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Special Column - 재즈 스탠더드 곡의 기형적인 국내 저작권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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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스탠더드 곡의
'기형적인 국내 저작권료'에 관하여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재즈라는 음악이 갖는 여러 특수성중 하나는 바로 재해석의 영역입니다. 이는 서구 고전음악과 일정부분 같은 맥락을 갖고 있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알려진 스탠더드 넘버들과 유명한 팝 송들, 혹은 그 외 잘 알려진 민요나 클래식 작품들까지 가져와 연주자 각자의 아이디어와 접근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자 전통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팝 음악의 리메이크와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빈번하며 또 20세기 초부터 시도되어 이제는 확실한 재창작의 영역으로 간주되는데, 특히 기악 연주자들은 과거 뉴올리언스 재즈 시대부터 이런 각자만의 재해석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버전을 확립해왔죠.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 에럴 가너의 오리지널인 발라드 명곡 Misty 는 지금까지 수많은 명창들에 의해 불려 왔는데 그중에서도 사라 본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버전은 원작자의 피아노 연주 이상으로 재즈 팬들에게 널리 소개되고 또 사랑 받아왔습니다. 이런 경우가 한 두 개가 아니고 부지기수로 많은데 Autumn Leaves 나 SummerTime, My Funny Valentine, Body & Soul, All the Things You Are 같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알려진 유명한 스탠더드 곡들은 예외 없이 다양한 형태의 재해석 버전이 존재하며 그 중엔 출중한 해석으로 인정받아 연주자들이 반드시 익혀야할 명 편곡 사례들 또한 존재합니다. 사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뮤지션들이 각자의 오리지널을 만들어 앨범으로 만드는 것이 스스로의 창의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잘 알려진 유명한 레퍼토리들을 담는 경우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빈번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재즈사 전체를 놓고 본다면 새로운 곡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형성해나가는 것보다 이런 재해석의 비중이 월등히 많습니다. 그만큼 과거 뉴올리언즈 재즈 시대부터 스윙, 비밥 시대를 거치면서 널리 알려진 당대의 히트곡들을 소재로 연주하고 노래한 재즈 뮤지션들이 만들어온 하나의 문화인 셈이죠.
한편 이런 스탠더드 넘버들은 대부분 20세기 초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삽입되기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며 그 곡들을 만들기 위해 전문 작곡, 작사가 시스템을 가동해 곡을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 일괄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이른바 틴팬앨리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뉴욕 맨해튼 28번가에 위치한 빌딩에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1930년대까지) 만들어진 이 곡들이 바로 재즈의 주요 핵심 소재가 되어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곡들을 가져와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원작자의 사전 동의 및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타인이 만든 곡이니 그 곡을 다른 사람이 연주하겠다고 하면 응당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하죠.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곳 한국에서는 다른 어떤 국가에서 볼 수 없는 기형적인 문제점이 대략 2000년대 후반부터 암암리에 존재해왔습니다. 이 칼럼은 그 점을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문제제기 및 공론화를 통해 반드시 정상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국내 재즈 뮤지션들이 앞서 이야기한 틴팬앨리 작사, 작곡가들이 만든 스탠더드 곡들을 가져와 재해석해 앨범에 담으려면 현재 세 군데의 저작권 관리회사인 유니버설 퍼블리싱 코리아, 워너 채플 코리아, 소니 퍼블리싱 코리아에 연락해 해당 곡의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 후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일단 기본 저작권 사용료로 현재 한 곡당 무려 15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에 편곡이 더해질 경우 더 가격은 올라가죠.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가격인지를 재즈의 종주죽인 미국,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재즈 시장이 크고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온 일본의 사례를 들어 지금부터 비교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 비교
우선 미국의 경우는 크게 라디오, TV, 방송, 영화 등에 사용되는 곡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대행업체와 음반 제작에 사용되는 곡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대행업체, 디지털 관련 대행업체가 별도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데 그중 후자가 지금 이야기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것입니다. 여긴 여러 대행업체중 대표적으로 Harry Fox Agency (HFA)라는 저작권 대행사가 알려져 있는데 이곳을 통해 연주자가 다루고 싶은 곡의 현재 저작권자를 찾고 그 저작권자가 책정해놓은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죠. 이런 기본 절차는 국내도 비슷하긴 합니다. 스탠더드 곡들의 경우 사후 70년으로 저작권 사용료가 만료된 경우를 제외한, 아직 권리가 살아있는 경우를 따져볼 때 미국은 곡에 따라서, 그리고 음반을 몇 장 찍느냐, 곡의 러닝 타임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약간의 가격대 변동이 있습니다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략 CD 500여장 선으로 제작할 경우 곡당 70~90달러 선에서 비용이 정리가 되며, 만약 개인 뮤지션이 아닌 레이블이 직접 저작권비용을 처리할 경우 여기에서 더 비용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현재 환율이 1,500원 초반대로 아주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원화로 10~13만 원 선에서 정리가 되는 셈이죠. 이 정도 금액이면 앨범 전체 수록곡들을 스탠더드 넘버로만 채운다고 해도 10곡을 담아낸다고 가정할 경우 100만원 언저리의 금액으로 사용료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곳 한국과 비교해보면 한곡의 사용료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렇다면 이웃 일본은 어떨까요?

엘라 피츠제럴드가 발표한 스탠더드 송북 앨범 전집. 여기에 담긴 곡수가 전체 250개가 넘는데 이를 국내 저작권료로 계산하면 저작권사용료로만 3억7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일본은 미국과 시스템이 조금 다른데 이해하기 쉽게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앨범을 제작한 뒤 시중에 배포해 판매된 전체 금액에서 6% 정도를 떼어 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처럼 앨범을 제작한 수량에 따라 해당 곡에 따른 저작권료를 차등 정산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음반 전체에서 비용이 정리되는 식이며, 시중에서 유통되고 팔린 숫자에 따라 비용이 정산되는 시스템인 것이죠. 그것도 소매가가 아니라 도매가 유통 가격으로 정산이 된다고 하니 실제 저작권 협회에 지불하는 금액은 좀 더 저렴해질 겁니다. 일본의 CD가격을 장당 2,500엔 으로 가정하고 음반을 발매해 300장 팔렸다고 할 경우 일본저작권협회에 납부할 금액은 약 45,000엔 정도가 됩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425,000원이죠. 도매가가 아닌 소매가로 계산해도 미국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며 이 금액 또한 앨범 전체를 스탠더드 곡으로 채웠을 때의 지불 비용이어서 만약 앨범에 담긴 곡 숫자가 줄어들 경우 비용은 더 내려가게 됩니다. 어떻게 보나 이곳 한국의 스탠더드 곡 저작권 사용료와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 일본에서 스탠더드 곡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곳은 JASRAC (Japanese Society for Rights of Authors, Composers and Publishers의 약자.이하 자스락)인데 이는 한국저작권협회(KOMCA)와 동일하지만 한국저작권협회는 현재 스탠더드 곡을 포함한 외국 곡들을 거의 관리하지 않고 있죠. 반면 자스락은 자국의 음악저작권은 물론이고 유명 팝송을 포함 해외 곡들까지 모두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그 외 디지털 파트까지 직접 주관하고 있어 역할 범위에 큰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재즈의 종주죽인 미국과,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국에 못잖은 탄탄한 재즈 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에서 처리하는 금액이 저런데 유독 왜 이곳 한국에서의 스탠더드 저작권료는 이토록 터무니없는 가격대가 형성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한국저작권협회가 아닌 별도의 직배사 관할 퍼블리싱 코리아가 스탠더드 곡들을 관리하고 있을까요? 이 점을 확인하고자 수년 전부터 유니버설 퍼블리싱을 비롯한 직배사에 연락을 취하고 자문을 구했지만 자신들도 모른다, 이전부터 이렇게 해왔다는 짧은 답변만 받았습니다. 심지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도 했으나 다들 연락을 피하고 만나려고 하지 않더군요.

아메리칸 스탠더드 넘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을 갖고서 평생 노래했던 명창 토니 베넷.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1983년 이후 시도해온 트리오의 대부분 레퍼토리 또한 스탠더드 넘버들이었다. 이들의 열린 해석은 원작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더 가관인 게 이들은 대략 2년 전쯤부터 가격대를 느닷없이 올렸습니다. 애초 스탠더드 곡 국내 저작권 사용료는 50만 원 선이었는데, 이게 2~3년 전부터 갑자기 3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것도 세 군데 모두 동일하게 가격을 올렸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가격을 올렸는지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이 150만원이라는 금액을 일방적으로 책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이런 정황을 볼 때 서로 담합을 하고 있지 않나 의심되기도 한데, 최소한 미국과 일본이 취하고 있는 규정내용처럼 상식적인 근거라도 대면 좋겠지만 이들은 자기들이 정한 금액을 처리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징수한 금액이 과연 해당 원 저작권자에게 어떻게 지불되는 지도 저로선 아주 궁금합니다)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으며 이에 세군데 직배사 퍼블리싱에 공식적으로 한 곡당 150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높은 비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고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문 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재즈에서 재해석은 아주 중요하고 또 특별한 창작의 영역이며, 이게 활성화될 때 한국 재즈 신의 역량도 한 단계 더 높아진다고 확신하기에 스탠더드 저작권 사용료의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랭크 시나트라나 빌리 홀리데이, 토니 베넷 같은 명가수들이 생전 그렇게 많이 부르고 녹음한 스탠더드 곡들의 자유로운 리메이크, 마일스 데이비스와 키스 재럿, 빌 에번스 같은 명 연주자들이 연주한 스탠더드 곡들로 채워진 주옥같은 송북 명반들은 만약 이곳 한국의 재즈 신에서와 같은 가격대로 책정되었더라면 대부분은 아예 만들어지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 가능성을 지금 직배사 퍼블리싱이 꽁꽁 묶어두고 있음을 반드시 유념해주길 바랍니다.



- 2 스탠더드 송북 앨범을 평생에 걸쳐 발표해온 보컬리스트 엘라 피츠제럴드..jpg (File Size: 352.4KB/Downloa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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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엘라 피츠제럴드가 발표한 스탠더드 송북 앨범 전집. 여기에 담긴 곡수가 250개가 넘는데 이를 국내 저작권료로 계산하면 저작권사용료로만 3억7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한다..jpg (File Size: 326.6KB/Downloa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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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1983년 이후 시도해온 트리오의 대부분 레퍼토리 또한 스탠더드 넘버들이었다. 이들의 열린 해석은 원작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jpg (File Size: 2.91MB/Download: 1)




