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ron Herman <Radio Paradise>     Naive/2025

 

 

 

Double Bass   – Haggai Cohen Milo

Drums   – Ziv Ravitz

Piano, Composer  – Yaron Herman

Tenor Saxophone  – Alexandra Grimal (tracks: 3 to 5, 8), Maria Grand (tracks: 1 to 3, 6 to 9)

 

1.Strive

2.Trust

3.Hymn (For A Good Day)

4.Water Lily

5.The Minute Before

6.Jiyu

7.Vanya's Song

8.Better Place Blues

9.In This World

 

 

 

삶의 전반적인 시각 음악에 진지하게 투영시켜낸 수작

어떤 산업이든 초창기에는 그 산업으로의 진입이 쉽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시대에는 영어를 아주 조금 할 수 있는 초보자도 곧바로 전문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교육이 보편화되고 주변에 영어 숙련자가 많은 지금은 어중간한 실력만으로는 영어의 전문가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초기 영어를 배우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도전한 선배들을 실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영어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을 키운 세대가 더 전문성과 보편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점은 음악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유년기부터 음악을 하지 않아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뮤지션으로 전향해도 충분히 주목을 받고 시선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음악 학교도 많아지고 전문 음악 전공자가 흔한 시대에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특히 재즈 연주 분야는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 야론 허먼은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허먼은 유년 시절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다소 늦은 나이인 열여섯 살에 뮤지션이 되기로 결정한 이후로도 음악 학교에 가지 않았고, 가족 중에 뮤지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대신 좋은 선생님에게 음악뿐만이 아니라,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함께 대화하며 예술가로 성장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부분이 44세인 현재,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그의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얼마 전 창의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어 내기도한 그는, 어쩌면 음악만 바라보며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이어 온 아티스트보다, 더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관심의 영역을 넓히며 자신의 예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탐구하는 허먼의 이번 앙상블은 알렉상드라 그리말(Alexandra Grimal), 마리아 그랑드(María Grand) 두 명의 여성 색소포니스트와 함께 한다. 복잡한 박자의 리듬과 현대적인 멜로디가 계속 이어지지만, 그의 견고한 멜로디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음악을 지탱하며 이 음악을 정서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해준다. 사실 그런 면이 한국 재즈 음악과 다소 유사하게 보인다. 재즈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한국 재즈 신의 현재 중견층은 대부분 음악을 유년기부터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유년기부터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 위해 음악을 시작하지 않으면 필드에 진입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에, 그러지 않았던 선배 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의 음악적 정서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야론 허먼의 삶과 그의 음악에서 들리는 정서가 우리 음악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를 가지지 않나 생각한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