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허처슨(Bobby Hutcherson) 추모 칼럼 - 전통과 현대성 가교역할 담당한 비브라폰 연주자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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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e Special
바비 허처슨 (Bobby Hutcherson) 1941.1 ~ 2016.8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브라폰의 명인!
전통과 현대성 '가교역할' 담당한 비브라폰 연주자
글/재즈 비브라폰 연주자 백진우
지난 2016년 8월 15일. 샌프란시스코 몬타라에 있는 남쪽의 작은 해변 집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 바이브라폰 연주자 바비 허처슨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사망 원인은 폐기종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브라폰 연주자 계보를 이야기할 때 라이오넬 햄튼(스윙).-밀트 잭슨(비밥)-바비 허처슨(하드 밥, 포스트 밥) -게리 버튼(퓨전, 아메리카 뮤직, 포스트 밥)이 각 시대와 스타일을 이어주는 교두보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또한 바비 허처슨의 경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비브라폰 연주자(워렌 울프, 스테판 해리스, 조 락)들과 옛 비브라폰 거장들 사이의 음악적, 시대적 간극을 이어주는, 이른 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바비 허처슨은 어릴 때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밀트 잭슨이 뗄로니어스 몽크의 ‘Bemsha Swing’ 에서 비브라폰을 연주하는 걸 듣고 전공을 이 악기로 바꾸었다고 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Components>와 <Dialogue>, <Oblique>,<Cirrus> 다수의 수작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주 장르인 하드 밥과 초기 포스트 밥의 선구적인 작품들을 선보였고, 지난 50여년의 연주 경력동안 밴드 리더와 사이드 맨으로 신,구를 막론 수많은 재즈 거장들과 협연을 해왔다(아마도 비브라폰 주자중 그만큼 풍만한 세션 기록을 가진 인물도 없을 것이다) 바비 허처슨의 연주와 혁신적인 비브라폰 스타일은 1960년대 이 악기를 대중화시키는데 중요한 도움을 주었고, 프리 재즈와 밥 이전 시대의 사운드와 스타일을 잘 융합 시켰다. 또한 다채롭고, 파워풀한 연주와 비브라폰 특유의 영롱하면서도 따뜻한 사운드로 비주류에 속해있던 이 악기를 메이저 신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장본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기존의 전통적 어법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연주 방법을 통해서 아방가르드한 시대로 전환되어갈 때 뚜렷한 족적을 보여준 점 또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언젠가 드럼 연주자 조 챔버스는 바비 허처슨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재즈 뮤지션들 가운데 연주 완성도에 있어서 가장 개념화된 연주자중 한명이고, 그의 곡들은 경이로울 만큼 세련된 하모니를 갖추었으며, 또한 멜로디의 발전은 타 연주자들과 구별되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런가 하면 소니 롤린스는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난 바비와 함께 연주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는 유니크한 재능을 부여받은 즉흥연주자이며 함께 연주할 때 지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 모두에서 도전을 줄뿐만 아니라 언제나 상대를 빛나게 한다. 또한 그는 아주 정직한 사람이다. 그 정직함은 연주를 할 때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마도 일반적인 재즈 팬들이라면 그의 연주를 기타리스트 그랜트 그린의 명작 <Idle Moment>나 에릭 돌피의 문제작 <Out to Lunch>, 혹은 알토 색소포니스트 잭키 맥린의 리더작들을 통해 한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그는 60년대 이후 블루 노트 레이블의 하우스 비브라폰 주자와도 같은 역할을 전담했는데, 이 악기의 기본적인 특성상 피아노나 트럼펫, 색소폰같은 프런트라인에 놓여진 악기들처럼 확고한 존재감을 이끌어내긴 다소 어렵지만 타 악기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운드를 연출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다채로운 협연연주자로서의 역할도 그의 중요한 커리어의 일면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만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리더 활동을 꾸준하고도 활발히 지속해나갔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꽤나 다양한 사조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여타 비브라폰 주자들과 비교해볼 때 커다란 차이점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Components>와 <Dialogue>처럼 60년대초 발표되었던 그의 초기 걸작 앨범들에서는 멜로디에 중점을 둔 하드밥 스타일과 여기에서 조금 더 진화된 화성을 표현해내었던 포스트 밥 음악을 함께 연주했었으며, 이후 중 후반기 앨범 및 70년대 발표한 앨범들에서는 멜로디와 마디 형식을 파괴한 자유로운 형식의 아방가르드 연주를 과감히 시도하기도 하였다. 거기에 블루지한 라인 가득한 소울 재즈 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며 그의 이러한 면모는 말년에 블루 노트 레이블로 다시 돌아와 절친한 선후배 동료 주자들과 함께 발표한 유작인 <Enjoy the View>에서 다시 한 번 신명나게 펼쳐졌다.
한편 그는 비슷한 시대에 등장한 또 한명의 걸출한 백인 비브라폰 주자 게리 버튼과 종종 함께 비교되곤 했는데 두 사람은 두 살 터울로 실제 활동한 시대는 고스란히 겹치지만 서로간의 음악적 성향 및 지향점이 상당히 달라 같은 악기를 연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상당한 거리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두 사람 간에는 구사하는 음악만큼이나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연주하는 방식이다. 이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거장이며 현대 재즈에서의 독보적인 인물중 하나로 널리 인정받는 게리 버튼과는 다른 주법(2개의 말렛)을 가지고 주로 연주하였다. 게리 버튼이 구사하는, 네 개의 말렛으로 낼 수 있는 화성적 코드와 화려한 멜로디 라인및 유려함, 클래시컬하며 깔끔한 터치는 백인적인 모습이 잘 그려진다면, 2개의 말렛으로 주로 연주하는 바비 허처슨은 상대적으로 과거 라이오넬 햄튼, 밀트 잭슨에서부터 이어지는 재즈의 오랜 전통과 맥락을 같이 하는, 비밥과 하드 밥에서 볼 수 있는 진하고 거칠고 펑크한 느낌의 흑인적인 필을 더 잘 들려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도 사실 초기시절에는 틈틈이 4개의 말렛을 들고 연주하곤 했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부터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 없이 두 개의 말렛으로만 연주를 해왔으며 커리어 후반부로 넘어올수록 두 개의 말렛만 시용한다)
1960년대 스윙, 비밥, 라틴에 다소 국한 되어있던 비브라폰 스타일에서 벗어나 하드 밥, 아방가르드, 펑크(Funk), 프리재즈 장르를 과감하게 시도하고 연주함으로서 선대 연주자 라이오넬 햄튼, 밀트 잭슨, 레드 노르보와는 뚜렷이 다른 영역을 구축했으며, 매끄럽고 화려함이 가득한 게리버튼에 비해 다소 이질적인 사운드와 연주 레퍼토리의 차별화로 대중과의 소통에 비교적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비브라폰 사운드의 새로운 개척과 전통과 새로움의 가교를 잇는 연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한 인물이 바리 허처슨이다. 그가 없었다면 현재 재즈 신에서 각광받는 조 락(Joe Locke), 스테폰 해리스(Stefon Harris)나 워렌 울프(Warren Wolf) 같은, 지금 시대의 최고수준 비브라폰 주자들의 성취는 지금보다 훨씬 미약하거나 더디게 발전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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