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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 브래드 멜다우(The Beatles and Brad Mehldau) - 장르 초월한 위대한 '보편적 예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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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Brad Mehldau

스탠더드 레퍼토리로 인정받는 비틀즈의 위대한 음악세계

장르 초월한 위대한 보편적 예술성

 

비틀즈가 공식적으로 결성해서 활동한 기간은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라인업으로 앨범을 처음 발표한 게 1963<Please Please Me> 이고 이들이 마지막으로 앨범을 만든 게 1970년도에 발표된 <Let It Be>였죠. 그러고 보면 실제 작품을 만들어낸 창작기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네요. 그 사이 이들이 발표한 정규앨범은 13장입니다. 7년 정도의 시간동안 13장이면 1년에 평균 두 장 가까이 앨범을 만든 셈입니다. 그렇게 이들이 만들어 낸 앨범들은 모두가 20세기 중반 이후 대중음악에서 시금석과도 같은 위치에 올랐으며 그 앨범에 담겨진 곡들 상당수가 동시대의 스탠더드 넘버가 되었습니다. 비틀즈의 인기, 위상이 해체된 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 퇴색되지 않고 유지 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이들이 남긴 작품들과 곡들, 그 속에 담긴 높고도 보편적인 예술적 가치와 맞물린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게다가 이 점은 팝, 록 시대 이후 대중음악과 거리감이 크게 생긴 재즈에서도 별 차이 없이 발견되는 것이기도 하죠.

/김희준 사진/Elena Olivio, Nonesuch Record

 

이제는 고전이 된 명 스탠더드 레퍼토리를 탄생시켰던 20세기 초 틴팬앨리 작곡가 시대, 그 시대가 실질적으로 끝난 50년대 중반 이후 재즈는 작곡의 측면에서 대중음악과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사실 작곡뿐이 아니긴 합니다) 스탠더드 넘버들과 비슷하거나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은 곡들, 이를테면 텔로니어스 멍크나 듀크 엘링턴의 파트너였던 빌리 스트레이혼, 마일스 데이비스, 웨인 쇼터 같은 뮤지션들이 남긴 명곡들은 곡 구조나 화성, 리듬의 관점에서 결코 팝스럽지 않으며 이 점은 작곡가들의 활동 시기가 지금과 가까워질수록 더 뚜렷해지는 편이죠. 이달 추모기사로 다뤄진 버트 배커랙, 그리고 분야는 다릅니다만 클래식 지휘자였으면서 동시에 뮤지컬 작곡가이기도 했던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 정도만이 재즈 뮤지션들의 관심을 받고 또 재해석되는 정도일 뿐, 그 외 다른 곡들은 양자 간의 교집합을 형성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비틀즈의 레퍼토리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틀즈는 버트 배커랙처럼 재즈의 세례를 직접적으로 받은 음악가들이 아니었죠. (버트 배커랙은 비밥 시대를 경험했으며 작사-작곡 콤비네이션인 틴팬앨리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은 작곡가들 중 20세기 말까지 대중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 유일한 사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중반이후 대중음악 영역에서 등장한 뮤지션들 가운데 비틀즈만큼 재즈 뮤지션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곡을 만든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건 분명 짚어볼만한 대목입니다. 이 점은 상당히 흥미롭고 놀라운데, 단순히 그들이 남긴 곡들이 널리 알려져서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용이하기 때문이었을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일부 있긴 할 겁니다. 하지만 전 그 이유는 애초 비중이 크지도 않으며, 그 외 더 중요한 이유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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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가 커리어 처음으로 비틀즈의 레퍼토리를 담은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데뷔 초기부터 일찌감치 ‘Blackbird’ 같은 비틀즈 곡들을 쏠쏠하게 녹음해왔던 그였기에 이런 시도가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가 지금까지 다른 뮤지션들의 작품들로만 채워진 송북 개념의 앨범을 만든 건 30년 정도 되는 프로페셔널 커리어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죠. 그러니까 재즈 피아니스트인 그가 멍크도 마일스도 콜트레인도, 심지어 리처드 로저스나 제롬 컨, 조지 거쉰 같은 스탠더드 명 작곡가들이 아닌 비틀즈의 곡들로 채워진 송북 앨범을 가장 먼저 발표한 겁니다. (클래식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곡을 재해석한 <After Bach>는 제외) 그가 비틀즈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비틀즈의 음악에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보편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들이 남긴 음악은 문화와 세대 간의 간격을 넘어서며, 또 젊은 감상자들이 지속적으로 비틀즈의 음악에 담긴 보편적인 예술성에 매료되죠. 모든 사람들을 그 안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을 지닌 그들의 노래들은 진실 되며 완전한 면들이 담겨져 있습니다여기서 말한 비틀즈의 노래가 가진 보편적인 힘, 그 힘은 사실 온전히 비틀즈에게만 해당되는 요소는 아닐 겁니다. 스티비 원더나 사이언 & 가펑클, 심지어 마이클 잭슨 같은 팝 스타들에게도 분명 있는 것이죠. 하지만 비틀즈라는 브랜드가 지닌 시대를 초월하는 독보적인 힘까지 고려한다면 그 보편성은 어느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운 절대적이며 고유한 비틀즈만의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브래드 멜다우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재즈 뮤지션의 입장에서 그것만으로 다가가기엔 부족한 점 또한 확실히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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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지점! 그 지명도에 못지않게 음악적으로 새로운 뭔가를 찾고 끄집어낼만한 가능성 역시 다른 팝 뮤지션들의 음악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점도 멜다우를 포함해 다른 재즈 뮤지션들이 비틀즈를 끊임없이 새로 들여다보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사용 저작권료가 상당히 비쌈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도하게 만드는) 사실 초기 비틀즈의 노래들은 단순한 형태의 록앤롤 넘버들이 많았죠. 그런 그들이 음악적으로 확실히 더 진일보해나가기 시작한 건 브래드 멜다우가 예전에 지적한 것처럼 1965년도 발매작 <Rubber Soul>부터였습니다. 이 시점부터 이들은 로커빌리 그룹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앨범에 담긴 곡의 장르적 성격이 다채로워졌죠. 사용하는 화성의 범주 또한 풍성해지고 곡의 구조 및 모양새도 전형성을 점차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브래드 멜다우의 비틀즈 커버 앨범에 담긴 곡들도 ‘I Saw Him Standing There’ ‘Baby’s in Black‘ 을 제외한 나머지 트랙들이 모두 <Rubber Soul> 이후에 발표된 작품에 수록되어 있는데, 다른 재즈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레퍼토리들도 상당수가 이 시기 이후에 발표된 곡들에 맞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화성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아이디어를 부여할 여지가 큰 편이며 바로 이 점 때문에 비틀즈의 곡들이 지금 시대의 스탠더드 넘버들과 별반 차이 없는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이라고 봐야 맞을 겁니다. 때론 ’All My Loving‘, ’When I'm Sixty Four‘ 같은 아주 전형적이고 심플한 코드-멜로디 진행인데도 독창적인 선율미가 느껴지기도 한데, 이런 점은 그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천재성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과거 틴팬앨리와 브릴빌딩 출신의 작곡가들 대부분이 정규 클래식을 배우고 이론적인 배경을 확실히 갖고 있는데 반해 이들은 아무런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폴 매카트니의 경우 부모의 영향으로 음악이 일찍 눈을 뜨게 된 것 외에 특별할 게 전혀 없음에도 이들에게서 이렇게 대단한 음악적 유산이 만들어지게 된 건 무척 신기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한편으로 팝,록의 시대가 새롭게 우리에게 인식의 전환을 일깨워 준 지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엘리트 코스만이 결코 능사가 아니며 음악성은 교육과 별개로 여러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이죠. 그 전까지는 작곡과 연주 모두 엘리트 과정을 통해서만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으며 대중음악은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다는 점 또한 존재했습니다. 이를 본격적으로 깨버린 경우가 바로 비틀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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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멜다우가 비틀즈의 음악을 통해 느낀 그 보편적인 예술성의 힘은 피아노 앞에 앉은 그의 손끝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과거 솔로 라이브 때와 비교해보면 복잡하고 장대한 해석 대신 곡의 기본 멜로디를 가급적 유지한 가운데 자기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때론 본인의 고유한 피아노 어프로치로 간결함을 담아 엮어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이 송북 앨범을 통해 멜다우와 비틀즈를 모두 비슷한 밸런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인 거 같습니다. 힘을 잔뜩 실은 연주 대신 담백하고 깔끔하게, 그러면서 본연의 즉흥선율과 피아노 사운드가 부족함 없이 녹아들어있는 이 작품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발매된 브래드 멜다우의 정규 작들 가운데 가장 가슴에 와닿는 깊은 미감이 있으며 해석의 관점에서도 멜다우의 훌륭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전체가 라이브로 연주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훌륭함과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마치 사전에 미리 조율해낸 것처럼 절묘하게 배합해낸 것이죠.(아마 미리 준비된 아이디어도 있었을 걸로 짐작되긴 합니다) 한편으론 그와 동시에 비틀즈가 남긴 곡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장점입니다. 적어도 필자에겐 멜다우의 검증된 피아니즘 이상으로 비틀즈라는 희대의 명그룹이 남긴 음악이 시대를 초월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해줬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불과 7년 정도의 시간동안 이들이 함께 남긴 그리 많지 않은 220여개 남짓한 곡들이 20세기를 넘어 21세기, 앞으로 수백 년 뒤에도 끊임없이 재해석 될 것이며 장르를 초월해 변함없는 가치를 부여받을 것이라는 사실이 말이죠. 이런 걸 볼 때마다 비틀즈가 남긴 유산의 힘이 왜 20세기 대중문화를 넘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고 하는 지 절실히 통감하게 됩니다. Long Live the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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