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배민혁,  박진교,  김상수 

 

 

 

배민혁 트리오     <To Begin from the Beginning>     Laura Rec./2025

 

 

 

배민혁    Guitars 

박진교   Double Bass

김상수   Drums

 

1. Un kenny valley

2. To begin from the beginning

3. My ideal

4. Jama

5. Just one of those things

6. Falling in love with love

7. The shadow of your smile

8. Groovin high

9. JAZZ IS DEAD - LONG LIVE THE JAZZ!

 

 

전통에 대한 굳은 심지 느껴지는 기타 사운드!

재즈는 우리가 흔히 연상하듯 스윙한 리듬에서 비롯되는 즉흥 음악이 이 장르의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시대에 따라 비밥, 하드밥, 퓨전재즈, 애시드 재즈, 재즈 힙합 등 외형의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온 음악이기도 하다. 현재에 활동하며 동시대의 음악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이를 역행해 과거 정통 재즈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뮤지션들 또한 적지 않으니 이번에 음반을 발표하는 재즈 기타리스트 배민혁도 그 중 한 명이다.

배민혁은 2001년생으로 백석예술대학교에서 재즈 기타를 수학하며 준 스미스, 박진교, 이성구 등을 사사했다. 그가 대학교를 졸업한 게 2022년이라고 하는데 앨범 재킷의 사진만 봐도 풋풋함이 물씬 묻어난다. 그야말로 혈기왕성한 시기이지만 나이답지 않게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트래디셔널 재즈. 케니 버렐, 그랜트 그린, 바니 케슬 등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며 기타 역시 깁슨 ES-175CC 모델을 연주한다고.

본작은 그의 첫 앨범으로 베이시스트 박진교, 드러머 김상수의 기타 트리오로 완성되었다. 재즈 스탠더드와 자작곡(4곡)을 균형감 있게 수록하고 있는데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여유로운 정통 재즈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앨범을 여는 첫 곡 ‘Un Kenny Valley’은 그의 자작곡임에도 마치 재즈 스탠더드처럼 느껴질 만큼 스윙 재즈의 따뜻한 미감이 잘 배어든 곡이다. 이어지는 곡 ‘To Begin From The Beginning’ 역시 배민혁의 곡으로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은근한 스윙감이 인상적이며 과하지 않게, 아기자기하게 솔로를 이어가는 배민혁의 농익은 기타 연주에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보사노바 리듬으로 흥겨움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Jama’ ‘The Shadow Of Your Smile’, 기타 솔로로 시작하는 ‘My Ideal’ ‘Just One Of Those Things’는 그가 존경하는 재즈 기타의 거장들의 그림자가 엿보일 만큼 담백하며 단아한 발라드를 들려준다.

한편 앨범의 마지막 곡 ‘JAZZ IS DEAD’는 곡 제목에서 글쓴이의 두 눈을 의심케 한 곡인데 부제로 ‘LONG LIVE THE JAZZ!’가 쓰여져 있어 듣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앞선 곡들처럼 배민혁의 담백한 기타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전개되며 큰 기복 없이 마무리된다. 얼핏 정통 재즈가 낡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겉만 바라본 피상적인 판단으로 현재 재즈의 기본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 전통의 영역 안에서도 참신하고 새로운 면들이 발현되기도 하기에 100 여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의 음악을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 배민혁은 그 출발점에서 자신의 음악을 다져나가는 국내 전통재즈 기타의 알찬 기대주다. 그의 미래를 낙관하게 만드는 건실한 데뷔작!      글/재즈 칼럼니스트 강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