난 앨범들에서 남경윤은 국내가 아닌 해외의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맷 브루어, 벤 윌리엄스(이상 베이스), 그레고리 허친슨, 아리 호닉(이상 드럼) 등 하이 클래스의 현지 재즈 뮤지션들을 자신의 음반 레코딩에 초빙하여 좋은 합을 보여준 바 있다. 무려 9년 만에 발표되는 새 앨범에서도 남경윤은 벤 윌리엄스, 아리 호닉과 트리오 편성으로 전보다 한층 성숙하고 진일보한 면을 선보이고 있다. 

 

뒤늦게 음반이 나온 것에 대해 국내 음악 대학에서의 후진 양성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 등 많은 것이 고려되었겠지만, 글쓴이가 생각하기에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만큼 남경윤은 본 작에서 정체되지 않은 음악적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윌리엄스-호닉이라는 초일류급 리듬 섹션의 위용을 적절히 앨범에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전과 달리 음반 발표가 뜸했을 뿐 남경윤은 국내에서 연주자로서 나름대로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 활동을 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험치, 음악적 저변을 넓혀왔다. 그 시간덕분에 이번 앨범이 더 단단하고 안정감과 무게감이 더해진 것이 아닐까?

 

9년 전 앨범이 아주 심플한 타이틀(Trio)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앨범(J.A.M.)도 역시 간단명료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잼(Jam, 실제 앨범 타이틀의 의미는 ‘Just About Music’ 이다)은 연주자들의 즉흥적인 협주를 의미한다. 하지만 남경윤에게는 좀 더 개인적이면서,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일단 남경윤이 코넬대학교 재학시절 지냈던 기숙사의 이름의 약자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작은 무대공간과 방음 연습실 등이 있어서 대학 시절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재즈 연주자로서의 꿈을 키웠던 곳이라고. 두 번째로 대학원 시절 미시건과 뉴욕에서 잼 세션 리더를 수년 간 맡으며 많은 뮤지션들과 소통하며 작업을 해왔기에 남경윤에게 잼(Jam)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 당시 자신의 일상생활(속 단어)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관한 남경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학창시절 부모님의 반대로 음대로 진학할 수 없었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전자공학과로 진학을 하였지만, 우연찮게 진학한 코넬대의 기숙사 J.A.M 이 음악을 하고 배우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을 갖춰놓고 있었죠. 24시간 언제나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악기도 구비되어 있고, 또 자유롭게 지인들과 합주할 수도 있었기에 역시 난 음악을 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과 마찰이 꽤 있긴 했지만 결국 이렇게 프로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도 이렇게 재즈 뮤지션으로 앨범도 내고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 함께 연주했던 친구들이 지금도 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제가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걸 지지해주고 있죠. 제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또 즐거웠던 순간이 바로 그때였던 거 같아요”  

 

따라서 새 앨범 타이틀 ‘J.A.M’은 여러모로 남경윤에게 의미 있는 제목인 셈인데, 그가 본작에서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는 전보다 성숙하고 진일보한 면을 엿볼 수 있는 반면, 그의 작곡을 통해서는 과거, 즉 미국 유학 시절 느꼈던 감흥과 지난 9년간의 경험, 생활 등이 폭넓게 두루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주적인 측면에 대해 개인적으로 언급한다면 그가 데뷔작 때 보여줬던, 어떤 다른 연주자의 영향력보다는 자신만의 어법을 추구하려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의 작곡과 더불어, 이를 더욱 탄탄히 하는 색다른 편곡 방향이 남경윤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하는 원천이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함께하고 있는 벤 윌리엄스라든지 아리 호닉의 리듬 섹션은 단순히 레코딩을 위한 타임 파트너가 아닌, 음악적으로 면밀히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 내실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경윤은 지난 작품들과 달리 이번에 전곡을 자신의 자작곡으로만 채웠다. 앨범 부클릿에 담긴 글을 살펴보면 적잖이 선곡에서 고심 -9년간 작곡한 여러 곡 중 각 해를 대표하는 9곡을 골라 연주할까도 생각했었다고-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본 작에 담긴 8곡을 통해 충분히 남경윤의 ‘재즈’가 정체되지 않고 발전, 변화해왔다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이번 앨범을 들으며 지난 2010년 남경윤이 네 번째 작품인 <Trio>를 발표하고 한 매체와 했던 인터뷰를 다시금 곱씹어본다. “재즈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자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곡이 있더라도 그 곡의 멜로디, 템포, 박자, 키 등 모든 음악적인 요소가 다 바뀌어도 곡이 되는, 그리고 각 곡을 연주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그 특징이 재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그가 말한 재즈의 매력에 여전히 깊게 빠져있음을, 그리고 스스로 너무 즐거워하고 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M

 


 

Interview  남경윤

‘재즈의 고유한 매력 담아내려 노력했죠’ 

 

인터뷰: 김희준 

 

 

9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어요. 이전에는 1~2년 사이 한 장씩 발표했었는데 이렇게 공백이 길어진 이유가 있었는지? 더불어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도 궁금해요

 

첫 번째로는 일 때문이었죠.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에 전임교수로 가게 되어서 그곳으로 이사를 가서 생활하게 되었죠.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에도 신경써야 되니 앨범 레코딩을 제대로 할 여건이 좀처럼 나질 않더군요. 하지만 음악활동은 틈나는 대로 꾸준히 해왔습니다. 각종 페스티벌무대에 국내연주자분들과 함께 서고, 또 세션연주자로서 활동도 자주 했었죠. 와이프인 드러머 서미현씨의 앨범 작업에 편곡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었구요. 앨범은 아주 오랜만에 내는 거지만 그렇다고 제가 필드에서 떨어져 오랫동안 공백기를 갖다가 복귀한 것같은 느낌은 잘 안 들어요.  

 

 

세 번째 앨범 <Into a New Groove>에서부터 확실히 트리오 포맷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편성에 대한 본인만의 매력, 가치, 호감도등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제가 좀 더 연주에 집중할 수 있고 재즈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인 편성이 트리오가 아닌가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텐데, 무조건 트리오만 고집하는 건 결코 아니거든요. 쿼텟, 퀸텟, 그 이상의 편성도 충분히 할 의향이 있고, 또 이전 앨범에서 현악 파트를 포함해 작업한 경우도 있을만큼 중대형 앙상블 작업도 마다하진 않습니다. 악기도 가리는 편이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다양하게 좋아해서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가 더 많은 편에 가깝죠. 지난 몇 년동안 다양한 국내 여러 뮤지션분들과 함께 연주 해보면서 무척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을 하기도 했었어요. 차후 아이디어가 생기고 여건이 갖춰지면 충분히 다른 편성으로 앨범 작업도 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제가 가진 것들을 가감없이 잘 드러내줄 수 있는 편성은 아무래도 트리오인 것 같아요.   

 

 

드러머 아리 호닉(Ari Hoenig)과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앨범을 통해 손발을 맞춰오고 있는데 그의 드러밍의 어떤 점이 본인에게 어필하는 지 궁금해요. 그리고 전작에선 그렉 허친슨(Greg Hutchinson)과 함께 해보기도 했었는데, 경윤씨가 느끼는 두 연주자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줄 수 있는지?

 

두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과 어프로치를 가지고서 동료를 서포트해 줍니다. 흠...뭐랄까 제가 느끼는 그렉 허친슨은 스윙과 비밥에 좀 더 강한 포인트를 두고 연주를 하는 거 같아요. 저에게 에너지를 주는 부분도 그 쪽이 좀 더 컸던 것 같고...아리 호닉도 그 부분이 물론 좋은데 그것 외에 오드 미터와 라틴, 펑크(Funk), 록등 다양한 그루브를 잘 구사하고 또 전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의도하고 원하는 것을 잘 캐치해서 이걸 연주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아주 좋은 거 같아요. 세션 주자로서의 마인드 같은 거 아닌가 싶네요. 두 연주자를 인종적인 차이로 구분을 지을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든 각자의 장점과 동료에게 영감을 주는 부분은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인종적인 면을 잣대로 나누고 싶진 않아요.                                                   

 

 

앨범의 첫 번째 곡 ‘Fireflies’, ‘J.A.M’ 에서 이전에 거의 보이지 않던 힙합 비트가 차용된 것이 시선을 끕니다. 

 

로버트 글래스퍼나 크리스 데이브 같은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그루브가 상당히 매력적인 면이 있어서 그걸 한번 시도해봤어요.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는 걸 아주 좋아하다보니 아리 호닉에게 이 리듬을 한번 주문해봤는데 의외로 아주 잘 구사해서 내심 놀랐었죠. 

 

이번 앨범도 그렇고 지난 트리오 앨범들을 통해서 볼 때 남경윤이라는 연주자의 아이덴티티, 음악성이 어떤지가 대략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재즈의 전통적인 언어, 사운드 등이 기본이 되어 있으며 이를 유지하는 선에서 다른 스타일을 적절하게 차용하는 것. 그런 점에서 멀그루 밀러나 케니 커클랜드, 조이 칼데라조 같은 연주자들의 플레이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네! 어느 정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말씀하신 그 피아니스트들 모두 평소 제가 아주 좋아하는 연주자이기도 하죠. 재즈라는 음악이 갖고 있는 고유한 느낌, 분위기, 감성과 어법이 분명 있고 전 이걸 우선적으로 유지하고 더 집중해서 발전시켜나가길 바라고 있어요. 힙합이나 펑크(Funk), 일렉트로닉 기반의 음악들 같은 최근 트렌드에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전 아직 그것보단 전통적인 재즈 언어로 연주하는 게 더 즐겁고 재미있는 거 같아요.

 

 

평소에 연습을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하는지도 궁금해요 

 

앞서 질문에서도 이야기 드렸듯이, 제가 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학교 일이 많아 바쁘지만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스케줄에 따라 하루에 장시간동안 할 때도 있고 조금씩 나눠서 연습할 때도 있습니다만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습 방식은 때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목표를 정해서 스케일, 즉흥연주, 보이싱, 리듬 등을 연습할 때도 있고 그냥 자유롭게 이것저것 섞어서 장시간 칠 때도 있습니다.  

 

 

재즈라는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본인만의 기쁨, 희열 같은 게 있는지, 있다면 이야기해주길 바래요 

 

재즈라는 음악은 너무 자유로운 음악이기 때문에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다르게 할 수 있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수많은 국내외 뮤지션들과 연주하면서 음악적으로 대화하고 관객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점이 너무 좋구요. 개인적으로 제가 작곡 또는 편곡한 곡을 뮤지션 분들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연주해주셨을 때 그리고 그 연주를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환호해주실 때 가장 기쁜 것 같습니다.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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