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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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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길 탐구한 반골의 예술 세계 [Point of Departure] - 앤드류 힐 (Andrew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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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힐  Andrew Hill        <Point of Departure>         Blue Note/1965 

 

 

Piano, Written-By – Andrew Hill

Alto Saxophone, Flute, Bass Clarinet – Eric Dolphy

Bass – Richard Davis (2)

Design [Cover], Photography By [Cover Photo] – Reid Miles

Drums – Anthony Williams

Tenor Saxophone – Joe Henderson

Trumpet – Kenny Dorham

Recorded By – Rudy Van Gelder

Lacquer Cut By – VAN GELDER*

Liner Notes – Nat Hentoff

Recorded on March 21st, 1964.

Recorded At – Van Gelder Studio, Englewood Cliffs, New Jersey

 

 

1. Refuge

2. New Monastery

3. Spectrum

4. Flight 19

5. Dedication

-Bonus Track (Rudy Van Gelder Edition) 1999

6. New Monastery (Alternate Take) 

7. Flight 19 (Alternate Take) 

8. Dedication (Alternate 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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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길 탐구한 반골의 예술세계  

글/재즈기타리스트 정수욱       감수 및 정리/MMJAZZ 편집장 김희준 

  

앤드류 힐(Andrew Hill, 1931~2007)은 호레이스 실버, 허비 행콕이나 칙 코리아 같은 당대 최고의 '스타' 재즈 피아니스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60년대 초반부터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 조금은 삐딱하면서 독창적인 음악성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고, 멀티 색소포니스트 롤랜드 커크의 <Domino>(Mercury/1962), 테너 색소포니스트 조 헨더슨의 앨범 <Our Thing> (Blue Note/1963), 테너 색소포니스트 행크 모블리의 <No room for Squares>(Blue Note/1964)  같은 작품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그가 60년대 하드 밥의 정점을 향유하던 시절의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어딘가 좀 다르다는걸 사람들은 눈치 채게 됩니다. 

1960년대 재즈 신에서 가장 이질적이고도 독창적인 선을 그은 하드 밥/포스트 밥 재즈 작곡가이자, 당시 재즈 신 주류에서 향유하고 있던 정형화된 패턴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거부한 조용한 혁명(현재까지도 일정 부분 유효한 접근 방식이기도 한)을 시도하고 있다는 걸 당시 동료 및 평론가들이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후 블루 노트 레이블의 수장이던 프로듀서 알프레드 라이언의 탄탄한 지지를 등에 업고서, 8년(1963-1970년) 사이에 무려 12장의 리더작을 지속적으로 녹음, 발표하게 됩니다.  

그 중 <Black Fire>(1963), <Judgement!>(1964), <Point of Departure>(1964)등 초기 삼부작들은 60년대 블루노트 레이블을 대표하는 진취적인 명반들로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당시 재즈가 새로이 들여다보기 시작한 창의적인 음악적 방향성에 중요한 도화선들이 된 앨범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금 소개할 이 앨범 <Point of departure>는 전형적인 재즈의 구조와 형식적 획일성을  탈피하려던 찰스 밍거스나 에릭 돌피(그는 이 앨범에 직접 참여해 연주를 들려줍니다) 같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장선을 더 길게 쭉 펼쳐서 보면 현재까지도 재즈 신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지점들은 50년대 말 폭발한 프리재즈의 흐름과는 일견 맥이 닿은 듯 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재즈의 방향성으로 봐도 무방한 지점들입니다. 전통적인 하드 밥의 기조를 일정부분 유지하는 듯한 편성과 사운드를 틀로 삼고서, 그 위에 포스트 밥과 컨템포러리,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의 독특한 편향성을 잘 잡아준 일종의 음악적 패턴, 혹은 직조물 같은 걸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는 웨인 쇼터, 조지 러셀, 돈 엘리스, 랜디 웨스턴, 아치 셰프, 파로아 샌더스, 샘 리버스 등 당시 시대의 중요한 진보적 재즈 아티스트들은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서 하드 밥의 전형에 계속 연연하기보단 각자만의 접근 방식과 아이디어로 그 틀을 개연성 있게 벗어나려는 활동들을 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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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코딩 세션 당시 에릭 돌피와 함께 한 앤드류 힐

 

 

이러한 앤드류 힐의 신선한 작곡과 앙상블 스타일 및 기조가 명실 공히 최상급으로 담긴 결과물이 바로 1964년 3월에 녹음된 본 작 <Point of Departure>입니다. 이 앨범은 포스트 밥의 치밀한 구조주의와 아방가르드의 해체주의가 완벽한 비율로 융합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알토 색소폰, 베이스 클라리넷, 플롯 등을 담당한 에릭 돌피, 트럼펫의 케니 도햄, 테너 색소폰 조 헨더슨, 앤드류 힐의 최애 베이시스트 리처드 데이비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두 번째 퀸텟의 드러머였던 토니 윌리엄스라는, 당시 젊고도 최고의 기량을 지닌 라인업을 구축하며, 앤드류 힐은 단지 다르기 위해서만 다름을 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진정한 다름의 가치는 철저히 내면의 수렴 및 진화에서 비롯된다" 라고 선언하듯 혁신적인 작업을 묵묵하고도 과감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덤으로 앨범의 텍스처는 각 연주자가 지닌 확고한 하드 밥 재즈 아이덴티티들이 맞물리고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사운드 시너지가 당시의 전통을 "계승발전" 하는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수록곡에 관하여 

 이 앨범에서 베이시스트 리처드 데이비스의 한계 없는 상상력과 토니 윌리엄스의 구속받지 않는 타임키핑 드러밍이 있었기에 기존의 코드 패턴에서 벗어나 더 넓은 감정적 중심을 탐구하려했던 그의 음악적 의도가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첫 곡 Refuge 는 피난처를 찾으려 하지만 결코 숨을 곳이 없다는 힐의 자전적 경험을 투영해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이 곡은 두 개의 12마디 블루스 형식을 취하는 듯 구성되지만, 화성적으로는 완전히 기존 어법에서 해체되어 있고, 연주자들이 이 독특한 구조물 안에서 독자적인 화성적, 선율적 관점을 담아 솔로를 펼치는 구성입니다. 이런 지점을 바로 간파했다는 듯 피아노 솔로 이후, 에릭 돌피가 저돌적인 솔로로 맞장구치고 있는데, 심지어 이 앨범보다 한 달 전 녹음한 자신의 명작 <Out to Lunch> 에서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그리고 사운드 적으로도 윤기와 밸런스가 충실한 솔로들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케니 도햄은 아방가르드의 맥락 속에서도 자신만의 둥글고 굳건한 트럼펫 자아를 잃지 않고 지적이며 서정적인 하드 밥 계열의 솔로로 응수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앤드류 힐의 전속 베이시스트라고 해도 될만큼 거의 모든 앤드류 힐의 블루 노트 시절 앨범들에 참여한 리차드 데이비스의 솔로는 마치 마일스의 플러그드 니클 라이브 연주를 연상시킬 만큼, "형식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혼자서 그리다가 테너 색소폰 솔로와 드럼의 파상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지는 걸 다 받아주고 있습니다. 한편 드러머 토니 윌리엄스는 1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완숙하고 또 가장 구조적으로 뛰어난 멜로딕한 드럼 솔로로 솔로섹션을 마우리하면서 헤드아웃 멜로디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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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리드 주자 에릭 돌피와 조 헨더슨

 

젊은 시절의 앤드류 힐은 스스로를 “재능은 있지만 미쳤고, 반자폐적인 기인”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랜 폐암 투병과 기침, 말더듬의 흔적 속에서도 음악적인 웃음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매끄럽고 예측 가능한 프레이즈 대신, 그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서사와 마찰을 통과한 것같은 모티브를 창조하려고 노력한 듯합니다.  시카고에서 자란 그는 10대부터 찰리 파커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무대를 같이 경험해 왔고, 현대음악 작곡가 폴 힌데미쓰(Paul Hindemith) 등에게서 화성이론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의 음악은 외부의 파괴가 아니라 내부의 확장이라고 보는 편이 많은데, 감정이 담긴 재즈가 자유로움에 휩쓸리지 않을려는 듯 묘한 절제미까지 느껴지는 건 앨범의 두 번째 트랙 New Monatery("새로운 수도원" 이라는 뜻)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셀로니어스 멍크(그의 성 Monk는 수도승이라는 뜻도 있죠)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구성과 멜로디, 그리고 솔로주자들 뒤에서 서포트하는 피아노 컴핑 역시 영락없이 멍크를 지향하고 있는 면들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그와는 또 다른 정체성이 있다는 식의 선언적인 연주들을 담고 있습니다. 재즈가 뉴올리언스 장례식 행진곡의 유례를 가진다면 이 곡의 도입부 마칭 드럼이 그 흔적일수도 있다는, 조금 도약이 큰 의도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멍크의 관점이 잘 느껴지는 트랙이기도 하죠. 

 

 

한편, 그의 작곡적 치밀함은 곡 Spectrum 에서 "메트릭 모듈레이션"(박자변조) 5-3-3-4 박을 마디들로 결합하여 하나의 곡 안에 요동치는 리듬의 스펙트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베이스 솔로를 기점으로 프리의 어법을 인터플레이로 인터루드 삼아 곡의 시작으로 원점 복귀하고 있습니다. 또한 16마디 구조(4마디 빠름, 2마디 느림, 8마디 빠름, 2마디 느림) 속에서 템포와 두 키를 오가는 조성이 쉴 새 없이 교차하는 곡 Flight 19, 그리고 상실감을 마치 애도하는 장송곡처럼 불어낸, 조 헨더슨 특유의 비브라토 없는 색소폰 프레이징이 오히려 더욱 감성적으로 파장이 크게  와닿는 듯한 발라드 Dedication(원래 제목은 시체를 뜻하는 'Cadaver'였다고 합니다)에 이르기까지, 곡의 철저한 책임자이자 동시에 멤버들에게 무한한 여백을 부여하는 모순적 성취까지 이뤄내며 남다른 성과들을 담고 있습니다. 조 헨더슨이 생전 이야기 한 것처럼, 앤드류 힐은 "기술적인 함정에 빠져 감정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은, 압도적인 상상력의 소유자였던 모양입니다. 

 

이토록 곡마다 디테일이  복잡한 서사가 완벽히 구현될 수 있었던 기저에는 특유의 앙상블 디렉팅이 자리하고 있었다는데, 그는 악보라는 정형화된 틀 안에 연주자를 가두지 않고, 리허설에서 그는 연주자들에게 곡의 진행 방향을 명확히 지시하기보다, 악보를 뒤집어 놓게 만들거나 리듬의 뼈대만을 제공하며 순간순간 연주자 스스로의 본능과 직관을 믿도록 유도했다고 합니다. 언제나 연주에서는 곡을 파괴하고 첫 음부터 다시 직조해 내려는 진정한 즉흥연주자의 본질적 태도라 당연한 추론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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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토니 윌리엄스와  베이시스트 리처드 데이비스

 

 

Epilogue 

앤드류 힐은 블루노트와의 관계가 마무리되는 1970년대 이후, 교육자로 헌신하며 동시에 앨범 작업 또한 스티플체이스나 소울노트 같은 유럽의 레이블들을 통해 간헐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면서 20여 년간 재즈 신 변방의 컬트적 인물로 점차 인식되어가다가, 팔메토 레이블을 통해 선보이게 된 앨범 <Dusk>(2000)에서부터 다시금 평단의 조명을 받으며 부상, 이후 젊은 후배들과 교감한 오랜만의 블루노트 귀환작이자 아름다운 유작 <Time Lines> 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자신의 작풍과 음악성을 진중하고도 깊이 있게 엮어내며 성공적인 커리어 말기를 구가합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을 박제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7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안주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마인드를 지닌 뮤지션이었습니다. 동시에 앤소니 브랙스턴에서 부터 데이브 더글러스, 제이슨 모란, 비제이 아이어, 넬스 클라인등 20-21세기를 이끄는 '진취적 모더니스트'들에게도 거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앨범 <Point of Departure>와 1960년대 그가 남긴 여러 개성 넘치는 수작 음반들, 유니크하면서도 창의적인 비전이 담긴 이 결과물들은 그가 대변하는 음악 포인트를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음악을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대했던 그의 관점, 뻔한 클리셰나 알고리즘에 기대지 않고, 아티스트 내면의 짙은 고뇌와 갈등을 겪어낸 그의 정체성처럼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기준점'이 되었으며, 오늘날의 뮤지션과 평론가들에게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영원한 '음향적 골드 스탠더드'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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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발매된 당시 각종 재즈저널및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앤드류 힐의 가치를 재조명한 역작 [D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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