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조 헌트(Joe Hunt) - '머리 속에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리듯 연주하라'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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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m Talk #31
재즈 드러머이자 교육자
조 헌트(Joe Hunt)
머리 속에 이미지를 떠올리며 연주하라
미국유학 당시 필자는 아쉬움이 남아있는 음악공부를 미국에서 더 할지 귀국해서 활동 및 여러 다채로운 일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시기였다. 결국 필자는 남아 있는 학업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고 너무나도 감사하게 좋은 학교에 우수 학생으로 장학금을 많이 받으며 입학을 하게 되었다. 또한, 후원재단들을 통해 생활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학부 때보다 한결 가벼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필자가 다닌 대학원 이름은 뉴 잉글랜드 컨서바토리, NEC(New England Conservatory), 줄여서 ‘엔이씨’라고 말한다. NEC는 조던 홀이라는 멋진 콘서트홀이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필자는 너무나도 훌륭한 교수님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 나에게 있어 멘토이자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아버지같이 지금까지 필자를 아껴주시는 조 헌트 (Joe Hunt) 교수님이 현재까지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다.
일단 교수님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그 분은 위대한 재즈 이론가이며 작, 편곡가인 조지 러셀(George Russell), 너무나 유명한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 테너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Stan Getz)같은 거장들의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셨으며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동하시고 계시니 그야말로 베테랑, 살아계신 재즈 전설로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에게 배울 수 있는 영광과 기회가 있어 필자는 마치 ‘보물지도라도 알려주시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레슨 첫날이 다가왔다.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교수님을 만났다.
지금부터 필자가 할 이야기는 조 교수님과 첫 레슨 때 일이다. 나에게 재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던 중 직접 드럼을 쳐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드럼을 치고 있는데…. 조 교수님이 나의 연주를 멈추게 한 뒤 질문을 하셨다.
“자! 너는 지금 화가야. 지금 무슨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순간 생각도 해보지 못한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멍하니 생각만 하게 되었다.
조 교수님은 나에게 이어 이야기해 주셨다
“드럼을 칠 때 네가 표현하려고 하는 부분을 너의 머릿 속에 그림을 그려보고 이미지를 상상해봐! 그러면 연주도 그렇게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드럼에 앉아 창밖으로 내리는 비와 사람들이 비를 피해 뛰어다니는 것들을 보는 장면을 내 머릿속에 그려 놓고 충분히 그 장면에 빠져 있다가 연주를 하면 감정이입으로 그 이미지가 연주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여기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드럼을 통해 어떤 연주를 이미지화시켜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아마도 이는 구체적인 연주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에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수님의 설명은 어린 나에게 막연하긴 했지만 ,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고, 이어 재즈라는 장르에서 이런 식의 표현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상상이상으로 너무 많다고 강조하셨다.
음악을 연주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연주자는 연주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 하는 것에 큰 그림만 던져줄 뿐 그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그림이란 음악적 독창성과 음악적 여운을 통해 주는 것이다. 재즈 음악에 있어 독창성은 아마도 상당부분 즉흥연주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며, 기존 음악처럼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재현하며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의 정서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음악적 성향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우리는 재즈 음악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습관을 평소에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느낌과 감정, 생각들을 연주에 담아내는 훈련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무언가 또 다른 세계 속에 놀라운 진실을 하나 알게 된 기분이었다.
음악을 표현한다는 것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너무 생각하는 음악 틀 속에 스스로 가두고 있었구나”
음악 안에 상상력은 또 다른 창조의 시작인 거 같다.
내 마음 안에 또 다른 문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 날이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재즈 음악이라는 것은 단지 주어진 문제에 답을 풀고 정답을 찾는 형식이 아니라 전통과 자신만의 독창성, 그리고 감성을 가지고 재창조시켜 멋진 연주 및 곡으로 탄생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열심히 실력을 연마하고 있을 젊은 재즈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주어진 종이에 나열된 연습 숙제들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꿈꾸며 상상하는 것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이를 악기로 표현해보는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게 처음엔 엉뚱하고 말이 안되는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꼭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시도를 통해서 기존의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지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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