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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정(Mijung Lim) - 오랜 절친와의 소중한 인연, 음악에 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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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텟 편성의 여섯 번째 앨범으로 3년 만에 돌아온 재즈 피아니스트/작곡가 

임미정(Mijung Lim)   

 

오랜 절친와의 소중한 인연, 음악에 담고 싶었어요!

 

 

재즈는 음악을 표현해내는 뮤지션의 내면과 속내가 결국엔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음악이다. 연주하는 당사자가 에고가 강하고 자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면 그게 음악에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확률이 높고, 반대로 본인보다 타인에 대한 시선을 더 높이 두고 팀 멤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되는 상호조화에 더 가치를 두는 뮤지션이라면 그가 들려주는 음악 또한 자연스레 그런 결을 지니게 된다. 

어림잡아도 20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옆에서 지켜봐온 임미정이라는 뮤지션은 필자가 보기에 무조건 후자에 해당되는 성정과 태도를 지닌 분이다. 사석에서든 공적인 자리에서든 소박하고 차분한 태도를 늘 견지하고 있으셔서 일관성을 느끼게 하며,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 절로 맘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런 그녀의 내면에서 비롯된 음악 또한 무언가를 강하게 드러내려는 의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곡과 연주의 일체된 어울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조화와 균형에 있다. 

심지어, 자신의 리더작을 발표하면서 그 앨범을 만드는 주된 동기가 함께 하는 연주자와의 오랜 인연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그 연주자의 개성과 매력을 자기 음악에 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에고 지향적인 뮤지션과는 정반대의 기조를 지녔음을 알수 있을 터! 

오랜 절친과의 음악적 교감과 소통에 방점을 둔 이번 신작은 임미정이라는 재즈 뮤지션의 캐릭터를 아주 잘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재즈라는 음악이 얼마나 정직하게 한 음악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지 깨닫게 해준다. 첫 앨범을 발표한 지 2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순수하고도 겸손한 시선으로 무던하게 재즈를 바라보고 이 음악의 미적 가치를 더 깊게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기가 누구이고 어떤 위치에 있음을 드러내기에 바쁜 권력지향적인 인간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나이와 무관하게 지켜오고 있는 그녀. 그 점만으로도 재즈 뮤지션 임미정은 이곳 한국 재즈 신에 값지고 귀한 존재이다.        인터뷰/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안재경     

 

 

2 트럼페터 나디아 놀드하우스. 이번 앨범에 여러모로 큰 영향을 끼친 연주자이다..jpg

트럼페터 나디아 놀드하우스.  이번 앨범 전반에 여러모로 큰 영향을 끼친 연주자이다.

 

오래 전 첫 앨범 <Flying> 에서 트럼페터 톰 하렐을 피처링으로 참여시켜 앨범을 만든 이후 트럼펫이 참여한 건 이번이 22년 만에 처음인거 같은데, 이 악기를 편성에 포함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된 이유의 상당부분은 나디아 때문이었어요. 이번 앨범에 참여한 트럼페터죠. 저와 미국 유학시절부터 아주 가까운 절친이었는데, 그 친구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이번 앨범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였죠. 

 

그러니까 트럼펫 악기를 이번에 꼭 써야겠다라기보단 본인의 오랜 친구인 나디아 놀드하우스(Nadje Noordhuis) 와 함께 레코딩하는 게 기본 목적이었군요. 그 친구가 마침 연주하는 악기가 트럼펫이었던거고.   

 

네. 맞아요. 그게 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게, 저랑 나디아와 함께 맨해튼 음대 학교생활을 같이 한 제레미 놀러(Jeremy Noller)라는 드러머가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며 이곳 연주 신에서 교류도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암진단을 받더니 불과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버렸어요. 전 너무 놀랐죠. 평소 몸이 아픈 티도 없었고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나니까 너무 황당하고 또 개인적으로 당시 충격이 컸어요. 그때 곰곰이 생각했죠.  '평소 내가 같이 연주해보고 싶었던 주변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기회도 어영부영 가만히 있다가는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가급적 빨리 준비해서 함께 녹음한 내용을 담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또 나디아와는 앞서 이야기 드렸듯이 이전부터 꾸준히 교류를 해온 친구였고 제 앨범에 꼭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해온 차여서 다음 앨범 때에는 꼭 나디아와 함께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작년 교수 안식 년 때가 시기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라 미국으로 넘어가서 이 친구와 함께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고요.   

 

전 그녀의 연주를 처음 제대로 들은 게 <Full Circle> 이라는 앨범에서부터였는데 그 앨범에서 플루겔 혼 소리가 담백하면서도 맑고 비브라토 없이 곧게 뻗어나가는 게 듣기 좋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프레드 허쉬가 사이드 맨으로 참여한데다 그 앨범에 담긴 곡들도 전체적으로 좋고 해서 앨범 리뷰를 저희 잡지에 별도로 소개한 적도 있었는데 두 분이 서로 오랜 친분이 있으셨군요.  

 

네. 학교 다닐 때 단짝처럼 친하게 지냈던 친구여서 제가 이전까지 앨범 녹음하러 뉴욕에 건너 갔을때 매번 만나서 그녀 집에서 신세도 지고 또 서로 곡 써서 잼도 해보고 그랬었죠. 전 몰랐는데 나디아가 그러길 저희가 학교 다닐 때 같은 학년에 여자가 저랑 나디아 둘밖에 없었대요. 그래서 친하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고 나디아가 그러더라구요(웃음) 

 

 

3 베이시스트 맨 펜맨. 뉴욕 재즈 신의 탑 클래스 베이스 연주자중 한명.jpg

베이시스트 맨 펜맨.  뉴욕 재즈 신의당대  탑 클래스 베이스 연주자중 한명

 

앨범 작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함께 한 연주자들은 누님이 직접 선택및 섭외를 하신 건가요? 

 

네. 기본적으로 그렇긴 한데 그 과정에서 나디아와 상의를 많이 했고 나디아의 견해가 많이 포함이 되었어요. 어차피 나디아 또한 앨범 전체에 참여를 하게 되니 서로 잘 맞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함께 머리를 맞대서 이야기를 나눈 끝에 스윙과 비밥을 아주 잘 소화하면서 동시에 너무 강한 하드 밥 스타일의 연주보다는 좀 더 깔끔하고 세련된 결을 가진 연주자들이 좋겠다, 그리고 처음부터 악보를 잘 보는 연주자여야 되겠다, 인간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유연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어야 된다와 같은 세부 조건을 미리 정해놓고 섭외를 시작해나갔어요. 엔지니어까지도 그런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했을 정도니까(웃음) 

또 나디아가 베이스와 드럼 리스트를 처음에 아주 많이 골라 추천해줬는데 그 중에서 제가 잘 맞겠다 싶은 연주자들로 고른 게 이번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맷 펜맨, 드러머 지미 맥브라이드 이 멤버들이었죠. 드러머 같은 경우는 윌리 존스 3세나 율리시즈 오웬스 등 뉴욕의 일급 연주자들까지 여러 명 섭외 리스트에 포함되었는데, 그 분들은 제가 부담스럽기도 한데다 연주의 성향이 저와는 달리 좀 강한 거 같아서 이번 앨범의 컨셉트에 살짝 안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지미 맥브라이드로 정했죠. 마침 두 사람 모두 일정이 되어서 같이 작업할 수 있었어요. 맷 펜맨의 경우는 원체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같이 작업해보니 정말 감탄이 나오더군요. 사실 제가 쓴 곡이 꽤 연주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걸 너무 쉽고 편하게 소화해 버리시더라구요. 본인 말로는 ‘이거 너무 어려운데’ 엄살을 피우고 그러셨지만 정작 녹음 때는 그냥 한방에 끝내버렸어요. 

 

맷 펜맨은 사실 2000년도 중후반까지 아주 잘 나갔고 코로나 이전까지도 커리어가 화려한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지명도 높은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줄어서 잘 회자되지 않는 면이 있어요. 가진 실력은 래리 그레나디어 같은 비슷한 연배 최상위 뮤지션들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죠.  

 

이야기하신 대로 저도 같이 하면서 정말 너무 잘한다. 그러면서 자기 과시하는 타입으로 연주하지 않아서 감탄을 했는데, 의외로 유명 뮤지션들과의 활동이 별로 없는 거 같았어요. 정작 소셜미디어 계정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 거 같았어요. 요즘은 미국에서도 이걸 활용안하는 연주자들이 잘 없던데...아무튼 가진 실력에 비해 나서지 않는 편인거 같아 저로선 운 좋게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녹음은 당일 한번에 끝내신 건가요? 

 

사실 녹음일정을 이틀 잡았어요. 괜히 저 혼자 불안해서 녹음일정을 이틀이나 잡았었는데 나디아가 왜 그렇게 잡냐고? 여기선 아무도 이틀 동안 녹음하지 않는다고 그러는 거에요. 그래도 전 ‘아니다. 혹시 모르니 다시 녹음할 여분을 잡아놓는 게 좋을거 같다’ 고 이야기했는데 역시 해보니 나디아 말이 맞더군요. 이틀 녹음 했지만 모두 대부분 원테이크로 끝이 났고 앨범에 담은 전 트랙을 다 첫째 날 연주한 걸로 앨범에 실었어요. 여기 연주자들은 이틀씩 길게 연주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 그렇게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 정도더군요. 마치 맘에 안드는 부분을 고치기 위해 새로 연주하는 걸 쪽팔려하는 거 같은?! (웃음)     

 

 

4 드러머 지미 맥브라이드. 정갈하고도 마춤한 서포트 능력이 뛰어난 연주자..jpg

 드러머 지미 맥브라이드. 정갈하고도 마춤한 서포트 능력이 뛰어난 연주자.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과거 누님이 발표한 앨범의 곡들과 비교해 성격 자체가 크게 달라보이진 않습니다. 멜로디나 화성및 리듬의 흐름이 기존의 누님 곡들과 비슷하게 맞물리는 거 같이 들렸어요. 다만 이번 앨범 곡들의 경우 연주의 접근에서 전작들과 달리 좀 더 스트레이트한 면이 부각되어 있고 스윙과 밥을 중심으로 한 재즈의 클래식한 면들이 반영된 경우가 이전 작보다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아마 그건 담긴 녹음자체가 원 테이크에서 다 마무리된 거라 그렇게 들렸을 거 같아요. 일종의 클럽 연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꼭 스트레이트한 밥을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앨범 타이틀 곡에서 드러나듯이 즉흥적인 면을 이전보다 더 전면에 내세우자는 생각을 한건 맞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스윙과 밥 연주가 강조된 거 같아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재즈의 전통적인 면을 잘 표현하되, 너무 강한 하드 밥 스타일, 혹은 지나치게 테크니컬하고 복잡한 형태의 곡을 강하게 드러낸 경우보다는 좀 더 여유 있고 세련된 접근을 시도하려고 했죠. 제 스승이신 케니 배런이나 이번에 내한공연에서 너무 멋진 연주를 들려줬던 빌 샬랩처럼 충분히 스윙하면서 여유가 있는, 그러면서 상대 연주자와의 교감을 가장 우선시하는 그런 연주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 연주는 내가 더 잘한다는 관점보다는 너와 내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내보자,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반응해보자는 핵심이고 그 가치관을 저와 나디아는 예전부터 함께 공유하고 있었죠. 

나디아 같은 경우 뉴욕 재즈 신에서 활동하지만 그곳의 지나칠 정도의 경쟁적 구도랑 높은 텐션이 강하게 들어간 재즈를 그리 선호하지 않거든요. 본인 스스로도 ‘난 스몰스 같은 클럽에서 연주하려고 살벌하게 경쟁하는 여느 뮤지션들과는 방향이 다르다’ 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어요. 무대 위에서 뮤지션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그 친구의 연주에는 늘 좋은 공간감과 선율 및 톤의 아름다움이 녹아있고 그걸 충분히 내면에서 갈무리해 표현해내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요. 제가 그 친구의 트럼펫을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 그걸 이번 앨범에 한번 담아내보자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결과적으로 나디아와 이전부터 함께 연주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맞춰간 사운드가 이 앨범에 주효하게 담겨졌다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말씀하신 그 의도가 잘 반영된 결과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 발매 이후 아직 공연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힌 게 없으시죠? 

 

네. 아직 잡지 못했어요. 앨범에 참여한 세 연주자를 모두 부르기엔 여건이 안될 거 같고 트럼페터인 나디아만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도 당장은 어려울 거 같아요. 올해 여름쯤에 일본에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 투어 일정이 있어서 그 멤버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때 하루 이틀 정도 조율해볼 수 있을지 한번 봐야 되요. 추가 리듬 섹션 주자들은 국내 연주자들로 구성하는 식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빨라도 봄 정도가 되어야 뭔가 윤곽이 나올 거 같아요.  

 

가능하면 참여 멤버 분들이 다 공연하게 되면 좋겠지만 다른 여건이 맞아야 될테니,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여유 있게 일정 보시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네. 그렇게 하려고요. 뭔가 정리가 되면 알려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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