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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편집장의 재즈덩크

‘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엠엠재즈

#15 - Michel Petrucciani (미셸 페트루치아니)

터치, 멜로디 모든 게 행복함으로 충만했던 연주자

 
INTRO MM JAZZ 김희준 편집장의 재즈덩크
 

재즈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요소가 꽤나 많은 음악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 수많은 하위 장르들은 또 무엇이며, 왜 거장들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나 많이 음반들을 발표했는지...단지 몇십장 정도의 작품, 앨범만으로 얼추 이해가 되고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재즈는 이를 결코 허락하지 않죠. 그래서 대중들과의 거리가 이렇게나 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자! 이제부터 한달에 한번씩 여러분들을 재즈의 신세계로 데려가 볼 참입니다. 우선 기존 잡지에서 다루어지는 아티스트 소개와 작품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때론 화제가 되는 이슈거리에 대한 논의와 에세이 형태의 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칼럼 형식도 시도해볼 참이며, 또한 공연후기기사까지 소재와 형식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가져와 한번 풀어 나가볼 참입니다.

 

비록 이 음악이 어렵고 광범위하다지만 최대한 쉽고도 명쾌하게, 마치 NBA 농구선수들의 시원시원한 덩크슛을 보는 것처럼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JAZZ DUNK #15 터치, 멜로디 모든 게 행복함으로 충만했던 연주자, 미셸 페트루치아니

 

불과 마흔이 채 되지 않는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미셸 페트루치아니는 그 나이대의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커다란 것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갔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 특유의 낙천성과 행복감이 절로 묻어나는 연주와 곡들은 이 연주자가 평소 힘들어했을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화사하고 밝기만 합니다. 재즈역사에 수많은 명 피아니스트들이 존재하고, 또 지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미셸 페트루치아니만큼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음악을 하는 연주자는 아마 또 없을 겁니다. 그의 음악은 마치 ‘해피 바이러스’ 같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정확히 20년이 된 지금 시점에, 의외로 프랑스 본토에서도 별다른 말이 없지만 저희는 그의 마지막 유작을 통해 다시 한 번 페트루치아니의 훌륭한 음악세계를 기리고자 합니다.

육체적 고통도 어찌하지 못한 행복한 피아니즘의 세계! 바로 미셸 페트루치아니입니다.

 

 

진공관은 일부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따듯한’ 소리, 가장 음악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오디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부품입니다. 그런데 이 진공관은 수명을 다하기 직전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마지막 전류가 흐를 때 이 아날로그의 튜브가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요절한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미셀 페트루치아니(1962.12.28 ~ 1999.1.6)의 삶도 마치 이런 진공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선천적인 병마로 인해 36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난 이 피아니스트의 마지막은 마치 진공관이 수명을 다하듯 그 마지막의 불꽃을, 재즈와 피아노 그리고 콘서트, 앨범 녹음을 통해 화려하게 소진했습니다. 그가 사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유작 라이브 앨범 <Trio in Tokyo>는 이 불꽃을 목격할 수 있는 그의 숨은 명반중 하나입니다. 1997년 일본 도쿄에 위치한 블루노트에서의 라이브 실황을 담아내었는데, 아마 당시 출시를 계획 중이던 때 예기치 않게 그의 사망소식이 이어진 모양입니다.

 

 

 

이 앨범은 짧았지만 매우 인상적이었던 커리어의 끝자락에서 불세출의 두 세션맨 드러머 스티브 갯, 베이시스트 앤소니 잭슨과 함께한 공연 실황입니다. 이 트리오 편성으로 남겨진 앨범이 이 음반외에 따로 없다는 점도 메리트를 주지만, 무엇보다 이 라이브 앨범은 그의 천재적인 연주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멋진 기록이기도 하죠.


 

생전 빌 에반스, 허비 핸콕, 칙 코리아, 키스 자렛을 이어갈 거라는 평단과 팬들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그의 연주가 잘 담긴 이 실황은 당시 재즈의 새로운 기수로 등장한 그의 완숙한(그의 나이에 비하면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입니다)연주가 하이라이트입니다. 파워풀한 터치와 막힘없는 기교, 뛰어난 스윙감과 서정성을 품은 멜로디 연주능력까지 그의 등장은 80년대 뉴욕의 침체된 재즈 신에 큰 활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밥과 버드 파웰이 강하게 느껴지는 오프닝 ‘Training’은 아마 제목처럼 페트루치아니의 ‘손풀기’용으로 연주했던 것 같습니다. 무척 여유롭게 느껴지는 빠른 스윙곡의 자연스러움이 여기에 담겨져 있죠. 초창기의 연주에서는 기교적인 요소들이 강조되었지만, 이 기교들이 완숙해지고 더 새로운 레벨로 진입하는 걸 볼 수 있는 곡과 연주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 특히 이 시기 그의 연주가 진부하고 상업적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재즈가 가진 다양성을 비춰보면, 솔직하고 심플한 곡들과 연주가 상업적으로 발전할 기회, 가능성이 있는 건 음악성과 관계없는 오래된 전통이고 자연스러운 거라 봅니다. 오히려, 연주의 집중력과 심플한 감성의 전달로 인해 진정성이 대중들에게 어렵지 않게 전달되는 것도 그의 피아노연주가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던 매력요소이자 일종의 어드벤티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도 심플하면서도 핵심을 담아낼 줄 아는 것도 분명 재능이죠. 이건 공부많이 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발라드 ‘Love Letter’의 솔로는 이런 단순함을 일부러 강조하듯, 별다른 화성적 색체들이나 리하모니제이션보다는 담백한 솔로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서정적인 멜로디 메이킹의 솔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그의 특징이이자 장점으로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우월한 기교와 컨트롤을 무색하게 하는 미셸 페트루치아니만의 음악적 자산입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 백미중 하나는 ‘Cantabile’인데, 멜로디에 겨우 4-5음으로 너무나도 다이토닉하고도 심플한 곡입니다. 솔로 역시 별 다른 리하모니제이션은 없이 가끔 등장하는 블루지한 리프들이 다 입니다. 이론적인 틀로 보면 간단하죠. 하지만 뉴올리언즈 그루브를 닮은 타이트한 반주위에 그가 전달하는 스토리는 너무나도 리드믹하고, 명확하고, 너무나도 자신감과 행복에 차 있습니다. 무언가를 얻은 행복이라기보단 음악을 같이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행복감이 더 정확할 겁니다.  평소 페트루치아니가 자주 들려주는 특유의 ‘런’ 주법(한 두 노트나 리프를 계속 오스티나토로 반복는)과 드라마 같은 다이나믹의 전개는 라이브 음악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피아노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보사 풍의 트랙 ‘Home’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인터플레이가 느껴지는데, 사실 스티브 갯과 앤서니 잭슨의 조합은 그가 당시 가장 연주하기 좋아하던 새로운 트리오 형태였고, 직전의 솔로 피아노 시기에서 막 나와서 밴드로의 형태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발매된 한정판에는 앨범의 유일한 커버 넘버 ‘So What’이외에 듀크 엘링튼과 빌리 스트레이혼 명곡 ‘Take The A Train’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 시기에 함께 많이 연주한 모양인데요, 1993년 세상을 뜬 피아니스트이자 키보드 세션의 전설 리처드 티(Richard Tee)의 헌정 버전 인 듯합니다. 스티브 갯과 앤서니 잭슨 그리고 리차드 티의 조합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재즈 팬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그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올해초 개봉되었던 영화 ‘글래스’에서 배우 사무엘 잭슨의 병으로 회자되기도 한 이 병은, 유전적 질환으로 여러 가지 신체의 결함과 변형을 가지고 오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셀 페트루치아니는 결국 기형적으로 작은 키의 왜소증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긍정적이었고, 때로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거만해보이기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도구 없이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만큼 육체적 고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고 그런 그의 성격과 태도가 그 음악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장애는 장애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과 편견이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셀의 경우 스스로 불운하거나 부당하다기 보단 자신이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걸로 이를 승화시켰죠. 사지가 멀쩡하게 태어나 자신의 삶을 불평으로 채워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걸 얻고 이룩한 그가 우리에게 적잖은 귀감을 전해줍니다.

 

 

거장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가 인터뷰에서 피아노를 바라보며 하던 말이 기억납니다.

 

“다른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앉으면 그저 피아노 소리가 나지만, 미셀이 앉으면 피아노는 항상 미셀만의 소리를 내는 걸 설명할 방법은 오로지 그의 터치뿐입니다....”

 

 

그는 1999년 1월초 겨울의 한복판에 타국인 뉴욕에서 세상을 떠나 지금은 파리의 공동묘지에서 쇼팽을 마주보고 묻혀 있습니다.

 

*이글은 본지의 필자이자 재즈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정수욱씨가 기본 틀을 작성하고 제가 다듬고 살을 더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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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엠엠재즈 웹사이트 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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