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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그저 아름다운 한 노장의 도전, 알투로 산도발(Arturo Sandoval)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전하는 재즈와 영화 이야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마이너리티리포트 #13 그저 아름다운 한 노장의 도전, 알투로 산도발(Arturo Sandoval)

 

아마도 영화음악 판에서 가장 뒤늦은 나이에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쿠바출신의 명 트럼페터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알투로 산도발은 작년 말 발표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Mule]의 음악감독을 맡아 일흔 줄의 나이에 처음 입봉했어요. 뭐, 그렇다고 그가 향후 전문적인 영화음악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 같진 않지만, 평소 해보지 않던 영역으로의 도전은, 그 같은 산전수전 다 겪은 뮤지션이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물며 주어진 틀에 맞춰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영화음악 작업은 평소 자신의 연주 및 창작과는 다른 종류의 압박감이 있게 마련! 아마도 열렬한 재즈 애호가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문과 요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이번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생애 처음 영화음악감독역할을 맡은 알투로 산도발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필자가 알투로 산도발의 연주를 처음 들었던 건 한참 재즈에 빠지기 시작하던 20대 초반 친구를 통해 힘들게 구해서 들었던 ‘GRP All-Star Bigband‘에서였다.

 

만테카(Manteca)라는 라틴 곡에서 브레커 브라더스(Brecker Brothers)의 앨범으로 이미 익숙했던 트럼페터 랜디 브레커(Randy Brecker)와 경합을 벌이며, 한계를 뛰어넘는 고음과 속주를 자유자재로 뽐내면서 연주하던 그의 소리는 재즈를 막 접해가던 나에게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꽤나 시간이 지나 나는 재즈뮤지션으로서, 또 영화음악가로서 삶을 살아가며 그의 연주가 기억 속에서 다소 흐릿해질 무렵, 내년이면 70을 바라보는 그의 새로운 도전을 극장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재즈를 잘 이해하고 있는 배우이자 감독인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의 신작 라스트 미션 [The Mule, (2018)]에서 알투로 산도발은 생애처음 음악감독을 맡으며 그가 항상 꿈꿔왔던 영화음악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무려 일흔 줄의 나이에 말이다!

 

 

1949년에 쿠바에서 태어난 알투로 산도발은 전설적인 라틴밴드 이라케레(Irakere)를 이끌며 세계투어를 다니기 시작한다. 이후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와 함께 공연을 하며 우정을 다진 그는 결국 1998년 로마의 미국대사관에서 망명신청을 한 후 미국시민이 된다(이미 그에 관한 영화도 [Havana] 란 제목으로 오래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알투로 산도발은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음반을 발매하였고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총 10번의 트로피를 수상하는 등 명실상부한 최고의 트럼펫연주자로서 명성을 쌓으며, 이미 살아있는 전설적인 트럼펫연주자로 후배 연주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작곡가로서 그가 지닌 이면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250곡이 넘는 자작곡을 발표하였고, 특히 2개의 트럼펫을 위한 오케스트라 콘체르토를 직접 작곡하여 앨범에 싣고 투어를 다닌 그는, 트럼펫 연주가 아닌 피아노로 앨범을 낸 적도 있을만큼, 깜짝 놀랄만큼 훌륭한 피아니스트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질제 만든 모든 곡을 피아노로 작곡하고, 앨범과 무대에서도 자주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그가 영화음악을 작곡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너무나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적인 영화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라스트 미션의 원제는 ‘The Mule’, 즉, ‘당나귀’이다. 극중에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정도 지키지 못한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은 마치 나귀처럼 생계를 위해 마약을 운반하는 운전사가 되고 만다. 그는 본인행위 자체를 선과악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그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활용하지만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 법의 잣대 앞에 서서 처벌받게 된다. 내년이면 90대를 바라보는 이 노배우는 늙음을 숨기려고도, 젊어 보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영화속 늙은 노새의 역할을 다하는데 번역된 제목 ‘라스트 미션(최후의 작전)’이 다소 안타까운 점은,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주인공의 ‘마지막 임무(라스트 미션)’에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반전 드라마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그의 삶 자체를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온 관객들과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관계에 더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음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많은 영화 속에 등장해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픽업트럭을 타며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다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캐릭터가 즐겨듣는 컨트리 음악들과 서정적인 테마로 충만한 알투로 산도발의 곡들이다.

 

컨트리 음악들은 주로 원곡들이 삽입되었으며 아마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선곡했으리라 예상되는데, 행크 스노우(Hank Snow), 토비 키스(Toby Keith), 딘 마틴(Dean Martin), 에이미 블랙 (Amy Black)등의 너무나도 미국적인 컨추리 팝 가수들의 곡들이, 내재적(작품내에서 실제로 주인공이 음악을 듣는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다. 한편 외재음악(작품속의 주인공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관객들은 들을 수 있는 음악) 즉, 언더스코어(Underscore)라고 불리는 음악들은 전부 알투로 산도발이 작곡하고 또 연주했다. 그는 영화음악가로서 이번이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여타 훌륭한 영화음악가들이 그렇듯, 본인의 장점과 색깔을 전면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영화가 필요로 하는 음악들을 기능적으로 배치하였는데, 역시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오르간과 피아노 브러쉬 드럼 사운드와 함께 흘러나오는, 알투로 산도발이 직접 연주한 발라드 ‘More Today than Yesterday’ 이다.

 

 

재즈 연주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다 영화음악가로서 활동도 함께 시작하고 있는 필자는 간혹 스스로에게, ‘너무 늦진 않았을까’ 라는 불안함과 의구심을 갖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70살의 나이에도 멋진 작품으로 데뷔한 알투로 산도발을 보며, 중요한 건 작품 활동의 기간과 수가 아니라, 작품하나하나에 본인의 숨결이 어떻게 담겨 있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여전히 더 많은 영화음악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알투로 산도발과, 그를 믿고, 또 재즈를 믿고 과감한 선택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두 명의 노장 예술가들을 보며 음악가에게 나이란 제약이 아닌, 경험과 통찰의 축적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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