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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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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 북구의 차가운 투명함이 감도는 음악을 찾아 #1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전하는 재즈와 영화 이야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번외편 : 아이슬란드 음악 여행

 
마이너리티리포트 번외편아이슬란드 - 북구의 차가운 투명함이 감도는 음악을 찾아 #1
 
그동안 재즈 음악가들의 영화음악 작업, 혹은 재즈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영화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들의 커리어와 작품세계를 소개해왔던 이 코너가 앞으로 2~3차례에 걸쳐 새로운 옷을 입고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로 아이슬란드 지역 음악여행이 그것인데요, 그간 이 코너가 재즈라는 틀을 어느 정도 가져가려고 했었다면, 여기서부턴 이 범주를 넘어 자유롭게 장르의 범위를 확장시킬 계획이며, 또한 화자와 아이슬란드 현지 뮤지션들과의 교감 및 짧은 취재인터뷰까지도 필요하면 담아볼 계획입니다. 요한 요한슨, 시규어 로스, 뷔욕 같은 독창적인 뮤지션들로 음악 애호가들에겐 하나의 로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아이슬란드! 이곳에서 작년 4월부터 2달여간 체류해온 필자의 음악기행! 번외편 격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Prologue
 

음악가나 예술가, 혹은 보통의 직장을 다니며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해가는 사람들이이라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일상에서 벗어나 영감을 얻거나 정신적인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여행은 놀랄 만큼 큰 도움을 준다. 필자는 음악가로서 최근 몇 년간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연주를 하거나, 혹은 그들의 삶과 음악을 느낄 기회가 있었고 그 경험들이 나의 연주 혹은 습작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잠시 동안의 외유들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서울의 삶이 악사인 필자에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문득문득 안겨주곤 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뭔가 달라진 환경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자극을 얻을 필요가 있었고, 한국에 귀국한 지 9여년 만에 드디어 북유럽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의 한 숙박시설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80여 일간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촐한 몇 벌의 옷과 색소폰, 그리고 작곡을 위한 장비들만을 챙긴 채 그렇게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4/7일 밤 11시 30분

 

인천에서 런던 히드로 공항까지 12시간, 다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ík)까지 3시간등 총 경유시간을 제외하고도 15시간이 걸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아직 내가 가야할 마을 세이디스피요르드(Seyðisfjörður) 까지는 한 번의 비행이 더 남아 있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 경유는 시내에 위치한 로컬공항으로 짐을 이끌고 다시 이동을 해야 했다.


아침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간 정도를 어디에선가 보내야 했기에, 마음씨 좋아 보이는 몇 명의 주민들에게 혹시나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를 물어봤지만, 역시나 이 작은 도시에 합정역이나 강남역을 연상케 하는 밤샘카페는 물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편의점 또한 있을 리 만무했다. 일단 로컬공항쪽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기던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 시선을 뺏기고 그 펍(Pub)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전형적인 덴마크스타일의 어두컴컴한 펍인 'Den Danske Kro'라는 이름의 그곳은 기타를 걸친 두 명의 그 지역 뮤지션들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었고 모든 손님들은 마치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그들의 음악에 호응해주며 함께 따라 부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 그렇게나 좋아했던 아이슬란드의 음악이 나를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구나' 라고 에둘러 생각하며 사람들을 피해 가방을 안전한 곳에 위치하고, 자리를 잡은 나는 처음 들어보는 언어의 가사와 멜로디에 괜스레 익숙한 듯, 호응하며 잠시나마 여독을 풀고 최종 종착지를 향한 마지막 마음가짐을 다졌다.

 

 

'왜 이곳이어야 했을까..' 아니 '어쩌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작은 로컬공항인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가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강남구 인구의 반 정도밖에 안되는 국민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크기의 땅에 흩어져 사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욕(Björk), 시규어 로스 (Sigur Rós), 영화 컨택트 (Arrival), 시카리오(Sicario)등에서 놀라운 음악을 들려줬던, 이제는 세상을 떠나고 없는 요한 요한슨(Jóhann Jóhannsson)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를 아이슬란드로 가장 강하게 이끌었던 작곡가겸 피아니스트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등의 수많은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한 나라인 이곳 아이슬란드!


여름에는 백야가 지속되고 화산활동과 동시에 빙하가 떠다니는 이 나라는 한편으론 요정의 존재를 믿으며 사람들은 그 뜻에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경찰도 총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로 범죄율이 낮고, 군대 또한 존재하지 않지만, 2008년 경제대공황을 일으킨 기존 정치인들에 반발해 코미디언 욘 그나르(Jón Gnarr)가 최고당이라는 발칙한 이름의 정당을 세우며 수도의 시장이 되기도 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이 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져 왔다. 하지만 역시나 필자에게 가장 큰 궁금증은 그들 음악에 공통적으로 스며있는 '특유의 분위기, 정서'였다.

 

> 월터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마을로 내려가기엔 아직 이른것일까...? 영화 '월터미티의 상상은 현실이된다'에 나온 길의 주변은 아직 눈으로 덮여있다.

 

> 전 인구보다 양의 수가 더 많은 나라. 어딜가던 양떼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뒤에 설산 배경은 덤이다.
 

필자가 맨 처음 접한 그 나라의 음악은 역시 많은 음악팬들이 그렇듯 '승리의 장미'라는 뜻의 '시규어 로스'였다. 그들의 음악을 접하며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실용음악과 1학년도 이 밴드보다 악기 잘 다루겠다' 는, 무척이나 표면적이며 단순하고도 섣부른 착각이었다. 왠지 자꾸 엇나가는 듯한 비트와 알 수 없는 언어(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언어는 보컬인 욘시(Jónsi)가 곡을 쓰며 문법이나 뜻, 혹은 정해진 단어가 없이 마치 스캣처럼 웅얼거리던 소리를 '희망어(Vonlenska)'라고 칭하게 된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자주 사용되는 비음과 첼로 활로 연주하는 기타 소리 등은 그들의 음악을 처음 접한 나에게 적잖은 혼란을 가져다 주었더랬다. 하지만 나에게 이 음악이 현세대의 가장 멋진 음악 중 하나라고 소개해주던 형을 일단 믿어보며, 앨범을 꾸준히 듣던 나는 어느 샌가 단순히 멜로디, 화성 혹은 연주가 아닌, 그 음악만이 갖고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결국 매료되고 말았다.

 

>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본토 발음으로는 시구르 로스)


이후 필자는 마치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며 질감, 색채나 분위기로 작품을 만드는 '현대 추상미술'을 한번 접한 후 기존의 고전적인 작품에서 더 이상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미술 애호가나 작가처럼, 그동안의 내 음악 속에서 느껴졌던, 알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하는 느낌으로 그들의 음악에 아득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후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그룹 멈(Múm), 첼리스트 힐두르 굿나도티르(Hildur Guðnadóttir)등의 음악을 더 찾아듣던 도중 불현듯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앨범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오스카 굿욘슨(Óskar Guðjónsson)과 베이스 기타리스트 스컬리 스베리슨(Skúli Sverrisson)의 듀오앨범 〈The Box Tree〉 (2012, Mengi)이다.

 

 

색소폰의 사운드는 수년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메인무대를 발라드위주로 수려하게 장식한 네덜란드의 연주자 유리호닝(Yuri Honing)의 연주보다 더 서정적이었고, 어쿠스틱 베이스 연주는 재즈업라이트베이스 혹은 일렉트릭 베이스에 익숙하던 나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나의 부족한 어휘와 표현력을 뉴욕타임스의 칼럼사설로 보충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당신이 만약에 스탄 겟츠를 울림이 풍부한 방에 초대하여, 그의 숨이 리드사이로 빠져나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능한 가장 작은 볼륨으로 연주하도록 하고, 그 옆에 바로크기타주법을 연주할 수 있는 어쿠스틱 베이스주자에게 함께 연주를 시킨다면 아마도 이 앨범과 비슷한 소리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
("If you put Stan Getz in an echo chamber, playing at the quietest volume possible, his breath audibly escaping around the reed, alongside someone playing a semi-acoustic bass with baroque-guitar technique, you'd get something roughly like The Box Tree" -The New York Times)

그들은 아직 한국에서는 극소수의 마니아들 외에 알려지지 않은, 무척이나 생소한 뮤지션들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꼭 실제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의 음악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필자는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도 플레이리스트 제일 앞쪽에 이들의 음악이 자리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여행기간중 반드시 이들의 공연을 찾아볼 참이다.


앞으로 2개월여 동안 이 작고도 넓은 나라에서 여러 뮤지션들과 예술가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또 마지막 주에는 내가 거주하는 마을의 랜드마크인 블루처치(Blue Church)에서 공간의 음향을 최대한 활용한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한국 무대에서 음악을 직접 들려줄 순 없지만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새로운 뮤지션들의 음악을 만나 보는 건 어떨까?

 

> 40년전에 지어진 잔디로 덮힌 집. 현재도 여름마다 엘리사벳 스벤도티르 여사(Elisabet Sveinsdottir,85)의 거주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600여명이 거주하는 이 작은 마을은 많은 유럽의 중세도시들이 그렇듯이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져있다. 이곳에도 산자락에 세이디스피요르교회(Seyðisfjarðarkirkja)가 위치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이 교회를 그저 파란교회(Blue Church)라고 부른다.
 
엠엠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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