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미(Hiromi) - 어디 한 번 즐겁게 놀아볼까요?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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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미(Hiromi) 일렉트릭 프로젝트 소닉원더 두 번째 앨범 <Out There> 발매
어디 한 번 즐겁게 놀아볼까요?
지난 2023년 새로운 밴드 ‘소닉원더(Sonicwonder)’를 결성해 <Sonicwonderland>를 발표했던 일본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히로미가 이번에 연장선상의 두 번째 밴드 앨범을 발표한다. 동 밴드로 2년 가까이 활동하며 다져진 팀워크가 무엇보다 돋보이며 나름 ‘복고풍 퓨전재즈’를 표방했던 전작에서 한발 더 나아간 ‘빅 픽처’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어 전작 이상으로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멕시코계 트럼페터 아담 오파릴을 위시해 베이시스트 아드리앙 페로(프랑스), 드러머 진 코예(미국)로 구성된 다국적 재즈밴드 소닉원더는 지금껏 동 시대에 걸맞는 음악을 추구, 확장해온 히로미에게 ‘현재진행형 히로미의 음악’을 대변하는 중요한 ‘음악적 스피커’라고 할 수 있겠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강대원 사진/Mitsuru Nishimura,, Concord
간략한 커리어 및 작품 활동상
지난 2024년 제16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되어 소닉원더 밴드와 함께 열정적인 스테이지 매너와 여전한 연주력을 뽐내며 오랜만에 한국 재즈 팬들을 만났던 우에하라 히로미. 그녀는 1979년생으로 이제 어느 덧 40대 중반의 중견 반열에 올라섰다. 재즈 피아노의 전설 아마드 자말이 음악적 멘토를 맡아 데뷔 때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히로미는 또 다른 피아노의 거장 칙 코리아와도 교류하며 깜짝 피아노 듀오 더블 앨범 <Duet>을 발표했으며 첫 앨범 <Another Mind>(2004년) 이후에는 버클리음대 동기였던 드러머 마르틴 발리호라, 베이시스트 토니 그레이와 트리오를 결성, 다이내믹하면서도 정교한 현대적 퓨전 재즈를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입지를 다져나갔다. 이때 히로미는 피아노 외에 키보드를 적극 활용하며 각광받았는데 대표곡으로 ‘Kung-Fu World Champion’과 ‘Return Of The Kung-Fu World Champion’를 꼽을 수 있겠다.
2007년에는 기존 트리오 멤버에 실험성 강한 기타리스트 데이빗 퓨즌스키를 가세시켜 ‘Sonicbloom’ 을 결성, 보다 록적인 사운드를 강화한 음악을 들려줬다. 2009년 히로미는 ‘리턴 투 포에버’ 출신 베테랑 베이시스트 스탠리 클락의 새 앨범에 피아니스트로 영입되어 역시 동 그룹 출신 드러머 레니 화이트와 트리오로 <Jazz In The Garden>을 공개하며 재차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꾸준히 ‘이슈 메이커’로 주목을 받았던 히로미는 2010년 첫 피아노 솔로 앨범 <Place To Be>를 발표하며 잠시 전열(?!)을 정비 했다. <Place To Be>는 비록 피아노 솔로였지만 그녀의 음악적 역량과 열정이 가감 없이 투영된 결과물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피아노 솔로 활동은 그녀의 새로운 활동을 위한 ‘쉼표’ 또는 ‘이정표’같은 전환점이 됐는데 이듬해 그녀는 베이시스트 앤서니 잭슨, 드러머 사이먼 필립스라는 무시무시한 테크니컬계의 거물들을 리듬 섹션으로 등용하여 ‘The Trio Project’를 조직, <Voice>를 시작으로 <Move>(2012년), <Alive>(2014년), <Spark>(2016년)까지 무려 7년간 총 4매의 음반을 합작하는 한편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공연을 펼쳤다. 이 당시 트리오 라인업으로 한국에 내한해 공연을 가진 바 있는데 쟁쟁한 수퍼 테크니션들 사이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이는 히로미의 모습은 월드클래스 탑 레벨 아티스트의 영역에 도달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한편 2017년부터 히로미는 또 다른 프로젝트로 ‘화제몰이’를 이어갔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하피스트 에드마르 카스타네다와의 듀오 <Live in Montreal>이었다. 처음 이 앨범을 접하고 글쓴이는 도대체 카스타네다라는 뮤지션도 생소했고 어떻게 히로미와 함께 연주하게 됐는지 그 영문이 궁금해졌다. 이 이색적인 재즈 피아노-하프 듀오는 재즈사에서 그 유례를 쉬이 찾을 수 없는 진귀한 만남이라 할 수 있겠는데 두 뮤지션은 기존 악기의 한계를 뛰어 넘는 무경계의 연주를 통해 걱정과 우려를 기대와 환호로 바꿔 놨다. 이것은 2016년 몬트리얼 재즈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라이브를 담고 있는 해당 음반 <Live in Montreal>을 통해 온전히 확인 가능하다(참고로 에드마르 카스타네다는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벨라 플렉, 안토니오 산체스와 함께 벤조-하프-드럼의 트리오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019년 히로미는 <Place To Be>에 이은 두 번째 피아노 솔로 앨범 <Spectrum>을 공개했다. 전통재즈의 어법을 차용해 연주한 ‘Yellow Wurlitzer Blues’부터 국내에도 많은 애청 팬을 보유하고 있는 ‘Mr. C.C.’를 수록하고 있으며 현재 유럽 재즈 신의 미니멀하며 EDM적 요소가 결합된 ‘Kaleidoscope’ 등 피아노 솔로지만 강렬한 타건과 스피디하게 휘몰아치는 히로미 특유의 연주로 앨범 타이틀처럼 그야말로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데 펼쳐내며 주목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히로미의 피아노 솔로는 ‘새로운 활동 챕터’로 가는 전환점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후 2021년 그녀는 클래식 현악 앙상블과 일명 ‘피아노 퀸텟’을 구성,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Silver Lining Suite>를 발표하며 서사적이며 드라마틱한 면을 드러냈다(이 앨범은 코로나 기간에 작업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때쯤 그녀에게 가장 대중적 이력 하나가 더 생성되게 된다. 바로 2023년 자국의 <Blue Giant>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히로미가 맡게 된 것. 이로써 그녀는 이제 영화음악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으며 이를 통해 팬이 늘어나게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흥미롭게도 올해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 <Blue Giant>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바바 토모아키가 출연 예정이기도 하다).
‘Sonicbloom’과 ‘The Trio Project’ 이후 히로미의 행보(프로젝트)는 어느 한 곳에 고착화되지 않고 늘 ‘변화’ 내지 ‘새로움’ 또는 ‘의외성’의 연속상에 있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히로미의 새 밴드 소닉원더 결성과 활동은 이제 히로미 개인이나 프로젝트 음악이 아닌 레귤러 팀을 중심으로 한 음악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소닉원더 밴드의 구성 면면을 보면 ‘의외성’에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국적, 나이, 음악적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과연 어떻게 한 팀을 이루게 되었는지 글쓴이마저 의아할 정도인데 할아버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아프로-쿠반 재즈부터 포스트 밥 그리고 아방가르드까지 넘나드는 트럼페터 아담 오파릴(1994년생), 프랑스 출신의 테크니컬 일렉트릭 베이시스트 아드리앙 페로(1984년생), 재즈와 팝, 락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전천후 드러머 진 코예가 한 팀을 이룬 것은 사실 신기할 정도. 반대로 뭐랄까, 기존 세 명의 뮤지션들이 가진 음악적 접점이 없었는데 이제 히로미의 소닉원더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접점이 생겼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히로미 소닉원더의 멤버들. 좌로부터) 아담 오패릴, 히로미, 아드리앙 패로, 진 코에
신작에 관하여
전작 소닉원더의 <Sonicwonderland>가 히로미의 옛 어린 시절 또는 추억이 어린 ‘놀이터 안’을 주제로 한 음악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놀이터 밖’으로 나온 소닉원더 밴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심플하게 ‘Out There’로 명명한 듯 하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은 전보다 다채롭고 다양하다. 무엇보다 소닉원더 밴드의 응집력에 의한 각 곡들의 서사가 달라졌다. 전작에서 확실한 방향성, 의도가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밖(?!)으로 나오다보니 음악적 주제, 화제에 대해 폭넓어지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더 넓어졌다. 사실 글쓴이는 히로미가 이 밴드와 첫 음반을 발표하고 나서 전보다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소닉원더 밴드의 <Sonicwonderland>는 일종의 ‘컨셉트 밴드’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이전에 다른 밴드를 할 때는 밴드, 그룹이기는 하나 특정 음악 카테고리에 묶어두지 않았던 반면 태생부터 소닉원더는 ‘어린 시절’ ‘복고’ ‘추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밴드 데뷔작을 냈으니 히로미로써는 밴드의 차기작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을 했을 듯 하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간단한 해결책은 당초 가졌던 밴드의 컨셉트를 다시 또 이어가는 방법일 텐데 앞서 서술했다시피 히로미는 현실 안주형 뮤지션이 절대 아니다. 구독자분들도 아시다시피 최근 재즈는 물론이고 다른 음악, 패션 등에서도 복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그 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열풍만 봐도 알 수 있을 듯. 소닉원더의 태생적 배경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컨셉트, 유형으로도 더 지속해도 괜찮았을 텐데 히로미의 생각은 다소 달랐나보다. 그녀는 과감히 알을 깨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Out There’라는 심플한 앨범 타이틀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실 글쓴이는 본 히로미 커버 기사를 맡기 얼마 전 우연히 본작 중 선 공개된 두 곡 중 하나인 ‘Balloon Pop’을 유투브를 통해 미리 접했다(2025. 1. 24. 선 공개되었으며 새 앨범은 이달 4. 4. 전격 발매된다. 본 잡지가 공개되었을때엔 정식으로 일반에 공개되었을 것이다). 이곡을 들어본 분들이라면 아마도 글쓴이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전작의 연장선상의 음반이 나올 것이구나’. 하지만 새 앨범은 총 9곡을 담고 있고 ‘Balloon Pop’은 그 중 한 곡일 뿐이다(게다가 앨범의 가장 마지막 곡이기도 하다). 본작의 소개 리뷰를 맡으며 전 곡을 먼저 감상해본 결과, 히로미는 역시나 그녀답게 소닉원더 밴드의 시간을 새롭게 돌려놨다. 물론 기존의 ‘추억’ ‘어린 시절’에 대한 공통점은 어느 정도 잔존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작에서 느껴지는 그녀가 새롭게 설정한 소닉원더의 음악적 방향성은 ‘한 발 더 새롭게 나아가자’는 것으로 읽혀진다.
앨범을 여는 첫 곡 ‘XYZ’는 2004년 히로미가 발표했던 첫 앨범 <Another Mind>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공교롭게도 20년 전 앨범의 곡을 이번에 다시 새롭게 연주한 셈인데 트리오에서 소닉원더 밴드로 확장된, 역시나 전과 달리 진일보한 히로미의 음악을 엿볼 수 있는 대표곡 중 하나로 꼽아볼 수 있겠다. 이어지는 ‘Yes! Ramen!!’은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일본의 대표 음식인 라멘에 대한 히로미의 관심이 표명된 곡으로 히로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라멘이라고 한다(히로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라멘을 먹는 다양한 쇼츠 영상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앨범에 미셀 윌리스의 보컬 버전과 피아노 솔로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된 ‘Pendulum’은 서정성이 돋보이는 감성 발라드로 이 곡은 지난 2024년 일본 도쿄 오페라 시티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여성 피아니스트 아키코 야노와 히로미에 의해 이미 실연한 바 있어, 곡 자체로만 따져본다면 새 앨범 중 대중에게 가장 먼저 공개된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의 견해로 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곡은 바로 4개의 파트로 나뉘어진 ‘Out There’ 시리즈이다. 글쓴이가 듣기로는 7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퓨전재즈의 변천사를 히로미식으로 축약해 놓은 인상이 드는데 복고풍 퓨전재즈 ‘Takin Off’를 시작으로 80년대 보다 세련되진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Strollin’, 전작 ‘Polaris’의 ‘답가’격인 ‘Orion’, 프로그레시브한 경향이 도드라진 ‘The Quest’까지 마치 ‘퓨전재즈 타임라인 롤러코스터’를 탑승하고 온 듯 짜릿하고도 흥미진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Epilogue
젊은 시절과 거의 변화 없는 외모 때문에 어느 덧 데뷔 21년차가 되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곤 하는데, 어느새 그녀의 경력은 베테랑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의 디스코그래피와 커리어를 구축하고 있다. (총 15개의 리더작과 6개의 사이드 맨 참여작, 5장의 라이브 앨범 발매) 거기에 음악적 시도도 한군데에 정체됨이 없이 끊임없는 변화 및 발전 동력을 가져간다. 21세기 이후 등장한 일본 출신 재즈 아티스트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준 뮤지션이자 음악세계 또한 글로벌한 성격을 가져가는 그녀.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Blue Giant>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맡으며 오히려 또 다른 성공가도를 맞고 있다. <Blue Giant>가 그녀의 커리어에 번외성 성공기점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 소닉원더 밴드는 향후 몇 년 간 계속 이어질 히로미의 주력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본작 <Out There>가 바로 히로미의 새로운 전성기를 향한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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